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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참 예뻐보였다. 하늘말나리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걸까 생각했다. 하늘말나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저런 이름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하늘말나리라는 것이 꽃의 이름인지 몰랐었다.
책은 가정에 아픔이 있는 세아이의 마음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배경은 월전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월전리라는 이름보다는 달밭으로 많이 불리는 곳, 보름달이 뜨면 환하게 마을을 쓰다듬어일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책은 지명이나 이름들이 예쁘다. 주인공 미르란 이름도 용이라는 우리말이다. 미르의 할머니는 미르가 태어났을 때 여자아이라서 실망했지만 아빠는 미르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었다.
책의 주인공은 세명의 아이들이다. 아빠와의 이혼으로 엄마와 시골에서 살게된 미르,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희, 8살때 엄마가 하늘로 간 이후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바우까지 3명의 아이들은 달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켜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세 아이들은 꽃을 닮았다. 각가 닮은 꽃은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공통되게 닮은 꽃이 있기도 하다.
#엉겅퀴꽃 -미르
도시에 살다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골에 내려와 엄마와 살게된 미르는 화가 잔뜩나있다.
시골에서 살게 된 것이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아니다. 미르가 진짜 화가 난 것은 부모님이 자신에게는 상의도 없이 이혼을 한 것 때문이다. 어리다고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정한 것이 미르는 너무 속이 상한다. 그런 까닭으로 미르는 달밭에 와서 내내 툴툴댄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고 엄마의 말에는 짜증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르의 이런 모습은 가시가 돋은 엉겅퀴꽃을 연상시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시가 있어 다가서기 힘든 꽃 같지만 가시를 만져보면 그 보드라움에 놀라게 된다. 미르는 그런 아이이다. 속에 예쁘고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품은 아이가 미르이다. 보드라운 가시로 둘러싸인 미르 안에 따뜻한 마음을 달밭에 사는 바우와 소희도 알고 있다. 그건 바우와 소희의 가슴 안에도 미르처럼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제비꽃-소희.
소희는 아빠가 죽고 엄마가 재혼을 해서 떠나자 할머니와 단둘이 달밭에 사는 아이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소희는 달밭 어른들께도 학교에서도 성실하고 밝은 아이로 통한다. 소희는 가슴 속에 있는 상처를 꽁꽁 숨겨두고 밝게 웃는 아이이다. 가슴 속의 상처를 조개라고 부르는 소희, 언젠가는 진주가 될거라며 그 상처를 고스란히 감싸안고 있다.
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제비꽃이다. 왜냐하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피는 꽃이 제비꽃이기 때문이다. 겨울내내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소희가 부모 없는 아픔을 견디는 모습과 같아 소희가 제비꽃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파왔다. 겨울을 굳건히 견뎌내고 꽃을 피우는 제비꽃처럼 소희도 작가라는 꿈의 꽃을 피울 것이다.
*상사화-바우.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말을 하지 않는다. 6년동안 말을 하지않고 지내는 바우, 미르는 그런 바우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바우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빼면 바우는 착한 아이이다. 학교에서도 만들기와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통하는 바우. 그런 바우를 볼 때면 바우 아버지는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바욱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빠가 자신이 말을 할 때 엄마 잃은 슬픔에 바우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거란 슬픔에 바우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빠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빠가 들을 수 있길 바라며 마음 속으로 이야기 한다.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엄마와도 바우는 많은 대화를 한다.
바우네 가족은 상사화를 닮았다. 상사화는 입이 먼저 지고 나서 꽃이 핀다. 그렇기에 입과 꽃은 서로를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입과 꽃이 상사화를 이루는 것은 변함이 없다. 엄마가 죽었어도 바우네가 한 가족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상사화를 가슴에 품은 바우는 엄마의 상실감을 소희와 미르의 존재로 치료한다.
*너희들 모두 하늘말나리야.
미르와 바우, 소희를 보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꽃이 바로 하늘말나리이다. 하늘말나리는 다른 꽃이 땅을 보고 피는 것에 비해 하늘을 보고 핀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하늘을 보고 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하늘말나리. 미르, 바우, 소희는 하늘 말나리를 닮았다. 마음의 아픈 상처에도 땅만 보고 울고만 있지 않는다. 상처를 견디어 내고 하늘을 향해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을 배운 세 아이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힘이 되는 지 알게 되었다.
*마치면서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을거란 생각에 어른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고는 한다. 아이들에게도 생각이 있고 상처받을 마음이 있는데도 어른의 상처에는 비할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처받는다. 겉으로 우는 아이도 있지만 속으로 우는 아이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상처 받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같다.
이 책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참 좋은 책이다.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성장동화는 언제봐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좋은 구절
-행복이란 내가 가진 욕심이나 자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가야 얻는 것인가 보다.
아무런 욕심도 바람도 없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신은 어떤 것도 그냥 주거나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지.
-"엄마, 내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 가족은 상사화의 꽃과 잎 같아요.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사화의 꽃과 잎이 한몸인 것처럼
비록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하늘말나리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뿐만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빙 둘러 난 잎도 참 예뻐요.
다른 나리꽃은 땅을 보고 피는데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피어요.
마치 무언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아요.
-한자리에 서서 오백년 세월을 거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겪었을까.
미르는 가지에 박줄을 동여매고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자 지금
자신이 겪고있는 일들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나는 내 마음을 조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진짜 진주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금관에 장식하는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진주를 마음 속에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부자가 된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제 어떤 상처도 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