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사실 집에 약 43년 산 파리대왕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되어 보이는 책은 읽기 싫어지기 때문에 안 읽다가 결국 민음사 판으로 빌려본다. 초반부 지지부진하게 읽다가(물론 내 게으름) 막판에 스퍼트를 했는데, 소설이 너무 좋다. 로빈슨 크루소(어렸을 적에 청소년 용으로 많이 읽었다. 완역판은 못 읽어봤고) , 생존게임, 그의 나라(뒤쪽 두 개는 만화)등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앞쪽 두 개는 상당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짜여졌다면(사실 무인도의 삶을 모르기 때문에 '리얼'한지는 모르겠다.) 그의 나라는 무인도를 하나의 소재로 사용한 다른 이야기였고, 파리 대왕 또한 그렇다.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떨어진 한 무리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건 결국 인간에 대한 우화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소년(아이)들의 습성을 너무도 사실감 있게 다뤘다는 것에서 놀랍다. 글은 대체로 묘사 위주로 서술되어서 약간 읽기 힘들었으나, 후반부 거의 공포소설에 가까운 진행으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알 게 된다.
진짜 글 못쓰는구나. 전혀 핵심에서 어긋난 독후감상문이라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