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으나 결국 내 자랑이 되고 마는 대화가 있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으나 결국 '그렇게' 되고 마는 대화가 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해 말했으나 알고 보면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어서 결국 시야가 좁은 사람이 되고 마는 대화가 있다. 나는 내 상황을 이야기했을 뿐이나 상대방에게는 간극을 느끼게 하는 대화가 있다.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으나 어떤 대화에서는 실제의 내가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 왜곡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기에 씁쓸하다. 씁쓸하지만 주워담을 수 없다. 다시 화제에 올려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계속 나의 의도를 곡해할 것이다. 혹은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상대방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별 문제없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상대방의 생각을 내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건 세상 만들기>를 번역했다. 흔한 비건책과는 살짝 다른 책이라 느꼈기에 호감을 가졌고 이 책의 제목도 <해방촌의 채식주의자>여서 비건과 관련된 에세이겠거니 했다. 음악도 하고 인문서점 [풀무질]을 공동운영한다고도 한다. 음악을 빼고라도 책방과 비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나의 감상은 위와 같다. 나는 뜻을 '아마도' 곡해했을 상대방이다. 상관없다. 아마 저자도 상관없을 것이다. 다만 나와 같은 상대방은 없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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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9-1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넘 좋아요!! 난티님 정말 표현도 잘 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뒷북이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나봐요.^^;

난티나무 2021-09-12 02:07   좋아요 0 | URL
^^;;; 라로님 천사!!!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