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구조 교과서] 리뷰

다리 구조 교과서 - 문명의 위대한 중개자, 교량의 진화와 구조역학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시오이 유키타케 지음, 김정환 옮김, 문지영 감수 / 보누스 / 2017년 10월

정말 제목만큼 정직하고 또 (의외로) 흥미로운 책이다. <다리 구조 교과서>는 이 세계에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다리bridge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내용과 형식이 실로 '교과서' 스럽기 때문에, 책의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저자 시오이 유키타케는 1장에서 다리의 역사와 다리의 정의, 그리고 다리의 기본 정보에 대해 말을 해준다. 그런 다음 2~7장에 거쳐 다양한 형태의 다리에 대해 소개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본문'이라고 할 법한데, 이곳에서 아치교, 형교, 트러스트교, 라멘교, 현수교, 사장교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은 이 다리를 만드는 원리와 하중을 지탱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이 부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그냥 흥미로만 후루룩 봤다.) 난 뒤, 이러한 종류에 속하는 다양한 다리를 사진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좋은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그런지, 서양에 있는 각종 다리는 물론 동양 3국(한, 중, 일)의 다리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저자가 한 것인지 출판사(편집자) 측에서 책을 보강하는 측면에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책이 아주 풍성하고 가깝게 다가온다.(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것이니만큼) 그리고 마지막 8장은 다리의 제작 원리(다양한 공사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사실 전문 지식이 없어 적당히 넘기며 보았다.


어쨌건 제목만 본다면 흥미도 들지 않고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책인데, 막상 보면 의외로 교양서로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 자체가 (표지는 제외! 표지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진짜 '교과서'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내지 디자인을 조금 부드럽게 했음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고스트] 리뷰

고스트 ㅣ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1월

<고스트>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그래픽 노블이다. 우선 단순해 보이지만 묘사가 잘 되어 있는 그림체부터, 성장 이야기의 냄새가 물씬 나는 플롯까지. 이 책은 성인이 봐도 재미있긴 하지만, 아마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봤을 때 정말 흥미롭고 가슴 뛰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 ‘카트리나’의 가족은 카트리나의 여동생 ‘마야’의 병(낭포성 섬유증) 때문에 자연 환경이 좋은 미국 북부 해안가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된다.(이곳은 작가가 살았던 곳과 비슷하다고 한다.) 미국 북부에 있는 바다마을이기 때문에 해(채광)도 많이 안 나고, 안개도 많고, 친했던 친구들과도 멀어져야 해서 카트리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불어 이곳이 멕시코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멕시코 문화가 짙게 남아 있는 곳이라는 점도 싫다. 그 덕분에 이곳은 미국의 전통적인 명절인 '핼러윈' 대신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다른 명절을 지낸다. 유령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라고 하는데, 카트리나는 그 이야기도 섬뜩하게만 느껴진다. 


<고스트>가 재미있는 부분은 만화(그래픽 노블)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카트리나가 이사간 곳에서는 유령-죽은 자-을 만날 수 있는 축제(명절)가 벌어진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어린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면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었을 것이다. 단순한 환상과 상상력의 영역 말이다. 하지만 <고스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족과 죽음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카트리나의 동생 마아가 가지고 있는 지병에 대한 이야기부터 카트리나의 어머니와 할머니에 얽힌 이야기까지, <고스트>는 단순히 애들용 책으로만은 볼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 독자가 봤을 때도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며 감동적이다. 만화나 그래픽 노블에 대한 편견-애들이나 보는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1일 1드로잉] 리뷰

1일 1드로잉 - 펜 하나로 쓱, 여행 드로잉 어반 스케치
수지 지음 / 책밥 / 2017년 9월

<1일 1드로잉>의 작가는 펜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펜으로만 그린 펜화를 아주 좋아한다. 색을 입힌 그림이나 연필같은 걸로 그린 그림도 멋지긴 하지만, 펜의 선으로만 표현한 펜화 특유의 매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펜화를 연습하고 싶은데...게으름 때문인지 잘 안됐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펜화를 연습해보려고 한다.

사실 펜화가 어려운 것은 한 번 선을 그으면 수정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그림을 배우고 형태를 관찰해 펜으로 그림을 그려가는 초반에는 이렇게 수정이 어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초반부에는 우선 재료의 설명부터 들어간다. 당장 따라그리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펜의 종류와 특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들어간다. 그림 그리기도 초반부에는 간단한 선긋기, 원그리기, 사각형 그리기 등 기초 손풀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물건(?)을 그리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독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나의 물건을 그리는 데 자세한 설명과 과정을 보여준다. 이론과 실습이 잘 설명되어 있어 초보자도 따라하기 편하다는 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리는 사람의 의욕일 것이다...ㅠㅠ) 

뒷부분으로 갈수록 심화과정이 된다. 단순한 사물 하나(컵같은 것)를 그리는 것을 넘어 여행가서 풍경을 그리는 방법 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그리는 것을 넘어 내가 그린 것들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책으로 만들기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사실 이런 책은 어쩐지 작가가 자신의 그림 실력을 뽐내기 위해 낸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잘 그린 멋진 그림이 책에 가득하기는 한데, 따라 그리는 입장에서는 어렵고 난처한 경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 달리 설명도 잘 되어 있고, 구성도 상당히 훌륭하다. 혼자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의욕넘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게으른 사람은 학원에 다니도록 하자...)

[도그맨 1 : 합체 영웅의 탄생] 리뷰

도그맨 1 - 합체 영웅의 탄생 ㅣ Wow 그래픽노블
대브 필키 지음, 심연희 옮김, 호세 가리발디 채색 / 보물창고 / 2017년 11월

'로보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고로 다친 사람을 개조(사이보그화)하여 기계+인간 형태의 아주 강력한 경찰을 만든다는 영화였는데,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그래픽 노블은 어떤 면에서 '로보캅'을 떠올리게 한다. 

힘은 아주 세지만 머리는 좋지 않은 경찰 '나이트'와, 머리는 정말 좋지만 개라서 힘이 약한 '그렉'은 폭팔 사고로 크게 다친다. 죽음의 위기를 오가던 두 존재(?)는 한 의사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몸이 합쳐지게 된다. 그렇게 '그렉'의 좋은 머리와 '나이트'의 좋은 몸이 합쳐진 '슈퍼 경찰'이 탄생하는데... 그게 바로 책의 제목과 같은 '도그맨'이다. 

'로보캅'과 비교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로보캅'처럼 어두운 작품은 아니다. 대체로 밝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도그맨'이 그 사건을 처리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톰과 제리'나 '파워퍼프걸', '덱스터의 실험실'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이 책은 그런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된 미국산 만화영화와 닮아있다. 

당장은 어린이가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속을 살펴보면 다소 잔인하며 폭력적인 묘사가 있다. 하지만 그림체가 귀여워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다.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 '패티'와 그것들을 척척 막아내는 '도그맨'을 보는 게 바로 이 만화의 매력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주 독자가 어느 층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좋은 것 같고, 성인이 보기에도 괜찮아보이는데, 책의 디자인이나 겉모습은(서점에서 판단하게 되는 점) 어른이 보기엔 다소 유치해보이고, 어린이가 보기엔 다소 진지해보인다. 그 점을 조금 더 확실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찾아보니 보물창고(푸른책들)에서는 이런 그래픽 노블을 계속 출간할 예정인 것 같다. 앞으로 출간 예정인 작품들 <학교에서 살아남기> 와 <오 마이 캐릭터> 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데, 기억에 넣어두어야겠다.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리뷰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진실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사건 때 주목했던 큰 비리 중 하나는 정경유착형 비리였다. 정부에서 정치 권력을 기반으로 기업에게 '삥'을 뜯고, 기업은 그 '상납'을 토대로 또 다른 '혜택'을 받았다. 정말 충격적이고 문제가 있는 사건이었지만, 사실 많은 한국인들은 그 사건에 그리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증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고 그런 일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다들 짐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뭐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것은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다. 기업들이 부조리한 구조와 형태를 통해 고객과 정부, 직원들에게 많은 착취를 해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 기업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다. 그러면 그 기업들(주식회사)은 언제부터 그렇게 썩었고, 그런 구조들을 통해 유지를 해 온 것일까? 이 책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그런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구조를 갖춘 기업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 중반(영국의 머스코비 회사)이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기업가와 자본가들은 주식회사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은 돈을 더 쉽고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전체적인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지만 시장이 유한해지며 성장은 더욱 힘들어졌다. 매년 최악의 경제 불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다양한 사례와 현상, 역사를 통해 주식회사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 도표 자료 등은 덤이다. 이 책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구조적 한계에 다달았다고 한다. 기업의 비리, 빈부의 격차, 채무의 증가, 인구 증가 감소 등은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절망적인 현실의 분석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이 책은 종장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