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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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와 흡사하게,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작품. 한 콘트라베이시스트(?)의 독백을 통해 실은, 예술은 별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듯 했다.

사실 나는 그림 좀 그린다고 뒷목 뻣뻣하게 하고 다니는 인간들을 저주하는데, 대체 왜 소위 말하는 '예술'을 한다고 남보다 우월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벽에 벽지를 바르는 일은 하나도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이 작가에게 보내지는 과도한 찬사는 그저 으례 그렇듯, 책 뒷표지에 떠들썩하게 적는 것인지, 아님 실제로 외국에서는 그런 작가로 인정받는지 의문이다. 비록 이 작가의 책은 3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문학적 특출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세 권 다 재밌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부는 수긍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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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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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빌리고 싶었지만, 어처구니 없게 도서관 검색용 컴퓨터의 고장으로 있는지 없는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기 때문에, 외국문학 코너를 전부 훑어 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두 번째 훑어 봤을 때 발견한 게 이 책이었다. (오늘 다시 보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물론 다른 책도 몇 권 있었다.)

체코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다는 사실만을 언듯 들었던 밀란 쿤데라. 그런 최소한의 정보도 없었다면, 이 책을 읽기란 무척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 최소한의 정보를 듣고 내가 한 생각은, 작가는 프랑스라는 자유로운 곳(내가 가진 프랑스에 대한 선입견이다)에서 국적과는 상관 없는 보편적이고도 공감을 갖는 문학을 하지 않을까 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전혀 달랐다. 체코의 역사적 상황과 뗄 수 없는(시민혁명-산업혁명-세계대전-냉전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는 체코를 떠남으로 국적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아닌 체코를 떠남으로써 체코와 더욱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작중 인물들은 체코의 공산화를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친 망명객으로, 각자 여러 사연들이 얽혀있다. 그리고 향수는 nostalgia의 향수. 하지만 실제로 등장 인물들은 체코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장 인물(망명객)들의 주변 사람들이야 말로 그들이 체코를 항상 마음 속에 두고 있고, 항상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소련의 공산화가 무너지며 체코의 공산화 또한 허물어진 직후 고향으로 당장 달려가지 않는 망명객들에게 의문을 품고, 고향행을 '강요'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20년이나 떨어져 있던 고향에 대해 느끼는 것은 괴리 뿐이다. 결국 체코에, 프라하에 가지만 소통부재와 어려움만을 겪는다.

그리고 (내 생각에)작품의 제목은 '고향에의'향수가 아닌 '인간에의' 향수이다. 단순히 고향에 대해 느끼는 향수가 아닌, 고향에서 만났었던 추억 속의 사람들에게서 향수를 느낀다. 하지만 기억은 스스로를 조작하고, 이에 이미 아귀가 어긋났던 퍼즐을 맞추듯, 삐걱댄다. 이것이 그들이 느끼는 괴리다. 이런 식의 표면적인 것 약간 이상으론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체코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첫째이리라.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똑똑해진다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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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를 보낸다 장정일 문학선집 2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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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소설보다는 수필, 산문 기타 등등을 많이 읽었던 장정일. 차차 소설도 한 권씩 읽자는 마음으로 잡아 들었다,라기보다는 인터넷에 누군가가 <후기에 설명하기로 함>이라는 캐릭터가 후기에 설명이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올려서 호기심에 읽었다.

장정일의 소설은 무엇보다 신선하다.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장정일 특유의 장난으로 소설=무겁다,의 공식을 깬다. 그렇다. 이건 소설이긴 한데, 소설이라는 거푸집과는 다른 모양으로 결과물이 나온다.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다. 또한 장정일의 소설은(적어도 나는) 무척 재밌다. 특유의 장난끼로 일관하는데, 그게 장난같아 보이지 않아서 문제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에겐 즐겁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읽기 싫은 쓰레기로 보여질 수도 있겠다.

또한 <후기에 설명하기로 함>이라는 인물은 후기에 설명하지 않지만, 작품의 창작 동기는 설명되어 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기를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중에 나오는 <후기에 설명하기로 함>이라는 주인공에 대해서는 후기에 밝히기로 했지만, 초판 후기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개정판 후기에 따로 쓸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태도가,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으며 또 이 작품을 읽는 독법이라고 생각한다.

 

특유의 버릇으로 작품 읽기 전에 후기를 읽는데, 책을 읽기 전 읽었을 때는 별 발견 없이 넘어갔지만 책을 마치고 한 번 더 후기를 읽을 때야 비로소 후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내가 읽은 책은 2005년 출간된 장정일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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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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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며칠을 보내던 와중에 겨우 읽었다. 사실 같이 일하는 진우형을 빌려줬었는데, 받고 보니 갑작스레 너무도 읽고 싶어져서 다시 읽었다.

쉽게 읽히는 책은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절대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너무술술 넘어간는 문장에 조금은 찝찝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읽을 수록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진실성. 주인공 '스기하라'는 아주아주 당연히 작가의 분신이다. 작가와 스기하라 모두는 재일한국인이기 때문. 작품 내에서 스기하라가 하는 일들, 겪은 일들은 모두 작가의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경험에서 나온 느낌, 감상 등을 가감 없이 서술한 이 글은 너무도 진실되고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복합적인 구조는 무척 마음에 든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또한 무척 좋다.

아쉬움이 하나 있다면, 가네시로 가즈키도 첫 작품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물론 '레볼루션 no.3'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 '연애소설'등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 작품에 비해서는 확실히 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히 대중적 감각을 파악하고 있는 작가가 언젠가는 또 한번 대단한 작품을 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하고 있다. 너무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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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온 편지 작가정신 소설향 23
장정일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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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에 빌려 두었지만 시험기간이라는 핑계로 읽지 않다가 결국 대출기한 하루를 넘기고 반납. 마음 먹고 다시 빌렸다. 100페이지가 채 못되는 얇은 책이다.

책은 진시황의 장자 부소의 독백을 서술한 소설인데, 그게 또 단순치 않다. 단순히 역사 소설로 보기엔 화자의 말이 너무 맘대로고(라기보다는 장정일 특유의 위트랄까 풍자랄까 뻥이랄까), 역시 역사 소설은 아닌 모양이다. 그냥 부소라는 인물의 특수성에 기댄 장정일의 말 그대로 '읽을거리'인 듯하다.(라고 하기엔 소설이라는 것의 범주는 넓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소설.) 장정일 혹은 진나라(혹은 중국의)의 역사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만 하다. 하지만 정사를 좋아하는,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면 화를 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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