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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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시트콤이나 드라마는 커녕 꽁트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할 때에 읽은 은희경의 소설을 보면서 대리만족 따위나 느끼는 내 인생도, 소설속 그/그녀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형편없다.

거울속에 비친 내가 오른쪽과 왼쪽이 바뀌어 있어도 다른 사람이 아닌 것처럼, 작가의 신랄함을 당하는 그/그녀들과 내가,좌우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는 마찬가지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계를 자주 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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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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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엄청나게 뛰어난 책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텔링. 이건 작가가 추리물을 썼다는 것과 관련 있을 터였고.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도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다가 아니다. 무척 좋았다. 정말 뒤가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버렸고, 100%즐기고 있지 않다는 커트 코베인의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요즘 아주 드문 독서였다. 왜 하필 오늘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참 우습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긴장과 섬세한 심리묘사와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별 다섯개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내가 보내봐야 봤자겠지만. 즐겁다 즐거워. 즐거워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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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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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가듯 책을 보고 있었다. 읽을 책을 고르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의 총 페이지 수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250 무난한데. 340 좀 많은데. 190 빨리 읽겠네. 독후감 한 편 더 올릴 수 있겠는데.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남은 페이지만을 확인한다. 75페이지까지 읽었으니까 남은 건...

그리고 읽는 내내 감상문을 이렇게 써야지 저렇게 써야지 생각만 하고 이렇게 쓰면 그들이 나를 그럴싸한 놈이라고 보겠지. 저렇게 쓰면 다른 사람들 마음에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3시간 30분 동안 나는 3번 화장실에 다녀왔고, 윤대녕 소설에 있던 구절을 멀티메일로 써서 나 스스로에게 보냈고 문자를 7통쯤 보냈으며 그 절반 정도를 받았다. 자리를 3번 옮겼고, 이 책을 읽기 전에 페이퍼라는 잡지를 훑어 봤으며, 보고 난 뒤에 다이제스티브 초코맛과 과수원 살구맛을 사먹었다. 더 전으로 살펴 보자면 7시 알람을 듣고 일어났지만 금새 꺼버리고 다시 잤으며, 10시에 일어나서는 세수를 하고 컴퓨터를 켠 뒤 인터넷으로 새로운 글들을 잠시 확인했고, 라면을 삶아 먹었다. 그리고 윤대녕의 책을 마저 읽고 병원에 들렀다가, 토스트와 우유를 사서 도서관에 갔다. 산책을 하며 그것들을 먹고 난 뒤에, 읽은 책들을 반납하고 도서관에 똬리를 트듯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고 난 뒤에 내친김에 수영장도 빠졌다. 또한 어제의 나는 12시간을 잤고, 내일은 무엇을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젠장. 왜 읽는가 라는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200페이지 쯤을 읽고 있을 때였다. 마음이라는 바다 안에서 안 돼 안 돼 라는 외침 사이로 조용히 부레를 부풀리듯 수면으로 떠오른 말.

그만 읽을 때가 되지 않았나.

나는 왜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소설을 읽을 때 그런 말을 떠올려버린 것일까. 좋지 않은 소설도 충분히 많이 읽었는데 말이다.

다시 저 말로 돌아가서. 나는 실제로 그만 읽을 만큼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1년에 100권이라는 식으로 생각해도 지금까지 읽은 책은 1000권이 채 되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10000권이 넘도록 독서를 계속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은 제각각이다. 한 사람의 피쳐가 공을 몇 개 던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나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이나 만화에서 읽었었다. 불치병 선고를 받고도 얼마나 살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 또한 어떤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이나 만화에서 봤을테고. 그럼. 나의 끝은 여기일까. 글쎄.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봐야 한다는 식의 소명때문에 봤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실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읽고 싶었으니까 나는 억지로라도 읽었을 것이다. 변명조로 흐르지만 이건 사실같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서, 라는 말을 쓴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실제로 과거의 나는 읽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건 과거의 이야기니까. 내 기억이 전부 진실일 수는 없다는 말 또한 하고 싶다.

독서하자고 마음 먹은 15세 이후 나에게 있어 독서는 뭔가 특별했다. 책 읽는다는 것을 나에게 뺀다면 남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쓸모없는 몸뚱아리와 시시각각 변덕 부리는 못난 뇌라 불리는 단백질덩어리 정도일게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이제 끝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님을 나는 안다. 실제로 내일 아침, 아니 지금 당장부터 책이란 것에 손을 대지 않고도 나는 살 수 있다. 실제로 수없이 많이 나는 그딴 종이 쪼가리를 포기하는 상상을 했고, 누군가에게도 말한 적도 있다. 그따위. 그러나 내일 아침, 아니 지금 당장 나는 외계인으로부터 납치를 당할 수도 있다. 가능성의 문제는 그런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는 식의.

일단은 읽기로 한다. 읽고 읽지 않고의 문제는 결국 읽어 보고 난 뒤에야 답이 나오는 것이다. 확실한 생각의 정리의 뒤에서야 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그때까지 읽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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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걸어간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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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의 네 번째 단편집(이라고 써 있었다) 

마음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서술과 숨을 쉬엄 쉬엄 쉬는 듯한 리듬에 정신을 뺏기고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노라면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총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대개 50페이지 정도로 이뤄져 책은 정확히 301페이지에서 끝난다. 보통의 단편보다 1.5 - 2배 정도 긴 편인데, 중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같다.

윤대녕을 말할 땐 총체적인 어떤 분위기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유의 감성은 책을 보고 있는 중이든 보고 난 후든 뇌 속에 문신을 새기듯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술상은 이미 차려져 있었고 반라 차림의 여자 둘이 대기하고 있었고 뒤끝이 좋지 않은 시바스를 마셨고 밴드를 불러들여 <선창>과 <하숙생>을 불렀고 술자리가 끝나고 잠깐 근처 모텔에 들러 사정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 시가 넘어 있었다. 

-흑백 텔레비전 꺼짐,윤대녕 

라는 식의 서술은 뭔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잠깐 모텔에 들러 사정을 하'다니. 맙소사.

그러나 아직도 윤대녕의 대문자는 모르겠다. 사람에 대해 말한다는 것 비슷한 뉘앙스까지는 알겠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 또한 모든 단편이 하나의 말로 수렴됨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여섯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의 수작이었다. 

난 책을 읽는 것을 하나의 호흡으로 생각하는데, 각 작품에 대한 호흡은 제각각이다.(당연한 말을 당연하지 않게 하고 있는 것 같다만) 단편을 읽는 것과 장편을 읽는 것은 그 호흡을 보편적으로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뭔가 미지의 두려움이랄까 하는 게 있다. 탑을 바닥부터 새로 쌓아야 하는 부담감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꿔 말하면 그건 새로운 탑을 쌓는 하나의 즐거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는 게임을 처음 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데, 새로운 놀이공원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를 누른다는 것은 즐겁지만, 말 그대로 처음부터 쌓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어가기'를 누르는 편이 쉽다. 단편은 각 작품 모두 '처음부터'를 누르는 기분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버겁다. 새로운 인물의 됨됨이를 알아야 하고, 성격을 파악해야 하고, 주인공들의 관계도 알아야 하고, 배경도 알아야 하며, 스토리 텔링도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장편도 시작은 단편과 다를 것이 없으나, 그것이 길다는 데에서 읽기 편한 면이 있다. 미숙한 설명과 비유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말하고픈 바를 이해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독서에서 호흡은 수영에서만큼이나 무척 중요하다.  

윤대녕의 다음 작품을 읽는다면 그것은 아마 장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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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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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인가 하는 데서 표제작을 단막 드라마로 만들어서 본 적이 있던 기억을 떠올려 이 책을 빌렸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 소재는 그럭 저럭 신선하긴 했으나, 그럭저럭인 편. 주제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는 정도. 괜찮은 편.

보통 혹은 보통 이상이 되는 이 책에 치명적 단점은, 낯뜨거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대화. 서술은 아주 무난하고 보기 좋지만 대화만 나오면 정말 짜증이 날 정도가 되어버린다. 

"장물을 쌓아둔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재물은 결국 장물입니다." 

 

우습지 않은가?

다시금 말하지만 괜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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