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에 이끌려, 약간의 충동구매를 한 이 책은 그 유명한 <PAPER>의 황경신이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여행기였다.

얼마전 4년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나는 최근 여행병(다시 여행가고 싶은..)에 도져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일상이 힘들고 지루하고 괴롭고 그랬던 찰나였다. 마침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이 책을 출퇴근 시간에 다 읽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황경신의 문장의 힘도 있었겠지만.

여행은 여행 자체가 매력이 아니라, 돌아왔을 때 만나는 일상의 '재발견'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잠깐(1년짜리 세계 여행도 인생 자체에서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의 벗어남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우회로에 불과하다. 지금의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떠나지만 사실 돌아오면 또 그 자리에 있는 나를 볼 수 있는 게 여행 아닌가. 그래서 어쩌면, 여행은 쉽게 자주 가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자주 내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삶의 운명에 대해 지치거나 포기하거나.. 더 힘들어질 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여행을 갔다온 뒤의 일보다 가기 전 설레임과 갔을 때의 새로움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여행은 일상과 만났을 때 그 의미가 있는 일인데...(나만 그런가? --;)

이 책은 단단한 일상의 단조로움의 벽을 깨지 못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인생, 뭐 있어!'라는(물론 감성적 글쓰기의 저자는 이렇게 과격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가장 우울하고 힘들고 괴로운 시점이라고 생각되지만, 지나고 나면 그 나쁜 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 그게 일상이고 우리네 모든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햇살 같은 엽서용 사진은 없지만, 이 책이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는 색감인 저녁 노을빛은 우리가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관조하게 만드는 그런 효과를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나는 짧은 시간 안에 최근의 내 개인적인 힘들고 어지러운 내 심사를 단단히 조일 수 있었다. 마치 여행을 갔다 온 것 마냥 말이다.

아주 잠깐, 이 책의 부제처럼 '한뼘'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남루해 보였던 내 일상이 프로방스의 빛나는 햇살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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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1-2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고 나면 그 나쁜 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
산다는 일이 그렇지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뼘 정도 프로방스의 시간을 느껴 보고 싶군요. ^^

레이첼 2005-11-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잘 봐주셨다니 감사해요. 부끄부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