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외로움과 슬픔을 감내하며 살아가야한다. 견디지 못해 남자친구를 4명씩 사귀어도, 혼자있지 못해 밤 늦게까지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매사 무던하여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해도, 당신 자신의 슬픔과 고독은 결국 당신을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것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도 결국은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의 발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보다 당신을 더 생각하는 기적이 있기에 사랑을 믿는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와 내 뒤 침대에서 낑낑거리며 이른 잠을 청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나는 그것을 믿는다. 윤대녕은 자신의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맞서기 위해 찾아 나선다. 도망치거나 외면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마주한다. 그 자신의 에스키모 왕자를.
상춘곡, 3월의 전설, 빛의 걸음걸이, 천지간, 수사슴 기념물과 놀다 다섯 작품이 특히 좋았고, 또 그 안에서도 앞의 세 편이, 그리고 그 세 편 중에서도 빛의 걸음걸이가 가장 좋았다. 사실 더 좋고 덜 좋으면 어떠랴.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작가에게 있어 여러 작품들의 의미란 문학적인 시도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하면 작가에게 실례일까. 절대 폄하나 무시의 발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에 대해 말하며 퍼레이드를 넘는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윤대녕은 그런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집인 누가 걸어간다 속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낯선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 항상 그것을 생각하며 그것의 그늘을 벗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이 작품 또한 스스로가 던지는 화두의 또 다른 이야기, 은유, 메타포일 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윤대녕의 모든 작품을 몰아서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고, 일 년에 두어 권쯤은 그의 작품을 꼭 읽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