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베스트 에피소드 - 상 - 오지로와 오구로
이마 이치코 글 그림 / 시공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백귀야행 - 이 단어 뿐이라면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단어는 온갖 잡귀가 밤에 나다닌다는 뜻으로 우리 나라의 만화나 책에서는 그다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 만화에서는 상당히 많이 나오는 단어로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하는 이 만화는 일반적인 만화보다는 소위 말하는 BL 시리즈를 더 많이 그렸던 이치코 이마의 만화로 보통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사람들과 요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이이지마 리쓰는 요괴들을 볼 수 있고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강한 영력 때문에 요괴들과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친구다. 백귀야행을 처음 읽었을 당시가 내가 대학생 때였는데… 어언 10여년이 흘러버렸다. 그런데도 리쓰는 이제사 대학생이다. 작가의 게으름으로 대학을 한번 재수하고 지금은 어엿한 민속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요괴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리쓰는 작품의 초반에 오지로와 오구로라는 작은 까마귀 텐구들을 부하(?)로 거두게 된다.

리쓰의 할아버지는 강력한 주술사였는데 손자인 리쓰의 영력이 너무 강해서 요괴들을 끌어들이자 손자를 지키기 위해 아오아라시라고 하는 요괴를 호위로 붙여주게 된다. 아오아라시는 리쓰가 어렸을 때 숨을 거둔 아버지의 시체에 씌여서 계속 리쓰의 곁에 있으며 지켜주게 되는데… 어떤 때는 오히려 이 아오아라시 때문에 리쓰가 더 위험해질 때도 있다. - 라고 하는 기본 설정만 만고 있어도 책을 읽기 쉬울 것 같은데… 이 책은 이미 백귀야행을 다 읽은 독자들을 타겟으로 잡은 것인지 그 부연 설명들이 없더라. 그래도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단편처럼 옴니버스 방식이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으리라 본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오지로와 오구로”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백귀야행의 초반부에 리쓰가 거두어서 식신처럼 쓰고 있는 요괴이다. 그 녀석들은 조그만 까마귀 텐구인데, 주인공 말고도 굉장히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백귀야행에서도… 그냥 등장하는 것만으로 웃음짓게 만드는 이를 테면 감초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겠다.

이 녀석들은 리쓰의 사촌인 즈카사(참고로 리쓰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내심 며느리감으로 찍어둔 아가씨다. 일본에서는 사촌끼리도 결혼이 가능한가보다)와 함께 참 내 마음에 드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백귀야행의 베스트 에피소드 上의 제목에 그 이름을 장식하더라. 그래서 기쁘기도 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이렇게 손에 잡고 읽게 된 것이다.

음… 그런데 읽으면서 묘하게 위화감이 든다. 곰곰히 다시한번 읽으면서 살펴보니 번역이 틀리다. 새책으로 꾸미니 좀더 나은 번역을 하려고 그랬는지 어쨌는지 군데군데 번역이 틀리더라.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라면 조금도 이상할 바가 없겠지만 나처럼 원래 책들을 소장하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계속 읽어서 그 문장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 같은 경우는 좀… 거슬린다.

그것 말고는 책의 속지쪽에도 컬러화보들이 속속 들어 있고… 이치코 선생이 책의 맨 뒷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원판의 내지를 잃어버려서 다시 그린 처음보는 내지도 있고… 에피소드를 11편이나 실은 두꺼운 책이지만 책이 상하지 않도록 반양장본으로 되어 있는 책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백귀야행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소장용으로 갖고 있는다면 뿌듯할만한 책이더라.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다 마음에 들지만 나는 “신이 다니는 길” 이라는 에피소드를 볼 때면 결말을 보면서 폭소를 금치 못한다. 매일매일이 요괴들과의 사건에 시달리는 리쓰를 도저히 괜찮은 대학교에 합격시킬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 이치코 선생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바!로! 힘을 가진 신령을 돕고 그 소원으로 대학시험에 붙는 것!

리쓰는 원치는 않았지만 신령을 돕고 얼덜결에 대학에 붙게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볼때마다 폭소를 터뜨리면서 조금은 부러워 하고 만다. 요새는 조금 식상해져가고… 새로운 에피소드도 안나오고… 조금 지쳐가던 때였는데 이렇게 이미 있는 이야기나마 베스트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새로 묶여서 나와줘서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다. 이치코 선생이 이제 좀 새로운 에피소드를 그려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PS : 연재가 길어짇보니 에피소드모음집을 보고서야 조금씩 이야기의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눈에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치코 선생 팬인데다가 백귀야행은 정말 좋아하는작품이기에 별로 이의달고 싶은 마음은 없다. - 고로 그냥 좋다.
아, 그리고 사부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제발 아키라랑 예쁘게 엮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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