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걸기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은희경 첫번째 단편집. (정신적)연인과의 만남은 항상즐겁다. 

은희경의 이상문학상 수상(아내의 상자) 소감을 본 적이 있다. 당신께서 대학에 다닐 시절엔 대학생이란 대학생은 대개 운동권에서 시위를 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고 한다. 다들 같은 행동을 하던 세상이어서 다른 행동을 하던 자신은 세상이 바뀌고서야 겨우 소설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 작가는 소감에서 밝혔다. 세상을 쓰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만을 집요하게 작가는 쓰고 또 쓴다. 최근작 비밀과 거짓말에서는 달라진 스케일은 느낄 수 있었지만 역시 같은 이야기였고 말이다.

 이 단편이 이 작품집 중에서 최고다,라고 생각하기 무색하게 다음 작품이 박빙으로 좋았다. 그렇게 모든 단편이 훌륭했다. 표제작은 말할 것도 없고, 등단작 이중주 또한 너무 좋았다. 이 책의 총 발행량이 사십 몇쇄라는 것이 어쩐지 당연하게 느껴진다. 새의 선물의 미숙함을 벗어난 철저함이 소설에서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나는 대체로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하는 사람인데, 은희경의 소설만큼은 단편이 더 좋다. 다른 많은 작가의 단편은 좋긴 한데 조금 부족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했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은희경의 단편을 읽으면 포만감이 느껴진다. 그건 은희경의 경쾌하고 절약적인 문장덕분일지도 모른다. 은희경의 문장은 굉장히 절약적이다. 어떤 일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는 대신 중요한 요소요소만을 뽑아낸다. 그 뽑아낸 문장이 독자의 뇌에 들어가면 뻥튀기가 터지듯 몇 배로 부풀어진다. 한 두문장이 주르륵 머릿속에서 늘어져 아하, 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그리고 그런 문장은 대개 사람과 사람사이의 가식과 속물적인 태도 따위를 절묘하게 집어내는 구절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곤 하는 은희경의 '냉소'가 이것이지 싶다. 

하여튼 간만에 재밌는 책 읽었다. 다만 아쉬운 건 '그녀의 세번째 남자'가 첫부분에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게 늦었다는 것이다. 은희경의 책은 좀 구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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