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 꿈이 너무 많은, 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1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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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번역서 제목이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이다. 원제목은 "Plus tard je serai moi : 나중에 나는 내가 될 거야"다. 나는 내가 된다. 얼마나 좋은 표현인가.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라니, 정말 구리다. 고민하는 주인공 아이(중학생)의 모습을 제목 문장 하나로 깔아뭉갠다. 철저한 어른의 시각. 이렇게밖에 안 됩니까? 


다음은 책소개의 줄거리이다. 

"셀레나는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도, 진로를 선택하고 싶지도 않은, 아니 진로를 선택할 수도 없는 평범한 10대다. 그저 친구 베란과 나누는 수다가 행복하고, 입맛을 돋우는 로크포르 치즈가 좋고 온종일 시험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교육부를 욕하고 겨우 한 곡 쳐낼 수 있는 자신의 기타 실력에 만족하는 그런 소녀 말이다.


그러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부모님의 한 마디는 셀레나의 인생을 꼬아 놓기 시작한다. “네가 예술가가 되면 좋겠구나.” 미처 이루지 못한 자신들의 꿈을 딸에게 투사하기 시작한 부모님은 점점 극단적인 방법으로 셀레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한겨울의 집은 난방이 꺼지고, 용돈도 끊기고, 먹을 거라곤 감자 몇 톨이 전부인 삶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예술가는 원래 힘겹게 살아야 된다나 뭐라나. 이런 광기 어린 부모님은 어느새 스스로를 망치면서까지 셀레나를 자극하고, 셀레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데…." 

셀레나 부모가 사용하는 방법들은 극단적이기는 하다. 그리고 돈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어렵고 두려운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잘 못해 늘 휘청거리고 휘둘리는 게 나다. 어리버리하다 정신을 차리니 벌써 아이들은 이만큼 커버렸고. 그렇지만 인생에 대한 고민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 아니던가. 나이와 상관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그러니 계속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 식상한 말과 눈빛을 던지지 말 것. 하찮고 보잘것 없어 보이더라도 아이의 의지를 꺾지 말 것. 하. 이렇게 적으며 마음을 다잡지만 컴퓨터 게임에 매진하는 아이들의 등짝은 얼마나 스매싱하기 적당해 보이는지. 


Martin Page의 글은, 읽은 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얼마 안 되는 걸로 약간의 선입견을 만들어본다면, 여지가 많은 글? 뭔가... 엄청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다 쏟아낼 수가 없어서 자제하고 자제하다 그만 모자란 느낌? 아니면, 좀더 팍팍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웅크린 느낌? 동화도 쓰고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는 작가, 달랑 동화 하나 소설 하나 읽은 게 다지만^^;; 나는 그냥 당신의 에세이를 읽겠습니다. 사서 읽다 만 책이 보이네요. <Les annimaux ne sont pas comestibles :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열린 결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그렇다. 셀레나의 부모는 그냥 그런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극단의 조치에 대한 설명도 없고 이후의 설명도 없다. 셀레나 캐릭터에 비중을 실었기 때문이겠지만 아쉽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식의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 베란과 교장선생님, 그 특별한 캐릭터도 더 잘 살려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될 거라는 그 멋진 말은 왜 이야기 속에는 없나? 희뿌옇고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은 중학생의 생각, 무엇이 (꼭)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 그건 잘 알겠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나 하는 고민은 중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는, 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꼭 장래 희망이 있어야 하나? 되고 싶은 게 있어야 하나? 이런 질문을 작가는 던지고 싶었던 거겠지.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부모의 모습 속에서도 어른이, 사회가, 강요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정말이지 나는, 꼭 내가 되고 싶다. 절실하게 내가 되고 싶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온전히 네가 되라고, 너는 너만 될 수 있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다면, 지금쯤 나는 내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 너는 네가 되어라, 해야 겠다. 내가 듣지 못한 말,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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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1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너무 귀여워요! 이런 결론을 얻으셨음 별5개 아닌가요?ㅋㅋㅋ저 찜~♡

난티나무 2021-06-12 16:56   좋아요 1 | URL
음 책은 별 셋, 셋인 책을 읽고 별 다섯인 생각을 했으니 나는 별 다섯! ㅋㅋㅋㅋㅋㅋ
간만에 잘난 척 해봅니다. 크크크.
첨에 네 개는 주려고 했는데 말이죠, 글 쓰면서 생각하니 읽을 때보다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하나를 깎았죠.ㅎㅎㅎ
사지 말고 빌려 읽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