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내 그런 기분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내 집 내 침대에서 하루종일 뒹굴고 싶은 마음 굴뚝.

딱히 할 것도 볼 것도 있지 않은
뚜렷한 목적 없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되는 시간.

드디어 내일 집에 간다. 그래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오는 오후.
무조건 걷기보다 어디든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는 기술 연마 필수, 지금은 그 기술 써먹는 중.

앉아서 쉴 때 읽으려고 전자책 들고 나왔지만
눈이 무겁다. 밀려있는 책들 어쩔. 나는 말이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여행을 원한다고.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젊은 시절.(물론 나는 지금도 젊다.😜) 나만의 여행 패턴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는 책 읽을 거면 여행을 뭣하러 오냐고 할 지도 모르는데 ㅋㅋ 숙소에 퍼져서 책 읽는 여행 좋지 않나요?

어쨌거나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최고다. 누가 됐든 함께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불만도 생긴다. 내 맘대로 안 된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또 한번 실감한다.

내 여행 패턴에 대해 고민하면서.
안경을 벗으면 몇 미터 앞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내 시력을 걱정하면서.
어딘가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하수구 냄새를 피할 도리 없이 맡으면서.
빵집의 에스프레소가 어째서 2,20유로인가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글감을 휘갈겨놓은 수첩을 뒤적거리면서.

그런데
빠리에는 책방도 많고
책을 읽는 사람도 많다.
좀전에도 길가 계단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를 보았고 좀더 전에도 지하철에서 아이 셋 데리고 탄 남자가 책을 펼쳐 읽는 걸 보았고 그 전에도 어제도 그저께도 길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까페에서 책을 읽는 여자들을 보았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만큼은 종이책과 인간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만.

책을 읽기에는 머리와 눈이 무겁고 손글씨를 쓰기에는 손목이 아프고 멍 하자니 너무 멍해서 북플을 열고 수다 삼매경.

집에 가서 쓰러지지 않으면 ㅎㅎ 다음주에 나타날게요. 뿅.



(책 이미지 넣고 싶어 ㅎ 여행 중 간간이 매우 간간이 들여다보는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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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3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소에 퍼져서 책 읽는 여행은 늘 로망이에요! 왜 뭐 때문에 그런건지 나도 몰라요.ㅋㅋㅋ
어쨌든 집떠나면 고생 뭐 이런 말이 생각나는 글이에요.ㅎㅎㅎㅎ 돌아오심 푹 쉬셔요,, 쉬시면서 여행하는 동안 내가 왜 그랬지? 뭐 그딴 생각 하지마시길요.^^;

난티나무 2022-10-31 21:52   좋아요 0 | URL
같은 로망을 가진 라로님~^^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진리일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