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1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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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랑스 문학에 대한 나 자신의 선입견은 어떨까. 무엇보다 그 예술적 난해함? 성취성? 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 면에서라면 다분히 장르문학적인 이 작가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특히 한국에서 더!)작가들 중 하나라는 사실이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르문학의 대중화에 누구보다 큰 공헌을 한 그이기에, 그리고 그보다 작품 자체의 재미가 항상 보장돼왔던 그이기에 나는 그의 신작을 또 읽는다.

이 책은 베르베르 자신이 가진 문학적 완성형으로 나아가는 소설류의 최전선에 있는데, 내가 아는 그의 화두는 인류성이다. 개인의 특수한 감정 따위 보다는 ‘인간’이라는 총체적인 것이 가지는 인류성에 누구보다 주목하는 작가가 그이다. 이 소설은 결국 개미-개미혁명-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신으로 이어지는 개미-인간-인류의 베르베르 특유의 화두를 집대성한 (현재로써의)완전판이다. (후속작이 또 나올 것이라고 믿지만)전작에서 천사로 세 명의 인간을 다스렸던 미카엘 팽송은 이젠 신 후보생이 되어 하나의 인류 종족을 다스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베르베르 특유의 인류적 관점이 빛난다.

베르베르만큼이나 알고 읽어야 할 작가도 드문 것 같다. 시리즈로 읽어야 하는 작품들과, 다작, 그리고 탈 순문학적인 속성 등이 그를 그렇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유난히 한국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그가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한국(그것도 굉장히 정확하게)을 만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2권을 마저 읽고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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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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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 소설이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산 가장 꼭대기에 앉아 있을 그 나라의 경제적 부는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먹고, 자는’ 개인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물론 개인을 넘어서, 국가적 사회적인 풍파-이를테면 전쟁과 군부, 민중의 혁명 등 제 3세계 국가에서 일어난 법한 일들-를 겪을 가능성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전쟁은 과거는 물론, 현재 미국에도 있으나 제 3세계 국가와는 그 개념이나 시발점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논외로 해야 한다.) 그럼에 따라 개인과 사회는 철저히 분리되어 갔다. 한 개인의 삶이 사회/역사적인 사건에 휩싸일 일이 사라져감에 따라, 한 인간의 인생에 던져진 가장 큰 화두는 결국 ‘나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이언 매큐언, 코맥 매카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미국 현대 작가들의 문학적 대문자들이 결국 개인의 내면으로 귀결되는 것은 그렇기에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작가, 폴 오스터 또한 존재한다.

그간 읽은 오스터의 책들은 너 댓 권 쯤 되었는데 뉴욕 3부작, 공중곡예사는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으나,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고독의 발명은 기억 안 날 정도로 별 감흥 없이 읽어 흥미가 떨어져버려 그 뒤로 오스터의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은 전에 오스터를 읽지 않았었던 기분으로 읽으려 했으나 결국 읽다보니 오스터의 다른 책들은 물론 미국 현대 소설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래의 내용엔 작품의 중요 줄거리가 포함 될 수도 있다.)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데이비드 짐머는 가족의 예측하지 못한 사고를 접한 뒤 한동안 엄청난 실의에 빠져 지냈는데, 그에겐 어떠한 삶에 대한 의욕도 남아 있지 않다. 그의 남은 생은 그저 버리지 못하고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에 헥터 만이라는 배우의 무성 코미디영화를 우연히(라고 쓰고 필연이라고 읽어야 할 것이다) 보게 된었는데 그 코미디를 보며 웃을 수 있었던 짐머는 생의 단 한가닥 희망을 발견하게 되고, 한동안 헥터의 영화만을 보고, 그의 종적을 찾아 헥터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책을 낸다. 그러나 헥터는 12편의 영화만을 남기고 실종된 수십 년 전의 그리 큰 유명세를 떨치지 못한 배우에 불과했으므로 그의 작업은 그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짐머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책을 쓰고 난 뒤 헥터에 대한 관심을 잃고 또 다른 삶을 이어나갈 만한 의미를 찾기 위해 다른 작업(프랑스 책의 번역)에 다시금 고독히 몰두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는 하나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편지 속엔 헥터 만이 살아 있다는, 그리고 그가 짐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이야기는 표면상의 화자인 짐머와 짐머의 서술 속에서의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인 헥터 만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서술되는데, 그 둘의 이야기는 기묘하게 겹쳐져 진행된다. 헥터와 짐머는 모두 삶의 벼랑 끝에 서 보았다는 점에서 그러한 공통적 서술이 파생되는데 폴 오스터는 바로 이 부분에서 그 자신 특유의 한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묘사를 한다. 다른 것은 없는 오로지 한 개인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을 그는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그 깊이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경이로 다가왔다. 그 경이는 결국 한 개인은 한 개인으로서(객체로서)의 끝이 아닌 모두이다(전체로서의 일부가 아닌 그 자신이 전체라는), 라는 정도의 메시지로 다가왔는데 이 모든 것은 다음의 서술 속에서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 평생 가장 터무니없이 환희에 찬 순간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나는 현실로부터 반 발짝 앞에, 나 자신의 몸이라는 제한을 넘어 몇 센티미터 밖에 있었고, 내가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그 일이 벌어지자 마치 내 피부가 투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내 안에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 세상을 보려면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었다.

-환상의 책, 폴오스터




헥터의 절정 이후 짐머의 절정이 다다르며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수렴됨을 느끼는데 놀랍게도 짐머의 이야기상 두 번째 절망이 첫 번째 절망-가족을 잃은 절망과는 다른 어떤 무던한 것으로 다가온다. 이것을 나는 첫 번째 절망은-한 개인으로서의 절망이기에 그토록 처참했던 것이나, 둘째 절망은 짐머 자신이 한 개인을 개인 이상의 전체라는 것으로 깨달은 뒤 다시 찾아온 것이기에 둘째에서는 보다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짐머는 변화한 것이다.

이야기야 어쨌든 이 소설은 공중곡예사와 마찬가지로 허구적 한 인물의 일대기를 사실감있게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음은 물론 가독성을 높인다. 오스터 특유의 ‘구라’속에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작품의 분위기는 고조된다. 풀어쓰자면 아주 재미있다는 말이다. 미국 현대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더 좋겠고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읽기 좋을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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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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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쓴 이유는 독후감 그대로의 소설. 단지 화자가 특정한 인물로 바뀌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 정도다. 이 작품 또한 너무 특정한 시대를 소재로 차용했으며, 이야기가 훌륭하나 역시 석연찮은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에게 특별히 관심 있는 독자에겐 일독을 권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여러 권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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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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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스토리 텔러로서의 능력은 확실히 그 존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스나크 사냥에서도 세련된 교차서술로 상당히 깊은 인상이 남았는데 이 소설에서 또한 마치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새로운 느낌의 서술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등장하게 한 후 그 뒤를 따라가며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합쳐져 하나의 사건의 총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때의 경이는, 마치 우리의 인생-한 두 사람만이 모든 사건의 전부일 수는 없다-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물론 이야기 이상으로 작품의 주제나 소재, 작가의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전달력도 우수한 작품이었으나 왠지, 이 작가의 소설은 조금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그것은 너무도 동시대의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그려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다 다소 차치된 경향이 있어서 그러한 것인데, 이 작품만 해도 인간의 욕망 따위를 그린 것은 좋았으나 그 소재가 부동산/경매 등 일본 거품경제가 무너지는 시대적 배경을 너무 부각시켜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소설이 주는 이야기적인 재미에 누구보다 충실한 작품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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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외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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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오가와 요코, 기타무라 가오루 등 일본 현대 소설가들(사실 요시다 슈이치나 오가와 요코 정도를 빼곤 대부분 추리/공포 소설작가)이 아주 짧은 하나의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으로 쓴다, 정도의 룰을 가지고 쓴 이야기들의 묶음이 바로 이 책이다. 그닥 큰 의미를 가질 법한 책은 아니었지만 저들 소설가의 팬이라면 가볍게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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