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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꾼 꿈 - 유미리 에세이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이십일이 지났는데 겨우 네 권 읽었다. 책이 두껍다거나 다른 무엇을 했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변명일 수밖에 없다. 이번 달의 나는 분명히 게을렀고, 시간이 없지도 않았다. 반성을 하고 행동을 개선해야 할 따름이다.
넋두리는 이쯤하고, 유미리라는 작가는 재일 한국인으로 아쿠타카와 상 수상 작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라고 썼지만 사실 아쿠타카와 상 수상했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하여튼 이름만 들어오다가 순간의 변덕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놀랐다. 정말 놀랐다.
1993년 부터 2000년까지 쓴 짧은 수필들을 제법 많이(약 50편 정도) 모아놓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긴장은 많이 풀리지만, 앞부분을 읽을 때의 충격은 정말 엄청났다.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생각을 해버렸지만,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불행이란 각자가 동일한 무게를 짊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되면 뭔가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생각나게 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는데 말이지.
유미리의 자세한 가족 이야기는 너무 시시콜콜하다 싶을 정도로 책에 솔직히 적어 놓았으니 각자 읽어보는 편이 내 어설픈 글솜씨로 그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보다 백배는 나을 것이다. 갑자기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책은 오로지 가족 이야기로만(아닌 것도 있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뒤덮혀 있기 때문이다. 읽진 못했지만 유미리의 소설과 희곡들도 전부 가족을 소재로 쓰였다고 하니 거의 트라우마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
에쿠니 가오리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개미지옥 같은 작가를 만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