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 뾰족섬 꼬마 임금님 - 현대문학어린이 동화의 숲 003, 저학년
소중애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볼 때, 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는 건 고사하고 재미도 떠나서,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안 되는 거잖아, 이걸 아이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책을 쓰는 거야, 이러다 갑자기, 휙, 어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내가 보이면 쓴웃음이 난다.

며칠 전 빌려온 동화책 몇 권을 읽을 때에도 그랬다. 왜 그렇게 딴지 걸고 싶은 부분들이 많은지...
그러나, 이런 책을 만날 때 나는 기분이 좋다. 
<꿀빵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 뾰족섬 꼬마 임금님>.
제목 탓인지, 읽기를 제일 나중으로 미루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잘 한 일이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다른 책들에 대한 실망이 배로 커졌을 테니까.

잠깐 줄거리 : 배를 타고 나간 임금님과 남자들이 돌아오지 않자, '임금님이사는땅'에서는 임금님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여덟살 아이 '돔'을 임금님의 자리에 앉히기로 하고, 임금님 교육을 시킨다. 새 임금님은 먼구름, 돌팍 등과 함께 '배부른땅'과 '차갑게빛나는땅'을 방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일들을 총명(!)하게 처리하고 돌아온다. 바다에서 임금님과 남자들이 돌아와 이제는 임금님 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라 하는 천진난만한 돔.
(돌아온 임금님이 돔에게서 많이많이 배워 이전보다 더 현명한 임금님이 되기를 바라본다. 아니, 사실은 돔이 계속 임금님을 하길 바란다..)

꼭꼭 씹어보기 : '차례'의 소제목만 살펴도 이 동화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6. 임금님은 거만해도 좋대
9. 뭐든지 아는 척하기
10. 얼렁뚱땅 넘어가기
13. 모른 척, 못 들은 척

이 시대 정치인들이 생각나는 구절들이다. 돔은 이런 방법들을 배웠지만 실제로 이것들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닫고 좋은 해결책을 내놓으려 애쓴다.

7. 쓸데없는 일을 맡았구나
15. 배부른땅의 배고픔
16. 밀가루랑 꿀이랑 바꾸자
17.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일

이 소제목들에선 정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배부른땅의 배고픔'이라니, 정말 예리한 지적 아닌가. 밀이 쏟아져 나오지만 항상 배고픈 사람들, 우리 농촌의 눈물과 땀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하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일'은 그냥 지나쳐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거 꼭 높으신 분들이 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그 풍자의 의미를 모른들 어떠하리. 재밌어서 보다 보면 아이들도 저희 나름대로 생각이 갖춰지는 법. 함께 읽는 부모가 길을 안내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재미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발견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책, 작가의 곧은 철학이 드러나는 책.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그림 몇 컷을 함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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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0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좋아요^^

난티나무 2005-06-0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에는 그린이가 없네요... 책 표지에도 글 소중애 라고만 되어 있고...
그린이는 이유진입니다.^^
만두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