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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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까지는 그럭 저럭 읽었지만 뒤쪽은 읽는다, 라고 표현하기 미안하게 읽었다. 글씨를 읽기는 하는데, 머리에 넣진 않았고, 글씨가 부웅 떠 보였다. 그래도 의무감을 가지고 꾸역꾸역 읽었는데, 뭐 한 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이야기도 전혀 기억이 안난다. 요즘 그런 시즌이긴 하지만 자신이 병신같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나마 본 부분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문체를 먼저 이야하고 싶다. 한 소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이야기가 따라오는데, 그게 철저하게 짜여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허겁지겁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일관성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다.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부러 그런 짧은 일화들을 엮어서 화자의 아버지를 이야기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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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낚시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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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영화산문집 첫번째. 시네 21에 연재를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약간 차가운 말에 조금 반감을 갖게 되었지만 본문의 내용은 즐겁다. 영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딱히 그 영화의 줄거리나 평론 따위가 아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본 건 한 두편정도였는데, 별 상관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영화도 봤다면 더 재밌었겠지만.

틀에 얽메이지 않는 글의 구성이나, 작가라면 쉽게 하곤 하는 스스로를 숭배하는 것 따위가 없어서 좋았다.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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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황건기의(黃巾起義)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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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가다 어떤 권위 있는(혹은 있어 보인다는 착각이 드는)집단에서는 추천도서 100권따위를 뽑곤 한다. 그 도서 목록은 대개(물론 예외도 많겠지만) 몇몇의 처세술 도서, 또 몇몇의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의 도서, 그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매번 뽑히곤 하던 고전들로 구성되곤 한다. 항상 뽑히던 책이 또 뽑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고전 특유의 특징 때문이다.

고전의 맛은 해석의 맛이다.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의 경우, 상당히 여러가지 해석이 나옴은 물론, 그 해석들이 판이한 경우도 있다.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끼어 있는 그런 소설들 말이다.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번역됨은 물론, 그 해석도 시대에 맞추어 변한다. 일예로 아무리 보아도 사랑의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도 일제 치하였던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한다면 반 일제적인 시로 해석될 수도 있고, 불가에 몸을 담고 있던 시인을 생각한다면 열반에 대한 시일수도 있다.

삼국지는 중국의 4대 소설 중 하나다. 오랜 옛날부터 교류해 온 나라의 가장 유명한 소설들답게 삼국지는 우리 나라에서도 해방 이후로 수많은 번역본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거물급 작가들은 대부분 삼국지 번역본을 내곤 했다. 정비석, 박종화, 이문열, 황석영 등등등. 또한 그렇게 출간한 그들의 삼국지는 다들 적지 않은 판매고를 매번 올리곤 했었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또 독자들이 이렇게 삼국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들과 다르게 삼국지는 한 권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각 지역마다 삼국지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테면 설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심청전, 춘향전 따위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를 문자로 다만 정리한 것 뿐이어서 결말과 이야기들이 각각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삼국지도 그 시대마다 새로운 내용들이 덧붙여지고, 빠졌다는 것이다. 삼국지가(소설로써) 나관중에 의해 처음 쓰여졌다고 하는 시기는 원나라시절이다. 원나라는 잘 알다시피 몽고족이 한족을 지배한 나라다. 한인인 나관중은 핍박받는 한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실제의 역사의 흐름과는 다르게 촉한을 중심으로 소설 삼국지를 쓴다. 하지만 그렇게 됨으로써 삼국지는 필연적인 독을 품게 되는데, 바로 중화주의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한인들의 생각이 나관중 삼국지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던 것이다. 중국 변방의 강족 출신인 동탁과 여포는 무력만 있는 폭군으로 그려지고, 제갈량은 남쪽의 오랑캐 남만의 왕 맹획을 항복시키기 위해 일곱 번이나 전쟁을 벌인다. 당시 지배계층이었던 몽고족들에 대한 설움이 그렇게 표현되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삼국지는 그 시작부터 해석적이었던 것이다. 나관중은 역사적으로는 분명 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삼국시대를 유비의 촉을 중심으로 해석해 놓았던 것이다. 우리가 삼국지를 읽으면서 품게 되는 위험한 생각은 그런 중화주의에 있다. 위촉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에서 남만이나 강족따위는 미개한 야만인으로 묘사된다. 그런 맥락으로 생각해 본다면 당시의 우리의 선조였던 고구려는 동이라는 식(동쪽이 오랑캐)으로 표현되어 고구려 또한 야만인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 확인해 보면 당시의 한족을 제외한 민족들 또한 나름대로의 뒤지지 않는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장정일 삼국지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인의 눈으로 본 삼국지가 아닌, 제 3의 나라의 눈에서 본 삼국지가 바로 장정일 삼국지의 그것이다. 장정일의 시선은 조금 더 공평하고, 신중하다. 그 파격으로 치자면 다시 쓰는 삼국지라고 이름을 바꿔도 좋을 정도다.

세세히 말하자면 끝도 없고, 무엇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황건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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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꾼 꿈 - 유미리 에세이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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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일이 지났는데 겨우 네 권 읽었다. 책이 두껍다거나 다른 무엇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변명일 수밖에 없다. 이번 달의 나는 분명히 게을렀고, 시간이 없지도 않았다. 반성을 하고 행동을 개선해야 할 따름이다.

 넋두리는 이쯤하고, 유미리라는 작가는 재일 한국인으로 아쿠타카와 상 수상 작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라고 썼지만 사실 아쿠타카와 상 수상했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하여튼 이름만 들어오다가 순간의 변덕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놀랐다. 정말 놀랐다.

1993년 부터 2000년까지 쓴 짧은 수필들을 제법 많이(약 50편 정도) 모아놓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긴장은 많이 풀리지만, 앞부분을 읽을 때의 충격은 정말 엄청났다.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생각을 해버렸지만,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불행이란 각자가 동일한 무게를 짊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되면 뭔가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생각나게 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는데 말이지.

 유미리의 자세한 가족 이야기는 너무 시시콜콜하다 싶을 정도로 책에 솔직히 적어 놓았으니 각자 읽어보는 편이 내 어설픈 글솜씨로 그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보다 백배는 나을 것이다. 갑자기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책은 오로지 가족 이야기로만(아닌 것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뒤덮혀 있기 때문이다. 읽진 못했지만 유미리의 소설과 희곡들도 전부 가족을 소재로 쓰였다고 하니 거의 트라우마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

 에쿠니 가오리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개미지옥 같은 작가를 만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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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2 - 무단(武斷)의 시대
장정일 글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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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단의 시대

 

이각, 곽사, 조조, 유비, 여포, 원술, 장수 등이 한창 팽팽하게 대립하는 시대를 묘사한다. 속고 속이는 더러운 관계 속에 삼국지는 역시 역사(실재)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것을 미화시킴으로써 소설적인 요소 또한 충족할 수  있다는 미덕을 얻는다.

 

손책과 엄백호의 싸움을 통해(손책이 그저 자신의 땅을 넓히려고 조용히 잘 살고 있는 호족들과 엄백호를 싸그리 죽인 후,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방을 붙이는데 그 방에는 역적 엄백호를 죽인다고 쓴다.)역사는 승자의 손에 의해 기록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몇번이나 이런 저런 글을 두드리다 역시 다 지워버린다. 마음대로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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