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나귀님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21 Sep 2026 01:37:49 +0900</lastBuildDate><image><title>나귀님</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377214372161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나귀님</description></image><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인상적이었던 농부 아버지의 조언...</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23779</link><pubDate>Fri, 18 Sep 2026 14: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2377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191539&TPaperId=175237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519/85/coveroff/89621915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9380038&TPaperId=175237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2/coveroff/897938003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83905&TPaperId=175237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766/15/coveroff/895278390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40519&TPaperId=175237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5/coveroff/893644051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87595&TPaperId=175237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163/92/coveroff/8952787595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2377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 시리즈가 새로운 표지로 재간행되었던데, 나귀님 눈에는 20년 전 구판 표지보다 오히려 더 못나지지 않았나 싶었다. 내친 김에 오래 전 사다만 놓고 들춰본 적 없었던 구판 전9권을 이참에 다 읽고 내버려야겠다 싶어 하나씩 꺼내 읽으며 중간중간 마주친 오역과 수정 사항을 정리하는 중인데, 이게 의외로 꽤 재미있는 소설이다!<br>여성 작가가 쓰고 소녀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만 놓고 보면, 석판 들고 사람 패는 '빨갱이'가 나오는 또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넘겨짚었는데, 실제 내용은 &lt;로빈슨 크루소&gt;에서 파생된 '로빈슨계 소설'의 숱한 하위 장르들 가운데 하나로 &lt;스위스의 로빈슨 가족&gt;에서 시작된 '가족 로빈슨' 계열의 모험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게 보인다.<br>19세기 미국 중부에 맨몸으로 넘어온 개척민 일가가 숲과 평원과 마을로 옮겨 다니며 오두막과 판잣집을 짓고, 채집과 사냥과 농사로 식량을 마련하며, 각종 필수품을 직접 만들거나 흥미로운 대체품을 찾아내고, 들불과 홍수와 폭설과 굶주림과 해충과 맹수와 강도 같은 갖가지 위험을 헤쳐 나가는 내용이니, 이것만 놓고 보아도 충분히 훌륭한 모험 소설인 셈이다.<br>특히 남성 독자라면 특히 제5권인 &lt;소년 농부&g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행 순서로는 두 번째이지만 여주인공의 서사에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지금은 다섯 번째로 밀려났다는 '친숙한' 작품 외적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이 속한 중부 개척민 가족과의 생활과는 매우 다른 동부 농민 일가의 생활을 흥미롭고 자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br>이 작품의 제목에서 가리키는 아홉 살 '소년 농부'는 일찍부터 부모를 도와 농사를 거들며, 언젠가는 멋진 망아지를 직접 길들여 보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고사리손에 불과했던 아이가 갖가지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듭하며 점차 어엿한 일꾼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서술하는데, 농업과 목축뿐만 아니라 목공과 각종 허드렛일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다.<br>예를 들어 제24장 "작은 썰매"에서는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자기 썰매를 만드는 과정이 상세하게 설명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썰매란 놀이용이 아니라 무려 통나무 운반용이다. 제27장에 가서 주인공은 이때 만든 썰매에 송아지 두 마리를 묶어서 눈밭을 오가며 통나무를 나르고,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능숙해져서 아버지에게 칭찬을 듣게 된다.<br>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인물은 주인공의 아버지로, 시종일관 엄격하면서도 의외로 현명한 인물이다. 작품에서 드러난 그 경제적 사고방식은 지극히 원칙적이어서 이른바 '청교도 윤리'의 파생물인 듯 보이기도 하는데,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원금이 녹아내리고 정책을 수정할 때마다 집값이 상승한다는 오늘날의 복잡한 경제 상황에선 의외로 신선하기까지도 했다.<br>예를 들어 마을 축제에서 5센트짜리 음료수를 선뜻 사는 사촌이 부러웠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그 열 배인 50센트를 건네주며 이렇게 말한다. '50센트면 돼지 새끼 한 마리 가격이다. 돼지를 사서 기르면 훗날 10배인 5달러를 벌 수 있겠지. 음료수를 사 먹든, 돼지를 사 기르든, 네가 알아서 해라.' 아들은 고심 끝에 돼지를 사러 간다.<br>또 노점에서 야바위꾼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고 감탄한 아들이 그 원리가 무엇인지를 묻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몰라. 하지만 그 사람은 알고 있지. 그건 그 사람의 장기야. 다른 사람은 도저히 이길 수 없어. 그런 데 돈을 걸면 절대로 안 돼."(258쪽) 최근 중고생 사이에서도 인터넷 도박 중독이 늘어난다니, 이 책을 필독서로 지정해야 할 법하다.<br>축제에서 경마가 벌어지자, 다른 사람들이 돈 거는 것을 지켜보며 아들에게 이렇게도 말한다. "경주에 돈을 걸면, 돈을 낸 만큼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 하지만 나는 만족감보다 좀더 실질적인 것을 얻고 싶구나."(264쪽) 나중에 아들이 남의 지갑을 주워 찾아주고 받은 사례금 200달러를 난생 처음 은행에 넣고, 돈을 찾는 방법을 묻자 아버지는 이렇게도 말한다.<br>"돈을 달라고 하면 내줄 거야. 하지만 이 점을 명심해라. 그 돈이 은행에 있는 동안은 너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은행에 1달러를 넣어 두면 1년에 4센트를 벌 수 있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5센트를 쓰고 싶으면, 돈을 쓰기 전에 우선 이걸 생각해 봐. 1달러를 벌려면 일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겠니?"(361쪽)<br>물론 AI가 거리를 배회하고 ETF가 파도에 넘실거리는 지금의 상황과는 안 맞는 케케묵은 원론적 사고방식일 뿐이라고 폄하해도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갖가지 생존의 기술을 회고하는 이 시리즈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평생 땅을 일군 저 아버지의 조언 역시 우리가 어느새 망각해 버린 지혜를 상기시키지 않나 싶어 해 본 말일 뿐이다.<br><br>[*] 제5권의 대표적인 오역으로는 "단풍 시럽을 굳힌 커다란 갈색 덩어리"(large brown cakes of maple sugar)를 "단풍 시럽을 넣은 갈색 케이크"(31쪽)로 오역한 것이 있다. 그 외에 본문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체불명의 "교반기" 삽화(202쪽) 문제도 있는데, 과연 이것이 삽화가 가스 윌리엄스의 잘못인가 아닌가를 놓고 해외의 "초원의 집" 애독자들 사이에서 지금껏 논란이 지속되는 모양이다.(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든가 말든가 해야겠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8/83/cover150/894914032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88302</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사후에도 이름을 올린 노벨문학상 후보...</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7192</link><pubDate>Tue, 15 Sep 2026 07: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719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188058&TPaperId=1751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9/59/coveroff/8974188058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3334&TPaperId=1751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714/15/coveroff/893746333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761&TPaperId=1751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12/90/coveroff/893746276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087&TPaperId=1751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5/18/coveroff/893746208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714&TPaperId=1751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2/91/coveroff/8937461714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719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알라딘에서 2026년 노벨문학상 발표 사전 이벤트라며 "노벨문학상을 기다리며: 유력 후보 작가와 역대 수상작 함께 읽기"라는 메뉴를 일찌감치 만들어 놓았기에 클릭했다가, 마거릿 애트우드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단골 후보들의 명단 중에서 이건 문제다 싶은 이름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예상 투표에서 10위를 차지한 케냐의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이다.<br>평소 세계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양반이야말로 올레 소잉카와 나딘 고디머 같은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된 1980-90년대 이래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등과 함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던 작가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법도 한데, 진짜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응구기는 2025년에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br>노벨문학상이라면 생존 작가에게 시상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확인해 보니 사후에 수상한 사람도 하나 있기는 했다. 1931년 수상자인 스웨덴의 시인 에리크 악셀 카를펠트(1864-1931)가 그러했는데, 사실은 노벨문학상 선정을 담당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 결정의 적절성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br>한림원에서는 카를펠트가 1919년에 이미 수상자로 내정되었지만 스스로가 논란을 우려하여 고사한 바 있었으므로 사후에라도 시상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결국 '자체 표창'에 불과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그나마 카를펠트는 1931년 4월 8일에 사망하고 7개월 뒤인 11월 8일에 수상했으니, 한 해에 사망과 수상이 이루어졌다.<br>반면 응구기 와 시옹오는 2025년 5월 28일에 사망했으니, 노벨문학상 발표 예정일인 2026년 10월 8일보다 1년 4개월 먼저 타계했다. 굳이 주려면 2025년에나 주었겠지, 설마 이듬해인 2026년에 주겠는가. 그런데도 알라딘에서는 후보로 꼽았으니, 지난번 윤석열을 풀어주었던 이유였던 신박한 날짜 계산법이라도 채택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무계한 실수이다.<br>더욱 황당무계한 점은 예상 투표에서 무려 4명이 응구기의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꺼이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최소한 응구기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일 법한데, 정작 그의 타계 소식까지는 듣지 못한 듯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투표 참가자야 알라딘에서 내놓은 명단 중에 아는 작가가 있어 반가웠을 뿐일 테니, 결국 원흉은 알라딘이다!<br>평소에 '좌파' 코스프레 좋아하던 알라딘이니, 어쩌면 어디선가 들어 본 해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사후 수상 절대 금지 규정도 없고, 노벨문학상과 죽음 겸직 불가도 사실은 관행에 불과하니 십중팔구 생존 작가들 사이에서 '상 나눠먹기'를 의도한 것뿐일 수 있다며, 스웨덴 한림원을 향해 하루속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라고 오히려 큰소리치진 않을지...<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35/25/cover150/89374633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352507</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영 어색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완서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0017</link><pubDate>Fri, 11 Sep 2026 18: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001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34583&TPaperId=17510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197/39/coveroff/89546345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0023&TPaperId=17510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990/16/coveroff/895465002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34575&TPaperId=17510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196/38/coveroff/895463457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34559&TPaperId=17510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195/92/coveroff/895463455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0015&TPaperId=175100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988/98/coveroff/8954650015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10017'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 <br>며칠 전 알라딘에서 &lt;완서학의 정동들&gt;이라는 책의 북펀드 광고가 나오기에, '설마, 아니겠지' 싶은 미심쩍은 마음에 클릭해 보았더니만, '아닌 게 아니라 바로 그거'라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 전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 학자들의 공동 연구서인 모양인데, 나귀님이 보기에는 '완서학'이라는 명칭이 영 어색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다.<br>이런 식의 명칭은 유학에서 독자적인 학파를 수립한 경우에나 해당하는데, 옛부터 명(名: 이름)은 부모만 부를 수 있고 나랏님조차도 함부로 부를 수 없다는 기피[諱] 원칙에 따라, 동료와 제자가 부르던 명칭인 호(號)에 '-학(學)'을 덧붙인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황학', '이학', '식학'이 아니라 '퇴계학', '율곡학', '남명학'이라는 명칭이 있는 것이다.<br>박완서는 생전에 호(號)가 따로 없었으니 명(名)인 '완서'에 '-학'을 붙인 모양이지만, 앞서 말했듯 명(名)이나 자(字)를 기피하는 일반적인 원칙에는 어긋난다. 이제 와서 유학의 그런 원칙을 굳이 따를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박완서 연구'로 충분할 법한 작업에 굳이 '-학'을 갖다 붙인 것부터 잘못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br>또 한편으로는 과연 박완서의 작품 세계가 국문학 분야에서 별도의 '학'을 수립할 만큼 독보적이었냐는 의문도 제기해 볼 만하다. 동시대 작가로서 충분히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이문구나 박상륭만 해도 사후 전집이며 연구서는 간행되었지만 '문구학'과 '상륭학'은 없다. 여성 문학으로 좁혀 봐도 '경리학'이나 '혜석학'(영어로 hyermeneutics?) 역시 없다.<br>물론 나중에 가서 '강학'이나, '한강학'이나, '노벨부커한강학'이나, '한국최초노벨문학상수상추카추카한강학'이 나올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코미디언 이경규의 말마따나 '과분한 칭찬은 결국 엿 먹이기'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생전에 남긴 에세이에 드러난 평소의 소박한 성격대로라면 고인조차 '완서학'에 손사래를 치고도 남지 않을까.<br>여기서 문득 고인이 언젠가 남영역에서 오도가도 못했던 사연을 털어놓은 에세이가 생각난다. &lt;세상에 예쁜 것&gt;에 수록된 "나는 누구일까"라는 에세이인데, 원래 &lt;법보신문&gt;에 기고한 칼럼이었는지, 현재 해당 매체의 사이트에서도 원문을 읽을 수 있다.(그런데 정작 거기에는 제목이 "나는 구구인가"로 잘못 나와 있어 '박완서의 굴욕' 시리즈의 연장이 되었다).[*]&nbsp;<br>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하루는 지인과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 왔는데, 뒤늦게야 핸드백 안에 지갑도 휴대전화도 없음을 깨닫고 당황했다는 것이다. 노인 무료 승차권을 얻으려 해도 신분증조차 없으니, '나를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나'를 놓고 한참 동안 실존적인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다.(결국 '이뭣고' 화두의 연장이라 불교 신문에 기고한 걸까).<br>문득 저자는 가끔 독자가 자기를 알아보고 말을 걸던 것이 기억나서, 혹시나 이곳에도 자기를 알아볼 사람이 있다면 돈이나 전화를 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남영역에서 목을 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생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사후에는 새로운 '학'의 주인공이 된 유명인인데도, 숱한 행인 중 누구도 끝내 알아봐주지 않아 좌절한다.<br>지금 와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실수담이지만, 이미 유명 작가였던 박완서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여전히 작은 존재임을 실감하며 새삼스레 겸허한 마음이 되지는 않았을까. 그 민망한 경험을 털어놓은 것 역시 고인의 소박함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치면, 아무리 흠모의 마음이라도 '완서학'은 과하지 않나 싶어 한 마디 해 보는 것뿐이다.<br><br><br>[*] "박완서 칼럼 - 나는 구구인가", &lt;법보신문&gt; 2004년 8월 10일자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6541)<br>	박완서의 다른 여러 '굴욕' 중에는 컴퓨터가 바이러스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옆에 놓인 디스켓도 감염될까봐 얼른 치우다가 수리 기사에게 바보 취급 당한 일, 역시나 같은 수리 기사에게 자기가 컴퓨터로 글 써서 돈 번다고 자랑했다가 '타자 빠른 젊은 사람도 수두룩한데 할머니한테까지 입력 일거리가 돌아오느냐'는 반문을 들은 일, 트럭 몰고 다니는 과일 장수에게 '빈곤 아동 수기 &lt;저 하늘에도 슬픔이&gt;에 버금가는 좋은 책 많이 쓰세요'라는 덕담을 들은 일, 택배 오배송에 항의했다가 한밤중에야 배달을 온 젊은 택배 기사에게 핀잔을 들은 일, 또 다른 수리 기사에게 뭘 물어보았다가 '당근이죠' 하는 답변을 듣고 영 이해를 못했다가 뒤늦게야 그게 '당연하다'의 은어임을 깨닫고는 새삼스레 당근의 처지를 걱정한 일, 딸들에게는 맥주를 잘만 따라 주면서 마누라가 한 잔만 달라고 애원해도 항상 거품만 부걱부걱하게 조금 따라주는 남편에게 영 서운했던 일 등이 있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956/20/cover150/896090144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562061</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지휘를 하러 다니신다던 아부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07175</link><pubDate>Thu, 10 Sep 2026 13: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0717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7092650&TPaperId=17507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448/68/coveroff/899709265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734570&TPaperId=17507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810/22/coveroff/k56273457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534868&TPaperId=17507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060/14/coveroff/600085520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709226X&TPaperId=17507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633/93/coveroff/899709226x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637719&TPaperId=17507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291/52/coveroff/k432637719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507175'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얼마 전에 바깥양반이 저녁 먹으러 나오라기에 약속 장소로 가는데,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 옆구리 광고판에서 희한한 문구가 눈에 띈다. "아부지 뭐하시노? 지휘하시는데예" 클래식 공연 광고 치고는 참 희한하다 싶어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정민의 차이콥스키"라는 공연 제목 아래에 작은 글자로 적힌 "정명훈 아들"이라는 문구가 뒤늦게야 보였다.<br>저 유명한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미루어, 처음에는 아버지가 지휘하고 아들이 협연하거나, 또는 부자가 하루씩 연이어 지휘하는 이색 연주회인 것인가 추측했었는데, 알고 보니 지휘자 정명훈의 아들 정민이 지휘하고 다른 연주자가 협연하는 공연을 선전하는 것이었다. 문득 요즘 유행하는 밈처럼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 건지 감도 안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br>수년 전 지휘자 정민의 데뷔를 앞두고 나왔던 여러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자가 지휘자로 활동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드물지도 않고, 또 정명훈 자체가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유명한 지휘자이니 그 아들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버지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공연에도 그 후광을 굳이 빌려오는 것은 좀 민망하지 않나 싶다.<br>스포츠 스타 2세인 이정후와 차두리도 유명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고충을 토로한 바 있지만, 그래도 각각 메이저리그와 광고계(?)에서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는 후광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여길 만한데, 정민의 경우는 오히려 후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니 이상한 일이다. 어찌 보면 아버지 '빽'을 사용한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지 않을까.<br>연예계의 스타 2세 중에는 아버지와 비교되거나, 또는 그 후광을 입었다고 비판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까지 있었으니, 광고에서부터 대놓고 '지휘하시는 아부지'를 들먹인 것은 뭔가 지나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지휘자 정민'으로서가 아니라 '정명훈의 아들'로서 평가를 받겠다는 의도인 것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br>말하자면 '지휘봉수저'인 셈인데, 나날이 경쟁이 심화하는 세상이다 보니 유독 불공정에 민감한 최근 풍조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다. 물론 조국 사태부터 갑질 학부모까지 갖가지 '내 새끼 지상주의'가 판치고, 신임 장관 후보자 중에도 가족 특혜 논란에 휘말린 사람이 여럿이라니, 이쯤 되면 이것도 한국의 유구한 전통 중 하나라 봐야 할지 모르겠다만...<br><br><br>[*] 그나저나 어제 뉴스를 보니, 어느 유명 에세이 작가가 신작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출판사와 공모해서 사재기에 나섰다가 적발되어 재판에 넘어갔다고 한다. 구작 중에는 무려 170만 부나 판매된 베스트셀러도 있다 하고, 심지어 감성 에세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불신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귀님조차 저자 이름이나 책 제목을 중고샵에서 한두 번쯤 접한 듯한 느낌마저 있으니 제법 유명한 사람인 모양인데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사재기한 신간뿐만 아니라 구간도 모조리 절판되었으니, 이쯤 되면 황금 알을 낳다 말고 할복한 거위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문득 저 사람도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 건지 감도 안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154/41/cover150/893023223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544152</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아랍 문자 뒤섞인 헤밍웨이 번역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93701</link><pubDate>Fri, 04 Sep 2026 1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9370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936809&TPaperId=174937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819/60/coveroff/k64293680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4548&TPaperId=174937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670/94/coveroff/895468454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453X&TPaperId=174937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670/93/coveroff/895468453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4521&TPaperId=174937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670/84/coveroff/895468452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4513&TPaperId=174937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670/82/coveroff/895468451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9370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미국의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며 캐나다와의 호수 전쟁(?)으로 한창 바쁜 와중에도 굳이 짬을 내서 일주일간의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는 것은 살짝 뜬금 없지만, 그만큼 미국 내에서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정작 코로나 백신이며 동성애자를 대하던 파튼의 태도는 트럼프와 정반대였었는데도.<br>미국의 컨트리라면 한국의 트로트와도 유사하게 골수 팬이 많아서, 비록 세계적인 인기는 뒤떨어지더라도 판매량은 어마어마하다고 알고 있다. 돌리 파튼도 1980년대 초의 전성기 이후로는 줄곧 하향세라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유작 앨범 &lt;록스타&gt;의 참여자들만 봐도 대중 음악계에서는 '큰할머니' 대접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br>1980년대에는 크로스오버를 통해 빌보드 메인 차트와 컨트리 차트 모두를 석권한 컨트리 가수가 여럿 나온 바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라이오넬 리치 작곡의 "레이디"로 인기를 끈 케니 로저스이고, 또 한 명의 사례가 "나인 투 파이브"로 인기를 끈 돌리 파튼이다.(아울러 두 사람이 함께 부른 "해류 속의 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br>"나인 투 파이브"는 동명 영화의 주제가인데, 돌리 파튼은 영화에서 악질 상사에게 반기를 든 여직원 3인방 중 하나로 출연했다. 다른 출연작으로는 샐리 필드, 줄리아 로버츠, 셜리 맥클레인, 대릴 해나와 함께 나온 &lt;철목련&gt;이 있다. 여기서는 주인공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미용실 원장으로 나왔는데, 극작가 샘 셰퍼드(!)가 남편으로 나온다는 점도 특이했다.<br>파튼의 출연작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것이라면 &lt;텍사스 최고의 갈봇집&gt;이라는 1982년 영화가 있다. 제목 그대로 20세기에 텍사스 라그레인지에 실제로 있었던 '치킨 랜치'라는 성매매 업소(!)를 소재로 했는데, 본래 그곳에 관한 탐사 보도 기사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뮤지컬이 먼저 제작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까지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br>'치킨 랜치'는 대공황 시절 쪼들리는 손님들에게 닭 한 마리씩을 화대로 받고, 아예 그 닭들을 이용한 양계장을 부업으로 삼으며 생겨난 별명이다. 여성 포주가 종사자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수익금 일부를 지역에 기부금으로 내놓고, 지역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심지어 운영 중 얻은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는 등 여러 모로 상생 협력(?)을 지속해 나갔다.<br>그래봤자 성적 착취에 불법 영업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lt;괴짜 경제학&gt; 류의 연구에서 드러났듯 해적부터 마약 밀매 조직에 이르는 범법자들의 무리 역시 나름대로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문화를 구축하게 마련이므로, '치킨 랜치'와 '머스탱 랜치' 같은 유명 성매매 업소가 사회학이나 인류학의 주목 대상이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br>특히 '치킨 랜치'는 당대의 여타 성매매 업소에 비해 진일보한 편이었다는 평가마저 나오니, 어쩌면 여성사 분야에서도 또 하나의 빈칸을 채우기 위한 시도로서 해당 업소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를 시도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잭 더 리퍼의 희생자인 빅토리아 시대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최근 유사한 맥락에서의 재조명이 이루어지는 듯하니까.<br>여하간 이래저래 민망한 소재와 내용일 수밖에 없는 이 영화의 삽입곡 중 하나가 돌리 파튼이 직접 작사작곡한 "당신을 언제나 사랑할 거에요"인데, 본래 1974년에 발표되었다가 1982년 이 영화 덕분에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훗날 휘트니 휴스턴이 영화 &lt;보디가드&gt;의 주제가로 리메이크하여 지금까지 전세계 사람이 다 아는 '앤다이아~'가 되었던 것이다.<br>영화에서 파튼은 성매매 업소의 여주인으로 나왔는데, 본인도 인정한 평소의 "싼티 나는 이미지"에 딱 어울렸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목청과 커다란 가슴(!)으로도 유명했으니, 유명한 '바니' 복장으로 &lt;플레이보이&gt; 표지에 등장하는가 하면, 젖샘세포를 이용한 세계 최초 체세포 복제양 '돌리'의 이름 유래가 된 것 역시 그런 이미지의 연장이었다.<br>요즘 같으면 성희롱에 성상품화라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도 남았을 법하지만, 정작 파튼 본인은 이 모두를 유쾌한 농담쯤으로 여긴 듯하다. 언젠가 조이스 캐롤 오츠도 &lt;플레이보이&gt;에 기고한 것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페미니스트 진영을 향해 '내가 &lt;뉴욕 타임스&gt;에 기고한다고 해서 그 매체의 모든 주장에 동조한 것이겠는가?'라면서 일침을 놓은 것이 떠오른다.<br>그나저나 이쯤 되면 '제목에서 언급한 헤밍웨이 소설과 돌리 파튼이 도대체 무슨 관계냐?'는 질문도 나올 만하겠다. 대답은 이렇다. 앞에서 언급한 파튼과 로저스의 듀엣곡 "해류 속의 섬들"의 제목이 헤밍웨이의 사후에 여러 권 간행된 유작 중 최초인 동명 소설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다른 유작으로는 &lt;에덴 동산&gt;(1986)과 &lt;여명의 진실&gt;(1999)이 있다).<br>파튼과 로저스의 "해류 속의 섬들"은 훗날 랩 음악에 샘플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던데, 김진태의 만화 &lt;호텔 캘리포니아&gt;에선 컨트리 팬인 백인 교도소장이 툭하면 '힙합 정신'을 외치는 흑인 죄수들을 향해 '오, 그 노래도 원곡은 컨트리였지!' 하면서 흥을 깨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했었다.(한동안 네이버에도 연재하던 김진태인데 요즘은 뭘 하는지 궁금해진다).<br>헤밍웨이의 소설 &lt;해류 속의 섬들&gt;은 특이하게도 일본 만화 &lt;바나나 피쉬&gt;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인공의 스승인 해결사가 좋아하는 소설이어서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것으로 나왔었다. 만화 제목인 "바나나 피쉬"부터 샐린저의 단편에서 따온 것이라니, 어쩌면 만화가 본인이 영미 현대 문학 애독자인지도 모를 일이다.<br>&lt;해류 속의 섬들&gt;은 1970년에 현암사에서 번역되었다가 절판되었고, 이후 무려 반세기 만인 2022년에 '고유명사'라는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신간의 소개글에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 &lt;해류 속의 섬들&gt;은 1970년 한자가 뒤섞인 세로읽기 판(현암사)으로 출간된 이후, 무려 53년동안 번역이 안된 채 미출간 상태로 남아있었다"는 의아한 구절이 있다.<br>왜 의아한가 하면, 현암사 구판이 "세로읽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자가 뒤섞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제목만 &lt;海流 속의 섬들&gt;로 한자가 들어갔을 뿐, 본문에서 한자 노출은 '二개'나 '五주' 같은 숫자 표기뿐이고, 단어의 경우에는 '유목(流木)'처럼 한글과 병기했다. 결국 번역자나 출판사는 "한자가 뒤섞인" 책 표지만 보고 지레짐작한 것 아닐까?<br>따라서 현암사 구판을 굳이 "한자가 뒤섞인" 책이라 지칭한다면, 고유명사 신판은 '한자' 十六 대신 '아라비아 숫자' 16을 사용했다는 점에 착안해 "아랍 문자 뒤섞인 책"이라 해도 무방할 법하다. 신판은 구판의 오역을 바로잡은 바람직한 면도 일부 있지만, 이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 물론 그나마도 이젠 절판이지만...<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35/41/cover150/k6628301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4354134</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일본을 주름잡았던 한국계 곰 사냥꾼...</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86362</link><pubDate>Tue, 01 Sep 2026 12: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8636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902597&TPaperId=17486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37/coveroff/8970902597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905561&TPaperId=17486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97/5/coveroff/897090556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6528&TPaperId=17486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956/77/coveroff/897291652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95014600&TPaperId=17486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08/56/coveroff/11950146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00207&TPaperId=17486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79/54/coveroff/8964600207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8636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작년에 일본에서 야생 곰 때문에 발생한 인명 피해가 어마어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살짝 의아했었다. 그곳에는 예전부터 곰이 많았던 만큼 곰을 잡는 전문 사냥꾼도 많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바로 그런 곰 사냥꾼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야말로 지금처럼 관련 사망 및 부상 피해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라는 모양이다.<br>단적으로 작년 한 해에만 해도 일본에서 곰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자가 238명이고 그중 사망자가 13명이었으며, 올해 7월 말까지의 통계만 해도 피해자가 53명이고 그중 사망자가 6명이라 한다. 이쯤 되자 일본 정부에서도 곰 포획 예산을 260억 엔쯤 투입했다고 전하는데, 엉뚱하게도 일본을 찾은 외국인에게 걷은 출국세로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 해서 논란이다.<br>그나저나 일본의 전문적 곰 사냥꾼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난 책이 하나 있었으니, 무려 20세기 후반에 그 나라를 주름잡았던 한국계 곰 사냥꾼의 자서전이다. 일본에서는 출판사에서 정식 간행된 책인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lt;곰사냥 일대기&gt;(후지와라 쵸타로 지음, 김영련 옮김, 1996)라는 300부 한정 비매품 책자로서 간행되었다.<br>저자 후지와라 쵸타로(藤原長太郎)는 본명이 나성현(羅成賢)으로 1926년에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940년에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와카야마현에서 살다가, 해방 이후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혼자 일본에 남았다. 이후 한국의 가족과는 소식이 끊겼다가, 조카인 대안건설 대표 나무(羅武)가 삼촌을 수소문해 자서전을 번역 간행하게 된 것이다.<br>저자는 평소에도 사냥을 취미로 삼았었는데, 1957년에 거주지 인근에 곰이 출몰해 농민의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토벌에 나서게 되었으며, 이후 1980년까지 총214마리의 곰을 잡았다고 한다. 특히 1964년에 NHK의 TV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급기야 시청자 중 한 명의 적극적인 구애로 늦게나마 결혼까지 했다.<br>문득 저자의 근황이 궁금해 구글링해 보았는데, 일본 쪽에서도 저 책과 관련된 게시물은 일부 남아 있지만, 이후의 자세한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 생존해 있어도 이미 100세이니 아마 지금쯤은 이미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조카가 운영했다는 대안건설이란 업체도 30년 뒤인 지금에 와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드니 이래저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br>&lt;곰사냥 일대기&gt;에서 저자는 사냥에 뛰어든 계기, 사냥에 쓰는 총기와 장비, 곰 사냥에서의 주의점, 각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 관련 정책의 문제점 등을 서술한다. 기존에 발표한 짧은 글을 엮기라도 했는지, 기대에 비해 체계적이거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니어서 아쉬운 면도 있지만, 곰 사냥이라는 보기 드문 주제에 관한 자료라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겠다.<br>일본의 전통적인 사냥꾼을 '마타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심마니처럼 독특한 풍습을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lt;곰사냥 일대기&gt;의 저자가 받드는 철칙 중에도 '좋은 꿈을 꾼 날에는 사냥에 나가지 않는다'와 '여자가 앞에 지나가면 사냥에 나가지 않는다'는 미신적인 내용이 있는데,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까닭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려다 보니 나온 습관이 아닐까.<br>마타기를 다룬 소설로는 2004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lt;어느 포수 이야기&gt;가 있다. 일본 도호쿠 지방의 청년이 사냥꾼으로 입문해서 파란만장한 경험을 거친 끝에, 오랜 숙적인 거대한 곰에 맞서 일대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를 적어놓고 보니 마치 &lt;모비 딕&gt;과도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함을 더 부각시킨 느낌이다.<br>일본에서는 제법 인기를 끌었는지 훗날 만화로도 각색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원제 그대로인 &lt;해후의 숲(邂逅の森)&gt;으로 번역되었는데, 다소 거칠고 잔인한 내용이 포함된 소설에 비해서는 상당히 순화된 편이라고 해야 맞겠다. 만화책 각 권 말미에 원작자의 첨언이 한 페이지씩 붙어 있으니 소설을 읽고 마음에 들어 했던 독자라면 만화로도 한 번 읽어볼 만하겠다.<br>마타기 관련 소설과 논픽션이 일본의 곰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서양사 분야에도 관련서가 몇 가지 있다. &lt;곰과 인간의 역사&gt;는 부제인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애증관계"처럼 저 맹수와 인류의 복잡다단한 인연을 개괄하는 내용이다. &lt;곰, 몰락한 왕의 역사&gt;는 프랑스 역사가인 저자가 서양 중세사를 중심으로 저 맹수와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용이다.&nbsp;<br>곰 사냥 관련 국내 기록으로는 독립군 출신으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범석 장군의 회고록 &lt;우둥불&gt;에도 몇 가지 일화가 언급되었다고 기억한다. 한 번은 곰과 마주친 상황에서 갑작스레 총이 고장나서,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곰과 사람이 커다란 나무 둘레를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면서 쫓고 쫓기다가 간신히 총을 고쳐서 사살했다는 일화도 있었던가 그랬다.<br>곰이라고 하면 지금은 푸우부터 벨리곰까지 친근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는 호랑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숲속 최강의 맹수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맞닥트렸을 때에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당장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체험기인 &lt;나를 부르는 숲&gt;에도 곰의 위험성에 대해서 아예 한 장(章)을 할애하여 자세하게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br>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는 야생 반달곰이 포획되다가 이후 멸종되었다고 기억하는데, 2000년대부터는 생태계 복원이라는 미명으로 반달곰 복원 사업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수십 년이 지나고 보니 그 성과가 미미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판과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연 보호도 좋지만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좀 더 주의가 필요하겠다.<br>어쩌면 이런 생태계 복원 시도는 과거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역에서 일어난 늑대 개체수 감소의 영향에서 착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장주가 가축 보호를 위해 늑대를 제거하자, 천적이 없어진 사슴 등 초식동물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렸다. 결국 균형 유지를 위해서는 상위 포식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외지에서 늑대를 데려왔다던가.<br>하지만 이건 미국처럼 땅 넓은 나라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서 늑대나 곰 같은 맹수를 복원한다면 부작용도 적지 않을 법하다. 지난번 '늑구' 한 마리 탈출한 사건에도 열흘이나 난리법석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슬기 같은 곰 처녀를 조상으로 여기는 민족이라 해도...<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91/99/cover150/89987913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919903</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의아한 알라딘 선정 3대 미스터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70869</link><pubDate>Tue, 25 Aug 2026 15: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7086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700859&TPaperId=17470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coveroff/894970085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8202925&TPaperId=17470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70/coveroff/893820292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6871X&TPaperId=17470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79/73/coveroff/895276871x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531577&TPaperId=17470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93/coveroff/897453157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8202917&TPaperId=17470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69/coveroff/8938202917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7086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영 서투른 나귀님인 탓에 뭘 또 잘못 눌렀더니 '알라딘 특별 기획: 다시 뽑아보는 3대 미스터리' 페이지가 나온다. 흔히 '세계 3대 미스터리'라고 일컬어지는 "엘러리 퀸의 &lt;Y의 비극&gt;, 애거서 크리스티의 &lt;그리고 아무도 없었다&gt;, 윌리엄 아이리시의 &lt;환상의 여인&gt;"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 기회에 알라딘 나름대로 새로운 '3대 미스터리'를 선정했다는 거다.<br>기획 취지에 따르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 목록이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고 비판하면서, "알라딘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새로운 3대 추리소설을 선정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결국 자기네는 기존 3대 미스터리에 비해 더 '근거 있는' 선정을 해 보았다는 뜻이려나.<br>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쩐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및 독자 선정단 112명 중 각각 22명, 20명, 19명의 추천으로 찬호께이의 &lt;13.67&gt;, 히가시노 게이고의 &lt;용의자 X의 헌신&gt;, 애거서 크리스티의 &lt;그리고 아무도 없었다&gt;를 새로운 '3대 미스터리'로 선정했다는데, 이쯤 되면 애초의 거창한 의도와 달리 단순 인기 투표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br>이런 문제점은 알라딘이 공개한 선정단 112명 추천 도서 451종 목록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10명 이상 추천 작품은 10종인데 그중 7종이 일본 소설이고, 크리스티의 고전 2종을 제외한 8종 모두 21세기 작품이다. 5명 이상 추천 작품 34종으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60퍼센트인 21종이 일본 소설이고, 그중 1990년 이후 작품은 19종이며, 21세기 작품은 12종이다.<br>이쯤 되면 '알라딘 선정 3대 미스터리'는 2026년 현재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책들에 대한 인기투표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만 같다. 차라리 '21세기 3대 미스터리'로 범위를 줄였다면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포와 도일의 시대까지 망라하는 미스터리 역사 전체에 대한 평가라면서도 최근작에 과도히 편중된 결과가 나왔으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br>아울러 작품과 선집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아서, 이 장르의 비조 E. A. 포는 "모르그 가의 살인"과 &lt;포 단편선&gt;으로 표가 갈렸고, 코넌 도일도 시리즈의 통칭인 "셜록 홈즈 시리즈"와 단편집 &lt;셜록 홈즈의 모험&gt;으로 표가 갈렸다. G. K. 체스터튼이 '추천 이유'에만 거론되고 선정되지 않은 것, 미스터리 장르의 패러디인 &lt;장미의 이름&gt;이 고평가된 것도 기묘하다.<br>알라딘의 애초 의도는 "베스트셀러나 최근 화제작 중심의 소개를 넘어, 지금의 미스터리 장르 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작품, 더 많은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작품, 그리고 오래도록 회자될 만한 작품들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는데 결국 인기 투표에 불과했으니, 이쯤 되면 알라딘 측의 설문 조사 설계에 근본적이고 만성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하게 된다.<br>이런 문제점은 지난번 '21세기 최고의 책' 선정 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선정된 책이 대부분 신간이다 보니, 그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우수작을 고른 수준이었다. 자격 자체가 의문인 책도 적지 않았으니, 선정단 중 일부가 자신의 저서와 역서를 선뜻 추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천작 10권 중에 추천인의 저서와 역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경우까지 있었다.&nbsp;<br>제대로 된 설문 조사라면 이런 편향이나 장난질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갖추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했듯 연도 범위를 줄여 시대별 최고작을 선정해 경합시키든가, 아니면 전체 이용자나 구매자의 설문을 전문가가 검토해서 편향과 오류를 줄이는 과정을 거치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전문가에게만 의뢰해 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려 고민했어야 한다.<br>지난번 영화배우 김지미와 안성기가 타계했을 때에 부고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데뷔작과 최근작 몇 가지를 거론하는 데에서 그쳤는데, 각각 1960년대와 1980년대였던 두 사람의 전성기를 직접 목격한 사람 중에 현재 언론계에 남아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들 자기가 아는 내용만 가지고 쓰려다 보니, 그들의 활약상을 제대로 전달 못한 셈이다.<br>지금이야 일본 추리소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정작 10년 뒤나 20년 뒤까지 그 인기와 호평이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해방 이전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김내성의 &lt;마인&gt;도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고,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딱 한 명만 추천하고 말았으니까. 그렇게 보자면 포, 도일, 크리스티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br>여하간 단순 인기 투표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다면, 알라딘의 설문 조사는 향후로도 공신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강의 소설이 '한국 3대 소설'과 '세계 3대 소설'을 싹쓸이하고, '한국 3대 SF 소설'과 '한국 3대 호러 소설'에서도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었다'나 '한국의 무시무시한 현실을 보여주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한 권쯤 선정되는 식으로...&nbsp;<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836/55/cover150/k1728313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8365566</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당진 말고 서울로 간 육필 원고...</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63408</link><pubDate>Fri, 21 Aug 2026 11: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6340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828449&TPaperId=174634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2/7/coveroff/899082844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828686&TPaperId=174634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27/coveroff/899082868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015353&TPaperId=174634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74/36/coveroff/899401535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015892&TPaperId=174634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883/86/coveroff/899401589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706479&TPaperId=174634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68/37/coveroff/8991706479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63408'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지난 주엔가 심훈의 육필 원고가 국내로 귀환한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기에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살펴보았더니, 뭔가 약간의 과장인지 호들갑인지가 섞인 보도가 아닌가 싶었다. 뉴스 제목만 놓고 보면 마치 부당하게 국외 반출이라도 된 문화재가 환수되기라도 한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해외 교포인 유족이 오랫동안 잘 보관하다가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br>그간 심훈의 육필 원고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셋째 아들이 잘 간수해 왔다는데, 수년 전에 그도 사망하자 유족의 결정에 따라 국내 기관에 기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기관은 2027년 개관 예정이라는 국립한국문학관으로, 무려 7년에 걸쳐 유족을 설득한 끝에 &lt;상록수&gt; 육필 원고와 초판 단행본을 비롯해서 50여 종의 관련 자료를 기증받게 되었다고 전한다.<br>자기네가 직접 발굴한 것도 아니고, 단지 해외에 거주하는 적법한 상속자로부터 기증받은 물건을 가져오며 굳이 요란을 떤 것은 한국문학관 측의 과도한 언론플레이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심훈의 자료는 유족 덕분에 비교적 쉽게 확보했지만, 다른 작가의 자료는 어떻게 확보할지도 궁금하다. 가치 높은 자료는 이미 누가 가져갔을 테고, 초판본도 가격이 비싸니까.<br>결국 현대 문학의 중요한 초판본을 대부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윤길수 장서' 같은 수준 높은 개인 컬렉션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결국 가격일 것이다. 유명한 &lt;진달내꼿&gt; 초판본을 비롯해 최소 수억 원에서 최대 십수억 원대로 추정되는 그 책들을 인수할 만한 예산을 국가 기관인 한국문학관 측에서 선뜻 내놓을지는 의문이니.<br>그렇잖아도 그간 각지의 유사 문학관이며 기념관의 행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소문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 쉽게 말해 지자체에서 '건물 지어줄 테니 물건 내놓으라'는 식으로 해당 인물의 유품이나 자료를 반강제로 기증받는 방식이 성행한 것인데, 막상 옆구리 찔러 절 받듯 기증받고 나서는 제대로 관리도 안 해서 뒤늦게 유족과 갈등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한다.<br>심지어 심훈의 경우에도 충남 당진에 '심훈기념관'이 이미 있는데, 정작 이번의 육필 원고 반환에서는 배제된 듯한 모양이니 의아한 일이다. 당진은 &lt;상록수&gt;의 집필 장소이자 심훈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자격이 충분하기에, 2014년 당진시가 유족과 협의하고 장서와 유품 414점을 기증받아 개관했으며, 현재도 '심훈상록문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모양이다.<br>따라서 육필 원고 기증에서도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한국문학관보다는 심훈기념관이 더 우선이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거꾸로가 되었으니 그 와중에 또 어떤 우여곡절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진시의 입장에서는 심훈의 유품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만한 것을 놓친 셈이니 두고두고 원망스럽지 않겠나. 물론 정확한 이유는 유족 측의 설명도 들어보아야 하겠지만.<br>고서업자 릭 게코스키의 에세이에 서술된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유명 작가의 육필 원고나 소장 도서를 대학이나 도서관에서 매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듯하다. 국내에서도 주요 관련 기관이 이런 자료를 '기증 압박'하는 대신에 제값을 주고 매입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할 텐데, &lt;진달내꼿&gt; 초판 선정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까지는 영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br>현실은 오히려 반대라서, 심훈의 작품을 이용해 부당한 수익을 챙긴 국가 기관도 있다고 한다. 올 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에서 심훈과 김영랑 등 저작권 보호 기간 만료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판권료를 받아냈다가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문저협은 한강의 판권료도 미지급한 전과가 있었으니 이쯤 되면 상습적이다.<br>시 "그날이 오면"와 소설 &lt;상록수&gt;에 드러난 것처럼 심훈은 민족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였으며, 3.1.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두 형은 &lt;친일인명사전&gt;에 이름을 올린 친일파라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심지어 친일파로 평가된 큰형의 아들(즉 심훈의 조카)가 &lt;상록수&gt;의 모델로 간주되고 있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br>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결국 심훈도 친일파 집안 출신이고 &lt;상록수&gt;도 친일파 아들이 모델이니 양쪽 모두 배척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진 않으려나. 마침 어느 신인 여배우가 집안 자랑을 하다 친일파 내력이 파묘되어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친일파 재산 환수 주장까지 나온다지만, 글쎄, 그게 과연 말처럼 간단한 문제일지...<br><br>[*] 비교적 일찍 타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훈의 저술은 개인 전집으로 여러 번 간행되었다고 알고 있다. 알라딘 중고샵에만 해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간행된 두 가지 전집이 등록되어 있고, 2000년에도 새로운 "심훈문학전집" 간행이 시도되었지만 1권만 간행되고 말았다.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2016-2019년에 "심훈 전집"이 전9권으로 간행되어 여전히 판매 중인 모양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6/94/cover150/893201607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9437</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당신은 오디세이아를 못 만든다던 소년...</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50219</link><pubDate>Fri, 14 Aug 2026 10: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5021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735&TPaperId=174502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5/12/coveroff/k86213073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0217&TPaperId=174502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61/69/coveroff/893747021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338861&TPaperId=174502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444/10/coveroff/k052935299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0359&TPaperId=174502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68/coveroff/899129015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502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off/8932476462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5021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저녁에 들어온 바깥양반이 아침 일찍 극장 가서 영화 &lt;오디세이&gt;를 보고 왔다기에, 과연 어느 정도로 원작과 다르게 각색이 되었나 궁금해서 몇 가지 기억나는 대로 질문을 던져 (예를 들어 '아르고스를 연기한 배우는 누구인가?') 답변을 들어 보니, 현대적 해석이 상당 부분 가미되며 사실상 원작 훼손 수준의 변형이 이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br>&lt;오디세이아&gt;는 완전한 비극만도 아니고, 오디세우스 역시 완벽한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현대식 해석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려면 제신과 마법을 완전히 배제한 청동기 시대 야만인들의 생존 투쟁기로 묘사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 과격한 수준까지 각색이 이루어졌다면 복식 고증이나 배우 섭외 등에서의 논란도 애초부터 안 생기지 않았을까.<br>이번 영화의 고증 논란은 보르헤스가 지적한 '투명인간'의 난점을 연상시킨다. 고대의 플라톤은 '기게스의 반지'를 설명하면서 그런 마법 반지가 있었다고 말하고 넘어가면 끝이지만, 현대의 웰스는 '투명인간'의 사실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구구절절 들어야 하니 힘들었단 거다. 평소 사실성을 중요시한 영화 감독이니 고증 논란도 자연히 따라붙은 것이 아닐까.<br>배우 섭외 관련 논란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엘리엇 페이지이다. 트랜스젠더인 탓에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왜곡 시비가 벌어질 것 같더니만 결국 원작에는 없었던 배역을 담당한 듯하다. 나귀님 생각에는 이 배우야말로 남녀 양성 모두로 살아보았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역할에 안성맞춤이었을 것 같은데, 어째서 그 역할을 안 맡겼는지 의아할 뿐이다.<br>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는 간교한 영웅이다. 거짓말과 시치미는 기본이고, 자만한 행동으로 위기도 자초하니, 마블 영화로 치면 시종 진지한 캡틴보다는 깐죽대는 아이언맨과 더 유사하다. 긴 여정에서 동료들을 모두 잃고 감금당했지만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는 굴욕조차 받아들이니, 그를 무조건 지치고 힘든 인물로만 묘사한 것은 절반만 본 셈이다.<br>현실의 전쟁을 의식한 까닭인지, 이번 영화는 &lt;오디세이아&gt;를 너무 어둡게만 그리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감독의 이름값 때문인지 흥행과 평론 모두 호평 일색이지만, 좀 더 객관적인 평가는 더 기다려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lt;호프&gt; 논란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듯이, 관객의 반응이 기껏해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색이라면 걸작까진 아닐 수 있으니까.<br>나귀님이 이제껏 본 그리스 신화 영상화의 최고봉은 &lt;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대&gt;(1963)이다. 고증 따위는 가뿐히 씹어버리고 순수한 재미로 승부하는 영화인데, 특히 레이 해리하우젠이 전설적인 스톱모션 특수 효과로 구현한 청동상과 해골의 모습은 지금 봐도 충분히 신기하다. 작품성으로 따질 수는 없어도 오락성으로 따지자면 가히 최고의 영화라고 할 만하다.<br>그나저나 &lt;오디세이아&gt; 이야기가 나왔으니, 엉뚱하게도 &lt;아웃 오브 아프리카&gt;의 한 대목에서 그 작품이 언급된 것이 생각난다. 작년엔가 예능 프로 &lt;케냐 간 세끼&gt;를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꺼낸 책인데, 왜냐하면 저자인 이사크 디네센(카렌 블릭센)이 한때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했고, 그 기억을 더듬은 회고록이 훗날 영화로도 유명해진 이 책이기 때문이다.<br>그중 한 대목에서는 저자가 책을 쓴다며 타자기를 두들기자, 옆에서 지켜보던 원주민 하인 소년이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반론을 제기한다. 즉 책장에서 꺼낸 책 한 권을 보여주며 '책이란 이렇게 한데 묶인 것이지만, 주인님의 글은 낱장으로 떨어져 있어서 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은 원고(낱장)와 제본서(책)의 차이를 오해한 것뿐이다.<br>이때 소년이 꺼낸 책이란 바로 &lt;오디세이아&gt;였는데, 저자가 내친 김에 그 내용을 설명하며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양을 이용해 탈출했다고 말하자, 소년은 그 양이 자기가 본 양과 비슷한 것인 듯하다고 단언한다. 허구 속의 대상을 자기 주변의 대상과 연결지어 이해하는 특이한 사고방식은 백인과 원주민의 접촉을 다룬 책에서 흔히 등장하곤 했었다.<br>이번에 뒤적여 본 &lt;아웃 오브 아프리카&gt;는 열린책들의 '미스터노' 페이퍼백 판본인데, 뒤표지를 보면 "국내 최초 번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그보다 20년쯤 전에 나온 &lt;아웃 오브 아프리카&gt;(위미숙 옮김, 포커스, 1991)라는 번역본도 있었다. 생각난 김에 그것도 꺼내 대조해 보니 전5장 중 단상 위주인 제4장(어느 이민자의 노트)를 제외하고 번역했다.<br>포커스 판본은 예를 들어 개 이름 "더스크"(dusk)를 "다스크"로 표기하는 등, 고유명사 표기가 어색한 것으로 미루어 일어 중역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꾸로 포커스 판본이 더 이해하기 쉬운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저자의 하인이었던 원주민이 보낸 안부 편지에서 상대방을 "암사자"라고, 즉 "암사자 블릭센"과 "존귀하신 암사자님께"로 호칭한 대목이 그러했다.<br>열린책들 판본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간 반면, 포커스 판본에서는 저 원주민의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까닭에 '남작부인'(Baroness)을 '암사자'(Lioness)라고 잘못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역주가 붙어 있다.(문득 국문학자 양주동의 일화에서 어느 제자가 보낸 안부 편지를 보니 "恩師(은사)"를 "鬼帥[귀신 장수]"라 잘못 적었더라던 대목이 떠오른다).&nbsp;<br>그래도 과거에 포커스 판본이 반가웠던 까닭은 '영화 소설'이 아니어서였다. 저작권 개념이 없었던 2000년대 이전의 간행물 중에는 어떤 외국 영화가 개봉되면 그 원작이 아니라 영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소설로 각색하고 영화 포스터를 표지에 붙인 조악한 출판물이 범람했다. &lt;아웃 오브 아프리카&gt;도 영화 개봉 후에 그런 책들이 여러 종 나왔다고 기억한다.<br>아울러 포커스 판본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저자와 주요 인물의 사진이 흑백으로나마 몇 가지 수록되었다는 점인데, 이에 비해 열린책들 판본은 도판이 전무하다. '포커스'라는 출판사 발행인이 사진작가 김용범이고, 뒷날개에 그의 아프리카 사진집도 선전하는 것으로 미루어, &lt;아웃 오브 아프리카&gt; 원작 번역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연장이었던 걸까.<br>앞서 언급한 원주민 소년은 케냐 총인구의 20퍼센트에 달하는 키쿠유족이었다. 외계 행성에 아프리카 같은 자연 환경을 만들어 전통 문화를 유지한다는 묘한 내용인 &lt;키리냐가&gt;의 주인공도 바로 키쿠유족이었다. 유명한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의 아들인 리처드 리키도 어려서부터 키쿠유족과 생활해서 그 부족 특유의 성인식(!)까지 치렀다는 이야기가 문득 기억난다.<br><br>[*] 루이스 리키에 관한 이야기는 제인 구달에 이어 비루테 갈디카스까지 타계함으로써 '어쩐지 모두 세상을 떠난 세 딸들'에 대한 글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자. 물론 '나스타샤 킨스키 4종 세트'나 '마리루이제 플라이써의 길고 화려한 극작가 생활'처럼 머릿속에는 다 들어 있지만 막상 옮겨 적으려니 귀찮아서 어영부영하다 결국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2/71/cover150/89329100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27142</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세네카 번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8382</link><pubDate>Thu, 13 Aug 2026 13: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838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653676&TPaperId=174483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10/60/coveroff/896365367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732290&TPaperId=174483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216/91/coveroff/k2327322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934949&TPaperId=174483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8/94/coveroff/k38293494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736715&TPaperId=174483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84/3/coveroff/k10273671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608661&TPaperId=174483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810/27/coveroff/8960608661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838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이번에 무려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하와이대저택의 세네카 편역서를 살펴보다 보니, 언제부턴가 '성공론' 저자들이 이 스토아 철학자의 저서를 앞다투어 이용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보통 '인생론'으로 지칭되는 그의 대화편이 섭리, 분노, 행복, 평상심, 시간,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룬다는 점 때문에 자기계발 분야에도 적격이라 여기는 것일까.<br>그러고 보면 세네카의 인기 요인은 그보다 먼저 자기계발 분야에서 인기를 끌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경우와도 유사하지 않나 짐작된다. 각종 금언을 창작하고 시간 계획을 세우는 등,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성공한 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에 각별히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프랭클린은 원래부터 천재라서 성공한 것이지 근면만으로 성공한 것까지는 아니었다.<br>프랭클린을 좋아해 저서 제목도 &lt;가난한 찰리의 연감&gt;인 투자자 찰리 멍거도 마찬가지인데, 동업자 워런 버핏처럼 원래부터 똑똑한 사람이었으니 성공했을 뿐이다. 그러니 같은 국정교과서로 공부해도 1등과 꼴등이 생기듯, 일반인이 이들의 조언을 마음에 새긴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깐부치킨 좌석에 앉는다고 누구나 젠슨 황이 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br>만약 오늘날의 독자가 세네카에게서 어떤 교훈을 얻어내려 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비참한 최후에서 얻는 반면교사뿐이 아닐까. 그는 뛰어난 철학자였고 정치인이었고, 여러 '대화편'에 드러난 것처럼 내면에서는 갖가지 사색과 통찰이 넘쳐났지만, 부와 권력에 과도하게 집착한 까닭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이야말로 과유불급의 사례이다.<br>나귀님이 보기에는 차라리 군주를 잘 섬겨 대업을 이루고도 '토사구팽'이란 명언을 남기고 잠적해 천수를 누린 도주공(범려)이 세네카보다 한 수 위인 듯하지만, 주식에서도 고점에서 익절하기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고들 하니, 빠져나올 때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앎을 서슴없이 실천에 옮기는 것만 해도 예나 지금이나 이미 일반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듯하다.<br>사실 천병희와 김남우 등의 원전 번역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네카는 중역의 피해를 종종 입은 작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심각한 번역서 2종을 소개하자면, 1980년대부터 간행된 범우사의 &lt;행복론&gt;(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와 합본되어 지금도 &lt;명상록/행복론&gt;으로 간행 중이다)과 2000년대 들어 간행된 동서문화사의 &lt;세네카 인생론&gt;이 있다.<br>우선 범우사의 &lt;행복론&gt;은 세네카의 원저가 아니다! 17세기 영국인 로저 레스트레인지(Roger L'estrange, 1616-1704)의 편저 &lt;세네카의 도덕론: 요약본(Seneca's Morals: By Way of Abstract)&gt;(1678)에 수록된 "행복한 삶에 관하여"(Of a Happy Life)를 옮긴 것인데, 편저자의 서문에 따르면 세네카의 여러 저서에 흩어져 있는 내용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고 한다.<br>그런데 문제는 세네카의 '대화편' 중에도 "행복한 삶에 관하여"(De Vita Beata)가 있어서 마치 같은 작품이겠거니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세네카의 "행복한 삶"은 총28장(미완)인 반면, 레스트레인지의 "행복한 삶"은 총25장이고 내용도 더 많으며, 세네카의 동명 대화편의 내용뿐만 아니라 &lt;도덕 서한&gt;의 내용도 군데군데 조합해 놓았다.<br>출전 표시가 전무해서 각 문단의 유래를 확인할 수 없다는 가장 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요약본조차도 이미 옛날 책이니 지금에 와서는 고전으로 대접받을 만하지만, 출판사가 오랫동안 독자를 기만했다는 점은 괘씸할 수밖에 없다.(어쩌면 번역자나 출판사는 이 책이 세네카의 온전한 저술까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지 모르지만, 책에는 일언반구도 없다).<br>다음으로 동서문화사의 &lt;세네카 인생론&gt;이 있는데, 무려 970쪽에 달해 지금까지 나온 세네카 번역서 중 최대 분량이다. 세네카의 대화편 전10편, &lt;도덕 서한집&gt; 전124편 중 65편, &lt;자연의 의문들&gt; 전6편에, 심지어 풍자 산문 "아포콜로킨토시스"와 위작으로 간주된 "불행의 치료에 대하여"까지 들어 있어서, 사실상 희곡을 제외한 그의 작품 대부분을 수록한 셈이다.<br>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동서문화사 번역서와 마찬가지로 일어 중역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유명사부터 "마르쿠스 카토"(Marcus Cato)를 "마르크스 카트", "라엘리우스"(Laelius)를 "라에리우스", 베르길리우스"(Vergilius)를 "웰기리우스"로 틀리게 썼는데, 하나같이 가타가나로 표기된 라틴어를 잘못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실수이다.<br>그런데 이 책의 또 다른 부분에서는 위의 인명이 "마르쿠스 카토"와 "베르길리우스"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으니, 이쯤 되면 번역도 문제지만 편집도 문제임을 짐작하게 된다. 지금은 그나마도 절판되어 '대화편'은 &lt;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gt;로 재간행되고, '도덕 서한'은 &lt;세네카 삶의 지혜를 위한 편지&gt;로 재간행되었으나, "자연의 의문들"과 다른 저술은 사라졌다.<br>C. S. 루이스는 고전 독서에 관한 조언에서 '플라톤 해설서를 읽는 것보다는 플라톤을 읽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세네카도 마찬가지이니, 맥락도 결여되고 왜곡도 의심되는 갖가지 '성공론' 류의 편역서를 읽기보다는 원전 번역서를 읽는 편이 더 유익할 것이다. 약간의 인내와 관심은 필요하겠지만, 그건 하다못해 일일 연속극을 보더라도 필요한 자세 아닐까.<br>원전 번역서로 추천할 만한 것은 당연히 천병희의 &lt;세네카의 행복론&gt;으로 '대화편' 중 4편의 완역이다. 김남우 등이 옮긴 &lt;세네카의 대화: 인생에 관하여&gt;는 '대화편' 전12(10)편을 한 권으로 완역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른 원전 번역서도 몇 가지 더 나온 것 같은데 수준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이런 몇 가지를 빼면 나머지는 중역본에 편역서라 추천할 수 없겠다.&nbsp;<br><br>[*] 나귀님이 보기에 지금까지 나온 세네카 편역서 중에서 최악의 제목은 &lt;사형당했지만 이 편지는 주고 싶습니다&gt;이다. 언젠가 뉴스에서 최근 출판계에서 몇몇 베스트셀러의 제목을 무작정 따라하는 유행이 있다며, &lt;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gt;를 그 대표 사례로 들어서 황당하다 싶었는데, 저 제목을 보고 나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37/57/cover150/k3029328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3375752</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부록을 빼도 큰 차이 없었던 책값...</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6049</link><pubDate>Wed, 12 Aug 2026 09: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604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2564&TPaperId=17446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219/59/coveroff/893291256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9204565&TPaperId=17446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2/3/coveroff/893920456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29659&TPaperId=17446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10/62/coveroff/893742965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30425053&TPaperId=17446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1/42/coveroff/113042505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130410&TPaperId=17446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5/8/coveroff/k182130410_3.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604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세라 베이크웰의 &lt;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gt;는 후주와 참고문헌을 링크로 대체한 것 때문에 논란이 벌어져서, 현재 기존 판본은 판매가 중지되고 부록을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제작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짐작된다. 나귀님으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조치인데, 뒤늦게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읽어보니 "가격을 크게 낮추고 부피를 가볍게 했다"는 구절이 눈에 띈다.&nbsp;<br>결국 원서에도 들어 있고, 구판에도 들어 있던 후주와 참고문헌을 굳이 빼버린 것은 가격 인하를 위한 출판사 측의 고심 때문이었던 걸까? 하지만 나귀님이 알기로 일반 단행본 서적의 부록은 전체 쪽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기에 책값을 좌우하는 요소까지는 되지 못하는 듯하니, 출판사의 주장은 뭔가 착오이거나 아니면 과장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nbsp;<br>여기서 문득 예전 조지 오웰이 '책값이 비싸서 독서를 못한다'는 통념을 반박하기 위해 직접 계산기를 두들겼던 것이 생각나기에 (결론은 담배보다 책이 더 싸니, 결국 책이 비싸서 안 읽는 게 아니라 읽기 싫어 안 읽는다는 것이었다) 나귀님도 해당 출판사의 신간 중 부록 달린 것 몇 가지를 골라서 면수, 가격, 부록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간단히 계산해 봤다.<br><br>1. &lt;아비투스&gt;372면, 22,000원, 부록(감사의 말, 주석, 참고문헌: 350-372면)==&gt; 면당 59원, 부록(23면) 1357원(정가의 6%)<br>2. &lt;공기의 세계&gt;632쪽, 33,000원, 부록(감사의 글, 참고문헌, 미주: 584-632면)==&gt; 면당 52원, 부록(49면) 2548원(정가의 7%)<br>3. &lt;공존한다는 착각&gt;424면, 23,000원, 부록(주, 참고문헌 및 감사의 말: 410-424면)==&gt; 면당 54원, 부록(15쪽) 810원(정가의 3%)<br>4. &lt;지구의 짧은 역사&gt;312면, 20,000원, 부록(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참고문헌, 그림 출처, 찾아보기: 281-312면)==&gt; 면당 64원, 부록(32면) 2048원(정가의 10%)<br>5. &lt;불안사회&gt;172면, 16,800원, 부록(주, 색인: 162-172면)==&gt; 면당 97원, 부록(11면) 1067원(정가의 6%)<br><br>위의 사례만 보면 책에서 부록의 비율은 대략 6-7% 내외, 아무리 많아야 10% 수준이므로, 종이에 찍건 링크로 대체하건 책값에서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lt;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gt; 신판은 544면, 정가 26,000원, 면당 47원이고, 구판은 648면, 정가 38,000원, 면당 58원에다 부록(등장인물, 감사의 글, 주, 주요 참고도서, 찾아보기)이 120쪽(18%)으로 제법 많다.<br>신판은 구판의 부록 중 '후주'와 '참고문헌'만 링크했는데, 구판 기준으로는 92면(14%)으로 역시나 제법 많은 편이다. 역산해 보면, 신판에서 링크로 대체된 부분이 추가될 경우, 정가 26,000원에서 3,640원(14%)어치가 늘어나 29,640원이 되지 않을까. 쪽수도 544면에서 632쪽으로 늘어나니, 이쯤 되면 30,000원 이상의 정가를 책정해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br>결국 부록을 링크로 대체하여 인하된 가격이 3,640원쯤이라면 정가 대비로는 적지 않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짜치는' 금액이기도 하다. 차라리 화끈하게 10,000원쯤 빼준다면 몰라도, 현재 물가 기준으로 포장 음식 배달비며 저가 커피 한 잔 가격에 해당하는 3,640원을 빼주며 "가격을 크게 낮추"었다는 출판사의 주장은 아무래도 과장 아닐까.&nbsp;<br>마침 같은 출판사에서 먼저 펴낸 세라 베이크웰의 전작인 &lt;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gt;이 652면에 정가 33,000원이고, 그중 부록(감사의 말, 휴머니즘 선언문, 미주, 그림 출처)이 95면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니, &lt;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gt; 신판도 후주와 참고문헌을 포함해서 간행했다면 대략 전작과 유사한 분량과 가격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br>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다산초당에서 조만간 간행한다며 한창 북펀드를 진행 중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lt;어제의 세계&gt;가 600면에 33,000원인 반면, 지식공작소에서 간행되었던 구판은 분량이 596면으로 비슷한데도 가격은 절반 수준인 18,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lt;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gt;는 판권 계약비라도 들어가지, 츠바이크는 판권 계약이 없는데도.<br>&lt;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gt;에 적용되었던 논리대로라면 &lt;어제의 세계&gt;도 가격을 낮추고 부피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츠바이크 회고록은 오히려 "초판 한정으로 각양장, 금박 등 고급스러운 사양과 디자인을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고 주장하니, 세라 베이크웰의 책과는 정반대로 책값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 모양새다.<br>나귀님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은 출판사에서 정작 가격과 두께, 양장과 금박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반면, 막상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의 충실성이나 이용의 편의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lt;싯다르타&gt;의 경우에도 번역본은 많지만, 가격이 싼 책이 더 많이 팔린 것까지는 아니었다.<br>그러니 정 가격을 내리고 싶었다면, 차라리 "부록"만 인쇄해서 3,640원에 판매하고 "본문"은 링크로 대체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제작비를 권당 26,000원씩 아낄 수 있으니 어마어마한 이득이고, 출판사 측 선전처럼 "전 세계의 인문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 걸작 논픽션"을 커피 한 잔 값보다 싸게 판매한다면 베스트셀러에 스테디셀러 등극은 따 놓은 당상이니...<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4/cover150/k8321303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60405</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정체가 궁금해졌던 티셔츠 속 범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4316</link><pubDate>Tue, 11 Aug 2026 1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431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0217&TPaperId=174443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61/69/coveroff/893747021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338861&TPaperId=174443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444/10/coveroff/k052935299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0359&TPaperId=174443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68/coveroff/899129015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443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off/8932476462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937078&TPaperId=174443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014/9/coveroff/k892937078_3.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4316'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영화 &lt;오디세이&gt; 개봉에 맞춰서 알라딘에서 개설한 "오뒷세이아" 이벤트 페이지를 보니 알라딘 자체 제작 티셔츠 2종이 나온다. 그중 하나인 "항해" 티셔츠의 범선 그림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해서 지난번에 쓴 글 말미에 지적질했는데, 오늘 다시 생각나서 확인해 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제의 "항해" 티셔츠는 현재 품절이라서 8월 13일에 재입고된다고 한다.<br>나귀님의 지적질에 뒤늦게야 실수를 깨닫고서 그림을 수정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항해"가 "투구"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까닭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투구"에 나온 갤리선이 호메로스 서사시의 시대 배경에 어울리는 선박인 반면, "항해"에 나온 범선은 (돛과 돛대의 모습을 보면 '바크선'이라고 해야 할까?) 누가 봐도 근대의 선박이라고 해야 맞을 거다.<br>서사시의 제목이자 이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오디세이"(the Odyssey)가 종종 "모험"이나 "방랑"이란 의미로도 사용됨을 감안한다면, 그 영어 단어를 크게 새겨 넣고 바크선인지 클리퍼선인지를 집어넣은 "항해" 티셔츠도 '일반적인 의미의 항해를 뜻했을 뿐'이라고 둘러댈 수 있겠지만, 하필 바로 밑에 저 서사시 원문을 적어 놓았으니 어이없는 실수가 되겠다.<br>비유하자면 충무공 탄신 기념이랍시고 알라딘에서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맨 위에는 "한산대첩"이라고 쓰고, 맨 아래에는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유명한 시조의 첫 구절을 적은 다음, 막상 그 사이에는 임진왜란과는 무관한 현대식 항공모함 그림을 떡하니 박아놓은 것과 유사한 정도의 고증 오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진짜로 그랬다면 난리가 났겠지).<br>그나저나 평소에는 둔감한 편인 나귀님께서 남들이야 무심코 지나칠 법한 범선의 모양에 대해서 유독 주목한 까닭은, 마침 며칠 전에 어떤 범선의 정체에 대해 구글링해 보았기 때문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인 영화 &lt;록키&gt;의 저 유명한 "훈련 장면"에서 막판에 부둣가를 질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옆으로 늘어선 선박들 중에 꽤 큰 범선이 한 척 있었다.<br>영화가 1976년작인데 과연 그때도 현역인 범선이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져서 구글링해 보니 저 범선은 '모슐루'(Moshulu)호라는 7,000톤급 강철 바크선이라 한다. 1904년 건조되어 곡물 운반선으로 활약하다 1940년대 후반 퇴역했고, 이후 수상 곡물 창고로 사용되다가 &lt;록키&gt; 등장 당시에는 수상 식당으로 개조되었으며, 지금도 필라델피아 항구에 남아 있다 한다.<br>돛대 네 개짜리 범선이기는 하지만 목재가 아니라 강철 선체인 까닭에 무려 120년 넘도록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었던 것인가 싶기도 하다. 길이가 120미터에 너비가 14미터로 덩치가 워낙 크니 퇴역 후에도 창고며 식당으로 쓸모가 있는 모양이다. 이처럼 퇴역 후 다른 용도로 활용된 선박의 사례라면, 서울 망원동 한강변에 있는 해군 군함 개조 전시관도 생각난다.<br>외국에는 퇴역 선박을 수상 호텔로 개조한 경우도 있다고 하고 (그 명칭은 '보트 + 호텔 = 보텔'이니, 우리나라 같으면 또 이상한 데에서 유래한 명칭이라며 페미니즘 논문이 한 편 나올 법하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센 강에 띄운 낡은 바지선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개조해서 저소득자용 집배로 만든 일화가 유명해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책까지 나왔었다.<br>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는 현대 건축의 거장으로 추앙되는 르 코르뷔지에도 아줌마들에게는 '뭘 모르는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란 점이다. 알랭 드 보통의 &lt;행복의 건축&gt;에 나온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그가 지은 주택은 건축 미학 면에서는 뛰어난 건물인지 몰라도 막상 살기에는 불편해서, 공장 사택 같은 경우에는 애초의 설계와 달리 천차만별로 개조당했단 거다.<br>제아무리 위대한 건축가의 기발한 생각조차도 실생활의 불편함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으니, 길어야 4-5년에 불과한 임기 동안 부동산 정책을 쥐락펴락하려는 대통령이며 국회의원의 삽질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마침 며칠 전에 한 국회의원이 외국에서 노후 선박을 주택으로 개조하듯 노후 버스를 주택으로 개조해 청년층에 공급하자고 주장했었다.<br>하지만 애꿎은 청년층을 희생양 삼는다며 비난이 빗발치자 재빨리 발언을 철회한 모양이니 한심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그 결과물은 외국에서 빈곤층 주거지인 트레일러파크와도 유사할 터이니 반가울 리 없다. 다만 최근 캠핑카 방치가 골치인 지자체도 많다니, 차라리 그걸 다 몰수해 만든 트레일러파크를 헐값 분양하자 제안했다면 반응이 달랐을지도...<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5/41/cover150/8901300419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54100</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세네카라 할 수 없는 세네카 번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2553</link><pubDate>Mon, 10 Aug 2026 11: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4255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0225&TPaperId=174425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41/86/coveroff/893747022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6277&TPaperId=174425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520/92/coveroff/897291627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932890&TPaperId=174425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37/57/coveroff/k3029328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0175&TPaperId=174425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0/49/coveroff/k87213017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가뜩이나 폭염이 한창인 와중에 알라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무려 세네카의 책이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기후 변화 때문인가, 아니면 또 리센느 때문인가. 이미 붓다와 쇼펜하우어 책이 한 번씩 차지하고 내려간 다음이니 세네카라고 해서 예외로 칠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의 문제는 그 세네카 책이 뭔가 함량 미달의 편역서로 보인다는 점이다.<br>문제의 세네카 책은 자기계발 콘텐츠로 구독자 90만 명을 찍었다는 유튜버 하와이대저택이 편저했다. 나름대로는 감명 받은 책이라고 해서 세네카의 저술을 직접 번역하고 재구성했다는데, 문제는 원문에 충실하지도 않고 뚜렷한 의도가 드러나지도 않아 영 애매하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세네카의 책도 아니고, 하와이대저택의 책도 아닌 애매한 물건일 뿐이다.<br>보통 고전을 편역한다면 완역과 달리 편역자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만약 나귀님더러 세네카의 저술을 편역하라면, 오늘날의 국내 독자에게는 영 생소할 수밖에 없는 로마 제국 당시의 인명과 관직명 같은 각종 고유명사를 모두 발라내고,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일리가 있을 법한 내용만 선별해서 어느 잘난 꼰대의 조언처럼 꾸며내고 말겠다.<br>그런데 문제의 책은 완역본인 천병희 번역서와 비교했을 때 내용을 군데군데 덜어내고 다르게 연결해서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일러두기에는 영역본을 대본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있는 그 원문과 대조하니 그쪽과도 일치하진 않는다. 종종 축약과 첨언이 등장하다 보니 원래의 문맥과 사뭇 달라져 오해를 야기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다.[*]<br>세네카의 대화편에는 장절 구분이 있어서 편역서라면 그 출처를 표시하게 마련이고, '성공론' 분야의 편역서도 일부에선 이런 규약을 따랐는데, 이 책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세네카의 말과 비슷하게 시작하지만 곧이어 생소한 문장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이게 과연 다른 부분에 나온 세네카의 말을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편저자의 첨언인 것인지 알 수 없다.<br>세네카의 대화편에도 애초의 문맥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편역서라고 한들 내용을 삭제하거나 순서를 뒤바꾸는 것이 항상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장절로 그 출처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그래서이니, 이를 통해 편역자가 어떤 의도와 논리로 세네카의 대화편을 재구성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저자의 첨언이 과도하게 섞이면 문제다.<br>편저자의 독창적 해석을 내세울 의도였다면 차라리 해설서를 쓰는 게 맞다. 예를 들어 &lt;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gt;처럼 인용문을 내놓고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이면 충분했을 텐데, 세네카의 텍스트라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누락과 첨언이 많다는 것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만약 하와이대저택의 유튜브 콘텐츠를 누군가 이처럼 멋대로 편집해 유포하면 수긍할 수 있을까?<br>여하간 나귀님 기준으로는 절대로 세네카의 책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상한 편역서인데, 이런 책을 왜 만들고 왜 사는지 의문이다. 물론 하와이대저택은 '편역'이라는 말로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영화 &lt;오디세이&gt; 개봉에 맞춰 각종 '편역서'가 난무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걸 읽은 독자라면 어디 가서 '세네카를 읽었다'고 자부하진 말아야 맞겠다.<br>이번 일로 인해 또 하나 걱정스러운 점은 앞으로의 부작용이다. 세네카의 말과 편저자의 말이 뒤섞인 책이 무려 베스트셀러씩에 등극했으니, 머지않아 양쪽의 말을 구분할 수 없는 까닭에 원문에는 없었던 편저자의 말이 세네카의 말로 와전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차라리 저 유튜버가 이미 여럿 나온 세네카 원전 번역서를 추천했다면 그 진정성도 인정했을 텐데.<br>그나저나 나귀님이 보기에 가장 큰 아이러니는 하와이대저택의 세네카 편역서가 무려 16,200원인데 천병희의 대화편 4종 완역본은 15,300원이라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재료도 덜 들어가고 조리도 애매한 음식을 더 비싸게 먹는 셈이니, 결과적으로는 독자만 손해 아닐까. 물론 그 독자가 하와이대저택의 구독자라서 군말 없이 책을 산다면 편저자에게는 이득이겠지만.<br>나귀님이야 저 편역서를 알라딘 미리보기로만 살펴보았으니 다음 구절도 거기 들어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뜬금없는 세네카 책 구매자들이라면 한 번쯤 귀담아 듣기 바란다. "더 나은 것이 다수의 마음에 든다면 좋으련만 인간은 그렇지가 못해요. 군중의 마음에 든다는 것은 곧 그것이 최악이라는 증거니까요."("행복한 삶에 관하여" 2장 1절, 천병희, 169쪽)<br><br><br>[*] 예를 들어 다음 구절에서 &lt;&lt; &gt;&gt;로 표시한 대목을 원전 번역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저자가 전달하려는 핵심 내용을 편역자가 빼먹은 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br>1. 하와이대저택 편역서:<br>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자연을 향해 따졌다. 어떤 동물에게는 수백	년을 허락해 놓고, 인간에게는 왜 이토록 짧은 시간만 주었느냐	고.<br>	&lt;&lt; 그러나 전제 자체가 틀렸다.<br>	문제는 시간의 양이 아니다. 쓰임이다. &gt;&gt;<br>	거대한 왕의 재산도 나쁜 주인의 손에 들어가면 순식간에&nbsp;	흩어진다. (18쪽)<br><br>2. 천병희 번역서:<br>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연에 대해 철학자답지 않게 시비를 걸었지요	. "자연은 동물에게는 인간보다 다섯 배 또는 열 배나 오래 살도	록 수명을 넉넉히 주었거늘 그토록 많은 일을, 그토록 큰일을 하	도록 태어난 인간에게는 그토록 짧은 수명을 정해놓다니" 하고&nbsp;	말이오.<br>	&lt;&lt; 그렇지만 우리는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	하고 있는 것이오. 인생은 충분히 길며, 잘 쓰기만 한다면 우리	의 수명은 가장 큰 일을 해내기에도 넉넉하지요. 하지만 인생이	방탕과 무관심 속에서 흘러가버리면, 좋지 못한 일에 인생을 다	소모하고 나면, 그대는 마침내 죽음이라는 마지막 강요에 못 이	겨 인생이 가는 줄도 모르게 지나가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오.<br>	짧은 수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명을 짧게 만들었고, 수	명을 넉넉히 타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명을 낭비하는 것이라	오. &gt;&gt; 마치 왕에게나 어울릴 넉넉한 재산도 적합하지 않은 주인	을 만나면 금세 탕진되고, 얼마 안 되는 재산도 제 주인을 만나	면 사용함으로써 늘어나듯이, 우리의 수명도 제대로만 배분하면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이라오. (8-9쪽)<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0/49/cover150/k8721301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404956</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뒤죽박죽인 오디세이(아)와 오뒷세이아...</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35089</link><pubDate>Thu, 06 Aug 2026 07: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3508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186&TPaperId=174350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87/6/coveroff/893292518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1415&TPaperId=174350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833/94/coveroff/893292141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6055&TPaperId=174350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265/2/coveroff/893291605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290183&TPaperId=174350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1/18/coveroff/89912901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501&TPaperId=174350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6/57/coveroff/s937461501_3.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3508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며칠 전부터인가 알라딘 바탕 메뉴 한편에 "오뒷세이아"라는 붉은 링크가 생겨난 것을 보니, 이제 막 개봉했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보통은 아닌 듯하다. 하긴 지난번에도 원자폭탄 개발을 지휘했던 과학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전국민이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얼마나 좋았을까"를 외치게 했으니 그 영향력을 충분히 알 만하다.<br>그래서인지 알라딘에서도 관련 도서 특별전 메뉴를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뭔가 싶어 클릭해 보니 영화 개봉에 맞춰 간행된 갖가지 해설서와 편역서가 나오고, 심지어 수년 전부터 준비했음직한 호메로스 원전 번역본까지도 여러 종 나오니, 이래저래 당분간은 '호메로스'와 '오디세이(아)'라는 키워드 따라 돌아가는 출판계와 서점계와 독서계가 아닐까 짐작된다.<br>물론 영화가 되었건 드라마가 되었건 간에 이번 기회에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어보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간혹 방송에서 이 고전을 소개받는 사람 대부분이 '시 형식이라 어렵다'는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을 감안하면, 그토록 굳건했던 대중의 편견이 고작 영화 한 편 때문에 무너졌다는 사실이야말로 살짝 우스워진다.<br>나귀님의 입장에서는 유명 영화의 영향력 덕분에 관련 단행본이 간행되는 것이 좋기보다는 싫다는 편인데, 왜냐하면 영화 개봉 일정에 맞춰 날림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많고, 역시나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감과 동시에 모조리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 &lt;트로이&gt;나 &lt;알렉산더&gt;나 &lt;베오울프&gt; 같은 영화가 그러했으니, 지금은 저 영화만큼이나 관련서도 잊힌 상태이다.<br>이번 영화와 관련해서는 어느새 네 종으로 늘어난 호메로스 원전 번역을 서로 비교해 읽어보는 것 정도가 의미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저 영화는 2017년에 간행된 새로운 영역본을 토대로 한 것이라서 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가뜩이나 여성의 비중이 적은 고대 서사시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번역자가 PC 색채를 입히려 애썼다(!)는 비판도 있는 듯하다.<br>고전 번역은 시대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말이야 쉬워도 실제 결과물을 내놓기는 힘들게 마련이다. 서양에서야 그리스어와 각국 언어의 유사점 때문에라도 다양한 번역 시도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말로 옮기려 하면 아무래도 극복할 수 없는 차이점이 더 부각되지 않을까. 가만 보면 천병희 이후의 번역본 모두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br>한 가지 바람이라면 언젠가는 고대 그리스어 지식과 시적 재능 모두를 보유한 이례적인 인재가 나타나서 마치 호메로스가 빙의한 것처럼 정확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번역을 시도하는 것인데, 과연 나귀님의 생전에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산문역으로 호메로스를 처음 접한 나귀님으로서야 천병희를 위시한 운문역만 네 가지인 현실만 해도 감지덕지이지만.<br>그나저나 이번 영화의 차마 무시 못할 영향력 때문인지, 호메로스 서사시의 제목은 &lt;오디세이아&gt;이지만, 영화 제목에 맞춰 &lt;오디세이&gt;라고 표기하거나 아예 영어를 병기한 경우도 흔한 듯하다. 알라딘의 특별전 메뉴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도 비전공자의 해설서와 편역서는 "오디세이아"로, 원전 번역자는 "오뒷세이아"로 쓰는 (알라딘도 덩달아 이쪽인) 모양새이다.<br>그리스어 철자 입실론(Y)을 '이'로 읽느냐 '위'로 읽느냐의 차이인 듯한데, 그리말 사전에 붙은 강대진의 설명처럼 '위'로 읽으면 '테티스'와 '테튀스'를 구분할 수 있어 편리한 점도 있다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표기의 어려움 때문인지 편의상 '이'로 읽는 경우도 흔한 모양인데, 얼마 전 &lt;국가&gt;를 뒤적이니 박종현 선생도 편의성 면에서 '이'를 지지했었더랬다.<br>그나저나 알라딘의 "오뒷세이아" 특별전에 소개된 책 중에는 의외로 빠진 것이 더러 보인다. 우선 원전 번역 중에서 민음사의 김기영 번역본은 찾아볼 수 없어 이상한데, 때마침 영화에 편승하기 위해 기존 표지를 완전히 덮는 대형 띠지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lt;오디세이&gt; 원작!"이라고 커다란 글씨로 적을 만큼 눈물겨운 노력까지 했으니 더욱 이상하다.<br>나귀님 같으면 호메로스 서사시의 후일담과 2차 창작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소개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페늘롱의 &lt;텔레마코스의 모험&gt;이나, 카잔차키스의 &lt;오디세이아&gt;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저 서사시의 말미에서 주인공이 아내에게 전한 말 때문인지, 그의 여정은 저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 시작이라고 상상해 본 사람들도 옛날부터 적지 않았던 듯하다.<br>심지어 고대의 &lt;오디세이아&gt; 속편 중에는 &lt;투 마더스&gt;와 유사한 결말(!)도 있다고 전한다. 의외로 단테의 &lt;신곡&gt;에서도 오디세우스의 후일담이 등장하는데, 꾀를 자주 사용한 까닭인지 거짓말쟁이가 가는 지옥의 불길 속에서 저 시인에게 자신의 최후를 설명한다. 여기서 나온 묘사에 착안해 보르헤스는 오디세우스가 '남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br>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lt;아이네이스&gt;에서도 그 주인공의 여정 중에 &lt;오디세이아&gt;에서 소개되었던 몇몇 장소를 재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부에서는 두려운 나머지 멀찍이 돌아가서 화를 면하기도 한다. 심지어 오디세우스의 동료 중 하나인 낙오자를 적군이었던 아이네이아스가 구출하는 대목도 있었으니, 이래저래 선행 작품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겠다.<br>&lt;오디세이아&gt;의 영향을 받은 현대 문학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당연히 제임스 조이스의 &lt;율리시스&gt;가 아닐까. 나중에 가서는 저 서사시와의 비교가 불편했는지 그 유사성이나 영향 관계를 애써 부정했다고도 하지만, 조이스 소설의 제목이며 인물이며 구성에서도 호메로스를 떠올리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양자의 유사성이라곤 딱 거기까지긴 하지만...<br><br><br>[*] 그나저나 영화에 편승해서 급조된 책들 중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lt;초판본 오디세이아&gt;이다. 기원전부터 구전된 서사시에 초판본이 어디 있겠나 싶어 클릭해 보니 1616년의 채프먼 영역본 '속표지'를 가져다가 표지에 넣어 놓고 초판본으로 자처하는 것이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런 식이라면 조만간 &lt;초판본 창세기&gt;며 &lt;초판본 사자의 서&gt;도 간행되어 '저자 북토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든지 좀 정도껏 하자.<br>[**] 영화에 편승해서 급조된 또 다른 물건 중에 역시나 꼴보기 싫은 것은 알라딘굿즈 티셔츠이다. 시꺼먼 바탕에 진한 색으로 인쇄되어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그중 "항해" 디자인에 들어간 대형 범선은 호메로스 시대에 있지도 않았던 훨씬 더 후대의 것이니 고증 오류이다. 알라딘, 니들도 좀 적당히 하자.<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68/cover150/899129015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6827</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판매가 중단된 세라 베이크웰 신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31919</link><pubDate>Tue, 04 Aug 2026 14: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3191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034881&TPaperId=174319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009/72/coveroff/k78203488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0373X&TPaperId=174319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459/35/coveroff/896260373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360711&TPaperId=174319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626/88/coveroff/893136071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322&TPaperId=174319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4/coveroff/k83213032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몽테뉴 전기 저자인 세라 베이크웰의 신간이 나왔다기에 뭔가 궁금해 클릭해 보니, 예전에 나왔다가 절판된 번역본을 출판사만 바꿔 재간행한 모양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리뷰며 페이퍼에 출판사를 향한 성토가 등장했기에 또 무슨 영문인가 살펴보니, 황당하게도 구판에는 멀쩡히 들어 있던 후주와 참고문헌을 신판에서 빼 버리고 인터넷 링크로 대체한 모양이다.<br>원서에 후주와 참고문헌이 있었다면 번역서에도 넣는 게 당연한데, 무려 출판사에서 이를 불필요한 군더더기 취급한 셈이니 한심스런 일이다. 당연히 들어가야 할 것을 가리켜 '왜 들어가야 하느냐?'고 묻는 셈이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당혹스럽다. 심지어 책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출판사의 결정을 두둔하는 글도 올라와 있으니 괴이한 일이다.&nbsp;<br>무엇보다도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인공지능 환각, 즉 사오정 답변의 원인부터가 정확한 출전을 찾아내고 종합하는 과정에서의 오류이니, 이것만 보아도 책에 붙어 있는 후주와 참고문헌 같은 출전 표시 장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논문이나 저술의 표절 시비 중 상당수가 출전 표시 미비로 촉발될 정도이니 말이다.<br>그러니 구간 출판사를 비롯해 학계와 출판계 모두가 준수하던 규약을 굳이 거스르려 작정한 신간 출판사의 행태는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한지를 보여준 증거라 할 만하다. 아울러 그러한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되었을 신통찮은 행동이 책의 내용까지도 훼손했을 가능성 역시 의심해 볼 만하다. 당장 이번 신간의 첫 페이지 첫 문단부터 오역이 등장하니까.<br>"그보다 더 이전에는 하느님이 인간을 희롱하며 복종을 강요하는 놀이에 감히 의문을 제기했던 구약성서의 전도서나 욥기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다."(11쪽) 여기서의 문제는 "하느님이 인간을 희롱하며 복종을 강요하는 놀이에 감히 의문을 제기했던"이란 구절(오역)이 "전도서나 욥기" 모두가 아니라 &lt;욥기&gt;의 주인공 "욥"만을 수식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br>즉 원문대로 정확히 옮기자면 이렇게 되어야 한다. 실존주의의 기원은 더 이전인 19세기의 소설가, 더 이전의 파스칼, 더 이전의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그보다 더 이전의 구약성서에 나오는 지쳐버린 전도자며 욥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기서 욥은 하느님이 자신을 갖고 노는 것에 대해서 감히 의문을 제기했다가 윽박지름을 당하고는 굴복한 인물이다."&nbsp;<br>여기서 첫 번째 오역은 바로 앞에서 소설가, 파스칼,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인물'을 연이어 거론했는데도 원문의 인명 '전도자'와 '욥'을 서명 &lt;전도서&gt;와 &lt;욥기&gt;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오역은 욥에 대한 설명이자 &lt;욥기&gt;의 내용(하느님과 악마의 내기 때문에 억울한 고통을 받았던 욥이 항변하지만 하느님의 으름장에 깨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br>그런데 이 오역은 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구판에서는 "전도서의 욥"이라고 추가 오역한 대목을 신판에서는 "전도서와 욥기"라고 나름대로 수정씩이나 가했지만, 그런 수정조차도 여전히 오역임은 모르고서 내버려둔 셈이다. 구판의 오역을 수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셈이니, 아직 미확인된 오역이 신판 곳곳에 숨어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br>한 가지 우스운 점은 인터넷이 처음 도입된 사반세기 전에도 이처럼 부피와 가격만 늘리는 듯 보이던 도판과 후주와 참고문헌과 색인 등을 인터넷 링크며 씨디롬 부록으로 대체하려 시도했던 출판사가 일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본격적인 대세나 유행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몰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편해서 안 하는 거라 봐야 맞겠다.<br>사실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자체로 완결된 상태라서 전기나 통신이 없어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니, 이제 와서 굳이 그 내용 일부를 인터넷으로 옮길 이유는 없다. 게다가 지금은 씨디롬 드라이브 자체도 사라져 버렸고, 인터넷도 영원하지는 않아 불과 몇 년 만에 소멸한 링크며 사이트가 허다하니, 한 번 만들면 50년씩 100년씩 가는 종이책에 비할 바가 아니다.<br>어쩌면 후주와 참고문헌을 링크로 대체하자고 제안한 편집자는 ("이달의 우수사원" 밈처럼) 25년 전에 남들이 시도했다 포기한 것을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인 듯 떠올리고 으스댔을 수도 있으니 가소로운 일이다. 사실 후주와 참고문헌과 색인의 유용성은 그걸 실제로 써 본 사람만 안다. 결국 저 출판사에는 책을 속속들이 활용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겠다.<br><br><br>[*] 근래에 접한 몇 가지 다른 사례(이른바 "처녀성을 떠맡은 자"와 엉터리 세네카 번역본)와 함께 출판계의 망조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어 한 마디 꼬집어 주려고 기껏 글을 써서 다시 들어와 보니, 출판사에서도 논란을 의식했는지 하룻밤 사이에 책을 일시 품절시키고 새로 제작해서 몇 주 뒤에 재유통시킬 계획이라 한다. 십중팔구 이미 간행된 책을 재단해서 표지를 제거한 다음, 기존 본문에 앞서 누락되었던 부록을 추가하고 새로 제작한 표지를 씌워 다시 제본하지 않을까.(문제는 이렇게 되면 책 크기가 원래보다 사방 몇 밀리미터씩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잘 안 팔리는 책을 몇 년 뒤에 '표지갈이' 해서 재간행한 경우가 그러했다). 이와 유사한 논란이 있어도 엉터리 책을 끝까지 고수하는 악덕 출판사도 많았음을 감안하면 해당 출판사의 신속한 조치는 대단한 결단이지만 (물론 애초에 무개념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만큼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앞서 지적했듯이 애초부터 오역이 있는 책이니 과연 이번 조치로 문제가 다 해결될지는 의문이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4/cover150/k8321303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60405</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당근의 처지를 걱정했던 소설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9469</link><pubDate>Mon, 03 Aug 2026 07: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946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833680&TPaperId=174294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700/13/coveroff/k05283368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88141&TPaperId=174294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393/99/coveroff/895278814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533763&TPaperId=174294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4930/18/coveroff/k082533763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632207&TPaperId=174294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2/9/coveroff/899263220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635416&TPaperId=174294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63/coveroff/8970635416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946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바깥양반이 읽다 말고 놓아둔 박완서의 에세이집 &lt;호미&gt;를 오랜만에 뒤적이다 보니, 한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언젠가 저자가 설비 수리를 하러 온 나이 지긋한 목수에게 뭘 물어보니 '당근'이라는 답변이 나오더란다. 무슨 말인가 싶어 한참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러워하다가, 뒤늦게야 '당근'이 '당연'을 뜻하는 유행어임을 깨닫고는 머쓱해졌다는 것이다.<br>기존 '박완서의 굴욕' 시리즈(컴퓨터가 바이러스 걸렸다기에 옆에 있던 디스켓을 멀리 치웠더니, 수리기사가 한심하게 쳐다보더란 이야기도 그중 하나)의 연장인 셈인데, 저자도 겸연쩍은 듯 이렇게 덧붙인다. "별로 유행을 탈 것 같지 않은 연령층과 직업인에게까지 당근이 당연으로 일반화됐다는 걸 느끼면서, 그럼 정작 당근은 뭐가 되나 걱정이 됐다."(121쪽)<br>나귀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감 가는 구절이었는데, 왜냐하면 최근의 '무섭노' 논란을 비롯해서 일베 용어 사용 논란이 대두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과연 어디까지 일상 용어를 잠식당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일베 용어가 특정될 때마다 금기어로 간주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일상어의 범위만 쪼그라들지 않겠냐는 것이다.<br>노무현을 비롯한 각종 표적에 대한 조롱과 합성에서 드러난 일베의 역량은 창작이 아니라 변형이다. 이른바 일베 용어도 기존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통용하는 것뿐이니, 일베 용어를 배제한다며 해당 단어를 배제하고 논란이 되는 표현들을 적극 기피하게 된다면, 결국에 가서는 일상어를 모조리 일베의 전유물로 순순히 넘겨주고 마는 꼴이 되지 않을까.<br>심지어 일베와는 무관한 나귀님조차도 공연히 오해를 받지 않으려 '노무'와 '운지' 같은 일베 용어를 기억하고, 생경한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그 출처가 무엇인지 일단 검색부터 해 보는 판이니, 이번 '무섭노' 논란 역시 역설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일베 용어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고 봐야 할 법하다. 일베로선 최초 문제 제기자에게 표창장이라도 주고 싶지 않을까?<br>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에서 드러났듯, 어떤 표현이 일베 용어인지 판정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도 의견이 다르니, 자칫 일베 비판이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었다. 물론 나귀님이 보기에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평소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자처하던 조국 같은 사람조차도 마녀사냥을 거들고 나섰다는 점이었지만.<br>그나마 다행인 점은 박완서의 걱정이 아직까지는 기우라는 점이다. '당근'이야 여전히 '당연'을 뜻하는 말로 통용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근'의 원래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당근'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었다고 봐야 할 테지만, 이 경우는 '당연'에 부정적 의미가 없어서일 뿐, 일베 용어처럼 부정적 의미가 깃들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br>그런데 박완서의 뜬금없는 당근 걱정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당근'은 남녀 관계에서 중요한 키워드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당근, 당근"은 여성을 바짝 흥분시키는 암호이기 때문이다. 자칫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막무가내로 달려들 수 있으니 남성도 조심해야 하고, 특히나 주변에 납작하고 단단한 물건이 없게끔 각별히 주의해야만 할 정도이다.<br>물론 요즘 분위기만 보면 저 마법의 암호 "당근, 당근"도 여차 하면 학폭에 일진으로 처벌받기에 딱이니, '당근'이 '당연'으로 대체된 것도 그런 분위기의 반영은 아닐까 싶다. 같은 시기에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도 줄고, 출산율도 급감했으며, 입양아 학대와 교권 추락도 종종 벌어졌으니, 박완서의 뜬금없는 당근 걱정도 혹시 시대를 꿰뚫어 본 통찰이었을까...<br><br>[*] 그나저나 '거제야호'부터 '무섭노'까지 최근 연이어 나라를 뒤흔든 화제의 시발점은 번번이 리센느이니, 이번 정부의 향후 최대 과제는 주가 안정과 부동산 공급과 더불어 저 걸그룹의 입단속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최근의 국정 기조를 감안하면 결과적으로는 BTS나 블랙핑크 같은 초인기 아이돌에 대한 활동 일수 규제니, 호남 출신 신인 걸그룹 육성이니, 차트 순위 2배 반영 아이돌 굿즈 발매처럼 영 뚱딴지 같은 대책만 줄줄이 나올 것 같긴 하다만...<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455/74/cover150/k6628370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4557465</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리려던 여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6953</link><pubDate>Sat, 01 Aug 2026 16: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695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6518&TPaperId=174269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84/91/coveroff/895461651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4634&TPaperId=174269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35/59/coveroff/8932024634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594&TPaperId=174269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137/2/coveroff/893643459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2154&TPaperId=174269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877/5/coveroff/8954682154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62930932&TPaperId=174269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86/97/coveroff/8936434128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26953'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얼마 전에 존 업다이크의 "토끼 4부작"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원래는 몇 달 전에 이미 써 놓았던 글이었다. 일단 초고를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내용 중에 '펜(PEN) 대회 참석차 업다이크가 방한했을 때 동행한 선배 작가 존 치버의 술주정을 받아주느라 고생했다는 일화가 기억난다'고 적은 대목의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여서 뒤늦게야 다시 자료를 뒤적였다.<br>처음에는 치버의 일기나 서한집에서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막상 펼쳐 보니 한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언급만 짧게 나오고 술주정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면 혹시 펜(PEN) 관계자의 책에서 봤나 싶어, 해당 단체에서 29년간 근무한 직원의 회고록인 &lt;해외에서 온 엽서&gt;(엘리자베스 패터슨 지음, 박해경 옮김, 선우미디어, 2001)를 뒤져 보았지만 없었다.<br>이쯤 되면 한국 펜(PEN)의 대표를 역임한 전숙희(1919-2010)의 회고록을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이걸 도대체 어디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있을 법한 곳의 책장을 서너 번이나 연달아 뒤져도 안 나오기에 결국 포기했는데, 두 달이 지나서야 바깥양반이 찾아내라는 또 다른 책을 찾다가 책더미 사이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전숙희 회고록을 발견하게 되었다.<br>책을 찾을 때의 역설 가운데 하나는, 늘 보고 지나치던 책인데도 막상 찾으려면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를 쓰다 포기하고 나면, 그러니까 더 이상은 굳이 그 책을 찾지 않아도 그만일 때가 되면, 이상하게도 그때는 그 책이 딱 눈에 띈다. 오죽하면 헌책방에서도 '주인보다 손님이 책을 더 잘 찾는다'는 속설이 있으니, 나귀님만의 망상까진 아닌 듯하다.<br>여하간 나귀님이 발견한 전숙희의 책은 제목부터 &lt;펜(PEN) 이야기&gt;이며, 그 단체와 맺은 인연과 활동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물론 본격적인 회고록이라기보다는 관련 쪽글을 엮고 자료를 추가한 것이다 보니 생각만큼 체계적이지는 못해 아쉬운데, 차라리 대담 방식으로 그 생애와 활동을 차근차근 돌아보는 방식이었다면 훨씬 더 유용한 자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br>국제 펜클럽, 약칭 펜(PEN)은 1921년 영국에서 창립되어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둔 문인 단체이다. 시인(Poet), 수필가(Essayst), 소설가(Novelist)의 머리글자를 따서 명칭을 지었고 H. G. 웰스, 모리스 마테를링크, 알베르토 모라비아, 아서 밀러, 하인리히 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수가 포함된 각국의 유명 문인이 번갈아 대표를 맡았다.<br>1960년에는 투옥 문인을 후원하는 산하 조직을 만들었고, 이후 각국을 돌며 열리는 총회마다 문인의 인권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한국 지부는 1954년에 설립되었는데, 휴전 직후 파리의 UN 총회에 참석했던 시인 모윤숙이 우연히 런던에 들렀다 펜(PEN) 본부의 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우연히 문을 두들겼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는 비화가 전한다.<br>전숙희는 모윤숙을 보좌하다가 펜(PEN) 한국 지부의 대표를 맡았으며, 전쟁의 피해를 극복한 일본과 서독이 연이어 총회를 유치하는 것을 지켜보고 부러운 마음에 1970년 제37차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려고 추진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이라 김지하에 대한 탄압 문제가 대두했고, 독재 정권의 선전에 사용될 수 있다는 펜(PEN)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는 않았다.<br>문인을 탄압하는 국가는 안 된다며 한국 총회 반대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전숙희를 비롯한 한국 지부 회원들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한국 정부에 항의를 전달하는 선에서 타협하고 총회가 개최되었다. 나귀님이 얼마 전 업다이크의 "토끼 4부작"에 관한 글에서 언급했듯이, 업다이크와 치버가 미국 지부 대표단 자격으로 내한했던 것도 바로 이때의 일이었다.<br>예상대로 박정희가 개막 연설을 하고 자신과 정부를 선전하는 영문 책자까지 참석자에게 잔뜩 선물하는 등, 당시 정권의 입김을 아주 벗어날 수야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전숙희가 호텔로 찾아가 보니, 각국 대표마다 문제의 홍보물을 도로 내놓으며 '이건 가져갈 필요가 없으니 알아서 처분해 달라'고 눈웃음과 함께 부탁을 남기더라는 민망한 일화도 전한다.&nbsp;<br>이후 1988년 제52차 총회의 한국 유치 과정에서는 전두환 정권의 김남주 등 문인 투옥 문제가 또다시 대두했다. 이때 가장 거세게 반대했던 회원 중 하나가 미국 지부의 수전 손택이었는데, 전숙희의 회고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를 놓고 찬반 투표가 진행되어서 결국 찬성으로 결론이 나자, 분한 마음에 미국 지부의 동료와 함께 눈물(!)까지 흘렸다 전한다.<br>그래도 손택은 아들(!)까지 데리고 한국 총회에 참석했으며, 문학과 자유를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그 번역문 "작가의 시대적 사명"이 전숙희의 책에 수록되었다). 비록 성향도 확연히 다르고 종종 맞서기까지 했지만, 어쩌면 전숙희야말로 손택이 처음 만난 한국 여성 작가일 수 있으니, 과연 두 사람 사이에 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nbsp;<br>물론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펜(PEN)의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그 대표성 문제가 있고, 냉전 시대에는 동서 갈등에 편승해 정치 논리를 앞세웠다는 비판도 있었으며, 한국 총회처럼 본래 의도와 달리 독재 정권에 홍보 기회를 선사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단체가 전세계 문인의 만남과 소통이라는 이상을 위해 나름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br>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펜(PEN) 총회 활동을 통해서 한국 문학을 조금이나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전숙희만 해도 해외에 나갈 때마다 한국 문학 번역서를 챙겨가고, 한국 문학 소개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으며, 특히 한국 총회를 통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해외 작가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회고하고 있으니 말이다.&nbsp;<br>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을 망정, 이런 초창기의 무모한 노력이 한국 문학 번역 지원 사업 등의 제도를 낳았고, 그 결과 반세기 뒤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남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으니, 최근 각광받는다는 각종 K-문화가 나아갈 길을 미리 보여주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br>"우리는 언젠가 자연스럽게 노벨문학상도 타게 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서 인정도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1992년 저서 &lt;펜(PEN) 이야기&gt; 말미에 덧붙인 이 바람은 결국 30년 뒤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현실이 되었지만, 정작 전숙희는 그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1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예전의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무니 안타깝다.<br>전숙희는 보통 '수필가'로 지칭되지만, 문인보다는 행정가로서의 능력이 월등했던 듯하다. 단체 운영과 행사 유치를 위해서는 추진력과 자금력이 필요한데, 지금 봐도 만만찮은 국제 행사를 유치했다는 점에서는 이른바 여장부 유형일 수도 있겠다. 물론 전숙희가 한국 전쟁 당시의 말 많았던 '낙랑클럽'과도 가까웠다 하니, 짐작컨대 정부 쪽의 연줄도 있었겠지만.<br>전숙희의 가장 큰 뒷배는 동생인 '카지노 대부' 전락원(1927-2004)이었다. 펜(PEN) 지부 운영에도 그의 지원이 있었다는 언급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울 총회 당시 참석자를 위한 '기생 파티'이다. 존 치버도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관련 언급을 남겼는데, 일기에는 그냥 '접대를 받았다'고만 나왔지만, 다른 기록에서는 '은밀한 곳을 주무르더라'고도 써 놓았다.<br>전락원은 워커힐 카지노로 시작해서 호텔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파라다이스 그룹을 현재 재계 100위권 내의 재벌로 성장시켰는데, 본인과 가족 모두 외부 노출을 꺼린 탓에 소문만 무성하다 보니 종종 사기꾼들의 사칭 피해를 입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전청조 사건이 있는데, 이때에는 전락원의 아들이며 현재 회장인 전필립의 혼외자로 자처한 바 있다.<br>동생 전락원의 지원 하에 전숙희는 계원예중, 계원예고, 계원예대 등 학교를 설립하고, 잡지 &lt;동서문학&gt;을 창간하는 등 문화 방면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펜(PEN)의 두 번째 한국 총회로부터 불과 한 세대 만에 잠시 잊히기는 했지만, 향후 한국 문화의 세계 진출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루려면 십중팔구 전숙희의 활동에 대해서도 재발굴이 불가피하지 않을까.<br>여하간 '내한 당시 업다이크가 치버의 술주정 때문에 고생했다'는 나귀님의 기억은 잘못된 듯해서 삭제했다. 어쩌면 더 먼저 열린 소련 총회 당시 두 작가의 부부 동반 여행의 일화를 서울 총회 당시라고 착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치버 못지않게 주정뱅이로 악명이 높았던 레이먼드 카버라든지 또 다른 작가의 비슷한 일화를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겠고...<br><br>[*] 예전에 사다 놓은 책 중에 1970년 펜(PEN) 서울 총회 자료집도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와서 다시 찾으려니 어디 있나 보이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꼭 필요할 때에는 안 보이다가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슬그머니 나타나는 패턴이 또 반복되려는 모양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lt;펜 선집: 독일편&gt;(분도출판사, 1976)과 함께 다시 한 번 소개해 볼까...<br>[**] 대략 1년 전쯤에 존 업다이크 글 쓰면서 덩달아 쓴 글인데, 올릴까 말까 차일피일하다가 마침 8월 1일이 전숙희의 16주기 기일이라기에 생각나서 올려 본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9362/57/cover150/k7425359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3625768</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책장에서 잠자던 또 하나의 삼성 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07192</link><pubDate>Thu, 23 Jul 2026 10: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0719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7539&TPaperId=174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59/28/coveroff/898428753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7504&TPaperId=174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59/26/coveroff/898428750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7490&TPaperId=174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58/42/coveroff/89842874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440X&TPaperId=174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90/74/coveroff/895862440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492785&TPaperId=17407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14/54/coveroff/899049278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지난 주에 삼성 이재용이 자사에서 오래 일하다 사망한 환경미화원을 조문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요란한 행차가 아니라, 일행 없이 혼자 조용히 방문해서 유족을 만나고 장례비까지 사비로 지원했다니, 가뜩이나 반도체 호황과 주가 급등으로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이 집중되는 재벌 총수로서는 의외의 행동에 훈훈한 미담이라 여겨진 듯하다.<br>이전에도 커피를 선물한 알바생에게 몇 배로 사례하고, 떡볶이와 오뎅을 맛있게 먹어치우는 등 소탈하고도 너그러운 면모가 부각되는 것을 보면, 은둔형에 카리스마적 경영자였던 부친과 달리 친근한 이미지로의 전환이 유용함을 깨달은 모양이다. 어쩌면 여러 해 동안 재판과 투옥을 경험하면서, 내심은 몰라도 외양만큼은 변화가 필요함을 실감한 까닭은 아니려나.<br>심지어 이재용의 '메르스 사과문'은 진심 어린 사과문의 모범으로 간주되어, 최근의 정용진처럼 누군가가 미진한 사과를 내놓을 때마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될 정도이다. 마침 반도체 호황과 주가 급등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서, 설령 카리나가 전화를 걸어 오더라도 차단하고 이재용을 만나러 가겠다는 사람이 대다수일 듯하니, 본인이나 회사나 인기가 최고조이다.<br>이재용에 대한 여론이 항상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반도체 생산과 기술 개발에 대담하게 뛰어들었던 부친 이건희의 결단이 혜안으로 평가되는 반면, 편법 상속 논란까지 불사하며 모든 것을 물려받고도 손 대는 것마다 헛발질만 계속하다 뇌물 공여로 감옥 신세까지 졌던 아들 이재용이야말로 이른바 '호부견자'의 대표적인 사레처럼 보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nbsp;<br>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삼성에 적대적이었던 여론이며, 심지어 삼성이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악담이 팽배했었다. 특히 거액을 투자했어도 대만에 밀리고 중국에 밀리는 반도체 사업이 장차 삼성의 아킬레스건이 되리라는 예측마저 나왔는데, 지금은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노조가 요구하는 억대 성과급도 선뜻 내놓으면서 모두가 '삼전닉스'만 바라보게 되었다.<br>주식이건 뭐건 '삼성 반도체'와는 아무 연관 없는 나귀님이지만, 여전히 그 이름을 들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백혈병 사망자' 사건이다. 회사에서 우수한 고졸 사원을 선발해 공장에 보냈는데, 알고 보니 발암 물질 가득한 반도체 제작 시설에서 특수 약품으로 청소하는 것이 업무였다나. 급기야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 중 백혈병 환자가 이상하게 늘어났다.<br>피해자와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하며 잠시나마 관심이 일었지만, 삼성전자와 정부 모두의 외면 속에 해결이 지지부진하다가 10여 년 뒤에야 사측이 사과와 보상을 내놓았다고 전해들었다. 이른바 '세계 일류'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그럴싸한 구호를 내걸었던 재계 1위 대기업에서 드러내는 매몰차고도 비인간적인 면모에 당시 크게 공분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nbsp;<br>새삼스레 이 사건에 대해 환기하게 된 계기는 며칠 전에 무슨 책을 찾으려고 바깥양반 책장을 뒤지다가 &lt;삼성반도체와 백혈병: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gt;이라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 많은 바깥양반이니, 그때에도 '저쪽' 운동 하는 친구들의 요청으로 관련 행사에도 참석하고 책도 얻어오고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br>당시에 삼성전자의 태도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고압적이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억대 성과급을 노조에 선뜻 내주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울러 알바생과 환경미화원에게도 너그럽고 호감인 이미지를 쌓아올린 이재용의 행보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물론 그때는 호황도 아니었고 이재용이 전권을 장악하지도 않았다는 변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br>어찌 보면 백혈병 사태 당시에도 메르스 사태 때에 나온 것과 같은 사과문이 나왔어야 맞지 않았을까? 20년간 근무하다 사망한 환경미화원의 빈소를 방문했듯이 진정한 추모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백혈병 사태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삼성은 공익 기금 수백억을 내놓았다니, 사태는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뭔가 미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br>그렇다고 20년 전 일을 이제 와서 다시 꺼내 삼성을 욕하고 불매하고 주가도 폭락시키자는 건 아니다. 다만 백혈병 사태며 비자금 조성을 비롯해 삼성의 여러 가지 '덩치에 걸맞지 않은' 야비한 행동을 여지껏 기억하는 나귀님으로선 최근의 '삼전닉스' 열풍에, 심지어 이재용의 개인적 인기까지 지켜보면서 여러 모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br>툭하면 일본을 향해 '용서는 하되 기억도 하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용서보다 기억이 앞서는 듯하다.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기억보다 용서가 더 앞서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좌파 코스프레'를 좋아해서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알라딘이 다른 신용카드는 모조리 물리치고 유독 삼성카드에만 각종 혜택을 쏟아 부으며 광고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14/54/cover150/89904927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145456</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괴력난신이 역설한 보완 수사의 필요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05337</link><pubDate>Wed, 22 Jul 2026 10: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0533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1725&TPaperId=17405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coveroff/893741172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1741&TPaperId=17405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coveroff/893741174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1717&TPaperId=17405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coveroff/893741171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175X&TPaperId=17405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coveroff/893741175x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1768&TPaperId=17405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coveroff/8937411768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405337'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지난 주말 사이에 드디어 &lt;자불어&gt;를 완독했다.(번역서 제목은 &lt;청나라 귀신요괴전&gt;이지만,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멋대가리 없는 제목이어서 원제로 지칭한다). 그 서문에 등장하는 "귀거"(鬼車) 관련 황당한 오역과 엉터리 역주를 지적하는 글을 올린 때가 2023년 연말이었으니, 그때부터 계산해도 무려 2년 반만에야 간신히 완독한 셈이다.&nbsp;<br>한편으로는 상하권 합쳐 19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버거워서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짧은 일화를 모아놓은 작품의 특성상 몇 편 읽고 덮어놓고, 한참 뒤에 다시 펼쳐 몇 편 읽고 도로 덮어놓는 식으로 읽어나갔기 때문이다. 번역과 편집 모두 그리 좋지는 않아서 종종 알듯말듯 모호한 문장이 등장하고 오타가 빈발한 것 역시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였다.<br>&lt;자불어(子不語)&gt;는 &lt;논어&gt; "술이"편에 나온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즉 "공자께서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으셨다"라는 문장에서 "공자께서는 ... 말하지 않으셨다"를 가져와 제목으로 삼았으니, 결국 "괴력난신"에 관한 내용이란 뜻이다. 역시나 청대의 작품인 &lt;요재지이&gt;처럼 귀신, 괴물, 불가사의 등에 대한 일화를 두루 모았다.<br>다만 문학성 면에서는 한 세기 더 먼저 나온 &lt;요재지이&gt;보다 아무래도 한 수 아래로 보이기도 한다. &lt;요재지이&gt;가 본격적인 소설에 가깝다면 &lt;자불어&gt;는 여전히 필기(수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lt;수신기&gt;나 &lt;이견지&gt; 같은 더 이전 시대 필기류의 간략하고 단순한 서술에 비하자면 많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br>고전 괴담의 주요 유형 중 하나는 신원(伸寃), 즉 억울함을 해소하는 내용이다. &lt;자불어&gt;에서도 잘못된 판결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원혼이 되어 직접 복수하거나 관헌에 호소해 간접 복수하고, 인간이 아니라 요괴에게 당한 경우에는 성황신 같은 상급신에게 민원을 제기하여 정의를 구현한다. 심지어 최근 논란인 '보완 수사'와 유사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br>"보전에서의 억울한 옥살이"(9권 7편)에서는 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아들이 끌려가며 성황신에게 호소하자 신상이 움직여 앞길을 막는 바람에 결국 재조사가 이루어져 누명을 벗는다. 사실은 이에 앞서 상급 관리가 수사 결과에 뭔가 미진한 데가 있다고 여기고 '보완 수사'를 명령했지만, 하급 관리가 이에 따르지 않으려다가 성황신의 분노를 산 것이다.<br>"정녀가 억울함을 하소연하다"(22권 29편)에서는 강간 살인 피해자인 여성의 원혼이 &lt;장화홍련전&gt;의 줄거리와 유사하게 한밤중에 상급 관리를 찾아온다. 자기 부모와 하급 관리 모두 가해자에게 뇌물을 받고 사건을 축소했다며 눈물로 호소하자, 상급 관리는 날이 밝자마자 하급 관리에게 '보완 수사'를 지시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준다.<br>"하화아"(22권 4편)에서는 남녀의 원혼이 어느 선비를 찾아와 전생의 원한을 갚는다. 과거에 남녀는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 사건을 담당한 하급 관리가 '보완 수사'의 필요성을 깨닫고 사형 집행을 계속 연기했다. 하지만 선비의 전생 모습인 상급 관리가 하급 관리를 닦달해 사형을 집행한 까닭에 결국 피해자 두 명의 원한을 사게 된 것이었다.<br>물론 귀신의 세계라고 해서 항상 정의롭고 공정한 것까지는 아니다. 고전 괴담의 또 다른 주요 유형인 '저승 여행'은 주인공이 갑자기 저승사자에게 끌려갔다가, 뒤늦게야 업무 착오로 판명되어 이승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짬을 내어 그곳 사정을 자세하게 구경하고 오는 내용이다. 이때 저승에서도 뇌물이 오가고 사정을 봐주는 등 이승과 다름없는 듯 묘사된다.<br>중국의 대표적인 괴담집은 대부분 저자의 불우함을 반영했다고 여겨진다. &lt;요재지이&gt;의 저자 포송령은 환갑에야 과거에 합격했고, &lt;자불어&gt;의 저자 원매도 과거에는 합격했지만 한직을 맴돌다가 퇴직하여 창작에 몰두했다. 따라서 이런 창작물 속의 인과응보와 사필귀정은 현실에 대한 불만의 반영일 수 있겠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허구에서라도 그렇기를 바랐달까.<br>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논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라 한다.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검찰 수사를 강제하게끔 만든 제도라는데, 이것 역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의 반영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검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없애자고 하는데, 이게 없어질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최근의 '장윤기 사건'이 보여주었으니, 지금이라도 재논의가 필요하지는 않을까.<br>검찰 권력의 부작용이야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라면 탄핵을 두 번이나 겪은 대통령 제도야말로 백해무익하다고 간주해서 검찰보다 먼저 척결해야 맞지 않을까. 경찰이라 해서 더 낫지 않음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는데도 굳이 검찰을 '개혁'하겠다면, 아마 딴데 의도가 있진 않을지.<br>그나저나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여고생 가족이야말로 정말 괴담 내용처럼 죽어서라도 원한을 갚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이 세상에 귀신이란 없다는 것은 앞서 세월호 때며 무안공항 때에 이미 입증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의 공분을 자아낸 저 두 가지 사건 때에도 억울한 사람은 분통이 터져도 보복하지 못한 반면, 잘못한 놈들은 다리 뻗고 잤으니까.<br>과연 이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lt;자불어&gt;에는 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서로 싸우는 두 신"(3권 12편)에 따르면, 세상 만사를 소왕(素王: 술수)과 이왕(李王: 이치)이 7대 3의 비율로 나누어 처리하기에 "이치가 술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예부터 그러했다"며 "세상의 인심, 천리, 선악, 시비는 결국 30퍼센트의 정의가 있을 것"이라 전한다.<br>70퍼센트의 불의와 30퍼센트의 정의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정의와 공정은 이상일 뿐 실현되기 힘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 그렇다면 공자는 저 30퍼센트를 실현하겠답시고 평생을 허비한 셈인가. 아울러 그가 말하지 않았던 저 70퍼센트의 불의는 괴력난신의 틀을 거쳐 &lt;자불어&gt;나 &lt;요재지이&gt; 같은 기록에 반영되었던 것이고...<br><br><br>[*] &lt;요재지이&gt;의 경우,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조너선 스펜스의 &lt;왕 여인의 죽음&gt;에서는 당대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17세기 중국에 살던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동시대 작가 포송령의 저 괴담집에 나타난 풍속 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결말 부분에서는 오로지 &lt;요재지이&gt;에서 가져온 인용문만을 열거함으로써 저 살인 사건을 서술하는 희한한 묘기를 부리기까지 한다. 생전의 월터 벤저민도 순수하게 인용문만 가지고 책을 한 편 쓰고 싶다고 했었다니, 어쩌면 스펜스의 저술 속 한 대목도 그런 구상이 현실화된 한 가지 사례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492/34/cover150/896735981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4923400</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던 사람...</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4152</link><pubDate>Fri, 10 Jul 2026 13: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415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18436&TPaperId=17384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84/14/coveroff/899381843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18584&TPaperId=17384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53/2/coveroff/899381858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383658252X&TPaperId=17384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19book_75cover.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4892570354&TPaperId=17384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13/16/coveroff/489257035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4892570699&TPaperId=17384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23/96/coveroff/4892570699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415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신간 중에 &lt;스즈키 이즈미 SF 선집&gt;이라는 것이 있던데, 생소한 작가라서 누군가 싶어 눌러보니 이미 작고한 70년대 인물이다. 검색해 보니 &lt;여자와 여자의 세상&gt;이라는 선집도 이미 간행되었던 모양인데, 표지만 보면 고양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제목만 보면 세상 쓸모없는 페미니즘 책이 또 하나 나왔나 싶기도 해서, SF 작가의 책이라고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br>생전에는 주목을 받았지만 사후에 한동안 잊혔다가 최근 들어서 재발굴된 모양인데, 이른바 '남자 없는 세계'나 '여성 우월 사회'에 대한 SF 단편이 대부분인 듯하다. 두 권 모두에서 알라딘 미리보기에 나온 대목만 읽어 보면 그냥저냥하고 딱히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겠던데, 작품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일종의 선구자로서의 의의가 더 높이 평가될지도 모르겠다.<br>아닌 게 아니라 스즈키 이즈미의 이력을 보면 작가 활동은 오히려 부차적이었고, 사진 모델과 영화 배우로도 활약했다고 나온다. 그런데 영화 중 대표작을 보니 &lt;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gt;라는 것이 있다. 이건 일본 작가 데라야마 슈지의 에세이집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찌어찌 연극과 영화로도 각색했던 모양이고, 스즈키 이즈미는 단역으로 출연한 모양이다.<br>모델 활동에서는 말 많은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와 협업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궁금해서 구글링해 보니 예쁘다기보다는 뭔가 기괴한 인상이다.(화장 탓인가?) 나귀님이 가진 아라키의 책은 국내 간행된 에세이 2권과 영어판 풍속업소 사진집뿐인데, 에세이에는 사진도 수록되었으니, 잘 찾아보면 스즈키 이즈미가 나올지도 모르겠다.<br>그나저나 지난 주말 사이에는 일본 연예인 미와 아키히로(1935-2026)의 사망 소식이 있었다. 역시나 생소한 인물이어서 누군가 알아보니 1950년대부터 가수와 배우로 다방면에서 활동한 '종합 예술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가장 잘 알려진 모양이다. &lt;원령공주&gt;에서 늑대 두목, &lt;하울의 움직이는 성&gt;에서도 황야의 마녀를 맡았다던가.<br>가장 특이한 점은 본래 남성이지만 인기를 얻자마자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해서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지금까지 남장여자 컨셉으로 활동했다는 점이다.(유튜브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lt;원령공주&gt; 오디션 영상에서도 역시나 여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미시마 유키오며 데라야마 슈지(또 그 사람이다!)와도 친분이 깊었다고 하니, 이래저래 특이한 사람이다.<br>그나저나 이쯤 되면 &lt;책을 버리고 거리고 나가자&gt;를 다시 읽어야 하나 싶었다. 지금은 절판되어 중고가도 어마어마하게 올랐으니, 얼른 읽어보고 별 것 아니다 싶으면 내다 파는 게 이익이지 않겠나. 그런데 옥탑방에 올라가 일본 책 쌓아놓은 책더미를 살펴보니, 하필 아래쪽에 깔려있기에 깨끗이 포기하고 도로 내려왔다. 뭐, 어차피 시어서 먹지도 못할 책이니...<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48/54/cover150/k0521382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485430</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같은 사람이었던 곤드족 삽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2221</link><pubDate>Thu, 09 Jul 2026 1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222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711239&TPaperId=17382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97/coveroff/89927112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536064&TPaperId=17382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949/8/coveroff/k60253606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711395&TPaperId=17382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73/6/coveroff/899271139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711530&TPaperId=17382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11/25/coveroff/899271153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825381&TPaperId=173822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739/62/coveroff/8976825381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222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바깥양반이 암베드카르 이야기를 하기에 저서 한 권, 전기 두 권, 만화 한 권을 꺼내 주었더니, 예상대로 그중 가장 얇고 만만해 보이는 &lt;버려진 자들의 영웅&gt;만 집어든다. '다른'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데, 한때 알라딘에서 정가 인하로 염가 판매할 때 구입했던 물건이다. 지금도 파나 검색해 보니 이미 절판되어서 악성 재고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br>내용은 좋지만 그림이 영 낯설어서 나귀님도 읽고 나서는 버릴까 말까 고민스러웠던 책인데, 이번에는 어쩐지 예전에 구입한 &lt;나무들의 밤&gt;이라는 책이 떠올라서 꺼내 보았더니만, 두 권 모두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책이었다. &lt;버려진 자들의 영웅&gt;에서 그림을 담당한 '두르가바이 브얌'이 &lt;나무들의 밤&gt;에도 '두르가 바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br>알고 보니 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본명은 '두르가 바이'(Durga Bai)이고, 나중에는 &lt;버려진 자들의 영웅&gt;을 함께 그린 '수바시 브얌'(Subhash Vyam)과 결혼해서 '두르가 바이 브얌'(Durga Bai Vyam)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한쪽은 '두르가 바이'로 표기하고, 또 한쪽은 '두르가바이 브얌'으로 표기하니, 알라딘에서는 같은 사람으로 등록되지는 않은 모양이다.<br>&lt;나무들의 밤&gt;은 두르가 바이의 출신 부족인 인도 곤드족의 전통 그림 기법을 이용해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라서 책값도 '싯가'로 받는다. 즉 쇄당 2,000부씩 한정본으로 번호를 매겨 제작하며, 이후 물가 상승율(?)을 반영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귀님이 가진 3쇄본은 정가 41,000원인데, 현재 5쇄본은 45,000원으로 가격이 더 올랐다.<br>&lt;버려진 자들의 영웅&gt;도 곤드족의 전통 그림 기법을 이용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만화의 그림체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니 영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인물 묘사 등에서는 일반적인 만화 그림체를 따르고 배경이나 장식에서만 전통 그림체를 섞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lt;나무들의 밤&gt;의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하지만.<br>'다른'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는 동명 애니메이션을 만화로 재구성한 &lt;바시르와 왈츠를&gt;부터 시작해서 에릭 드루커의 &lt;대홍수&gt;까지 제법 흥미로운 작품들을 여럿 간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판매 부진 때문인지 한동안 재정가도서로 떨이 판매를 했었고, 지금은 어느 헌책방마다 몇 권씩 쌓여 있어서 권당 1천 원짜리 악성 재고 취급을 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nbsp;<br>바깥양반이 새삼스레 암베드카르를 뒤적인 까닭은 얼마 전 번역된 아룬다티 로이의 &lt;박사와 성자&gt; 때문이다. 간디라면 '성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꽤나 노회한 인물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고 알고 있다. &lt;간디와 맞선 사람들&gt;이라는 책에 그런 사정이 잘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암베드카르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나저나 이 책은 또 어디 뒀을까...<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51/75/cover150/8943308868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517533</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믿을 수 없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통계...</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0378</link><pubDate>Wed, 08 Jul 2026 13: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8037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24&TPaperId=17380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41/44/coveroff/893746252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16&TPaperId=17380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41/44/coveroff/893746251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29X&TPaperId=17380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84/13/coveroff/893746229x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5000&TPaperId=17380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75/12/coveroff/89374650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50003&TPaperId=17380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74/77/coveroff/89374500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500권 돌파 기념으로 자화자찬하는 책까지 펴내면서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듯하기에, 그렇잖아도 잔뜩 벼르던 차에 '이놈들, 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세계문학전집 까는 글'이나 써 볼까 생각 중이다. 애초에 '세계문학전집' 자체가 '신성로마제국'만큼이나 실체 없는 퇴행적 출판 관행이니 자축보다 반성이 먼저이지 않을까.<br>사실은 200권 돌파 때에도 그 기획물 자체에 내재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려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단했었는데, 이제는 그 분량부터 곱절로 늘어나고 보니 기간 도서의 국적/작가별 권수(종수) 통계 같은 기초적인 작업부터 번거롭고 귀찮다. 심지어 민음사가 자사 홈페이지(https://app.minumsa.com/)에 올려놓은 목록부터 자승자박 수준으로 오류가 많다.<br>맨 먼저 지적할 점은 무려 500권 돌파를 자축하는 상황에서 자사 홈페이지의 세계문학전집 목록에는 497권밖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번호로는 앞서지만 출간은 늦었던 493권 &lt;패싱&gt;과 497-8권 &lt;백치&gt;가 목록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옆에 나와 있는 국가별 분류 수치를 참고할 때에도 미국과 러시아의 경우에는 각각 숫자 1과 2를 더해주어야 되겠다.<br>그런데 국가별 분류에서도 잘못된 점이 적지 않다. 국가별 분류에서 "미국"을 눌러보면 84권이라고 나오지만, 해당 목록에는 제프리 초서와 버지니아 울프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울프의 경우,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4권 중 &lt;자기만의 방&gt;, &lt;등대로&gt;, &lt;댈러웨이 부인&gt;은 정확히 "영국"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lt;버지니아 울프 단편선&gt;만큼은 "미국"으로 분류되었다.<br>초서와 울프야 단순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멕시코' 작가 푸엔테스를 굳이 '파나마' 국적으로 분류한 것은 영 의문이다. 파나마 태생은 맞지만 부친이 멕시코 국적 외교관이라서 그랬을 뿐, 이후로는 멕시코 국적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출생지 기준으로만 국적을 분류하자면 만주 태생인 황석영은 '중국' 작가, 또는 만주국 시절이니 '일본' 작가라 해야 할까.<br>국가별 분류에서는 '러시아' 작가 불가코프를 굳이 '우크라이나' 작가로 분류했던데, 오늘날의 국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고골도 역시나 '우크라이나' 작가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 맥락에서라면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국적으로 분류된 카프카나 '로마제국' 국적으로 분류된 오비디우스도 현대 국가 '체코'와 '이탈리아'의 작가로 분류해야 맞을 것이다.<br>대강 살펴보아도 오류가 속출하니, 이래저래 영 믿을 수 없는 민음사 자체 통계가 되겠다. 단순 오타도 흔해서 고골 번역자 '조주관'을 '조주권'으로 잘못 적고, 심지어 세계문학전집 500권째라는 &lt;압록강은 흐른다&gt;의 소개 글에서는 저자 "이미륵"을 "이미룩"으로 4군데나 잘못 적었다. 결국 자기네가 뭘 펴내는지도 모르고 자화자찬부터 늘어놓았던 셈은 아닌지...<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74/77/cover150/89374500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747766</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세상을 떠난 아라발 전집 번역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71498</link><pubDate>Fri, 03 Jul 2026 11: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7149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38968&TPaperId=17371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869/77/coveroff/893743896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5000093419&TPaperId=17371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noimg_off_b.gif" width="75" border="0"></a>&nbsp;<br/><br/><br>그나저나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의 이력 중에는 1968년에 페르난도 아라발의 희곡 &lt;환도와 리스&gt;의 영화판에서 감독을 맡은 것도 있었다. 원작도 &lt;고도를 기다리며&gt; 유형의 난해한 부조리극이었는데, 영화는 한 술 더 떠서 갖가지 기괴한 이미지를 등장시킨 까닭인지 흥행은 고사하고 비평 면에서도 참패를 면하지 못하며 한동안 호도로프스키의 흑역사가 되었다.<br>페르난도 아라발(1932년생)은 에스파냐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극작가이며, 앙토냉 아르토의 '잔혹극' 유파에서 영향을 받은 '공황극' 운동을 1962년 호도로프스키 등과 함께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훗날 컬트로 추앙된 호도로프스키의 &lt;엘 토포&gt;와 &lt;신성한 산&gt; 같은 영화며, &lt;잉칼&gt; 같은 만화도 어쩌면 '공황극'의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지도 모른다.<br>&lt;환도와 리스&gt;는 예전에 삼성출판사 세계문학전집 &lt;세계희곡선 3: 현대편&gt;에 수록된 김정옥 번역으로 처음 읽었는데, 워낙 부조리한 내용이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른 선집에서 다른 작품도 몇 편 읽어보았는데, 나중에 장정일의 희곡을 읽어보니 아라발 작품의 영향이 두드러진 느낌이 나서 신기하기도 했다.<br>그러다 헌책방에서 세로쓰기로 간행된 &lt;아라발 희곡집&gt;(구글링해 보니 1권은 1975년에 한국연극사, 2-3권은 1981년에 유림사에서 각각 간행되었다고 나온다)을 발견해 구입해서 읽었는데, 나중에 미번역 작품까지 포함해서 &lt;아라발 희곡 전집&gt;(전7권, 고글, 1998)이 재간행되었기에 구입하고 구판은 헌책방에다 처분했다.(자료 가치를 생각하면 그냥 둘 걸 그랬나).<br>아라발의 &lt;희곡집&gt;과 &lt;희곡 전집&gt; 모두 동의대 불문과 교수 김미라가 번역했다. 대학생 시절인 1975년에 아라발의 연극을 보고 매료되어 아예 전공하게 되었으며, 저자를 여러 차례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전한다. &lt;희곡 전집&gt; 서두에는 자기 작품의 한국어 판권을 김미라 교수에게 위임한다는 아라발의 친필 편지가 나오는데, 당시에는 그게 일종의 판권 계약이었다.<br>김미라 교수는 1975-1981년에 아라발의 희곡 23편을 번역해서 &lt;희곡집&gt;(전3권)으로 간행했고, 1998년에 희곡 32편을 수록한 &lt;번역 전집&gt;(전7권)을 간행했다.(역자 서문에서는 50편이라 했는데, 부록의 편수까지 합친 듯하다). 동의대 퇴임 이후에는 '김라'라는 예명으로 단편 영화 제작 및 지원에 전념했다 하는데, 안타깝게도 2025년 2월 10일 별세하고 말았다.<br>구글링해 보니 김미라의 남편인 동의대 영문과 교수 김창호와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는 1989년에 대학 입시 비리를 폭로해 해직되었는데, 그 여파로 그해 5월 3일에 '동의대 사태'가 벌어져서 농성 중인 동의대 학생들을 진압하러 들어간 경찰관 7명이 화재로 사망했다. 나귀님도 여전히 '동의대' 하면 이 사건을 떠올릴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었다.<br>김창호는 해직 17년 만인 2006년에야 복직했는데, 독문과 교수였던 장희창도 함께 해직되었다가 역시나 함께 복직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장희창의 번역서를 보면 이력에 현직 교수까진 아닌 것으로 나오기에 무슨 사연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창호의 번역인 테리 이글턴의 &lt;셰익스피어 다시 읽기&gt;도 해직 기간 중의 작업인 듯하고.<br>나귀님이야 아라발의 열혈 독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여느 극작가보다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소장하고 읽어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김미라 교수의 노력이 일찍부터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알라딘에 등록된 "아라발 희곡전집 (전)7권"의 서지 정보에도 "김미라"라는 이름은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민망하여 뒤늦게나마 두서없이 적어본다.<br><br><br>[*] "아라발 희곡 전집"(전7권, 김미라 옮김, 고글, 1998) 목차<br>제1권	백색의 사랑	네 개의 입방체	빨간 풍선	질투의 스트립 쇼	사랑의 삽화	구름 위의 염소	신이 미쳐 버렸나?	검붉은 여명	달걀 속의 협주곡	20세기의 대 시사극<br>	"공황 연극"(훼르난도 아라발)	"&lt;검붉은 여명&gt;의 초연에 대한 연극평"(J. GX)	"아라발 희곡에 나타난 악몽의 이미지"(김미라)	"아라발의 전기"(김미라)<br>제2권	기도	천년 전쟁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	게르니까	오늘의 젊은 야만들<br>	"천년 전쟁"(훼르난도 아라발)	"천년 전쟁"(조르주 라벨리)	"분노의 연극"(에스피나스 호랑좌스)[인터뷰]	"표현의 불꽃"(알랭 쉬프르)[인터뷰]<br>제3권	유령 기차의 발라드	사형수의 자전거	건축사와 아씨리 황제<br>	"연극의 르네쌍스"(훼르난도 아라발)	"아라발의 &lt;혼돈&gt;의 의식"(알랭 쉬프르)	"아라발과의 인터뷰: 아라발과 감옥"(알베르 쉐노 &amp; 엔헬 베렌구에르)<br>제4권	바벨 탑	싸움터의 산책	대관식<br>	"바벨 탑"(도미니끄 쎄르벵)	"아라발의 낮과 밤"(김미라)	"신과 성의 문제"(김미라)<br>제5권	환도와 리스	삼륜자전거	페가서스의 바이올린	쾌락의 정원<br>	"쾌락의 정원"(꺄미이으 아마리)	"아라발과의 인터뷰: 훼르난도 아라발의 연극 세계"(김미라)<br>제6권	...그리고 그들은 꽃에 수갑을 채웠다	미궁	장엄한 예식<br>	"아라발의 신화"(삐에르 마르까브뤼)	"아라발의 세계"[1992년 60세 기념 전시회의 헌사 모음]		나는 왜 아라발을 좋아하는가 (이오네스코)		눈이 날카로운 안경 장사 (미쉘 비토르)		천재적인 악마 (베르나르 앙리 레비)		그림 같은 천사 (조르쥬 라벨리)		현상 (밀란 쿤데라)		밤의 발굴자 (김미라)<br>제7권	예수, 마르크스, 셰익스피어가 얻은 의외의 성과	두 사람의 사형집행인	도스토예프스키란 이름의 거북이	자동차 묘지<br>	"희곡의 새로운 형태"(즈느비에브 쎄로)	"작가 아라발"(프랑스어문학 사전, 보르다스 출판사)	"작품연보 및 참고도서"		<br>[**] &lt;희곡 전집&gt; 각 권 말미에는 아라발 본인의 글을 비롯해서 저자와 작품에 관한 비평 같은 참고 자료가 덧붙었는데, 그중 6권 말미에 수록된 아라발의 60세 기념 전시회 당시 이오네스코가 보내 온 헌사가 흥미로워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br><br>		"나는 왜 아라발을 좋아하는가?"(이오네스코)<br><br>프랑코 장군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아라발은 자기가 태어난 스페인에 가 볼 생각이었다. 그래 그곳에 갔다. 그리고 자기 책에 증정 사인을 했다. 프랑코 장군한테는 모욕이었다. 누가 프랑코에게 책을 갖다주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아라발을 감옥에 가두었다. 바로 그 감옥에서 아라발이 나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내 아내가 아라발의 석방을 위해 이름 있는 작가들이 탄원 서명서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내었다.<br>당연히 사르트르나 다른 극좌파 작가들한테서 서명받기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내는 장 아누이와 프랑수아 모리악(가톨릭 신자였기에)과 몇몇 작가들에게 달려갔다. 가브리엘 마르셀한테도 청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아라발이 감옥에 있기 때문에 서명할 뿐이다. 나는 아라발의 연극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손으로만 서명을 한다." 한 손으로든 두 손으로든 가브리엘 마르셀도 서명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진심으로 서명했다. 서명서는 스페인에 보내졌다. 우익 작가들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서명을 한 덕에 아라발은 석방될 수 있었다.<br>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나는 아라발을 무척 좋아한다. 서명이 좌익이든 우익이든 중간이든 무엇이든 간에 나는 또 서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다신 없어야 한다.<br>내가 왜 아라발을 좋아하는지, 어째서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그의 바로크적인 정신을 좋아하는지, 해박한 그의 문화 정신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무엇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지를 한 번은 얘기하고 싶다.<br>							1992. 6.<br>		(김미라 번역, &lt;아라발 희곡 전집&gt; 제6권, 286-287쪽)<br><br><br>[***] 마르셀이 아라발에 대해 분개한(?)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해 구글링해 보니 &lt;뉴욕 타임스&gt; 1982년 3월 28일자 기사 "페르난도 아라발의 귀환"에 희한한 일화가 소개된다. 한 번은 마르셀이 아라발의 희곡 &lt;자동차 묘지&gt;의 공연을 보러 갔는데, 중간에 벌거벗은 여배우가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객석으로 떨어져 마르셀의 무릎 위에 앉아버렸다는 것이다. "그 양반, 공연 끝나고 고해성사하러 갔지요." 아라발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의 평소 기질이며 인터뷰 분위기를 보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겠다.&nbsp;<br>이 기사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기고자가 파리에 있는 저 극작가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한국 여성 두 명이 그의 희곡 전집 번역에 참고할 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다"기 때문이다. 혹시 김미라 일행이었을까? 기사에 따르면 아라발은 두 여성을 친절하게 대했으며, 그들이 가져온 한국어 번역본이 세로쓰기라는 사실에 흥미를 보이며 농담까지 했다고 전한다.(나중에 김미라가 아라발의 아파트로 찾아가 인터뷰하며 보니, 자기가 번역한 &lt;작품집&gt; 세 권이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더라 한다).&nbsp;<br>인터넷 시대가 되고 구글 세상이 되니까 이런 옛날 기사도 클릭 한 번에 검색되는구나 싶다. 김미라 교수도 생전에 이 기사를 보았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타계 전에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면 아라발의 작품이며 일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았을 텐데. 그 와중에 1932년생으로 김미라보다 20세 연상인 페르난도 아라발은 93세로 아직 생존 중이며, 2025년에는 한때 옥살이까지 당했던 모국 스페인에서 최고 수준의 수훈인 왕실 훈장을 받는 등, 그 명성에서 비롯된 영예를 한껏 누리는 중이라고도 전한다.<br><br><br>[****] 김미라(김라)가 자택을 매각하고 연금까지 바쳐 가며 운영했다던 부산 광안리의 문화 공간 '공간나라'는 결국 김 교수의 타계와 함께 운영을 종료한 모양이다. 아쉽지만 유튜브로 검색해 보면 고인의 생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는 않을지...<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img/noimg_150_b.gif</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3419</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친숙하다 싶던 호도로프스키의 수난극...</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9571</link><pubDate>Thu, 02 Jul 2026 11: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957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5413529&TPaperId=17369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0/coveroff/8945413529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871789&TPaperId=17369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14/coveroff/8987871789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871770&TPaperId=17369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14/coveroff/8987871770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70475X&TPaperId=17369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97/41/coveroff/893570475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240538&TPaperId=173695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21/coveroff/8955240538_1.gif"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957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그나저나 교황 레오 11세의 가우디 성가족성당 방문 실황을 유튜브로 살펴보니, 미사를 마치고 아예 밖으로 나가서 성당을 바라보며 축복식을 거행하는 장면도 나온다. 144년간 이어진 공사가 막바지에 도달한 상황에서 건축가를 기린 행사였으니 참으로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주책맞은 나귀님은 그 모습을 본 순간 장 클로드 갈의 만화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br>&lt;죽음의 행군&gt;에 수록된 그 단편에서는 중세의 한 위대한 건축가가 가톨릭 대주교에게 사로잡혀 억지로 대성당을 만들게 된다. &lt;콰이 강의 다리&gt;의 줄거리와 유사하게, 함께 붙잡힌 자국민 포로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대주교의 명령을 선뜻 받아들인 건축가였지만, 정작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된 포로들은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며 건축가를 원망했다고 전한다.<br>대주교는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건축물을 요구하고, 이에 건축가는 신기하게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대성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뻐하던 대주교가 완공된 대성당 앞 제단에 놓인 술잔을 집어들자, 이제껏 저 육중한 돌덩어리를 물 위에 띄워 놓았던 교묘한 균형이 깨어지며 대성당과 대주교와 건축가 모두 바다에 수장된다.<br>가우디의 성가족성당만 해도 일반적인 종교 건축물과는 상당히 다른 외관 때문에 마치 아웃사이더 아트마냥 뚜렷한 계획 없이 임기응변으로 석재를 쌓아올려 만들어내기라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 거대하고 색다른 구조물에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고자 축소 모형에 모래 주머니를 잔뜩 매달아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nbsp;<br>&lt;죽음의 행군&gt;에 수록된 작품은 가상의 중세를 배경으로 삼는데, 그중에서도 "아른의 복수" 같은 것은 영화 &lt;야만인 코난&gt;과도 비슷한 느낌이 두드러진다. 물론 시기상으로는 장 클로드 갈의 만화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미국 영화보다 살짝 빨랐다지만, 영화의 원작인 로버트 하워드의 소설 시리즈는 훨씬 더 먼저 나왔기 때문에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br>장 클로드 갈이 그린 또 다른 작품으로는 &lt;디오자망트의 열정&gt;이란 것도 번역되었다. &lt;죽음의 행군&gt;에 묘사된 것과 유사한 가상의 중세를 배경으로, 미모와 지혜 못지않게 무력과 육욕도 어마어마한 야만인 나라의 여왕이 깨달음을 얻으려고 방랑길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제목의 "열정"(passion)은 "시련"이나 "수난"을 가리키는 중의적인 단어이기도 하다.<br>흥미로운 점은 &lt;디오자망트의 열정&gt;의 글쓴이가 무려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라는 것이다.(예전에는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라고 표기하다 보니, 지금도 알라딘에는 그 표기로만 검색되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컬트 영화 감독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만화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서 &lt;잉칼&gt;, &lt;테크노 사제&gt;, &lt;라마 블랑&gt; 등의 작품에서 스토리를 담당했다.<br>호도로프스키의 영화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난해하다는 소문이 있어서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구글링해 보니 그의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일종의 '필수 요소'가 눈에 띄었다.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고행이며 해탈과도 유사한 상황 전개인데, 나귀님이 본 만화 몇 종에서도 물론이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에서도 이런 내용이 반복되는 듯하다.&nbsp;<br>저 유명한 &lt;잉칼&gt;을 예로 들어 보자면, 평범한 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거대한 힘을 손에 넣게 되자 그를 돕거나 저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단합하여 사건 해결을 위한 탐색에 나서고, 물질 세계에서 시작된 여정이 영적 차원으로 접어들면서 일행은 각자의 욕망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아까지 완전히 내버리는 과정을 거친 끝에야 우주적 존재와 합일을 이룩한다.<br>&lt;테크노 사제&gt;는 &lt;잉칼&gt;에서 주인공을 뒤쫓는 세력 가운데 하나인 '테크노 교단'을 소재로 한 외전으로 (우리나라에는 1권만 나왔다) 저 교단에 입회한 소년이 수련 끝에 대사제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고, &lt;라마 블랑&gt;은 티벳 성자 밀라래파의 고행과 해탈에 대한 유명한 일화에 백인 주인공을 등장시켜 (화이트워싱일까?) 불교의 가르침을 아예 전면에 내세웠다.<br>영화 중에서도 &lt;성스러운 산&gt;의 줄거리는 &lt;잉칼&gt;과도 유사해 보이니, 결국 불교의 고행과 해탈, 힌두교의 우주적 존재와의 합일 같은 동양 사상을 호도르프스키가 유독 선호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그의 작품들을 다 보진 못했으니 이게 전부라고 단언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적어도 나귀님이 본 작품들은 일종의 '수난극'이나 '고행담'으로 요약되는 듯하니까.<br>호도로프스키의 이력을 보면 페르난도 아라발과 '공황극'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부조리극의 전통을 계승하고, 또 한편으로는 20세기 중반 서양의 동양 사상 및 종교 열풍을 반영하여 나름대로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전부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귀님이 본 작품들에서는 그런 경향이 뚜렷해 보이니.<br>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호도로프스키가 거듭해서 말하려는 내용이 정작 동양권 독자들에게는 친숙하다 못해 심지어 진부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동양 사상 및 종교가 서양에서 '뉴에이지'라는 이름으로 변용되어 인기를 끌었을 때, 막상 그 내용을 보면 불교와 도교 등 우리에게는 체화되다시피 친숙한 내용이어서 살짝 실망스러웠던 것처럼 말이다.<br>물론 지금 와서는 한자를 모르는 세대도 많고, 서양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세대도 많다니, 불교 박람회가 신기하고 서울도서전도 신기하게 느껴지듯, 호도로프스키의 작품 내용조차도 새삼스럽게 대단히 신기하고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박카스'가 바다를 두어 번 건너자 '레드불'이 되어 돌아오더라는 일각의 주장처럼 말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19/65/cover150/895460580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96571</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이제야 펼쳐볼 만해진 낱장 그림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7479</link><pubDate>Wed, 01 Jul 2026 07: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747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72532404&TPaperId=173674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479/93/coveroff/k77253240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9531387X&TPaperId=173674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210/86/coveroff/119531387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639626&TPaperId=173674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051/8/coveroff/k21263962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7752&TPaperId=173674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548/66/coveroff/896170775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830273&TPaperId=173674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40/65/coveroff/k57283027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747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신간 중에 로런스 스턴의 &lt;감성 여행&gt;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같은 저자의 대표작 &lt;트리스트럼 샌디&gt;야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어느새 번역서가 무려 3종이나 중복 간행되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지만, 어쨌거나 후속편이자 미완성작이기 때문에 비교적 주목도 덜 받는 &lt;감성 여행&gt;까지 번역될 수 있으리라고는 애초부터 기대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br>지금 다시 생각하면 &lt;트리스트럼 샌디&gt;의 번역도 대단한 사건이었다. 소설 이론서를 뒤적일 때마다 파격적인 구성과 서사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기에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브리태니커 그레이트북스의 영어판을 어찌어찌 한 권 얻어 놓고도 과연 어디서부터 파먹어 들어가야 할지 막막한 느낌에, 한동안 갖고만 있다가 문지 번역본을 구하고서야 처분했나 그랬다.<br>쉽게 말해 '라떼는' 제목만 들어 보았을 뿐, 번역서는 고사하고 원서를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고전이 즐비했는데, 지금은 &lt;톰 존스&gt;며 &lt;숫코양이 무어&gt;며 하다못해 &lt;소돔 120일&gt;도 번역본이 여러 종이니 그저 격세지감일 뿐이다. 비록 완간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듯한 상황이기는 해도 &lt;마하바라타&gt;조차 원문 완역이 진행 중이니 정말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다.<br>예전에 바깥양반이 주로 술자리에서 만나 친해진 철학과 교수님의 대학원 수업을 청강하는데, 하루는 이분이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요놈들아, 이렇게 좋은 책을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인데, 왜 공부들을 열심히 안 하느냐'면서, 당신이 출근길에 교보문고 들러서 사온 책 한 권을 보여주시는데, 바로 막스 슈티르너의 &lt;유일자와 그 소유&gt; 영역본이었다 한다.<br>그래서 바깥양반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궁금하기에 집에 오는 길에 교보문고 들러서 바로 그 책을 사왔는데, 어차피 자기 전공도 아니니 금세 관심을 잃어버렸다. 나귀님도 그간 발췌문만 접했을 뿐 비록 영역본이라도 전문은 구경도 못한 상태라 반가웠지만, 역시나 당장 긴요한 내용은 아니니 언젠가 읽어보려고 쌓아만 두었다가 세월만 흘러 먼지만 쌓였다.<br>지금은 &lt;유일자와 그 소유&gt;도 번역서가 2종이나 나왔고, 심지어 출간 당시의 논쟁에 대해서 저자가 직접 반박한 책까지 번역되었다니 또다시 격세지감이다. 대중적 글쓰기나 오만 데 나서기보다는 본인 전공 분야의 공부와 집필에만 전념하던 저 교수님도 정년 퇴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전해 들었으니, 새삼스레 인생이란 참 짧고 허무하구나 싶다.<br>그나저나 로런스 스턴의 대표작 &lt;트리스트럼 샌디&gt;와 &lt;감성 여행&gt;이 모두 번역되었으니, 그렇다면 이제는 저 이상한 그림책도 다시 한 번 꺼내 펼쳐볼 만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한 그림책'은 에디시옹 장물랭에서 나온 &lt;끝없는 여행&gt;으로, &lt;골리앗&gt;과 &lt;카프카와 함께 빵을&gt;처럼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만화를 그린 톰 골드의 작품이다.<br>이 책은 형식부터 파격적이다. 오늘날 일반화된 코덱스 형태가 아니라 낱장 카드 여러 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귀님은 알라딘 중고샵에서 저자 이름만 보고 무작정 주문했었는데, 별다른 사전 정보가 없었던 상태이다 보니 실물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상자를 열자마자 무슨 연필 케이스 같은 것이 나와서 '사은품인가' 싶었는데, 그게 바로 그림책이었다!<br>알라딘 서지정보에는 엉뚱하게도 가로세로 길이가 "165x840밀리"라고 잘못 나왔는데, 실제로는 일반적인 책갈피보다 살짝 넓은 가로 7센티에 세로 16.5센티의 카드 12장이 종이 상자에 들어 있다. 카드마다 앞뒤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딱히 순서라고는 없고 좌우에 어떤 카드를 놓더라도 배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진다.<br>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19세기에 발명된 이런 카드식 그림책을 '미리오마라'라고 하는데, 번역하자면 "수천 개의 풍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톰 골드의 &lt;끝없는 여행&gt;의 경우, 카드 12장 앞뒤로 24개의 장면이 들어 있기 때문에, 배열에 따라 무려 "479,001,600종"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정확한 숫자인지는 나귀님도 직접 계산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br>형식도 특이하지만 내용은 더 특이한데, 왜냐하면 카드에 묘사된 장면이 로런스 스턴의 소설 속 내용이라기 때문이다. 제목에 "여행"에 들어간 까닭이었는지, 나귀님은 &lt;끝없는 여행&gt;이 &lt;감성 여행&gt;을 그림으로 옮긴 것인가보다 착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살펴보니 &lt;트리스트럼 샌디&gt;를 비롯해서 스턴의 작품에 나오는 대표적인 사건들을 망라한 것이라 한다.&nbsp;<br>톰 골드가 저 소설가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 연구 단체인 '로런스 스턴 협회'에 먼저 연락해서 이런 책을 만들자 제안했다는데, 파격과 실험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니는 소설가임을 감안하자면 딱 어울리는 헌정품 같기도 하다. 다만 애초부터 스턴을 좋아하는 독자를 겨냥해 만든 물건이다 보니, 그냥 톰 골드가 좋아 이것까지 산 독자들에게는 쉽지 않을 법하다.<br>나귀님조차도 구입 당시에는 &lt;트리스트럼 샌디&gt;를 읽은 지 워낙 오래이다 보니, 카드 속 장면이 무엇을 묘사한 것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소설뿐만 아니라 스턴의 작품 전반에서 가져온 내용이라고 하니, 십중팔구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lt;감성 여행&gt;이나 다른 저술의 장면도 섞여 있다고 치면, 어쩌면 영영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였다.<br>그래서 일단 이처럼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의 책을 굳이 번역해서 나귀님의 '괴작' 컬렉션에 또 한 권 더해준 에디시옹 장물랭의 용기와 노력만큼은 칭찬하면서도, '이건 뭐, 갖고만 있지 이해는 불가능한 책 아닌가' 싶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lt;감성 여행&gt;도 번역되었다 하니 이참에 스턴을 다시 읽고서 &lt;끝없는 여행&gt;도 다시 꺼내보아야 하나 싶은 것이다.<br>톰 골드 역시 파격과 신선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만화가인데, 아쉽게도 절판된 &lt;골리앗&gt;과 &lt;달과 경찰&gt; 같은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고독 묘사가 훌륭했다고 기억한다. &lt;카프카와 함께 빵을&gt;과 &lt;24카툰&gt;에서는 뛰어난 재치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lt;새만화책&gt;에 수록되었던 "왕국의 파수병들"처럼 단행본에 없는 인상적인 작품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051/11/cover150/k3426396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0511140</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업데이트가 필요해진 가우디 도록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2281</link><pubDate>Mon, 29 Jun 2026 15: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22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019043&TPaperId=17362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0/coveroff/6000019043_1.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8573016&TPaperId=17362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465/3/coveroff/899857301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11130591&TPaperId=17362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578/98/coveroff/891113059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434369&TPaperId=17362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752/50/coveroff/k80243436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1032&TPaperId=17362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0/59/coveroff/8957071032_3.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6228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얼마 전, 가우디의 유작으로도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에서 교황 레오 10세가 미사와 축성을 거행했다기에, 1882년에 시작되어 무려 144년째 공사 중인 저 거대한 건축물이 결국 완공된 것인가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데 더 자세히 알아보니 축성식은 이미 2010년에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거행했고, 성당 자체도 아직 완공은 아니라 한다.<br>이번 교황의 행차는 해당 성당의 주탑인 '예수 첨탑'이 완공된 것을 기념한 미사 겸 축복식이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이전까지는 똑같은 높이의 첨탑 네 개가 전부였던 성당 한가운데 더 굵고 커다란 탑이 우뚝 솟아올랐다. 마치 凶자 형태로 뭔가 비어 보이던 성당 외관도 주탑이 들어서면서, 마치 幽자 형태처럼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해야 할 듯하다.<br>다만 성당의 일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고, 가우디의 원래 설계대로라면 텅 비어 있어야 하는 광장 중 일부에 개인 소유 건물이 여럿 자리하고 있어서 그 철거 여부를 놓고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니, 이래저래 완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성가족성당이다. 어쩐지 스페인도 중국 못지않게 '만만디' 기질인 듯해서 감탄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만.<br>그나저나 주탑이 완성되었으니 기존 가우디 도록은 이제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최소한 대대적 업데이트라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는 좌우 측면의 첨탑 네 개 위로 공사용 크레인이 우뚝 솟은 삭막한 모습이 전부였다면, 앞으로는 주탑을 중심으로 첨탑 네 개가 배열되어 더 멋진 모습을 찍은 사진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br>내친 김에 지금껏 모아 놓은 가우디 도록을 한 번 꺼내 일별하기로 했다. 딱히 어떤 계획에 따른 것은 아니고, 가끔 헌책방에서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주워 모은 자료들이다 보니 일관성도 통일성도 없지만, 이번 기회에 모조리 꺼내 놓고 대조해 보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생각이었다. 아울러 도록 중 일부는 저자가 같더라는 특이성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br>여기서 말하는 저자란 스페인의 건축가 겸 교육자인 후안 바세고다 이 노넬(Juan Bassegoda i Nonell, 1930-2012)인데, 나귀님이 가진 도록 중에서 무려 3종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의 도록 1종을 나머지 2종이 그대로 베낀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바세고다는 가우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저자인 동시에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br>아래 열거한 도록 (라)에 수록된 그의 약력을 보면 카탈로니아 종합기술대학 건축학과 교수 겸 가우디 대학원 학장, 카탈로니아 왕립 미술 아카데미 대표, 가우디 협회 회장이라고 나온다. 한 마디로 가우디 업계(?)에서는 최고 권위자인 듯하니, 1996년과 2000년에 한국에서 열린 가우디 전시회 도록 (라)와 (마)에 그의 인사말이 수록된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br>심지어 독일의 미술 전문 출판사 타셴(Taschen)에서 간행한 가우디 도록의 저자 라이너 체르프스트(Rainer Zerbst)도 (나)와 (다)에 수록된 '감사의 말'에서 바세고다의 저서가 없었다면 자기는 결코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시인했을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실감할 만하다.(하지만 왜인지 체르프스트의 저서 참고문헌에는 바세고다의 저서가 나오지 않는다).<br>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점은 그토록 영향력이 높았던 바세고다의 가우디 해설서가 스페인이 아니라 일본에서 최초로 간행되었다는 점이다. 체르프스트는 Gaudi: Arte y Arquitectura라는 책이 Rikuyo-sha라는 출판사에서 1978년(초판, 전2권)과 1985년(재판, 단권)에 간행되었다 썼으니, 어쩌면 일본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일본어와 스페인어 모두로 간행한 것 아닐까.<br>바로 그 자료를 번역한 책이 아래의 도록 중 (가)인 듯한데, 예전의 관행대로 번역 대본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판과 재판 중 어떤 것의 번역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일본 책 (카)의 참고문헌에 나온 &lt;가우디의 작품: 예술과 건축(ガウディの作品: 芸術と建築)&gt;(J. 바세고다, R. 로란, 이리에 마사유키 지음, 이시자키 유코 옮김, 六耀社)와 같은 책 아닐지.<br>아래에 열거한 도록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사진을 망라하기 때문에, 간혹 촬영 시기에 따라 달라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엘 공원의 기둥숲에 있는 천장 장식화 가운데 하나를 보면, 1970년대 사진인 타셴의 도록에서는 모자이크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2000년대 사진인 트라이앵글의 도록에서는 복원된 모습으로 나타난다.<br>그렇다면 성가족성당 주탑의 완공으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이 옛날 도록 중 일부는 나중에 가서도 자료 가치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14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완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저 거대한 성당처럼, 가우디의 건축물은 앞으로도 여러 번의 수리와 복원을 거치면서 보전되고, 또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게 될 테니...<br><br>나귀님이 갖고 있는 도록은 다음과 같다.(도판이 많지 않은 전기와 기타 편역서는 제외했다):<br>(가) Antonio Gaudi: Special Edition (Francois Rene Roland 지음, 이인환 옮김, 집문사, 1989). 번역 대본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속표지에 Gaudi: Arte y Arquitectura 라고 적힌 것으로 미루어, 일본의 리쿠요사(Rikuyo-Sha, 六耀社)에서 1978년(초판, 전2권)과 1987년(재판, 단권)에 간행한 책을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록 (카)의 참고문헌에 나오는 &lt;가우디의 작품: 예술과 건축(ガウディの作品: 芸術と建築)&gt;(J. 바세고다, R. 로란, 이리에 마사유키 지음, 이시자키 유코 옮김, 六耀社)은 그 일어판으로 짐작된다. (가)의 표지에는 저자 이름 대신 번역자의 이름만 나오고, 판권면에도 Francois Rene Roland이 단독 저자인 것처럼 나와 있지만, "프랑소와 르네 로랑"(프랑수아 르네 롤랑)은 이 책 전반부 "주요 작품 도판"에 수록된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고, 후반부 "해설과 자료"는 "판 바세고다 노네르"(후안 바세고다 노넬)이 저술했기 때문에, 위에 나온 (카)의 참고문헌 표기처럼 바세고다와 롤랑의 공저라고 해야 맞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는 도판과 해설 모두 풍부하기 때문에 훗날 타셴 도록 (나)와 (다)의 토대가 되었다. 한국에서 개최한 전시회의 도록인 (라)와 (마)도 바세고다의 인사말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사진과 해설 모두 (가)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다만 (가)의 가장 큰 단점은 도판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 중 일부는 이중 인쇄가 되거나 초점이 나갔으며, 건축물의 이름을 바꿔서 표기한 경우도 있다. 번역 자체도 일본어를 옮길 때에 흔히 나오는 고유명사 오기를 비롯해 갖가지 오류가 등장해서 읽기는 참 괴롭다. 다만 바세고다의 해설 자체는 매우 상세하고, 특히 (일본에서 자체 제작한 듯한) 흑백 평면도와 단면도가 여럿 들어 있어서 도움이 된다. 여하간 이 책의 명성과 영향력을 감안해 보면 번역본의 상태는 영 아쉬울 수밖에 없다.<br>(나) Gaudi: The Complete Works by Rainer Zerbst &amp; Peter Goessel (Koln: Taschen, 1987; reissue 2022). 1987년에 나온 라이너 체르프스트의 저서를 2022년에 재간행하면서 페터 괴셀이 내용 증보를 담당했다고 나온다. ‘감사의 말’에서 저자는 리쿠요사에서 간행한 후안 바세고다 노넬의 &lt;가우디: 예술과 건축&gt;의 초판(1978)과 개정판(1985)을 크게 참고했다고 언급했지만, 도판은 (가)에서 가져온 것보다 최신 사진으로 교체한 것이 더 많다. 사진은 다양하고 선명하지만, 나귀님이 가진 2022년 재간행본은 B5 크기의 작은 책이다 보니 보는 재미는 살짝 떨어진다.<br>(다) Gaudi: The Complete Buildings by Rainer Zerbst (Koln: Taschen, 1988; reissue 2005). 같은 저자의 "작품 전집"(나)에서 건축물만 떼어 놓은 것인데, 역시나 (가)를 크게 참고했다고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리쿠요사의 판권 표시[(c) 1985 Rikuyo-sha Publishing, Inc., Tokyo, Japan]와 사진 작가 프랑수아 르네 롤랑의 이름까지 밝혀놓은 것으로 미루어, (가)에서 도판을 통째로 가져온 것은 아닌가 추정된다.(실제로 겹치는 도판이 많고, 편집 디자인까지도 유사하다). 결국 (나)와 (다)가 같은 저자(체르프스트)의 텍스트를 수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판만큼은 서로 다른 것이다. 어째서일까? 나귀님의 추측에는 타셴에서 간행한 1987년의 "작품 전집"과 1988년의 "건축 전집" 모두 원래는 리쿠요사의 도판을 그대로 사용했다가, 2022년에 (나)를 재간행하면서 내용 증보가 이루어지며 도판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도판 교체 전인 2005년에 재간행된 (다)는 여전히 1980년대의 리쿠요사 도판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하간 이 책은 B4 크기라서 (나)에 비해서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다.<br>(라) Gaudi (후안 바세고다 노넬 지음, 조인자 옮김,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1996). 1996년 10월 22일부터 10일간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 전시장에서 개최된 가우디 전시회의 도록으로, 당시 가우디 대학원의 학장 바세고다가 저자로 나오고 축사도 덧붙였다. 바세고다의 텍스트에 롤랑의 사진이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가)의 요약판이라 할 수 있고, 역시나 (가)를 크게 참고한 (다)와도 겹치는 도판이 많다. 명목상의 간행처는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이지만, 판권을 보면 미술 전문 출판사 예경이 편집, 제작, 판매를 대행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도판의 품질은 그리 좋지 않고, 뭔가 지나치게 불그죽죽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br>(마) Gaudi (경기도/조선일보사, 2000). 2000년 10월 20일부터 15일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전시회의 도록이다. 산업도서출판공사라는 곳에서 제작했다고 나온다. (라)처럼 바세고다의 축사가 수록되었지만 (가)나 (라)와 유사한 도판까지는 아니다. 권말에 참고 문헌 16종이 열거된 것으로 미루어, 바세고다의 저서를 비롯한 다른 여러 자료에서 사진을 짜깁기한 것일 수도 있겠다.<br>(바) Gaudi: An Introduction to His Architecture. Text by Juan-Eduardo Cirlot. Photography by Pere Vivas &amp; Ricard Pla (Barcelona: Triangle Postals, 2001). '2002년 가우디의 해'(Gaudi International Year)에 맞춰서 나온 미니 도록(가로세로 각 16센티미터)이다. 아마도 관광객용 가이드북을 의도한 듯, 16종의 건축물을 소개하고 바르셀로나 지도까지 곁들여 놓았다. 저자 후안 에두아르도 시를로트(1913-1973)는 스페인의 미술 비평가 겸 시인이라고 하며, 1950년대부터 가우디 관련 저서를 내놓은 것으로 검색된다.<br>(사) Gaudi: Complete Works. Text by Juan-Eduardo Cirlot. Photography by Pere Vivas &amp; Ricard Pla (Barcelona: Triangle Books, 2001). (바)과 같은 판형으로 역시나 16종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제목처럼 건축물 전체를 다룬 것은 아니고, (바)의 내용에 평면도와 단면도 등 추가 도판을 집어넣은 정도이다.<br>(아) 가우디: 예언자적인 건축가 (필립 티에보 지음, 김주경 옮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22, 2006). 작은 판형이지만 다양한 사진이 들어 있어서 간단한 입문용으로 좋다.<br>(자) 안토니 가우디 (마리아 안토니에타 크리파 지음, 이영주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6). 타셴의 '베이직북스'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데, 수록된 도판은 (다)보다는 (나)에 가까워서 더 최신의 사진으로 이루어졌다.&nbsp;<br>(차) 가우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김용대 지음, 미진사, 2012). 국내 저자의 저서인데, 스페인에 가서 직접 찍은 듯한 사진이 많아서 특이하다. 다만 판권면에 여러 저자 이름을 스치듯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참고 문헌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br>(카) 안토니오 가우디: 지중해가 낳은 천재 건축가 (이리에 마사유키 지음, 김진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색다른 사진이 여럿 들어 있고, 특히 권말에 일본 쪽의 자료에 대한 참고 문헌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56/47/cover150/89408043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564769</link></image></item><item><author>나귀님</author><category>이것저것</category><title>어쩐지 가는 길이 달랐던 세 친구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50251</link><pubDate>Tue, 23 Jun 2026 07: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5025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254057&TPaperId=17350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noimg_off_b.gif"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746025&TPaperId=17350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333/77/coveroff/115662023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70279X&TPaperId=17350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5/14/coveroff/893570279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18126&TPaperId=17350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5/coveroff/893741812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637204&TPaperId=17350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225/56/coveroff/k092637204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naguinim/1735025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알라딘 북펀드 광고에서 &lt;정치의 서&gt;라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서양의 마키아벨리, 중국의 한비자와 비견되는 니잠 알 물크에 의해 11세기에 집필된 이슬람 정치철학의 고전적 명저"라는데, 어째서 마키아벨리는 '서양'을 대표하는데 한비자는 '중국'만 대표하는지 살짝 의문이기도 하지만, 여하간 대단한 책이라는 의미는 분명해 보인다.<br>그나저나 옛날 페르시아 정치가라니, 혹시 중동 민담에 나오는 "세 친구"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진짜 바로 그 사람이었다! 민담의 내용에 따르면, 동문수학한 친구 세 명이 누구든 먼저 출세하는 쪽이 나머지도 출세하게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훗날 그중 한 명이 자국 총리대신이 되어 다른 두 친구를 수소문해 보았더니 양쪽 모두 도움을 거절했다.<br>한 친구는 학자이자 시인이 되어 출세를 멀리한 까닭이었고, 또 한 친구는 테러리스트로 전향하여 암약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학자 겸 시인인 친구가 &lt;루바이야트&gt;의 저자 오마르 하이얌이고, 테러리스트인 친구가 악명 높은 암살단 아사신의 창설자 하산 에 사바흐이며, 먼저 출세해 총리대신이 된 친구가 이번에 나올 &lt;정치의 서&gt;의 저자 니잠 알 물크다.<br>구글링해 보면 "세 친구" 이야기의 원형은 라시드 앗 딘의 "집사"에 처음 언급되었다고 하는데, 시기나 경력을 따져 보면 셋이 실제로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십중팔구 동시대의 유명인사 셋의 행적이 대조적이었음에 착안해 창작된 민담이 아닐까. 아민 말루프의 소설 &lt;사마르칸트&gt; 역시 이 민담의 내용을 소설화한 것이었다고 기억한다.<br>나귀님의 기억으로는 중국인지의 민담에도 이와 유사한 "세 친구" 이야기가 있었던 듯하다. 역시나 동문수학한 세 친구가 재회했더니 하나는 관리, 하나는 도적, 하나는 신선이 되어 있었다던가.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자 인생의 묘미인 듯하니, 중동의 민담이건 중국의 민담이건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이 목적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br>외대 이란어과 교수였던 김정위가 편역한 &lt;페르시아어 시집&gt;에 따르면, 과거 이란에서는 뉴스 시작 전에 아나운서가 코란이나 &lt;샤나메&gt;를 한 구절 낭송하곤 했다는데, 생각해 보면 페르시아/이란은 시문학 분야에서도 빛나는 전통을 지닌 나라이다. 여하간 여러 면에서 대단한 역사와 문화와 자원을 보유한 대국인데 어째서 지금은 동네북으로 전락했는지 의문이다.<br>앞에서 언급한 오마르 하이얌의 &lt;루바이야트&gt;도 페르시아 작품인데, 김정위의 지적에 따르면 오히려 해외의 인기 때문에 자국에서도 재평가되었다 한다. 우리나라에도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영역본을 옮긴 것이 여럿 나와 있고, 페르시아어 원문 번역본도 하나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 상태이다. 나귀님 기억에 가장 특이했던 것은 지질학자(!) 장기홍의 번역본이고.<br>이번 주엔가 서울국제도서전을 한다던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란 부스에서 &lt;루바이야트&gt; 다국어판(페르시아어 원문부터 번역본 20여 종을 하나로 엮었다)을 구입한 기억이 난다. 원래 전시용이라 판매불가라더니, 혹시 또 모르니까(?) 마지막 날 다시 와 보라고 해서 가 보니 슬그머니 내주더라. 나귀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란과의 불법(?) 거래였다.<br><br>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9/46/cover150/896445311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9469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