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 하문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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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처럼 독후감을 쉽게 쓸 수 없다. 싸이도, 블로그도 대부분 닫아 버린 탓에 부유하여 버리는 나의 말들을 잡아 둘 길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두드리게 되는 이 독후감만이 나에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따금씩 음악으로 치자면 멜로디라기 보다는 리프와 같은 말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지만 그것들을 채집하지 못하고 죄다 잃어버리고 만다. 메모를 시작해야겠다.

유치하겠지만 제목에 끌려서, 또 하루키를 읽고 싶어져서 빌린 이 책에 대한 나의 유일한 코멘트는 별점 정도가 아닐까 싶다. 쓰다보니 세월이 쌓여서 꽤 오래되어버린 이 독후감들에 대해, 감상적인 내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는 힘들다. 적어도 내가 진심을 담아 두드린 글들이 하루키의 이따위 모양의 글들보다는 낫다는 믿음 없이는 독서도, 글쓰기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쉽게 독서일기를 쓸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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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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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전에서의 삶도 이제 일 년이 넘어간다. 도시의 삶은 항상,은 아니겠지만 대체로는 매력적이다.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와 운동을 해도 이상 할 것 없고 운동 뒤에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사먹을 수도 있다. 무려 세벽 네 시에 말이다. 그런 일들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면서 최초의 경이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도시에서의 삶이 유난히 편하게 느껴진다-그것은 지난 20여년간의 삶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러한 도시에서의 삶은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물론 당신에게 두 가지-돈과 자본주의적 마음-가 있다는 전제 하에.

자본주의적 마음은 대개 당신에게 편의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숲 속의 코끼리와 같이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받지 않으며 당신의 자유를 누릴 권리.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그것에도 잃는 것이 있다-그것은 당신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에 주목받게 된 작가들의 글 속에서 발견하는 화두(話頭)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 자본주의적 마음이다. 김연수 또한 그것을 빼놓고는 도무지 이야기 할 수 없는 작가인데, 소품집과 같은 이 무겁지 않은 글 속에서 그것은 아주 대놓고 수면에 부상한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도시의 삶을 영위해 온 당신들에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내가 이 도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작년 한 해간 분투해 온 일들을 나열하는 것은 분명 내가 아닌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되지 못하기에 최대한 간단히 요약해 보려고 한다-당신들은 마음의 진심을 말하고 또 받아들이는 데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또 스스로가 가진 감정에 대해 의심을 품고 또 품으며 당신은 자신이 상처받기를, 버림받기를, 버려지기를, 손해보기를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미워한다고, 증오한다고 말해봤자 그 말들이 어떤 의미를 갖을까. 그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네가 이 글을 보든 그렇지 않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의 진우는 김연수다. 광수도 김연수다. 사랑해 광수야를 말하는 선영에게-혹은 당신에게-광수는, 진우는, 김연수는 묻는다. 그리고 나도 묻겠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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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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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든 변한다는 것은 절대로 점진적이지 않다. 모든 것은 순간에 변해버리고 그것을 눈치 챈 순간 이미 당신은 늦어있다-일어난 모든 일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니까. 후회하고 돌려보려 할수록 그것은 꼬이기만 하고 엉켜버릴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실로 오묘하고 섬세한 것으로, 자신이나 상대방이 실수를 했다고 느낀 순간 그것은 당사자와 상대방 모두가 알아버리게 되므로 누구도 그것을 숨길 수 없다. 변해버린 건 순간이고 변했다고 느낀 건 나와 당신 모두이므로.

들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말하는 책 속의 주인공도 결국은 일을 택한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공과 교코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교코는 떠난다. 떠난 교코를 찾기 위해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문자를 보내는 것과 그녀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을 어슬렁 거리는 것 뿐. 변했다는 것을 서로 알아버린 순간 뒤에 찾아오는 일들은 지리멸렬한 은닉뿐인 것이다. 일본 소설을 기피하게 되는 요즘 요시다 슈이치 만큼은 읽게 되는 것은 그가 바로 이러한 순간들에 대해 너무도 잘 묘사해내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순간이 변하고, 믿고 있던 자신의 마음은 흔들리고, 버리고 싶지 않던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느끼는 인간에게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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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보이즈
미카엘 니에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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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어라고 쉽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 힘들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스웨덴의 구석의 도시 파얄라를 배경으로 로큰롤 뮤직을 접한 소년들이 밴드를 결성하는 것이 주 내용일 줄 알았던 내 생각을 너무도 간단히 뛰어넘은 뭐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아주 훌륭한 성장 소설이었다. 주인공 마티의 재치넘치는 서술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과장되어 있으며 우습고, 날카롭고 또 슬프다.

모든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은 변하고, 또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멈출 수 없다.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잊지 않으리라 주먹쥐며 했던 다짐들도 모두 세월 앞에서는 부드러워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차차 나이를 먹고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의 일들로 나이들며 변한다. 우리는 모두 변해버린 순간 너무도 강한 자각에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성적으로 안다. 잃어버린 것은 마음이고 변해버린 것은 자신이라는 부정하고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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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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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외로움과 슬픔을 감내하며 살아가야한다. 견디지 못해 남자친구를 4명씩 사귀어도, 혼자있지 못해 밤 늦게까지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매사 무던하여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해도, 당신 자신의 슬픔과 고독은 결국 당신을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것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도 결국은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의 발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보다 당신을 더 생각하는 기적이 있기에 사랑을 믿는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와 내 뒤 침대에서 낑낑거리며 이른 잠을 청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나는 그것을 믿는다. 윤대녕은 자신의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맞서기 위해 찾아 나선다. 도망치거나 외면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마주한다. 그 자신의 에스키모 왕자를.

상춘곡, 3월의 전설, 빛의 걸음걸이, 천지간, 수사슴 기념물과 놀다 다섯 작품이 특히 좋았고, 또 그 안에서도 앞의 세 편이, 그리고 그 세 편 중에서도 빛의 걸음걸이가 가장 좋았다. 사실 더 좋고 덜 좋으면 어떠랴.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작가에게 있어 여러 작품들의 의미란 문학적인 시도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하면 작가에게 실례일까. 절대 폄하나 무시의 발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에 대해 말하며 퍼레이드를 넘는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윤대녕은 그런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집인 누가 걸어간다 속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낯선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 항상 그것을 생각하며 그것의 그늘을 벗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이 작품 또한 스스로가 던지는 화두의 또 다른 이야기, 은유, 메타포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대녕의 모든 작품을 몰아서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고, 일 년에 두어 권쯤은 그의 작품을 꼭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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