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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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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에 심은 떡갈나무들은 그때 10살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나보다, 엘제아르 부피에보다 더 높이 자라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기술적인 도구도 지니지 못한 오직 한 사람의 손과 영혼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인간이란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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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 책의 저자 장 지오노는 이탈리아계 프랑스인으로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을 다 겪던 시기에 작가 활동을 하였다. 당시 세상이 얼마나 어지럽고 사람들의 정신이 황폐하였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런 황무지 같은 시기에 그는 나무를 심듯이 이 작품을 썼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세계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의 작가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이 작품을 읽다보면 아무리 급한 성격의 사람이라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감정이 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넓게 비어 있던 가슴이 목구멍 까지 메워지는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작품 속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작가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먼지 바람만 일던 황무지가 푸른 숲으로 뒤덮이는 장면을 눈으로 읽으면서 사람들은 전란으로 인한 공황과 인간성 피폐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과 의욕을 갖기 시작할 수 있었을 테니까...
비록 신만큼 빠른 시일안에는 아니더라도, 인간도 신처럼 창조에 동참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외치고 있다. 경제와 정치, 사회가 어려운 지금, 어느 후미진 거리에서 지팡이를 꽂아 구멍을 만들어 거기에 떡갈나무 도토리를 심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