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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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에 한 남자가 줄에 매달려 있다. 책 제목이 공중그네인만큼 저 남자가 타는 것이 공중그네인건가라고 생각하지만 저 남자 아무리봐도 배가 너무 나왔다. 서커스에서 공중그네 타는 사람들에 비해 너무한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다가 웃음이 피식하고 나온다. 웃음이 피식하고 나온 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그랬다. 이 책, 대단하다고.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웃음 제조기라고 말했던 것을 잊고만 것이 실수였다. 도서관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책을 편지 10분도 되지 않아 도서관 구석에서 혼자 큭큭큭 웃게 만들었고 20분이 넘어서는 배를 움켜쥐게 만들었고 30분이 넘어서자 사람들의 눈초리에 책을 들고 꺼이꺼이 웃으며 도서관을 나와야했다.

 

도서관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 가을바람과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은 배가 얼마나 땡길수 있는지, 사람이 얼마나 쳐다보는 이의 시선을 무시하고 혼자서 웃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가을 하늘 위로 내 웃음이 퍼져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책에서 나를 배꼽잡고 웃게 만들 사람은 가즈키 소설의 야마시타만이 가능할거라 믿었는데 야마시타에게는 미안하지만 1위의 자리를 공중그네의 이라부에게 넘겨주어야할 것 같다. 아마도 이라부가 1위 자리를 내놓을려면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라부~~나이 몇살? 다섯살!!!!

 

이라부는 정신과의사이다. 정신과의사란 환자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담으로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런 이라부에게 다섯명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이라부를 첫 만나고 나서 든 생각은 모두 같다. 이라부는 다섯살박이 아이와 같다는 거. 이라부는 다섯살 아이의 성격은 모두 가졌다.

 

하나, 무조건 조르고 본다.

 

-다섯살 아이가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길바닥에 주저 앉아 떼를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있다. 그 아이가 다 자라서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다고 생각해보자. 그 몸으로 되지도 않는 애교로 말꼬리에 "~~용."을 붙이며 무언가를 해달라고 무조건 조른다면 당신, 당해낼 제간이 있겠는가!!! 그것이 이라부의 힘이다. 다섯살아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부는 천성적으로 마음상태가 다섯살이다. 그렇기에 환자들은 이라부 앞에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의 마음을 열게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존심을 버려야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섯살어린이에게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 이라부는 환자를 편하게 하며 안심시켜주기에(물론 당황시키며 편하게 해서 문제긴 하다.) 환자들은 이라부에 대해 의사가 맞는지 의구심을 품지만 발걸음은 이라부의 병원으로 저절로 향하게된다.(이것이 솔직히 마유미짱의 주사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 안되면 어때용, 일단 해보고 보는 거죵. 즐겨 즐겨용~

 

-이라부는 환자들의 마음에 생긴 이 욕구불만에서 오는 것을 알고 있다.(사실은 정말 알고있는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 할머니가 그러셨다. 어린이는 어른들이 꽁꽁 숨겨놓은 것을 본다고. 그 말이 맞다면 이라부는 환자들의 문제를 보물찾기 하듯이 잘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환자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물찾기를 하기로 결정한 이라부는 보물찾기의 길이 얼마나 힘들든 상관없이 하고 본다. 그것이 환자의 장인어른이자 자신의 스승의 가발을 벗기는 것이든, 환자와 함께‘곤노우 신사 앞(金王神社前)’이‘불알(金玉) 신사 앞'으로 바꾸자고 환자를 졸라 장난을 치는 것이 이라부다. 이라부의 이런 치료는 놀랍게도 효과적이다. 가슴 속에 무언가를 담아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물론 환자들에게 하듯이 이라부 자신도 막무가내로 하고 본다. 자신의 글 실력은 상관도 없이 출판사에 가서 무조건 글을 써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이라부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다.

 

공중그네를 타려면 몸은 아무 문제없다. 요는 마음을 비우는 것.

 

책의 제목은 공중그네이다. 공중그네를 타지 못하는 환자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두번째에 나온다. 매번 공중그네에 성공하던 고헤이가 책임감과 두려움에 공중그네를 계속 해서 탈락하게 된다. 이 공중그네에서 가장 많이 웃었다. 왜냐하면 100킬로그램이 넘는 이라부가 공중그네를 탔기때문이다. 얼굴도 그정도면 두꺼울 수 없을만큼 두꺼운 이라부의 공중그네는 독자를 땅바닥에 떼구르르르 구르게 만들 정도다. 이라부가 자신의 몸무게가 70킬로그램이라고 할 때 나의 몸은 의자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있었다.

 

-공중그네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의 단면이다.

 

왜 이라부는 성공하는 공중그네를 늘 성공하던 고헤이는 실패한 것일까, 공중그네는 현대인 모두가 타고 있는 그네이며, 건너야 할 고비일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잃을 것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길을 가보기에는 힘든 나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묵묵히 이 삶을 견디어 낼 수밖에 없다고 단정지어버린다. 공중그네에서 한쪽에만 너무 오래 머무르게 되어 다른 쪽으로 건너갈 방법을 잊게 되어 가슴은 계속해서 답답해져오고, 팔힘은 점점 빠져나가 떨어질 것 같다. 떨어진다고 해도 그물이라는 것을 이라부는 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한번 더 해볼 기회를 얻은 거에 불과하다고 이라부는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의 떨어짐을 실패로 보고 그것 하나에 삶이 무너질거라 걱정하며 점점 힘이 빠지는 팔을 쳐다보며 전전긍긍한다.

 

우리의 삶인 공중그네는 안전한 그물장치가 있다.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그물장치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믿고 몸을 내던지면 된다. 겁을 내는 것은 그 순간보다 더 먼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 순간에 집중하고 몸을 던지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날아가는 기쁨과 떨어지더라도 몸이 가뿐히(물론 이라부는 가뿐하지 않았지만) 그물위로  솟아오르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라부는 공중그네에 아슬하게 매달린 현대인에게 한마디를 한다. 다들 무서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다들 한번씩 해봤으니 또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두번째는 아마도 신이 날거라고. 공중그네를 몸소 타는 모습을 보여준 이라부, 그는 우리에게 걱정말라고 당신도 날아보라고 한다. 날다 떨어지면 비타민 주사를 놓아준다면서 말이다. 이번건 공짜야, 공짜하면서.

 

 

#마치면서

이 책은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난다. 그것이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바라는 것일 것이다. 웃을 때는 실컷 웃는 것. 그렇게 웃다보면 가슴이 따뜻한 무언가로 차오를 거라고. 그것을 즐기면 된다고 말이다. 그것을 못 느끼면 마유미짱의 비타민 주사를 맞으면 되니 먼저 웃고 보라고 말이다. 어린시절의 우리는 무조건 하고봤다. 끝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모르기에 신이나서 어쩔 줄 몰라하며 많은 것을 해왔다. 그렇게 여러개의 공중그네를 건너온 것이다. 잊으면 안된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할 때 내가 행복한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날아오를 때의 쾌감과 떨어질 때의 보이는 파란 하늘을 기억한다면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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