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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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의 바다>감상에 남은 온다리쿠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썼는데, 다 의미 없는 걱정이었다. 이번 책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단편집이라곤 하나, 굳이 이름을 가지고 말하자면 단편모음집이라고 할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단편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초능력을 지닌 ‘도코노’일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이 책 한권이 일종의 프롤로그적인 성격을 가진다. 도코노 일족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데, 후기를 읽어보니 이 뒤에 두 권의 시리즈 장편이 더 출간되었다고 한다. 온다 리쿠의 다작은 정말로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장르 문학의 경우는 대부분 이야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너무도 즐겁고 흥미롭지만, 알 수 없는 허무가 남는다. 그것은 아마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고뇌가 없기 때문일 듯한데,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그런 인물들의 감정을 너무도 잘 포착해낸다. 이 작품집에선 특히 ‘검은 탑’이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 내 감동을 주었다.  

너무나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오늘 도서관 가서 책을 반납하면서 도코노 시리즈의 나머지 두 권을 빌려왔다.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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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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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시리즈 2권. 1권에서 (일단은)성공으로 끝난 1차 십자군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서, 2권에서는 그 후 이야기-이스라엘 왕국의 진행과 이슬람 세력의 반격>2차 십자군>살라딘의 등장-가 진행된다.  

 

역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극적인 역사일수록 흥미는 더욱 커진다. 물론 그것을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저 일어난 일들일 뿐인데, 단지 후대의 사람들이 그것을 톱니처럼 맞추다 보니 더욱 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 본 결과 역시 우연이 겹쳐져 일어난 일들이지만 극적일 수밖에 없는 역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십자군 이야기 2권에 나오는 살라딘의 이야기도 그렇다. 

 

늘 십자군에 관한 것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알지 못했는데-초기 십자군은 성공적이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타락하였다는 정도-그것들의 자세한 진행들을 읽고 있으니 너무 재미있다. 특히 요즘은 가벼운 소설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무언가 독서의 결핍이 있었는데, 조금 중량 있는 책을 읽으니 그것도 해소되는 기분이다. 3권이 조금 두꺼워 1, 2권을 빌릴 때 걱정했지만, 이런 재미라면 3권도 즐겁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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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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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빌리러 갔다가 뭘 빌려야할지 모르겠어서 이제 그만 읽어도 괜찮겠다 싶은 온다 리쿠의 책을 빌리게 되었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 중에서 미스터리/추리 쪽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이 단편집을 빌렸는데, 빌린 이유의 8할 이상은 이 안에 수록된 <피크닉 준비>때문이었다. 

 

온다 리쿠의 책에 대한 감상을 쓸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가 그녀의 최고 작품은 <피크닉>이라는 것 인만큼 내 <피크닉>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리고 이 작품집에 수록된 <피크닉 준비>는 <피크닉>에 대한 프롤로그 격인 작품이다. 사실 이 단편집 자체가 온다 리쿠가 쓴 독립적인 단편들도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다른 작품들의 b-side같은 것들이 많다. 다른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짤막한 에피소드나 <피크닉 준비>같은 프롤로그 작품들이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집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독립적인 작품의 경우는 그녀의 작품을 전에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공포/추리/미스테리 작품인 반면, 다른 작품들의 곁가지는 그 작품들을 읽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물론 그녀의 전작들을 읽었다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기에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대다수의 독자를 생각하면 이것은 한계인 것이다.  

 

나도 그녀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한계로 다가왔다. 특히나 앞서 말한 대로 추리/미스터리 장르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힘들게 읽었다. 하나의 작품에 재미를 느껴 흥미가 갈 때쯤 다른 작품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흐름이 끊기기 쉬웠다. 사실 이번에 빌린 세 권 중 두 권이 온다 리쿠의 단편집인데, 나머지 하나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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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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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는 인기가 많아 예약하지 않으면 빌려 볼 수도 없던 책인데, 고작 2년이 흘렀다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책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은 놀랍다. 

 

시간의 흐름은 놀랍다. 900여 년 전에 일어난 십자군 전쟁이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그 사실이 놀랍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야 워낙에 그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니 그녀가 이런 책을 내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혹평이든 호평이든 여러 가지 말들이 끊이질 않았던 로마인 이야기를 완결내고서는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했는데, 그녀는 여전히 유럽사 책을 낸다. 그녀의 학자, 작가로서의 노력은 분명한 존경심을 표할만하다. 이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워낙에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이전에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글솜씨가 좋았다. 친절한 설명과 비유들은 그녀가 말하는 역사를 이해하기에 너무도 좋은 매개체가 된다.  

 

역사를 읽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마 생소함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유럽인데다 몇 백 년이나 지난 옛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생소한 인물과 나라와 용어들이 쏟아지니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역사 읽기는 가볍게 읽는 것이다. 잘 모르는 인물이나 용어가 나와도 대체적인 흐름만 유지할 수 있으면 가볍게 읽고 넘기는 것이다. 독서는 공부가 아니다. 꼭 모든 인물과 사건을 파악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그렇게 한 권, 두 권의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지식이 쌓이게 되는 것이고, 그런 후에는 역사책을 읽는 데 더욱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십자군 이야기>시리즈의 1권은 최초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의 흐름을 말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어, 또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었는지, 아랍 세계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2권부터는 아마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 따르면 그 십자군 전쟁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 지에 대해 말하게 될 것 같다. 로마인 이야기는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은 3권이니 끝까지 읽어봐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하며 1권 감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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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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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작품은 긴밀한 관계에 있지만 그 둘이 꼭 같을 수는 없다. 단지 작품이 한 예술가의 모습 그대로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훌륭하다고 해서 꼭 예술가까지 훌륭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 반대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예술가와 그의 작품 모두가 훌륭하다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김수영이나 윤동주와 같은 작가들이 바로 그렇다. 그들은 인품은 물론 작품까지도 모두 훌륭하다. 작품은 훌륭하나 작가의 인격에 의심이 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느꼈을 때는 하루키가 대표적이다. 그의 소설들 중 몇몇 작품은 내 인생의 책들로 꼽아도 좋을 만큼 좋아하지만, 그가 수필들에서 보여준 인간성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반면 김중혁은 사람 자체는 참 좋은 거 같은데, 늘 그 작품이 아쉽다. 

 

김중혁의 많은 책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수필들에서 본 그의 성격은 참으로 좋았다. 가짜 여유가 아닌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 하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그가 소설들에서 보여 준 필력은 늘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문장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이 그렇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상상력은 재기발랄했지만, 잔뜩 벌여 놓은 이야기를 채 주워 담기도 전에 책은 끝난다. 책을 읽다 남은 페이지를 보면서 설마 이렇게 끝내는 건가, 싶었는데 그렇게 끝내더라. 사람의 인생에는 사실 복선 같은 게 없다. 아무런 의미 없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건들은 복선이라 부를 수 없고, 어떤 일이 다음 일로 이어지는 사건들은 복선이 아니라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소설에 있어서는 모든 사소한 사건들마저 복선이 되어야만 한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한바탕 쏟아낸 이야기들은 갈 길을 잃고 좀비처럼 방황한다. 그리고 죽지도 살지도 않은 채 그렇게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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