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 이야기 사계절 1318 문고 17
크리스티앙 그르니에 지음, 김주열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피아노를 썩 잘 치는 고등학교 1학년 소년 피에르는 일주일에 한 번 하교길에 찾아가는 벤치에서 아름다운 여학생 잔느를  보게 되고 사랑의 싹을 틔우게 된다. 알고보니 잔느는 자신의 학교와 같은 중학교 3학년 여학생.

피에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의 거장 아마르도 리코리니에게 개인 지도까지 받고 있다. 어느날  리코리니는  갑작스런 간염 증상으로 피아노 연주회에 오지 못하게 되고, 보조 출연하기로 되었던 피에르가 대신 연주를 하게 된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떨리는 상황이라 피에르는 가발을 쓰고 폴 니에만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나선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고 새로운 천재 피아니스트의 등장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침 그 자리에는 잔느가 관객석에 있었고, 잔느는 폴 니에만의 열렬한 팬이 된다.

피에르의 아버지는 작곡가인데 순수 음악이 아닌 TV나 영화음악 등의 클래식 음악 편곡 일을 하고 있다. 잔느의 아버지는 피아노 나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에서 녹음을 하는 녹음 기사였는데 잔느가 다섯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후에 잔느의 집 지하실에서 나온 아버지의 녹음 음반 가방 속에서 잔느 아버지가 직접 작곡한 악보들이 다량 발견되고 피에르는 그 곡들을 자신의 세 번째 연주회에서 모두 연주해낸다. 그 자리에서 피에르는 자신이 폴 니에만이 아니라 피에르 데로 라는 사실을 밝히고 잔느와의 사랑도 확실히 굳히게 된다.

 

책을 읽고 참 모범적인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수줍어하고,  그 여학생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더 키우고 노력하고, 집으로 초대할 때도 부모님이 계실 때만 초대하는 모습에서 세상 모든 남자애들이 피에르처럼 반듯하고 모범적이라면 모든 엄마들이 이성교제를  환영할텐데......    잔느 역시 피에르 집에 음악을 들으러 갈 때도 부모님이 계신가 확인하고 가는 단정한 모습... 그리고 이 둘의 공통점은 연예인 이야기나 성적 이야기 등은 하지 않고 음악가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만 나눈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고상한 취미인가.

 

그래서 조금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비단 우리나라가 아니라 프랑스나 미국이라 할 지라도...  그저 부러울 뿐이고 아름다울 뿐이다. 영화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일기 형식으로 써 나가는 구조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실체를 밝히지 않다가 결말에 가서 밝히는 부분 등은 굉장히 드라마틱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책의 1/3을 읽기까지는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둘째 아들은 이 책 속에 너무 많은 음악가들이 나오는데 그 이름들이 생소해서 어려웠다고 한다. 슈베르트, 모짜르트, 바흐, 리스트, 라벨 같은 고전 음악가들이야 낯익은 이름들이지만, 죄르지 리게티, 올리비엥 메시앙, 루이지 노노, 피에르 세페르 같은 현대음악가들의 이름은 나도 생소했다. 음악을 잘 모른 이들에게는 다소 어렵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스토리 위주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날의 문학에서  연예인 이야기 한 줄 없이  고상한 청소년 문학작품이 가능하다는 걸 느끼게 된, 한번쯤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