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후의 교육 - 교육평론가 이범의 솔직하고 대담한 한국교육 쾌도난마
이범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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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자극적인 이 책은 교육평론가이자 서울시교육청 및 민주연구원 등에서 일한 이 정부 대표 교육 정책 관련 전문가인 이범의 책이다.

이번 정부에 대한 정치적 호오를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저자의 저서를 그동안 쭉 읽어왔던 입장에서 이번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논문적'이며 '사회과학적'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적이라기보다 자기 진영(?)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전문적인 러브레터.

책 곳곳에는 교육에 있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생각하는 바가 의외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쉽게 말해 '교육 현실을 잘 모르는 4-50대의 남자(라고 되어 있지만 5-60대 아닌가)들이 교육 행정의 요직에서 너무나 미국식의 입시정책을 땜빵식(교육의 논리보다 정치의 논리)으로 만들어버린 데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신랄하게 드러나 있다. (2부)

교육계 전반에 포진한 진보 인사들의 비전문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예를 들면, 교육에 대한 욕망을 무조건 잘못된 걸로 보는 것, 아이들에게 평가나 숙제가 없으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영어안쓰는 사회가 되어야지 않겠냐, 국립대통합, 인문계 고등학교의 교실붕괴 현장 원인 등등)에 대한 비판은 사실 애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점들이고 공감되는 부분이라 속은 시원하지만 내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이 통계자료와 함쎄 실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니 암담했다.

사실 이 책의 백미는 (누구나 다 아는) 현 교육계 비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교육 경쟁에 대해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원인으로 보고(땅팔고 소팔아 대학을 보낼 수 있는 '땅'을 가진 일반인들이 많음) 공정과 평등에 대한 가치를 다시 짚어보며 향후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는 3부와 4부의 책 후반부(특히 3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4부와 결론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교사와 학생의 선택권 존중(지금까지는 기관의 선택권이 강화됨),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까지 포함한 대학 시스템(입학 시스템만 말고 재학과 졸업까지의 모든 방향을 수정하는)인 '포용적 상향평준화'로의 변화는 솔깃하지만 당장 행해지기 힘든 제안이다. 다음 정부 정책 입안자 혹은 대통령이 엄청난 사회적 논의와 풍파를 견디고 해결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저자와 독자인 나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정치가 더 나은 미래 교육정책을 위해 힘을 써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저자와 달리 나는 요즘 정치 현실을 보면 양당간의 발전적 논의는 사라지고 서로 눈앞의 정쟁만 펼치는 판국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하는 의문만 든다. 심지어 코로나19로 모든 사회문제가 터져나와도 교육은 엄마에게 떠넘기고 수능날만 문제 없음 상관없다는 현 시점에서?

그래서 이 책은 수신자 불명 혹은 밤에 쓰고 아침에 보내지 못하는 짝사랑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되었다. 정말정말 안타까운 지점이다. 당장 내 자식의 대입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 한국의 미래 교육까지 염두한 저자의 제안이 언젠가 정치논리가 아니라 교육정책논리로 반영되길 바란다.

러브레터(대안)는 수취인불명이지만, 이 짝사랑의 구경꾼인 나같은 일반 독자에게는 아주 유익하고 간만에 읽을 만한 교육 관련 책이어서 강추한다. 원래 남의 사랑 이야기는 재미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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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