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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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미리 봐둔 책을 읽는 경우는 기대 이상/기대 만큼/기대 이하 세 경우 중 하나의 감상을 하게 마련인데, 이번 책은 가장 마지막의 것이었으니 이 책 따위야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결국 우리 세대는 그렇게 토익과 학점과 과제와 경쟁, 소주를 권하는 사회, 하이에나 같은 개떼들, 공무원 시험, 아르바이트, 통장의 잔고 따위로 질릴 만큼 질려버려서 정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는 것에 진지한 적이 있었더니 만큼 이런 일들은 정말로 치가 떨릴 만큼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왔기에 한 마디 적어야겠다.

나의 멋졌던 작은 외삼촌은 사촌 동생을 직업군인을 시키려 대학과 학과보다는 알오티시에 관심이 더 많으시고(물론 그 부분을 빼면 여전히 멋지다), 우리 부모님의 내 희망 직업은 역시 공무원이다. 어쨌든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한 전환구지만 개떼같은 덜떨어진 공주대 인간들은 전환구를 놔두지 않고, 쓸데도 없는 토익을 하는 것 같다.(라고 추정형으로 쓴 것은 실제로 본 게 6개월이 지났기 때문.) 장덕규는 벌써 일 년이 넘도록 몇 평 되지 않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화분의 선인장처럼 자라나고 있고, 아동은 이제 복학했지만 다시 휴학할 것처럼 보인다. 지난하고 지진한 아르바이트에 치이고 있는 내 얘기는 하나 마나니까 관두기로 하고.

80명도 넘는 규범론 수강생들은 교수님이 제대로 된 정권을 뽑으라는 말을 흘려듣는다. 그들은 결국 또 선거 날 놀러 갈 것이다. 전날 술 먹고 늦게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문자를 보낸다-문원 체전 전원 참석해 주세요. 그러나 소설 나부랭이나 읽으면서 음악 듣고 기타나 치는 나도 그리 다를 바 없다. 무기력하다는 점에서는. 그래서 우리 세대는 도무지 희망이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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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
리처드 생크먼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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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란 것은 지나간 과거를 말하지만, 있었던 일 모두가 아닌 후대인에 있어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들만이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역사라는 것 자체가 취사선택되어 진 것인 만큼 사람들은 그 역사에 있어서 보다 재미있고 필연적이며 딱 맞아떨어지는 사건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고 그로인해 역사엔 수많은 거짓과 신화가 생성되는 것이다. 역사는 또한 승리자의 것이기 때문에 승리한 자신은 보다 고결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실패한 타인에 대해서는 순수한 악으로 그리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라는 것은 실로 중립을 유지하기 힘든 것인가 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국사에 있어서 그런 ‘뻥’과 ‘구라’, ‘과장’등으로 점철되어진 것들의 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단순한 놀라움을 얻기가 힘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국사에 대한 지식 자체가 별로 없어서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이 틀렸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어떤 대통령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있었다면 그것을 부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 인물 자체를 처음 듣는다면 어떠한 종류의 놀라움도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미시적인 즐거움은 느끼기 힘들었으나, 총체적인 것-일테면 완전한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들은 몇 가지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역시 역사란 승자의 역사라는 것.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승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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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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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상태에 대한 글을 쓰려 했다. ‘상태’라는 것은 ‘순간’과는 다르다. 잡을 수 없는 찰나의 감정들은 쉽게 변질되고 변해버리기 쉽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단지 영원이란 단어에만 쓰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순간의 글보다는 대체적인 상태나 분위기에 대하여 글을 쓰려 했다. 그러나 결국 글이라는 것도 쓰고 난 뒤에 과거로 변해버리는 순간의 것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종류의 감정들은 아니었을까. 결국 시간이란 것은 순간의 것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언젠가 변해버리고 또 바뀌어 버릴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었다.

윤대녕의 소설도 이와 같다. 항상 말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것들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다르다. 발표되는 작품의 주인공들도 윤대녕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들의 속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의 에스키모 왕자와 호랑이는 결국 동일하다. 호랑이를 찾아 제주도로 떠난 주인공-윤대녕-은 결국 호랑이를 마주하고 잡았다고 해연에게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윤대녕은 결국 또 다른 호랑이 혹은 에스키모 왕자를 수탐하기 위해 또 다시 길을 떠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역마살 작가를 읽는 이유다. 호랑이 혹은 에스키모 왕자는 결국 윤대녕 혹은 우리 자신 안에 마주해야 할, 찾아야 할, 만나야 할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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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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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많은 작품들 속에서 네러티브 중심의 이야기도 보여왔던 요시다 슈이치였지만, 이 소설은 특히나 그의 소설들 중 가장 이야기에 집중한 소설이었다. 마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추리소설적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소설의 가독률을 높인다. 그러나 미야베 미유키였다면 살인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반전과 혼란을 더욱 극대화시켰을 테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경우는 어떻게 해서 그 살인이 일어났으며 그 살인의 가시적 가해자와 잠재적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과 가해자의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극대화 함으로써 그 자신의 색깔을 놓치지 않는다. 분명히 읽으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과 비슷하단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인물의 표현에서 명확하게 다른 두 작가의 특성을 느꼈는데, 말했듯이 미야베 미유키라면 인물의 심리는 보편적인 수준으로 놔두고 이야기에 모든 것을 집중했을 테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반대로 인물의 심리를 철저히 분석한다. 해석에 나와 있던대로 항상 무언가 일이 일어나기 전(사랑이든 뭐든)만을 그려왔던 작가가 이렇게 일이 일어나고 난 후의 일들을 쓴 것은 분명히 새롭긴 했지만, 전에 요시다 슈이치 책에 대한 감상문과 같이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퍼레이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정말 본인은 신경 안쓰겠지만 퍼레이드를 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요시다 슈이치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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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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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 대한 신뢰도에 더불어 분명히 소설이라고 생각해 빌린 책이었는데 펴보니 희곡이었다.(...) 희곡은 정말로 많이 안 읽어 봤는데, 읽어 본 것들이라곤 셰익스피어의 책들 몇 개와 부조리극 몇 개. 우습게도 우연히 빌린 이 책마저도 부조리극이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부조리극이란 것의 형식에 대해서는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문학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은유를 극대화시킨 부조리극의 형식은 정말 침을 흘릴 정도로 좋아한다. 다만 그 형식은 좋지만 그 작품들이 재미라는 측면에서 즐기기엔 아주 힘들기 때문에 즐겨 읽지는 못하겠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이 작품의 별점을 세 개 반을 줬다. 사실 희곡에 대해 몽매한 내가 이 작품에 대해 별점을 매기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알지도 못하는 것에 별 다섯을 줄 수도 없고, 아예 주지 않을 수도 없다. 셋 반은 그 중간의 타협에 불과하다. 이 책이 70점짜리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이 작품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두드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어느 누가 한다고 해도 무의미한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연극들을 실제로 본다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연극 한 번 본 적 없기 때문에 확신은 못하겠지만.

의미와 이유 없이, 무언가를 기다려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기다리는 작품 속의 두 주인공을 보면서, 고도가 신이라는 뜻의 영어와 불어 두 단어를 합친 것이라는 해석은 무척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당신 인생에 대해 희망을 갖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일테면 로또를 사지도 않으며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도가 오고 오지 않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야 누구나 알게되는 것이지만 평론가들은 시끄러운 쥐새끼들처럼 사뮈엘 베케트에게 물었다고 한다. 고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고도는 오게 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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