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위스퍼 - 행복한 엄마들의 아기 존중 육아법 베이비 위스퍼 1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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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달 있으면 우리 아기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출산이라는 경험을 하고,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임신 중기쯤 돼서는 무거워지는 내 몸에 적응하느라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임신 말기가 되었다. 주변의 친구들의 경험담이나 육아 까페의 후기글들을 보면 너무나 두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애기가 밤새 안자고 울면 어쩌나, 아프진 않을까...사소하게는 애기가 모유먹다 젖꼭지를 꽉 깨물면 어쩌나, 나는 과연 애기 낳고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나 있을까, 말도 안 통하는 애기랑 하루종일 어떻게 있나...이런 생각까지.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대책없이 무서웠다. 이런 두려움이나 공포감은 아마 아빠들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책임감이 커지겠지만..)  이런 걱정은 결국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은 커녕 그냥 '엄마'가 될 수는 있긴 한걸까라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 친구가 애기를 낳자마자 미니홈피에 쓴 글도 나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엄청나게 달랐다는 것. 그래서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것. 그 글을 읽고 나는 더욱더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차에, 태교 삼아 동화책 몇권을 구입하려고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 이전부터 이 책 제목은 알고 있었으니 재발견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이야말로 딱 나같이 막달에 가까운 사람이나 막 태어난 신생아가 있는 엄마들에게 딱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꼭 전공서적을 읽는 것처럼 온갖 군데 밑줄을 그어가며.

책의 내용은 정말 내가 사소한 것까지 걱정했던 딱 그 수준부터 신생아를 돌보는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구체적이면서도 한 가지 철학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었다. 그 관점은 너무나 맘에 들었다. '아기 존중' 그리고 '아기가 가족이 되는 것이지, 가족이 아기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다른 일반 육아서처럼 백과사전이나 전과 같은 편집은 아니어서 곁에 두어도 해당 항목을 찾으려면 여러번 읽어야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처음처럼 그렇게 출산과 육아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모 방송에서 방영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도 결국, 해답은 부모들에게 있었다. 결코 아기가 이상해서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가끔 그 프로그램을 볼 때 느꼈는데, 신생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러나 정작 이런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육아책은 별로 없다. 그건 어쩌면 엄마를 무조건적 희생자로 그리는 사회 풍토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고마왔던 건, 엄마의 삶과 아기의 삶 모두를 존중하고 서로가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짚고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기능적이고 궁금증을 즉각적으로 풀어주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답답함을 풀어주는 시작 단계부터 알려주었다. 열심히 읽고나서, 앞서 말한 친구에게도 선물을 했다. 그 친구도 아마 나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친정엄마나 그 어떤 산부인과 의사보다도 내게 훨씬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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