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겨울, 아이들을 멀리 떠나보내 놓고 여유롭게 책방에 들렀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날 그 서점 한 켠에서는  김 훈 소설가의 사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와 눈이 마주쳐 눈인사를 나누고 지나오기도 했는데,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보니 아마도  그 날은 좋은 만남이 내게 예정되어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에 대한 안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끔 서평집들을 읽으며 내가 읽지 못한 좋은 책의 리스트를 구하고, 때론 내가 읽은 느낌과 그들의 느낌을 저울질해 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나에게 정말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 속에는 모두 열 네 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중 내가 읽은 것은 "죄와 벌", "광장" 단 두 권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디고 여기 소개된 책들을 모두 다 읽고 싶은 것은 아니다. 유시민 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있듯이, 다분히 여기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사회, 경제에 관련된 책들이다. 나의 독서가 그다지 깊이 파들어가지는 못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아마도 여기 소개된 책들을 앞으로도 몇 권이나 읽어낼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저자의 독후감을 통해 나도 상식의 깊이는 조금 파내려간 셈이다.  그 덕에  작년부터 "21세기 키워드"를 열독하고 있는 두 아들과 함께 "종의 기원"의 출판 배경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소득이라 할까?

  다만, 지금 중학생인 두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다른 많은 책들과 함께, 여기 소개된 책들을 다 읽어보라 하고 싶다. 대학생이 되면 적어도 이 정도는 읽어 줘야 소위 '인텔리전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위험한 생각들도 많지만 지나온 역사를 통해 이미 많이 걸러진 것들이기에 소화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회와 인류를 위해 무슨 커다란 일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와 인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나와 남을 함께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인텔리전트,  즉 지식인이 아닐까?   

  책을 통해 유시민이라는 인물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경제학을 전공했다지만 지금까지 내게 그는 정치학도 같았는데,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가 혹시 문학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인물 좋고, 글 잘 쓰고, 말 잘 하고, 행동하는 지식인... 지금까지의 모나고 투사적인 이미지가 책에서는   많이 둥글어졌다. 이런 것은 다른 사람의 문장 교열로는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대화하기가 겁날 정도로 까칠한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한 마디쯤은 대화가 통할 것 같다.   

  사족을 단다면, 책 제목을 <청춘의 독서>보다 <청년의 독서>라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춘'은 좀 가벼운 느낌이고 '청년'은 보다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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