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빨간 얼굴 질루와 부끄럼쟁이 물고기 (개정판) 책마중 문고
질 티보 지음,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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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이 키우는 동물,에 대해 생각한다.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함께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사람과 함께 살아 행복한 동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동물들도 있을 텐데,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사람들과의 관계, 뭐 그런 것들. 

우리집에도 동물이 있다. 작은 수족관에 조용히 바닥에서 생활하는 코리들. 체리새우 몇 마리. 어제는 처음 우리집에 온 코리가 5년이나 함께 살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새삼 경건해 졌었다. 작은 물살이들이 역시 작은 수족관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걔네들이 태어난 곳도 자연은 아니기에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 애초에 들일 때부터 무척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이 책에는 빨간 물고기가 나온다. 예전 책이라 물고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개정판도 그렇다. 아마 요즘 새롭게 나오는 책에도 물고기라는 단어를 쓰겠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고기'라는 단어의 쓰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튼 책에 나오는 빨간 물살이는 물의 온도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 다행이다. 부끄럼쟁이 질루는 '빨간 물고기'와 생활하면서 조금씩 부끄러움을 떨치게 된다. 무엇보다도 '빨간 물고기'를 데리고 방을 구경시켜 주고 산책을 하고 놀이터에 가고 학교에도 가는 질루가 부러웠다. 그렇다. 부러웠다. '빨간 물고기'를 데리고 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은 부모도 부럽고, 야단치지 않은 선생님도 부럽다. 질루의 부모나 선생님보다, 나는 무엇보다 질루가 되고 싶다. 부끄럼을 타서 선생님의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물살이 친구를 통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과 대화를 트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그 아이의 용기가 가장 부럽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모습에 내 모습을 겹쳐보는 일이 잦아졌다. 꼭 나 같구나. 그런데 동화 속의 아이들은 어떻게든 용감해지고 당당해지는데, 현실 속의 나는 쭈그러들기만 한다. 그래도 작가의 소개글을 읽으니 위안이 된다. 어릴 때도 혼자 그림 그리는 게 편했던 작가는 어른이 되어서도 조용히 있는 걸 즐기고 음악을 듣고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나도 혼자가 편하다.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모든 부끄럼쟁이들에게'이다. 나도 그 중 한사람이라 부끄럼쟁이 질루가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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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16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고기..정말 그러네요~고기를 왜..소한테도 살아있을땐 소고기라고 안하는데, 무심코 받아서 이어가는 것들이 많네요. 관심갖을수록 더 보이는것 같아요.저도 부끄럼쟁이과라 조용히 그림그리고 친구들한테 주곤했었는데 생각하니 웃음납니다ㅋㅋㅋ

난티나무 2021-02-16 17:47   좋아요 1 | URL
저도 어릴 때부터 부끄럼쟁이...ㅎㅎㅎ 지금도...ㅎㅎㅎㅎㅎ 혼자 잘 놀아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