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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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이 멋있으려면? 아내가 있어야 한다. ‘집사람’의 관심과 돌봄 없이 구멍 난 양말과 밑단 터진 바지를 피할 수 있는 한국 남자는 몇 없다. 깔끔하게 세탁되어 다려진 셔츠를 착용할 수 있는 것도 대부분 아내 덕이다.
중년 여성이 멋있으려면? 남편이 없어야 한다. 아침밥 먹인다고 난리를 피울 것도, 뒷바라지 한다고 억척스러울 것도 없다. 가사 노동과 감정 노동의 부담은 절반 이하로 준다. ‘500파운드’를 들고 ‘자기만의 방’에서 비교적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이 없어야 장수하고 남편은 아내가 있어야 장수한다는 한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결혼이라는 이름의 착취 구조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해진다. 마치 주인과 노예의 관계처럼 남편은 아내가 있어야 삶에 여유가 생기지만, 아내는 남편의 없어야 삶의 굴곡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P29

나쁜 엄마 되는 건 정말 쉽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고, 젖몸살을 앓으면서도 모유 수유하고 ,면 기저귀를 일일이 빨아가며 사용해도, 답답해서 잠시 외출했다가 아기가 감기라도 걸리면 금세 이기적인 엄마가 된다.
나쁜 아빠 되는 건 정말 어렵다. 애가 울거나 말거나 귀 막고 잠을 자도, 젖병 소독이며 목욕 한 번 안 시켜도, 유모차 끌고 동네 한 바퀴만 돌면 금세 자상한 아빠로 소문난다. 백가지 중 하나만 잘못해도 나쁜 엄마가 되는데, 백가지 중 하나만 잘해도 좋은 아빠가 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 P33

남성들은 살고, 여성들은 살아남는다. 10퍼센트 남짓한 신고율에도 연간 3만 건 이상의 성범죄 사건이 점수되는 나라에서, 보복의 두려움에 떨며 어렵사리 신고해도 3분의 1만 기소되는 나라에서, 남편 혹은 남자친구의 손에 매년 백 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는 나라에서, 여성이 남성 임금의 3분의 2도 받지 못하고 남성보다 5년 먼저 퇴직하는 나라에서. - P97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따뜻하기까지 한 사람은 드물다. 암기력과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비판적 사고력과 사회문화적 통찰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다 보면 나와는 무관한 줄 알았던 아픈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당연한 것이 낯설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개인의 삶을 사회와 역사로 확장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이 싹튼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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