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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전에서의 삶도 이제 일 년이 넘어간다. 도시의 삶은 항상,은 아니겠지만 대체로는 매력적이다.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와 운동을 해도 이상 할 것 없고 운동 뒤에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사먹을 수도 있다. 무려 세벽 네 시에 말이다. 그런 일들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면서 최초의 경이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도시에서의 삶이 유난히 편하게 느껴진다-그것은 지난 20여년간의 삶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러한 도시에서의 삶은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물론 당신에게 두 가지-돈과 자본주의적 마음-가 있다는 전제 하에.
자본주의적 마음은 대개 당신에게 편의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숲 속의 코끼리와 같이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받지 않으며 당신의 자유를 누릴 권리.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그것에도 잃는 것이 있다-그것은 당신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에 주목받게 된 작가들의 글 속에서 발견하는 화두(話頭)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 자본주의적 마음이다. 김연수 또한 그것을 빼놓고는 도무지 이야기 할 수 없는 작가인데, 소품집과 같은 이 무겁지 않은 글 속에서 그것은 아주 대놓고 수면에 부상한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도시의 삶을 영위해 온 당신들에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내가 이 도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작년 한 해간 분투해 온 일들을 나열하는 것은 분명 내가 아닌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되지 못하기에 최대한 간단히 요약해 보려고 한다-당신들은 마음의 진심을 말하고 또 받아들이는 데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또 스스로가 가진 감정에 대해 의심을 품고 또 품으며 당신은 자신이 상처받기를, 버림받기를, 버려지기를, 손해보기를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미워한다고, 증오한다고 말해봤자 그 말들이 어떤 의미를 갖을까. 그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네가 이 글을 보든 그렇지 않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의 진우는 김연수다. 광수도 김연수다. 사랑해 광수야를 말하는 선영에게-혹은 당신에게-광수는, 진우는, 김연수는 묻는다. 그리고 나도 묻겠다. 사랑이라니,
선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