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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ㅣ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문학전집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국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과제 때문에 거의 2달이 넘게 잡고 있던 이 책. 800페이지 정도로 두껍긴 하지만, 2달을 읽을 책은 절대 아니었다. 내용상으로는 엄청나게 지루한 책도 아니었는데 왜 이리 오래도 걸렸을까. 추측해 보건데 과제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어떤 일도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톨스토이를 생각하면 항상 장정일의 독서일기 1권이 떠오른다. 작가 서문에서 장정일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끌어다 자신의 말을 한다. 원하는 책을 골라 읽는 과제에서 이 책을 고른 첫째 이유는 역시 그것이었을 테고, 다음 이유로는 이름만 들어 본 이 작가의 책을 이 기회에 읽어보자는 마음에서였다. 아무래도 문학 이외의 책에는 너무 무지한 나로써는 선뜻 문학이 아닌 책을 도전하긴 두려웠고, 이런 기회가 아닌 다음에야 가볍고 읽기 편한 책만 읽는 나에게 톨스토이는 아마 평생 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골랐다.
이야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진행되는데, 사회적으로 상당히 타락한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런 귀족사회의 전형적인 귀족이었던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흘류도프는 한 재판에 배심원으로써 서게 되는데, 그곳에 가는 그의 생각은 이미 지금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귀족집안의 유부녀로 가득했다. 그런 그도 젊을 적 한때는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귀족들이 소유하는 토지 분배와 인간 평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얼마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는 등 자신의 소신과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으나, 나이를 먹고 또 귀족사회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그 또한 다른 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치와 허영이 가득한 평범한 귀족이 되어갔다. 그런 그가 간 재판은 한 창녀가 살해혐의를 받고 그것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것이었는데, 그 창녀는 네흘류도프가 그렇게 신념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 사랑했던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예카테리나 미하일로브 마슬로바(카츄사). 그녀는 네흘류도프 고모의 하녀였는데, 당시의 그는 그녀가 하녀든 뭐든 상관없이 그녀의 내면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그는 완벽히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사랑을 했고,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네흘류도프가 군에 입대하고 다시 고모의 집에 왔을 때 그는 전까지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마슬로바를 강제로 취했고, 돈을 줬다. 그 뒤로 네흘류도프는 그녀를 잊고 살았었는데, 이렇게 재판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었다. 네흘류도프는 놀라서 그 재판을 집중해 바라보았고, 그는 마슬로바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배심원들의 미숙함으로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그녀에게 유배가 결정됐다. 네흘류도프의 잠자던 신념과 양심은 눈을 떴고, 자신의 과거의 잘못에 대해 그는 이제 반성하고 각성한다.
지극히 기독교적 의미인 부활이라는 제목은 네흘류도프의 여정을 따라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무척 이해하기 쉬운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야기의 구조는 무척 단순한데, 그 여정을 통해 톨스토이가 당대에 말하고 싶었던 것과, 그리고 싶었던 당시의 모습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었지만 당시의 생활상이 무척 잘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