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과거에 한, 두 권 정도 성석제의 책을 읽어보긴 했었지만, 당시의 기억으론 무척 읽기 힘들었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성석제의 책이 좋다는 말을 들어 오랜만에 한 번 읽어보려 책을 빌렸다. 예전에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책(혹은 작가)을 다시 읽을 때의 기분은 무척 복잡하다. 그동안 쌓은 내 독서의 이력이 얼마 만큼인지를 판가름할 기회이기 때문이리라. 이번엔 어땠을까. 다행히 결과는 무척 좋았다.
성석제가 가진 그만의 매력과 소설의 완성도에 무척 감동했기 때문이다. 수다스러운 그의 문체는 과거엔 장황하기만 하다는 생각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문장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며 읽었다. 섬세한 소설의 소재들을 과거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 사소한 것들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읽을 수 있었던 내 자신에게 감사했다. 그동안 헛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어떤 작가든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은 글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철저히 독자의 능력이다. 정말로 좋은 책은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 독서가 재미있는 것은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선 독자도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3~4월에 걸쳐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이달 초에는 그 노력이 조금 줄어들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세상에는 책 말고도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다. 책은 이제 시간 날 때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봐야하는 매체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굳이 시간을 내어 가며 책을 보는 이유는 명징하다. 단순한 재미와 자극 이상의 것이 책 안에는 있다고 믿는다. 언젠간 철학이나 깊은 수준의 인문학 관련 서적도 재미를 느끼고 감동하며 읽고 싶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 책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