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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할리우드 - 악동 감독 케빈 스미스의 미국 문화 뒤집기
케빈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악동 감독 케빈 스미스의 미국 문화 뒤집기'라는 부제가 붙은 <순결한 할리우드>를 읽다.
케빈 스미스가 누구냐면, <점원들>, <몰래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 <저지 걸> 등을 찍은 감독이다. 나는 그의 작품 중, <점원들>과 <체이싱 아미>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점원들>의 편의점 장면들 외에는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볼 때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나도 한때는 영화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보다 영화를 좋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잡지도 꼬박꼬박 사보지 않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가끔 캐치온에서나 보는 그런 아주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1년에 영화관에 한번이나 갈까 할 정도가 되고 나니, 내가 과연 부산영화제 기간 내내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쉬지 않고 영화를 본 적이 있던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내가 아주 간만에, 영화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물론 약간의 가십성 책이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만약 예전에 읽던 책들처럼 작가주의가 어쩌고 그런 책이었다면 못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순결한 19>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 케빈 스미스는 자신의 신작 영화 캐스팅 비화에 얽힌 배우들의 뒷담화부터 자신의 적나라한 사생활 공개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한 줄 건너 한 번씩 나오는 욕설(-.-)이 거슬리고 온갖 야한 상상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문체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내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남았다.
그는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처럼,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장소(뉴저지)와 그 시절(고등학교 때)을 자양분으로 사는 사람이었다(아주 특출난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의 사람들은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 중, 프로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그런 사람들과 일하기를 즐겨하고 그들을 칭찬하기 바쁘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취향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하며,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그런 점에서 이 표지를 이우일 씨가 그린 것은 훌륭한 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가 '영화'감독이라서 이 글이 특별해 보이지만(가십성 거리들이 많으니까) 내게는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우리들 삶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영화'감독의 삶도 나와 같다..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인생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나와 같은 일반적인 삶을 바라보는 재미..그게 바로 이 책 <순결한 할리우드>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