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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보다 훨씬 전에 쓰여진 이 책이 아마도 환타지의 원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환타지이면서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거나 엉성한 부분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을 만큼 구성과 논리가 탄탄하다.
어린이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의 꿈을, 동화 속의 세상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이 작품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집과 학교에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책읽기와 이야기 만들어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외톨이 소년 바스티안은 어느날 학교에 가는 길, 서점에서 "끝없는 이야기" 라는 책을 발견하고 주인 아저씨 몰래 갖고 나와 학교 창고에 숨어서 책을 읽어나간다. 책에는 환상세계가 파괴되고 있어 아트레유라는 아이가 환상세계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나, 결국 환상세계 여왕의 새 이름을 지어줄 현실 세계의 아이가 필요하다. 바스티안은 몇 번이나 자신이 없어하며 주저하다 결국 환상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책의 후반은 바스티안이 환상세계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 첫 장부터 - 머리 속에 환상 세계의 여러 장면들이 그려져 너무 행복했다. 바스티안이 환상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바스티안이 되어 환상세계를 돌아다녔다. 때론 위험하고, 때론 징그럽고, 때론 화려하고, 때론 아름다운 그 세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의 창의성에 경탄만 내지를 뿐이었다. 아마도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도 어린시절에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 중에는 아이 혼자 힘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가령, "무(無)는 강력한 힘으로 너희들을 끌어당긴다. 너희들은 아무도 무에 저항할 수 없어." " 무 안으로 뛰어들 차례가 되면 너도 곧 의지도 없고 알아볼 수도 없는 그 힘의 종이 되어버리고 말 거다. 그 힘에 무릎을 끓고 만다."는 구절 등이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엄마 아빠 또는 선생님 등 어른들의 보충 설명이 있으면 좀더 철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또, "환상 세계에는 어디로든 통하고 어디에서든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하나 있다"
"진실한 소원만이 천 개 문의 미궁에서 주인님을 이끌어 줄 수 있으니..."
"그들(갑옷 거인들)은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내 의지에 복종하는 겁니다. 내 의지는 비어 있는 것은 모두 조종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분은 많은 상상을 돕고, 대화거리를 준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서점 주인 코레안더 씨가 (책 속의) 환상세계를 돌아다니고 돌아온 바스티안에게 하는 말도 인상적이다.
"환상 세계로 갈 수 있지만 영원히 거기서 머무는 사람들이 있지. 또 환상 세계로 가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몇 있단다. 너처럼. 그리고 그 사람들이 두 세계를 건강하게 만들지."
< 끝없는 이야기>는 686쪽에서 끝나지만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작가들의 책과 이야기를 지어내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지금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하엘 엔데는 굳이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립시키지 않고, 끔찍한 사건 없이도 아름답고 긴 이야기로 독자들을 오래 오래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이 외에도 책의 곳곳에 대화거리가 많은, 재미와 철학 그리고 감동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