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일본문학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헤어 나온 후부터는 일문학을 잘 읽지 않고 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요시다 슈이치만은 꾸준히 찾아본다. 그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퍼레이드>가 준 감동을 잊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 요시다 슈이치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 준 작품은 <퍼레이드>였고 언젠가 그 능력이 다시금 발휘될 거라고 기대하며 다시금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의 다른 책들 중에도 좋은 작품은 많았고, 단순한 기대감만으로는 그의 다른 책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교적 최근에 읽었다고 할 수 있는 <요노스케 이야기>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이 책은 요시다 슈이치가 특유의 시선과 감수성으로 쓴 ‘온천’과 ‘사랑’에 관한 작은 소품집 정도로 읽었다. 최근에 책을 좀 덜 읽는 것 같아서 일부러 얇은 걸로 빌렸는데, 그런 만큼 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물론 책이 꼭 얇다고 밀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가볍게 독서를 하고 싶을 때 빌려 읽는다면 좋을 법한 짧은 이야기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반복하며 읽을수록 내 머리 속에 그 작가의 모습은 점점 구체화되어 간다. 김영하의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늘 하나의 큰 줄거리를 중심으로 여러 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이 김영하 장편의 특징이다. 그리고 큰 줄거리와 작은 줄거리들은 모두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기 위해 구성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들은 물론,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검은 꽃’도 읽다보면 결국 현재를 이야기하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북 북단과 간첩, 이념과 지금 한국의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 등을 가는 특유의 키치적인 감성으로 이야기한다. 촌스러웠던 90년대의 후일담 문학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의 소설 속에서 80년대부터 흘러 온 현대사를 담담하고도 냉소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입가엔 슬며시 흘러나오는 헛웃음이 맴돈다. 특이 이 웃음은 작품의 마지막부분-마리와 기영의 다툼-에서 극대화된다. 기영과 마리의 비극적인 동시에 희극적인 만남과 대화에서 오는 부조리에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는 이 장면을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늘 벌여놓은 광대한 이야기들을 잘 수습하지 못한다고 느껴졌던 작가의 여타 작품들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이,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쨌건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여러 분야와 종류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들려주는 작가의 필력에 대해서는 존경과 감사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론 김영하의 신작이 발간되는 즉시 읽어볼 결심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에 한, 두 권 정도 성석제의 책을 읽어보긴 했었지만, 당시의 기억으론 무척 읽기 힘들었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성석제의 책이 좋다는 말을 들어 오랜만에 한 번 읽어보려 책을 빌렸다. 예전에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책(혹은 작가)을 다시 읽을 때의 기분은 무척 복잡하다. 그동안 쌓은 내 독서의 이력이 얼마 만큼인지를 판가름할 기회이기 때문이리라. 이번엔 어땠을까. 다행히 결과는 무척 좋았다. 

 

성석제가 가진 그만의 매력과 소설의 완성도에 무척 감동했기 때문이다. 수다스러운 그의 문체는 과거엔 장황하기만 하다는 생각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문장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며 읽었다. 섬세한 소설의 소재들을 과거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 사소한 것들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읽을 수 있었던 내 자신에게 감사했다. 그동안 헛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어떤 작가든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은 글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철저히 독자의 능력이다. 정말로 좋은 책은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 독서가 재미있는 것은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선 독자도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3~4월에 걸쳐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이달 초에는 그 노력이 조금 줄어들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세상에는 책 말고도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다. 책은 이제 시간 날 때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봐야하는 매체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굳이 시간을 내어 가며 책을 보는 이유는 명징하다. 단순한 재미와 자극 이상의 것이 책 안에는 있다고 믿는다. 언젠간 철학이나 깊은 수준의 인문학 관련 서적도 재미를 느끼고 감동하며 읽고 싶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 책을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초기작은 어쩐 일인지 읽기가 힘들다. 너무 실험적이어서 그런 걸까. 대충 읽은 탓인지 특별한 감흥이 남지 않아 더 많은 말을 적지 않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현재 한국 문단을 대표할 수 있는 작가를 말하라고 하면 나는 단연 김영하를 꼽을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윤대녕이나 하성란을 더욱 좋아하지만, ‘현재의 한국문단’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김영하밖에 뽑을 사람이 없단 생각이 든다.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 등의 저술 활동은 물론, 얼마 전까지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기도 했고 현재는 외국에 나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나 그가 가진 특유의 상복은 정말이지 놀랍기만 하다. 한 소설가가 수상할 수 있는 모든 상이란 상은 전부 수상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은 결코 거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영하는 문학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온 지는 좀 되었고,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책인데 책을 전부 읽고 나면 그런 수상 실적에 아무런 이견의 여지는 없다. 소설 자체의 재미는 당연한데다가, 20세기 초반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라는 아주 재미있지만 다루기 힘든 소재를 너무도 잘 풀어냈다. 섬세한 역사의 진실과, 적당하고 타당성 있는 허구가 섞여 이야기는 너무도 재미있게 흘러가는데 읽고 있노라면 이것이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그때야말로 소설이 정말 큰 힘을 갖게 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이런 소설을 써주어 감사하단 생각을 했다. 

 

당분간은 김영하의 모든 책을 읽고 싶다. 이상하게 그동안 김영하의 소설을 조금씩 피해왔는데, 최근 읽은 두 권의 책은 너무나 좋았다. 재미있는 책을 읽는다는 건 너무나 좋은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