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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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비야 씨가 쓴 책을  읽을 때마다  '그녀에게는  어쩌면 그리도 에너지가 충만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조금은 전해져, 얼마간이라도 의욕을 가지게 되고 지금의 나태함을 벗어던져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전달받게 된다.  

  지금까지의 책들을 읽으면서는 마지막에는 '한 비야는 강한 여자니까... 보통 사람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여자니까...' 하며 자책 반, 자위 반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러나 이번 책은 조금 달랐다. 예전처럼 열정에 찬 내용보다는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용이 많았다. 자기 자신의 젊은날의 첫사랑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신에 대해 원망하는 신앙적 앙탈도 들어 있다. 여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글쓰기의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책들보다 이 책에서는 보다 더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한 비야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첫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과 연민마저 느껴졌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부분에서는 '철 공을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것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쉽게 읽히니, 쓰기도 쉽게 썼으리라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그녀가 얼마나 힘겹게 글을 쓰는지 보고 나의 나태한 글쓰기 자세가 너무 부끄러워 아무도 없는 방에서 책을 읽으면서도 얼굴이 붉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아무래도 인생 상담 부분이다. 사람의 인생을 90세까지로 생각하고 축구 경기에 비교해 전반 45분, 후반 45분을 뛰는 선수로 책정한 부분이다. 29세인데 이 나이에도 방황하고 있다고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이제 전반 29분 뛰고 있는데 뭐가 늦었다고 그러냐고 일침을 가하는가하면, 사람도 꽃과 같아서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도 있고,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국화처럼 사오십대에 피는 꽃, 매화처럼 한겨울에 해당하는 육십대 이후에 피는 꽃도 있다는 얘기를 할 때는 무릎을 쳤다.  

  내가 이 얘기를 남편에게 들려줬더니 남편은 "축구에는 전반, 후반 외에 연장전도 있는데......." 라고 한다. 그렇다! 때론 연장전이 펼쳐질 때도 있다.  아마  한 비야 씨도  연장전까지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학을 하고 돌아와 외국계회사에 입사해 잘 나가다가 그만두고 세계 오지 여행을 떠났던 그녀. 그리고 돌아와서는 세계적 구호단체에서 10년간 현장에서 일했고,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마흔이 넘어 중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녀, 50이 넘은 지금은 다시 구호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는 그녀의 여정을 볼 때 그녀는 이제 막 후반전을 시작한 힘있는 선수이다.  

  또 얼마를 기다려야 그녀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을까... 그 때가 자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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