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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반복하며 읽을수록 내 머리 속에 그 작가의 모습은 점점 구체화되어 간다. 김영하의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늘 하나의 큰 줄거리를 중심으로 여러 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이 김영하 장편의 특징이다. 그리고 큰 줄거리와 작은 줄거리들은 모두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기 위해 구성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들은 물론,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검은 꽃’도 읽다보면 결국 현재를 이야기하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북 북단과 간첩, 이념과 지금 한국의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 등을 가는 특유의 키치적인 감성으로 이야기한다. 촌스러웠던 90년대의 후일담 문학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의 소설 속에서 80년대부터 흘러 온 현대사를 담담하고도 냉소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입가엔 슬며시 흘러나오는 헛웃음이 맴돈다. 특이 이 웃음은 작품의 마지막부분-마리와 기영의 다툼-에서 극대화된다. 기영과 마리의 비극적인 동시에 희극적인 만남과 대화에서 오는 부조리에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는 이 장면을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늘 벌여놓은 광대한 이야기들을 잘 수습하지 못한다고 느껴졌던 작가의 여타 작품들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이,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쨌건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여러 분야와 종류의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들려주는 작가의 필력에 대해서는 존경과 감사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론 김영하의 신작이 발간되는 즉시 읽어볼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