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를 읽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마도 어렸을 적에 읽은 그 이야기, 그때엔 악마에게는 뭣도 팔면 안 되겠다는 막연한 교훈(?)만 얻었을 것이 뻔한 그 이야기를 지금 다시 보니, 음 그러네. 정말 많은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그 그림자. 이 책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하나도 안 가벼울 듯한 느낌이 프롤로그에서부터 든다. 


무례한 부탁, 마음 놓고 대낮의 길거리를 걸을 수 없다, 가는 곳마다 손가락질을, 후회, 가짜,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차라리 햇빛 아래에서 걸어다니지 말아야' 한다, 거래, 고독, 칭송, 기대, 절망, 영혼, 몸 덩어리, 상실, 대립, 외적이고 현세적인, 배척,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세계와 주체의 관계, 소외, 고립, 자격, 스티그마, 불완전, 결함, 비가시화, 사람대접, 인간다움, 표현하는 수단, 낙인, 상호작용, 굴욕/복종/차별, 장소,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기, 환대,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불평등,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사람'.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단어와 구절들이다. 한 단어 한 문장마다 턱턱 걸려 생각을 해야 했다. 길지 않은 분량의 프롤로그에 유명한 사람들(보드리야르, 주디스 버틀러, 발터 벤야민, 푸코, 한나 아렌트 등)의 말과 의견이 나온다. 주석 또한 하나하나 밑줄 치며 읽어야 한다. 푸코는 한글자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주석의 푸코의 말은 정말 재미있다. 요샛말로 현웃 터짐.

(상관 없어보이지만(이라고 쓰고 어제 읽은 소설 구절 생각남, 그러므로 어느 정도는 상관 있다. 그런데 실은 상관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 이현의 <전설의 고수>를 보면서 나도 초능력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가장 현실적으로(읭?) 바라는 초능력은 보부아르나 푸코 같은 프랑스 작가와 철학자들의 글을 프랑스어로 완전 쉽게 술술술 읽을 수 있고 신나게 말로 떠들 수 있고 논문도 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적확한 프랑스어 구사능력이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부터 그렇게 되면 정말정말정말 좋겠...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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