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만든 여자 1
신봉승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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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위시대니 뭐니, 그런 말들에 휘둘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요새 들어서 시대를 이끌었던 뛰어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많다. 그래서 여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의 주인공만큼이나 대단한 여인은 못본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조선의 왕들 중 하나인 성종의 어머니이며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의 할머니였던 여인인 인수대비이다. 인수대비는 원래 수양대군의 맏며느리로 한때 중전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지아비였던 도원군이 급사를 하면서 그 야망이 좌절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어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비가 된 인물로 그 삶이 파란만장한 여인이다.

첫권은 그녀가 16살의 어린 나이로 수양대군의 며느리가 된 때부터 시작하여 수양대군이 조카였던 어린 단종을 내치고 왕위에 오를 때까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단종과 수양대군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책들로 읽었었지만 이렇게 한씨(인수대비)를 중점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한 책은 처음이라 좀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속의 한씨는 굉장히 강단있는 사람으로써 나이도 어린데다가 여인의 몸으로 감히 국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피력하는 인물이다. 아무리 배경이 좋고 자신의 지식이 뛰어나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여인이란 아무래도 신사임당과 같은 현모양처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에 너무나도 당당하여 오만해 보이기까지하는 한씨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 시대의 여인 샅지 않아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러한 그녀를 조력자로 삼는 수양대군이나 한명회 또한 어찌보면 시대를 앞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역사가 말해주듯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추악한 욕망으로 인해 그 시대를 더욱더 큰 혼란으로 밀어넣고 그로 인한 민초들의 고통은 끊일 날이 없을 정도다. 그러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진대 한씨(인수대비)는 그가 가진 그 대단한 지식들을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만 치밀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낸다. 난세에 영웅이 나듯이 자신의 입지를 활용하여 정세를 좀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도 있었을 그녀였기에 아쉬움은 더더욱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또한 여자인지라 그런 역사적인 영웅에 비견될 여인이 있었더라면…하는 바램 때문이었는지도.

책을 읽는 내내 TV의 사극을 보듯이 손에 땀을 쥐고 읽게 하는 흡인력을 자랑하는 문장들이 돋보인다. 역사속의 인물들이었던 한씨(인수대비), 수양대군, 한명회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그들의 모습이 머리속에 선명히 그려질 정도다. 권력을 향한 암투들은 치열하고, 그 중심에 서있는 그들의 지략 또한 대단하여 정말 ‘재미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주인공인 한씨(인수대비)의 권력을 향한 처절하기까지한 몸부림은 잠깐 이마를 찌푸리게도 하지만 여인의 몸으로 역사를 자아내는 인물들 중의 하나가 되는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가 더더욱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럼에도 역사적인 사료에 의존하여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최근 많은 사극들을 통해서 대중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에 꼳아져 나오다시피하는 역사 소설들 중에서도 단연 수위를 차지하리라 생각이 된다.

정당한 역사를 바꾼 계유정난. 그 피로 점철된 사건 이후 시아버지인 수양대군이 왕위를 차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씨(인수대비)가 이후 지아비인 도원군이 세조의 뒤를 이어 자신이 중전이 될 날을 꿈꾸는 것을 보면서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후 한씨(인수대비)가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도 권력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인수대비가 되기까지의 행보를 그릴 다음 권을 기대하면서도 이리도 입맛이 씁쓸한 것은 왠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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