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3 로마인이야기6-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팍스 로마나

여러 가지 의미로 '영웅'이라는 말이 곧잘 어울리는 카이사르는 그 자신의 후계자로 옥타비아누스를 선택한다. 중세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재벌 문화를 따져 봐도 한 나라의 주인이 그의 후계자를 정할 때 혈연적 관계가 아닌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여러 행동을 통해 로마를 위해 살았던 카이사르는 자신의 후계자 또한 혈연적 관계가 없더라도 자신이 그리는 로마에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카이사르가 그린 판은 어떻게 될까. 카이사르는 이제 더 이상 로마가 확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확장된 나라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소수의 지배계급이 지배하는 과두정 보다는 한 사람에게 힘을 집중시키는 제정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옥타비아누스는 그런 카이사르의 청사진을 그대로 실행에 옮겨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옥타비아누스가 단순히 카이사르의 계획 속에서 움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카이사르가 짠 계획은 분명히 단순한 수재 정도의 인물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악한 옥타비아누스는 최상의 인물이었다. 아직도 제정에 알레르기를 느끼는 지도층을 충분히 감안하여 전체적인 판도는 제정을 향하고 있되,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설마’라는 마음을 심어주는 옥타비아누스의 계획은 주도면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동시에 로마 자체의 힘은 더욱 강대하게 만들어가는 그의 정치력은 분명히 카이사르에 밀리지 않는 능력을 보여준다. 카이사르의 시대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한 로마가 옥타비아누스를 통해 안정화되어가는 이 시는 분명한 ‘팍스 로마나’의 시대라 불러도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와는 다르게 후계자를 정함에 있어 혈연에 아주 집착한다. 그러나 옥타비아누스가 아내와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자식은 딸 하나가 고작이었는데, 그 딸의 아들들, 즉 외손자 둘 또한 젊은 날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여러 정황상 어쩔 수 없이 양아들 티베리우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정하게 되는데, 혈연에 집착한 그는 티베리우스를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다행이었던지 불행이었던지 70세가 넘게 장수한 옥타비아누스 덕에 로마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게 되었고, 티베리우스는 발칸지역의 반란을 제압하며 옥타비아누스와의 신뢰를 회복한다.

2011.10.27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우선적으로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지금의 상황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 묵념.

좋은 부분부터 말해보자. 어쨌든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너무 잘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라,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라, 가족을 사랑하라 등등 논쟁의 거리가 없는 진리(처럼 보이는 일들)조차 우리는 잘 행동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씩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을 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배경이 좋으면 좋을수록 우리는 그런 말들에 쉽게 감동한다. (역시나 수행의 문제는 나중인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갖는 유일한 존재 의미일 것이다.

반면 이 책은 실은 어쩌면 자원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구태의연한 말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돌려 말한다만 그렇다고 그런 말들에 우리는 쉽게 감동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도 많이 들어온 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런 말들을 듣고 감동하는 사람을 욕하거나 낮추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이 맘에 들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뜻대로 사는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갖는 하나의 속성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물론 훌륭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해 좋은 학교에 갔고, 유학도 갔고, 지금은 교수를 하고 있고, 책도 엄청 많이 팔린다.(=돈도 많다.) 그런 사람이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까지 말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부조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설교한다.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나 봐, 교수 됐잖아. 그러나 우리는 오늘 당장의 점심 메뉴조차 마음대로 고르지 못한다. 대리님 어떤 거 드시고 싶으십니까. 우리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해진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드는 것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여 성공한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쨌건 나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일 지라도 많은 것을 짊어지고 참고 견디며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도 어쨌건 인생이라는 긴 게임을 나름의 인고와 고민들로 가득 채운 사람들이다. 어떤 누구도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떠들어 댈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 쌓는 청춘을 욕하는 김난도씨의 말은 옳긴 해도 그렇게 당당 할 수만은 없다. 더해서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경제적으론 크게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도 차도 없이 통장에 500만원만 가지고 30대를 맞이한 청년 사업가가 쓰는 이런 종류의 글은 충분히 감동스러울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이라 불릴 만한 배경을 가진 아주 극소수의 사람이(그 배경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당장 현실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고 말해봐야 큰 설득력은 없다.

무튼 나는 절대로 세상엔 쉽게 사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그 말은 각자의 인생들은 존중해 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각자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대는 것은 아주 큰 ‘실례’였다고 생각한다.

2011.10.16 누가 걸어간다-윤대녕

누가 걸어간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3월

마찬가지로 논문을 이 책으로 쓰고 싶어 빌렸다. 이 책 중에서도 단연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 그리고 ‘흑백 텔레비전 꺼짐’을 통해서 논문을 쓰고 싶었다.

인간은 결국 누구나 외로운 존재다. 다들 쉬쉬하며 그것을 말하지 않거나, 외면하거나 할 뿐이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사람도 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사람은 혼자만의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해야 한다. 고독의 시간을 연체하거나 미룰 수는 있어도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올빼미 사내는 말한다.

사람이란 모든 사소한 기억의 집합에 불과해.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다보면 나중엔 누구나 같아지지. 마침내 고독만이 남게 된다구. 안 그래?

단연 앞에서 언급한 두 작품이 가장 좋았다. 다음으로는 ‘찔레꽃 기념관’과 ‘올빼미와의 대화’를 꼽아본다. 후자의 작품은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전신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올빼미는 곧 에스키모 왕자이기도 하다. 이 말은 결국 나머지 두 작품 ‘무더운 밤의 사라짐’과 표제작 ‘누가 걸어간다’ 또한 좋고 나쁨을 따지는 일 자체가 무색하다는 뜻이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다는 것은 조금 더 고독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예민한 당신이여. 그대의 다름은 결코 자랑이나 우월은 아닐 것이다. 윤대녕의 다른 글들보다 조금 더 밀도 높은 이 책에는 그것에 대한 이유들이 적혀있다고 믿는다.

2011.10.5 대설주의보-윤대녕

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그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졸업 논문을 윤대녕에 대해 쓰고 싶어서 빌린 것인데, 사정상 계획서는 하성란의 것으로 제출하게 되었다. 아마 전에 써놓은 하성란의 글로 졸업논문을 대충 때우지 않을까 싶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넘길 때마다 감동하게 되는 필력은 항상 좋지만 소재 자체엔 불만을 느끼게 된다. 내가 고지식한 탓도 있겠지만 죄다 왜 불륜 이야기인 것일까. 중년이 되면 진정한 사랑은 불륜 속에서 찾게 되는 것인데 내 나이가 적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동반하여 살아가야 하는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존재가 나이를 먹을 수록 더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인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11.9.18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차기현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
차기현 지음 / 이너북 / 2008년 7월

취업준비를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기업이 이랜드였다. 이래저래한 사정으로 나름의 인맥도 있고 경력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서류탈락.(ㅋㅋ) 서류는 붙을 줄 알고 직무적성검사 문제지도 사고 이랜드 책 두 권 빌리고, 이랜드 필독서도 두 권 빌렸다만 서류 탈락한 거 보고 책은 바로 반납했다.

어쨌든 그 뒤로 계속 이력서와 자소서를 넣고 있다.

간만에 넋두리를 늘어놓아 볼까.(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딱히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어쨌건 간에 어떤 삶을 사는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의 의미와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연재 시작한 네이버 목요 웹툰 얼룩말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어쨌건 지금까지는 특별히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혹은 그 반대로도) 제법 당당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그걸로 됐다 싶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지금의 나는 아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