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인간 - 전2권 세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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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빌린 책과 산 책 몇 권중에 무엇을 볼까 고민을 하다 장외인간을 슬쩍 펴 보고 두줄 정도를 읽곤 이것을 보기로 했다.  

다른 모든 이외수 선생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잔뜩 한다. 소설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체도, 상상력도 아닌 마음 속 깊이 품은 하고 싶은 말이다. 작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고, 바꿔 말하면 하고 싶은 말이다. 선생께선 젊은 시절 얻은 깨달음을 혼자만 지니고 있기 아까워서 소설가가 되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끊임없이 소설로, 수필로 계속 이야기해 주고 계시다. 

항상 그렇듯이 흡입력이 굉장하다. 오늘도 조금만 보곤 내일 마저 보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끝까지 봐버렸다. 이렇게 게으로고 책 읽기 싫어하는 나조차도 단숨에 봐 버릴 정도라면 알 만 하겠다.  

혹자는 이외수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소설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소설가가 배경따윈 상관 없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만 쌔벼 파는 동안 이외수는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대부분의 작가의 경우엔 겉멋이 들어서 초딩이란 단어조차 자신의 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창피라고 생각하는 반면 선생은 그런 초딩을 비판한다. 비단 초딩뿐은 아니다. 선생은 인터넷과 관련된 많은 내용에 대해 비판하신다. 쉰 아홉이란 나이에 인터넷을 하고 또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선생은 특유의 노력으로 서른 둘이라는 주인공을 이해하기위해 많은 공부를 하셨다. 작품은 최근의 많은 사회적 병폐들을 다루고 있지만, 어색하지 않다.  

그런식의 연속적으로 쌓이는 이야기는 항상 하나의 주제로 종결된다. 그런 방식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기에 독자는 감동해버리고 만다.  

"저 나비는 입원을 하러 가는 걸까요. 아니면 면회를 하러 가는 걸까요."

"치료를 해주러 가는 걸 거야."

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이 구절에서 나는 전율했다. 이 구절의 훌륭함뿐이 아니다. 작품 전체로 흐르는 감정이 이곳에서 막바지로 치달았을 뿐이다.

그런 하나의 주제는 선생께서 깨달은 도라고 말하면 좋을 듯 하다.

 일장일단(一長一短). 선생의 소설은 몇 작품 보지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절정부분이 약하다. 기-승-전-결에서 전을 빼 놓은 듯 소설은 황망히 끝나버린다. 물론 선생께서 하고픈 말은 전부 소설내에 스며들어 있지만 강한 힘이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는 자칫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이번책도 대 만족이었다고 말해야겠다. 삼년간 수십, 수백번의 퇴고를 거친 작품이 어찌 나쁠 수 있겠는가? 범인인 자신이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죽을 만큼 노력해야 했다는 작가의 말답게 선생께서 소설을 수십번을 갈아엎었다고 한다. 어색한 문장따위는 하나도 발견할 수 없고, 주제도 좋다. 중요한건 독자의 몫이다. 개발에 진주라는 속담을 생각해보라. 선생의 무수히 많은 금언(金言)들을 무심코 넘길 수 있다. 조금은 집중을 하고 마음에 새겨가면서 보자.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 하는 선생의 말이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독자의 마음이 고리타분한 것이다. 붓다의 말은 2500년이 넘은 지금도 먹히고 있다.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은 자신임을 항상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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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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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의 문장은 아름답고, 김훈을 좋아한다고 떠벌리고 다녔으나 실제로 말하는 만큼의 감정을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김훈의 문장엔 미학이상의 것이 있다. 

진돗개 '보리'의 시점으로 인간과 주변것들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이런 저런 것들을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얼마전 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을 풍자하기위해 고양이라는 화자를 사용한 것이라면 '개'는 순수하게 김훈이 개가 되어 세상을 묘사한다. 작가 자신이 작가의 말에서 썼듯 김훈은 '짖는다'.

이야기는 김훈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파노라마식으로 겹쳐서 진행된다. 단순한 시간적으로 서사하는 것을 쪼개놓은 것이 아니라 A이야기를 끌고가다 B의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A의 연장선상의 이야기가 나오는 식의 구조다. 그 구조는 김훈의 문장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문장. 김훈을 이야기하면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장이 아름답다는 식의 형용사는 모조리 붙는 작가임에 당연한 것이라고 할수도 있겠으나 일단 최대한 문장에 대한 이야기는 빼보겠다. 문장 이상의 것을 김훈은 보여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의 차이가 조금 더 동물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보리의 주인은 댐의 건설로인한 수몰지역의 노부부다. 한집 두집 마을을 떠나고 마지막까지 남은 다섯 집 중에 하나였지만 결국은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따라간 노부부의 둘째 아들은 작은 바닷가 마을의 어부다. 조그만 배 한척으로 고기 몇 마리를 잡아 근근히 삶을 이어가는 둘째 아들또한 소시민이다.

보리는 말한다. 개의 공부는 힘들다고. 몸으로 부딫히고 구르고 느끼며 개는 배운다. 그렇게 보리는 사람에 대해, 그 외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보리는 짖는다. 

예고된 비극또한 김훈 작품의 특징이다. 흰순이와 악돌이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것들과 보리의 연에 대해 예감했다. 그 이전에 주인이 된 둘째아들이라던가 그 전 주인이었던 노부부의 비극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보리는 많은 것을 응시한다. 그저 응시하고 느낀다. 악돌이와의 싸움도 악돌이의 강아지를 낳은 흰순이도 느낀다. 받아들일 수 없는 둘째 아들의 죽음도 느낀다. 할머니는 말한다. 땅을 판다고 죽은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다.

 마음 속에 가둔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대충 두드린 위의 이야기보다 많은 것이 내 가슴속에 있다. 개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마음을 표현해본다. 수십개의 구절은 내 마음을 울렸다. 김훈의 짖음은, 보리의 짖음은 그렇다. 개들아 죽지 말아라. 김훈의 바람과 나의 바람의 같아짐을 나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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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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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쓸까 말까 하다가 역시 적는다. 세개의 단편이 묶여진 소설인데, 아동이 빌려달라고 그래서 빌려주는 날 두개의 단편을 읽었고 받은 오늘 나머지 한 개의 단편을 읽었다. 간만에 본 소설이 마음을 울려 역시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들과 조금 다르게 마음을 울리는 아련한 작품들이 수록돼있다. 조금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작품은 좋다.

 

사실 전에 봤을 때는 전작 세 개(Go,레볼루션 No.3,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본 다음에 봤기 때문에 그 세 작품보다 약간 못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멍청했다.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이번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차분히 가라앉힌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가을이다. 사람들아 책을 읽어라. 9월은 독서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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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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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잘 안 읽히는 은희경의 책을 잡고 낑낑대다 머리나 식힐 마음으로 책 몇 권을 더 빌리려고 보다가 별 생각없이(실은 얇아보여서) 빌렸다.(실은 빌려 놓은 책이 있으면 압박을 받아서 책을 볼 것이라는 얕은 생각에서 빌렸다고나 할까?)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과 함께 전년도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했단다. 살까 말까 한 적이 있긴 했었는데 샀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네하라 히토미가 혼자서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했다면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딸 수 있었지만 와타야 리사와 함께 수상해서 아쉽게 놓쳤단다. 와타야 리사가84년생이니 가네하라 히토미는 아마 83년생일거다. 시마모토 리오까지 패키지로 묶는다면 일본 문학의 미래는 아직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루이가 새로 사귄 남자친구의 피어싱'스플릿 텅'(갈라진 혀)을 보곤 마음에 들어 자신도 해 본다는 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주인공과 두 남자가 엮여 묘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섹스에 대한 기이한 묘사, 여러가지 마이너리티한 문화등을 바탕으로 했지만 작품 자체는 그리 어둡지 않다. 류를 읽을 때처럼 어두침침한 것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저런 암시를 남기며 작품은 모호하게 끝나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구조도 탄탄하고 문체도 안정적이고, 하여튼 꽤나 모범적인 소설이었다. 뒤의 작가와의 인터뷰도 상당히 재밌다. 작가는 등교거부에, 빠찡고도 하고 아무튼 재밌는 사람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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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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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은희경 첫번째 단편집. (정신적)연인과의 만남은 항상즐겁다. 

은희경의 이상문학상 수상(아내의 상자) 소감을 본 적이 있다. 당신께서 대학에 다닐 시절엔 대학생이란 대학생은 대개 운동권에서 시위를 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고 한다. 다들 같은 행동을 하던 세상이어서 다른 행동을 하던 자신은 세상이 바뀌고서야 겨우 소설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 작가는 소감에서 밝혔다. 세상을 쓰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만을 집요하게 작가는 쓰고 또 쓴다. 최근작 비밀과 거짓말에서는 달라진 스케일은 느낄 수 있었지만 역시 같은 이야기였고 말이다.

 이 단편이 이 작품집 중에서 최고다,라고 생각하기 무색하게 다음 작품이 박빙으로 좋았다. 그렇게 모든 단편이 훌륭했다. 표제작은 말할 것도 없고, 등단작 이중주 또한 너무 좋았다. 이 책의 총 발행량이 사십 몇쇄라는 것이 어쩐지 당연하게 느껴진다. 새의 선물의 미숙함을 벗어난 철저함이 소설에서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나는 대체로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하는 사람인데, 은희경의 소설만큼은 단편이 더 좋다. 다른 많은 작가의 단편은 좋긴 한데 조금 부족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했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은희경의 단편을 읽으면 포만감이 느껴진다. 그건 은희경의 경쾌하고 절약적인 문장덕분일지도 모른다. 은희경의 문장은 굉장히 절약적이다. 어떤 일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는 대신 중요한 요소요소만을 뽑아낸다. 그 뽑아낸 문장이 독자의 뇌에 들어가면 뻥튀기가 터지듯 몇 배로 부풀어진다. 한 두문장이 주르륵 머릿속에서 늘어져 아하,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그리고 그런 문장은 대개 사람과 사람사이의 가식과 속물적인 태도 따위를 절묘하게 집어내는 구절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곤 하는 은희경의 '냉소'가 이것이지 싶다. 

하여튼 간만에 재밌는 책 읽었다. 다만 아쉬운 건 '그녀의 세번째 남자'가 첫부분에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게 늦었다는 것이다. 은희경의 책은 좀 구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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