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빌리고 싶었지만, 어처구니 없게 도서관 검색용 컴퓨터의 고장으로 있는지 없는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기 때문에, 외국문학 코너를 전부 훑어 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두 번째 훑어 봤을 때 발견한 게 이 책이었다. (오늘 다시 보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물론 다른 책도 몇 권 있었다.)

체코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다는 사실만을 언듯 들었던 밀란 쿤데라. 그런 최소한의 정보도 없었다면, 이 책을 읽기란 무척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 최소한의 정보를 듣고 내가 한 생각은, 작가는 프랑스라는 자유로운 곳(내가 가진 프랑스에 대한 선입견이다)에서 국적과는 상관 없는 보편적이고도 공감을 갖는 문학을 하지 않을까 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전혀 달랐다. 체코의 역사적 상황과 뗄 수 없는(시민혁명-산업혁명-세계대전-냉전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는 체코를 떠남으로 국적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아닌 체코를 떠남으로써 체코와 더욱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작중 인물들은 체코의 공산화를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친 망명객으로, 각자 여러 사연들이 얽혀있다. 그리고 향수는 nostalgia의 향수. 하지만 실제로 등장 인물들은 체코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장 인물(망명객)들의 주변 사람들이야 말로 그들이 체코를 항상 마음 속에 두고 있고, 항상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소련의 공산화가 무너지며 체코의 공산화 또한 허물어진 직후 고향으로 당장 달려가지 않는 망명객들에게 의문을 품고, 고향행을 '강요'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20년이나 떨어져 있던 고향에 대해 느끼는 것은 괴리 뿐이다. 결국 체코에, 프라하에 가지만 소통부재와 어려움만을 겪는다.

그리고 (내 생각에)작품의 제목은 '고향에의'향수가 아닌 '인간에의' 향수이다. 단순히 고향에 대해 느끼는 향수가 아닌, 고향에서 만났었던 추억 속의 사람들에게서 향수를 느낀다. 하지만 기억은 스스로를 조작하고, 이에 이미 아귀가 어긋났던 퍼즐을 맞추듯, 삐걱댄다. 이것이 그들이 느끼는 괴리다. 이런 식의 표면적인 것 약간 이상으론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체코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첫째이리라.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똑똑해진다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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