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듣고 재밌어 보여서 기억해두었다가 산 게 4개월? 5개월?전. 사실 그 기간동안 안 읽은 게 아니라 계속 읽었는데 이만큼이나 걸린 것이다. 쇠고기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과 역사의 발전을 맞물려 설명한 책인데, 상당히 흥미롭다. 다만 시대별로 영향을 다르게 말했음에도 동어반복적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같은 얘기를 반복해 약간 지겨움을 준다. 다만 독서의 역사를 읽으면 인류는 독서의 영향아래 발전해 온 것 같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으면 인류는 과학의 영향 아래 발전해 온 것 같고, 이 책을 읽으면 인류는 쇠고기의 영향아래 발전해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은 그 모든 것들이 따로 볼 수 없는 하나의 것들인데도.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인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고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인연이 닿아 읽게 되었다. 아,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대체 내가 뭘하고 뭘 읽었는지,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같은 주장만 반복하는 tv속 토론 프로그램 속의 머리가 반쯤 벗겨진 그대들을 바라보는 뜨악한 기분으로 이 책의 이물감을 느꼈다. 어쩌면 식상이란 단어를 쓰는 것 조차 미안한 이 책에 분노를 느꼈겠지만 정도를 너무도 벗어나 버리니 오히려 담담하다. 진심으로 이 책을 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한없이 가벼운 책의 장점은 쉽게 다룰 수(은유는 없다. 책이라는 물체는 실체가 있으니 볼 때 손으로 만지게 된다. 그것을 다룬다는 표현으로 쓴다) 있다는 것,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쉽개 여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쉽게 한 권 더 읽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쨌든 이젠 독서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가 가까워지는 것과 독서가 지니고 있는 엄숙함(쓰고보니 웃긴ㅋ단어)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길은 너무도 길고 난해하다. 어쨌건 가볍고 즐거운 독서. 감상문을 옮겨 쓰는 지금,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부대 내 우체국에서 잠시 본 뒤 재밌을 거 같아서 양해를 구하지 않고 빌려왔다.(소위 슬쩍했다고 말하는) 성석제가 음식 혹은 삶 혹은 음식과 삶 사이 그 어디쯤 혹은 그 언저리쯤에 있는 무엇,에 대한 이라고 꼬아 말할 수 있는, 음식 산문집이다. 사실 그냥 음식 산문집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꼬아 말하지 않는다면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다. 성석제식 노가리,가 여지없이 발휘되는 산문집. 다만, 문체가 떨어지는 책은 읽어도 이야기가 떨어지는 책은 못 읽는다는 생각을 하다.
밤의 피크닉을 너무나 즐겁게 본 뒤 책 몇 권을 더 구해 읽었지만 너무도 별로였던 온다 리쿠. 같이 근무를 선 선임의 대여와 추천으로 이 책을 읽는다. 책은 일종의 성장 소설인데 '일종'에 주목해 주셨으면. 이유는 청춘과 젊음의 불안함과 미완을 너무도 잘 표현해주었으나 '성장'의 여지에서는 확답을 줄 수 없어서 그렇다. '야츠'와 '뛰어넘기'의 개념은 너무 재밌었지만, 그것은 조금 비유의 대상 없는 모양만 그럴듯한 상징으로 보였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야츠'와 '뛰어넘기'라는 아주 재밌는 것들이 생각났는데 그것에 어떠한 비유를 부여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나온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온다 리쿠의 스토리텔러 로서의 감각만큼은 확실히 보여 준 책이었다. 추리 소설의 장르적 장치를 활용한 진행은 이야기라는 것의 원초적 재미를 자극하고 천에 물이 스며들듯 점진적으로 밝혀지는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란! 그 이야기 덕분인지 정말 오랜만에 책 자체에 푹 빠져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