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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평점 :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드디어 로마 역사상 가장 로마를 대표할 법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 존재감에 걸맞게 책은 4, 5권에 걸쳐 카이사르의 삶 전반을 드러낸다. 작가가 누누이 말하듯 ‘로마인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의 편년체 서술이 아닌, 로마‘인’들의 행동, 선택, 삶을 통해 로마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였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3권과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카이사르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40대를 넘어선 중년 이후였기 때문에 이미 술라,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등의 활약을 다양하게 다룬 3권까지의 진행 상황은, 카이사르가 청, 장년기를 훌쩍 넘어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사르 자신의 유, 소년, 청년기까지의 내용은 다소 차치될 수밖에 없었기에 작가는 다시 시대를 돌려 카이사르의 성장과정부터 차근히 서술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읽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역사는 분명 우연과 행운에 많은 부분 빚을 지고 있다. 카이사르 또한 그리 대단한 집안 출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생명 자체를 위협당하는 위기를 어렸을 때 몇 번 겪었고, 그것들에 있어 운이 없었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또한 그가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또한 몇 번의 행운, 우연 등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인물이 가지는 뛰어난 재능은 결코 폄훼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왕건과 이성계 등 한 나를 새로 새운 사람들의 경우만 보아도, 그들이 결코 동시대인과 같은 수준의 사고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이사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책 뒷 표지에 그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찬사가 써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카이사르-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많은 영웅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대를 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단순할 수만은 없다. 단순히 시대를 앞서서 보는 것뿐이라면 주변인이 되어 오히려 도태되어 버리기도 쉽다. 역사 속 수많은 천재들은 보통 그렇게 죽어가곤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을 포함해 현재를 보는 눈, 과거를 보는 눈 또한 가지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영리했으나 타협할 줄 몰랐던 그라쿠스 형제를 보며, 힘이 없는 준비되지 않은 개혁이 갖는 허망함을 배웠고, 꾸준히 갈고 닦은 정치 감각으로 참고 있어야 할 때, 나서야 할 때를 알아 그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집정관에 당선되어서 현실적인 힘을 기른 뒤,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러 갈리아로 떠난다.
4권의 클라이막스는 전적으로 카이사르가 갈리아와 벌인 전쟁인데, 그는 먹긴 싫고 내버려 두긴 아까운 단순한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갈리아를 이전의 시각과는 다르게 ‘로마화’시키려는 구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정복한다. 오랜 기간 참으며 힘을 길렀던 카이사르가 마침내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 부분에 와서는 속이 아주 시원해지는데, 우습게도 이런 모습은 수도 로마의 원로원 파를 자극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갈등은 책의 말미에서 극대화 되면서 결국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된다.
아직 5권을 다 읽지 않아서 카이사르의 삶 전반에 대한 이미지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단 4권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지도자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