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4 로마인 이야기5-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주사위는 던져졌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브루투스 너마저’ 등의 유명한 문장을 남겼거나, 제왕절개, 6월(july), 시저 샐러드 등의 어원(이건 이견이 많다만)이 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존재감은 내가 상상하던 이상이었다. 오랜 세월 존속한 로마였고 그를 통해 후대 유럽 사회(를 넘어 이젠 아메리카까지)의 문화, 언어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로마였다. 그리고 그 로마에서 단연코 첫째로 뽑을 카이사르라는 인물은 실로 대단했다.

4~5권에 걸쳐져 카이사르의 전반적 삶이 그려져 있었는데 더 대단하면 대단해보였지 그의 이름은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일궈낸 성과에는 무엇보다 카이사르가 로마의 성장 이유를 잘 이해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카르사르 자신의 성정과 잘 맞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 하나의 키워드는 유연성(개방성)이다. 카이사르는 자신들의 적에게도 결코 보복을 하지 않았다.(그 덕분에 암살되었긴 하지만) 때때로 전쟁에서 약탈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들에게 적당한 이유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적당한 필요에 의해 적당한 수준의 약탈을 했다. 클레오파트라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그 또한 적당한 필요에 의한 적당한 수준의 일이었다.

로마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에 의한 자치적인 군대 구성인데, 카이사르는 이를 잘 이해하고 정복에도 시민들의 계층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들을 적절히 구사했다. 폼페이우스와의 내전 시기에도 로마 시민들에 한해서 그는 결코 누구도 함부로 대한 적이 없다. 감정적 보복에 빠지지 않고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그는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려야 하는지, 자신의 미래가 어떤 식이어야 하는지를 잘 알았던 것이다.

뭐 그런 식으로 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것들을 성취해 낸 그였지만, 예상치 못한 죽음이라는 것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카이사르의 ‘로마 제정화’의 뉘앙스를 읽은 공화정파들이 ‘나라를 걱정한’ 끝에 카이사르를 암살하게 되는 것이다. 3월 15일 이라고만 하면 서양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이 카이사르의 암살일이라는 것을 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읽지 못하는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공화정 파들도 암살 직후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그것의 다른 모습이 바로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가 아닐까. 여러모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이 두 작품에서 그리는 암살자들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 뒤에 오는 사건 정쟁 뒤의 후계자의 등장 또한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어쨌든 카이사르가 ‘지명한’ 옥타비아누스라는 후계자와, 스스로 후계자임을 ‘자처한’ 안토니우스 사이의 정쟁 또한 아주 흥미롭게 진행된다. 어쨌든 후대에서는 얼마간의 사료를 가지고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의 성향과 그릇의 크기를 ‘상상’ 혹은 ‘암시’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은 많아지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카이사르가 스스로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그와는 성향이 아주 다른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연합한 안토니우스를 격파하고 로마를 장악한다. 그리고 그는 공화파들이 질색하며 어떻게든 막으려고 카이사르까지 암살했던 바로 그 제정의 시대로 로마를 이끈다. 말 그대로 아이러니다. 역사 속에서는 참으로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다음 권의 로마는 팍스 로마나의 시대로 접어든다.

2011.8.24 프렌즈 태국-안진헌

프렌즈 태국 - Season 1 '12~'13 ㅣ 프렌즈 Friends 16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4월

책 한 권을 들고 수완나폼 공항으로 떠났다. 내 인생 가장 행복한 9일 중 하나였다.

2011.8.2 로마인 이야기4-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드디어 로마 역사상 가장 로마를 대표할 법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 존재감에 걸맞게 책은 4, 5권에 걸쳐 카이사르의 삶 전반을 드러낸다. 작가가 누누이 말하듯 ‘로마인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의 편년체 서술이 아닌, 로마‘인’들의 행동, 선택, 삶을 통해 로마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였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3권과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카이사르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40대를 넘어선 중년 이후였기 때문에 이미 술라,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등의 활약을 다양하게 다룬 3권까지의 진행 상황은, 카이사르가 청, 장년기를 훌쩍 넘어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사르 자신의 유, 소년, 청년기까지의 내용은 다소 차치될 수밖에 없었기에 작가는 다시 시대를 돌려 카이사르의 성장과정부터 차근히 서술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읽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역사는 분명 우연과 행운에 많은 부분 빚을 지고 있다. 카이사르 또한 그리 대단한 집안 출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생명 자체를 위협당하는 위기를 어렸을 때 몇 번 겪었고, 그것들에 있어 운이 없었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또한 그가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또한 몇 번의 행운, 우연 등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인물이 가지는 뛰어난 재능은 결코 폄훼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왕건과 이성계 등 한 나를 새로 새운 사람들의 경우만 보아도, 그들이 결코 동시대인과 같은 수준의 사고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이사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책 뒷 표지에 그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찬사가 써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카이사르-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많은 영웅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대를 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단순할 수만은 없다. 단순히 시대를 앞서서 보는 것뿐이라면 주변인이 되어 오히려 도태되어 버리기도 쉽다. 역사 속 수많은 천재들은 보통 그렇게 죽어가곤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을 포함해 현재를 보는 눈, 과거를 보는 눈 또한 가지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영리했으나 타협할 줄 몰랐던 그라쿠스 형제를 보며, 힘이 없는 준비되지 않은 개혁이 갖는 허망함을 배웠고, 꾸준히 갈고 닦은 정치 감각으로 참고 있어야 할 때, 나서야 할 때를 알아 그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집정관에 당선되어서 현실적인 힘을 기른 뒤,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러 갈리아로 떠난다.

4권의 클라이막스는 전적으로 카이사르가 갈리아와 벌인 전쟁인데, 그는 먹긴 싫고 내버려 두긴 아까운 단순한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갈리아를 이전의 시각과는 다르게 ‘로마화’시키려는 구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정복한다. 오랜 기간 참으며 힘을 길렀던 카이사르가 마침내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 부분에 와서는 속이 아주 시원해지는데, 우습게도 이런 모습은 수도 로마의 원로원 파를 자극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갈등은 책의 말미에서 극대화 되면서 결국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된다.

아직 5권을 다 읽지 않아서 카이사르의 삶 전반에 대한 이미지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단 4권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지도자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재미있다.

2011.7.18 로마인 이야기3-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3권 승자의 혼미

로마인(로마라고 해도 좋겠지만 로마인이라고 적어본다.)이 지중해 세계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갖는 체제의 우월성과 합당성이었다. 군대를 철저하게 로마 시민들로만 구성하여서 전투력과 사기를 극대화시킨 그들의 군사력 앞에서 고작해야 용병 따위를 쓰는 나라들이 당해낼 리 만무했다. 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를 바꿔놓는다면 그들의 체제가 무너진다면 로마도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의 정치력을 가지고 소수의 무리가 과두 정치를 해 나아가는 로마의 공화정도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공을 세운 스키피오라는 인물이 등장함으로써 흔들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집정관이 둘이라는 것, 그리고 그 집정관의 임기가 고작해야 1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로마인들이 얼마나 독재 혹은 절대 권력자가 탄생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거기다 집정관은 연임할 수 없고, 임기를 마친 후 10년 후에나 다시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스키피오라는 인물은 ‘영웅’의 탄생 조짐을 보인다. 물론 그 스스로도 영웅이었지만 당시의 한니발 전쟁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 그리고 아직은 굳건했던 공화정 체제라는 상황 덕분에 불행이든 다행이든 스키피오는 정치적 공작에 힘입어 스스로 정치판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전에 없던 절대적 ‘인기’는 다른 야심가들을 끌기에 충분했다.

세력적으로도 로마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넓은 영토를 차지했고, 막대한 부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귀족계급은 점점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적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평민들에게(당시 로마는 귀족이든 평민이든 모두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었다.) 설 자리를 잃게 한다. 여기서 그 유명한 그라쿠스 형제가 등장한다. 로마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민들에게 분명한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그라쿠스 형제는 개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라쿠스 형제는 반대파들의 공격을 받아 피살된다.

뒤이어 등장한 마리우스는 군사적 인기와 능력에 힘입어 로마의 핵심 권력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정치적 감각은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에 그저 체제를 유지하는 정도로 밖에는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술라가 갖는 이점은 너무도 명백했다. 정치적 감각과 군사적인 능력, 그리고 분명한 결단력과 합리적인 판단이 그에게는 존재했다. 개인의 권력과 로마의 존립 중 단연 후자의 것을 선택한 술라는 우선 지중해 동쪽의 소아시아 세계를 평정한 뒤 그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가 무력시위를 벌인다. 그것을 계기로 권력을 차지한 그는 철저하게 로마의 과두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개혁을 이뤄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스스로 충분할 만큼 개혁했다는 생각이 들자 정권에서 유유히 물러난다. 그가 다른 무엇보다 로마의 체제 유지에 가장 큰 힘과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군사력으로 정권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모순을 갖는 동시에 타인들에게 가능성을 열어둔다.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는 집정관이 되고 싶었지만 당시 로마법이 지정해 놓은 집정권 출마 자격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은 술라를 따라 군대를 이끌고 로마 앞에서 무력시위를 벌인다. 마치 우리나라 80년대 초의 머리 벗어진 한 사람과 그의 절친한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술라와 그들(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든, 현재 통장에 29만원을 가진 그 사람이든)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그들 자신이 원한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들은(누가 됐던) 오로지 권력을 원했을 뿐이고, 곧 그것을 차지했다.

그리고 다음 권에는 드디어 그가 등장한다.

가장 넓은 세계를 차지한 가장 강력한 로마의 모습이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 덕분인지 나 또한 이러한 로마의 모습에 위태로움만을 느끼고 있다. 

2011.7.10 로마인 이야기2-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2권 한니발 전쟁

지중해 세계의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로마가 포에니 전쟁을 거쳐서 지중해를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로 만들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는 희대의 명장 카르타고의 한니발과의 싸움을 빼놓을 수 없는데, 로마 최고의 위기라고 해도 손색없을 한니발의 침략은 전화위복으로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제패하게 만든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포에니 전쟁과 겹쳐져서 마케도니아, 시리아 등이 차례로 로마에 싸움을 걸게 되고 기존 그리스의 도시국가들도 로마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데, 이에 따라 로마는 기존의 ‘로마화’와는 조금 다른 일종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가지며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땅이 넓어짐에 따라 이탈리아 반도의 좁은 통치와는 분명히 다른 제도가 필요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그런 제도가 나타났을 거라고 믿는다.

어쨌든 그렇게 보통 로마의 ‘공화정에서 제국주의로의 이행’이라고 평가되는 이 시기에 시오노 나나미는 일종의 ‘항변’을 한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로마가 그래야만 했던 이유들과, 실제로 그 제국주의가 상당히 온건한 것이었음을 변명한다. 하지만 그런 작가도 카르타고의 멸망에서 만큼은 로마의 한니발 트라우마, 컴플펙스가 상당히 작용했음을 부정하지는 않고 비판을 가한다.

2권은 철저히 이야기 중심이다. 한니발의 등장과 포에니 전쟁의 진행 그리고 스피키오의 등장은 실로 ‘극적인’ 역사였다. 적이었던 한니발에게 배운 전술로 다시금 지중해 세계를 통일해 나가는 로마의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 반복성, 그리고 아이러니, 숨겨진 진실을 보게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지중해 세계를 손에 넣은 로마가 3권에서는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