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리치 세계사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7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클리퍼드 하퍼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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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이 예뻐 몇 장을 들춰봤을 뿐인데,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고민 없이 바로 빌렸다. 이 책은 세계사(라고 쓰지만 서양사라고 읽는다.) 입문용으로 아주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총 40장(1936년 초판은 39장, 1985년 재판에 마지막 40장이 추가되었다.) 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서양사 전반의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아주 간혹 중국사나 일본사, 미국사 포함) 서술하고 있다.

특히 세계사에 처음 관심을 갖는 청소년을 명확한 독자층으로 설정한 뒤 썼다고 작가 스스로가 밝힐 정도로 다른 세계사 책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쉽다. 보통 세계사 책들은 독자들의 ‘기본 지식’을 암시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반면, 곰브리치는 자신의 아들 혹은 손자에게 직접 말하는 투로 사건들을 서술해 나간다. 물론 450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책이지만, 세계사의 많은 부분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엔 필연적으로 굵직한 사건들만 요약적으로 정리해나가야만 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세계사의 시각을 보여준다. 일테면 로마인은 정복만 아는 야만인이고, 그리스인은 철학과 학문만 파고드는 개인주의자이다. 또한 몽골족은 오로지 파괴만을 일삼는 전투종족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들 말이다. 사실 어찌 보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견해가 오히려 나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에 대해 서양인들보다 조금 더 잘 알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우리들의 시각에서는 곰브리치의 동양에 대한 서술은 어쩐지 찜찜하다. 집필 연도 자체가 동양과의 수교가 여러 가지 의미로 부족했을 1930년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게도 느껴지는데, 이 책 속의 중국은 오묘한 음양 무늬 속의 상상 속 나라만 같이 느껴진다. 일본에 대해서도 서양인들이 갖는 막연한 호의적인 환상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나 대만, 중국의 만주국 등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파렴치한 만행들은 전혀 서술되지 않고, 오로지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흡수한 그들의 민족적 (긍정적인)특성만을 강조한다. 정보의 부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이 서양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세계사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역사책이 가진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갖는 장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전체적으로 이 책은 세계사에 대해 상당히 올바른 시각을 가진다. 중국의 발명품들(종이, 나침반, 화약 등)이나 인도와 아랍 세계의 학문과 문물들이 서양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담담히 인정한다. 또한 서양 사회가 끼친 만행들-아메리카 정복이나 봉건시대의 무의미한 싸움들, 노예, 농노제의 부조리, 제국주의 열강들의 제 3세계 침략-에 대해 비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또한 막연한 시각이긴 하나 종종 등장하는 인도와 중국 등의 서술 또한 상당히 객관적이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상당히 괜찮은 견해를 갖게 하는 좋은 서술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이 쓰여진 당시-39장까지-의 이야기들이다. 1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뒤인 이 때 유대인인 곰브리치는 자국이었던 독일을 벗어나-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운 좋게-영국에 체류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특히나 그 39장(그리고 40장을)을 집중하여 읽었다. 유대인이긴 하지만 분명한 독일의 국민답게 그 전까지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 보다는 독일에 상당히 더 정확하고 자세한 서술을 해왔지만, 당시는 나치의 집권 기간이었다. 조국과 민족 사이에서 그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조금 거리를 두는 결정을 내린 듯하다. 39장의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 개인적 감정을 뺀 듯 한 객관적 서술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렇게 나치스와 히틀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음에도 이 책은 발간 당시 독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유대인에 대한 서술 따위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1985년 재판을 낼 때 추가한 40장 또한 아주 흥미롭다. ‘회고’라 이름붙이 이 40장은 39장까지의 이야기 이후의 세계사를 다룬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후기에 가까운 이 40장은, 39장까지의 서술 중 정정하고 싶은 부분을 간단히 지적하고, 인류가 20세기에 한 여러 가지 ‘큰 실수’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마지막 40장이 감명 깊게 읽힌 까닭은 무엇보다 이러한 작가의 촌스러우리 만치 빤한 말들이, 그런 만큼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실수’를 해대는 인류에게 있어서는 그런 빤한 말들은 여전히 진리가 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책을 읽던 그 순간이었지만, 읽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만한 세계사책을 알게 되어다는 것이었다. 또한 첫 세계사 교육의 중요성 또한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처음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우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면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갖게 되는 역사에 대한 첫인상일 것이다. 나는 그래도 고등학교 때 그럭저럭 괜찮은 선생님 밑에서 배웠기 때문에(물론 내가 역사 자체에 흥미가 많이 있었다는 게 크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이런 것들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그것들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면 그 뒤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점에서도 곰브리치는 이 책을 통해 일종의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그는 이 책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가볍고 재밌게 읽어도 좋으며, 무엇보다 이를 읽고 난 다음 제대로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그것을 억지로 외우려 하면 고역이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이것저것 책을 읽곤 하지만 그것들에 대해 외우고 있거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게 되는 것이고 그걸로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지금까지 흥미가 없었던 사람들도 이 책을 가볍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어쨌거나 이러한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삶과 인생 그리고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른 시야를 얻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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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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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게 한 작가의 첫 장편이다. 박민규가 욕한 적 있는 한국 문단의 ‘시스템’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독자는 몰라도 ‘문단’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한 작가는 주요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한 후 각종 계간지에 단편 몇 편을 게재해 단편집을 출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수순은 단편집을 한 권쯤 더 내거나 한 뒤에, 최종적으로는 계간지에 장편을 연재해 그것을 책으로 낸다. 그 뒤에야 비로소 그 작가는 온전히 한국 ‘문단’에서 작가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뭐 요즘이야 신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장편 문학상도 많이 생겨나고, 확실히 예전에 비해 작가로서 데뷔할 무대가 많아졌다고도 볼 수는 있지만, 여전히 저런 암묵적인 ‘전통’에 따라 작가로서의 성인식을 확실히 치른 작가들이 적어도 문단에 있어서만큼은 더 대우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바로 김애란이 딱 이 작품을 통해 그 ‘성인식’을 치뤘기 때문이다.

달려라 아비와 침이 고인다를 통해 단편을 쓰는 작가로서, 소설가로서의 김애란은 분명히 입지를 굳혔다. 나 또한 저 두 권의 책을 아주 재미있게 봤고, 그녀가 충남(서산)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 ‘두근두근 내 인생’은 아주 별로였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장편을 냈던 천운영의 잘가라 서커스의 경우는, 읽고 나서 그간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표절’의 오명을 단박에 씻겨주는 책이라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김애란의 이 책은 읽는 내내 별로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녀의 많은 장점들 중 이 책에 남은 것은 재치와 위트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작품 자체가 헐렁하다 보니 그것은 실없는 농담으로밖에 안 느껴졌다. 전체적인 플롯은 엉성하기만 하고, 설익기만 했다. 말하려는 것도 잘 모르겠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 자체도 설득력이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이야기’자체가 이 소설에서는 흐릿하다. 이따금씩 번뜩이는 문장이 나올 때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이렇게 재능 있는 작가가 왜 이런 ‘습작’을 출판했을까 하는 기분뿐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이게 이렇게 끝나는 건가, 이렇게 끝나도 되나 싶은 허망함만 느꼈다.

계속해서 안 좋은 얘기만 줄줄 늘어놓는 것 같지만 이게 내 감상이라는 데는 더 말할 여지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계속해서 문학은 잘 안 읽고 있는데, 이 책이 그 기세에 더욱 불을 붙여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애란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아마 그녀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나는 그것을 또 읽게 될 것이다. 적어도 단편집 두 권에서 보여준 그녀의 글쏨씨는 ‘진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욕을 쓰지 않고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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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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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악명 높은 황제들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선입견을 갖는다. 유명한 인물일수록 실은 사람들이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 한 경우가 많고, 또 알고 있다 하더라도 왜곡된 면이 상당히 많다. 특히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로 분류되는 사람의 경우는 그 위대함만,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의 경우는 악함만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이 7권은 특히 그런 악명이 높은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은 그간 다소 잘못되어 있던 관점들에 대한 옹호다. 여기 나오는 네 명의 황제 티베리우스, 칼리쿨라, 클라우디우스, 네로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네로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우리의 시각이 그간 얼마나 편협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나도 네로 말고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철저히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에 따라 그들을 판단하게 되었는데, 이미 그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는 그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가까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비교를 해 본다면 보다 이해는 쉬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악한 왕으로 생각하는 태종 이방원을 생각해보자. 그가 아버지와 형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일이나, 정도전과 같은 개국 공신들을 죽인 일들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인해 그는 항상 권력욕에 심취한 악명 높은 왕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그가 펼친 정치와 왕권 강화, 명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 등은 그를 단순한 ‘악당’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훌륭했다.

반면 누구나 위대한 왕으로 생각하는 세종을 생각해보자. 물론 나도 국문학도로서 특히 그를 존경하고 있으며 그가 펼친 정치와 치세는 단연 위대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명나라를 상대로 한 치욕적인 외교 등을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과는 상관없이 시대가 지날수록 사람들의 선입견은 더욱 견고해진다. 그리고 그 방향은 악명 높은 사람들은 더욱 악명 높게, 선정을 베푼 사람들은 더욱 선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경우도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냥 전투를 좋아하는 폭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철저한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척 놀랐다.

그리고 이 7권은 그 네 황제를 다소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제공한다.(하지만 역사책을 읽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갖게 된 역사에 대한 인식은 철저히 글쓴이의 시각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글쓴이가 거짓을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때론 아주 슬프게 느껴진다.) 특히 티베리우스의 경우는 그 위대함을 압도적으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못지않은 훌륭한 황제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디우스의 경우도 다소 실책한 점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아주 올바른 치세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특히나 많은 악명에 시달렸던 칼리굴라와 네로의 경우도, 그간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심한 망나니뿐 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경우는 어린 나이에 황제 자리에 올랐다는 점, 제위 초반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점, 살해(자살)당해서 제위를 빼앗겼다는 점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 물론 통치 후기로 갈수록 이 두 사람이 많은 실수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토록 심한 오해와 악명에 시달린 것은 어쩌면 통치 초반 그들이 큰 인기를 얻은 것과도 크게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지내고 좋아했던 사람의 실수는 어쩌면 그 주변의 사람들이 더 용납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예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을 때 가장 앞에 서서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 칼리굴라와 네로의 경우도 그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로마 시민들에 의해 더 많은 악평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악평들은 커져 가고 시대가 지날수록 강렬한 이미지 한 두 개만 남게 되는데 그것들은 결국 좋지 않은 소문일 뿐이다.

어쨌든 카이사르-아우구스투스-티베리우스에 의해 개국 이래 가장 번성했던 로마는 네로의 실정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맡게 된다. 다음 권에서는 그 위기들과 그것을 극복하는 로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재미있는 이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항상 너무 기대되며 설렌다.(이것은 내가 로마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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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박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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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모로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아져서 읽어보고 있다. ㅈㅇ형도 곧(5월경?)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그곳으로 떠날 듯하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에서의 삶 따위에 대해 많은 흥미가 생긴다.

어쨌든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은 외국은 단지 여행이기 때문에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었다. 외국에서의 삶도 새롭고 흥미롭겠지만, 거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드물다. 새로운 말을 익히는 것과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것부터 시작해서 걱정거리가 가득하고, 또한 필연적으로 찾아 올 외로움을 나는 견딜 자신이 없단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캐나다나 호주 등은 기본 시급이 아주 높아 아르바이트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길 듣고는 1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벌어야 될 돈이고 비슷하게 벌 수 있다면 외국에서 1년쯤 고생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 아닌가. 목적이 없는 삶은 고단할 뿐이다. 여행은 그 자체로 목적과 과정이 일치하기 때문에 아주 즐거운 것인데, 여행이 생활로 변하는 순간 그 즐거운 감정마저 사라질 것이 두렵다.

다만 내가 가진 자격지심(외국 다녀 온 사람들을 대할 때의 나) 때문에 외국에 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에 대해 초연해 지려면 그것에 대한 많은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듯하다. 나는 외국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자신감이 없다. 26살이 되어서야 겨우 외국 나가 본 사람의 속은 좁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 팽개치고 나갈 자신도 없다. 이렇게 글이 두서없는 이유는 늦은 밤이기도 하거니와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소하지만)유용한 정보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한 흥미 정도만 있는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흥미가 떨어진다. 여행책자로도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작가의 캐나다의 삶을 엿보기에도 어중간하다. 제목 그대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고 생각중이거나 갈 준비 중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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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1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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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시리즈의 첫 번째 권. 도쿄에서는 이런 저런 글들도 많았고 앞에 있던 짧은 소설도 아주 좋았던 반면에 이 책은 그리 볼 것이 없다. 사진이 태반인데 그 사진엔 큰 관심이 가지 않고 짧은 소설도 별로였고, 에세이도 별로였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와 <여행자 도쿄>의 경우는 아주 좋았으니 추천하지만 이 책은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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