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서투른 나귀님인 탓에 뭘 또 잘못 눌렀더니 '알라딘 특별 기획: 다시 뽑아보는 3대 미스터리' 페이지가 나온다. 흔히 '세계 3대 미스터리'라고 일컬어지는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 기회에 알라딘 나름대로 새로운 '3대 미스터리'를 선정했다는 거다.


기획 취지에 따르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 목록이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고 비판하면서, "알라딘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새로운 3대 추리소설을 선정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결국 자기네는 기존 3대 미스터리에 비해 더 '근거 있는' 선정을 해 보았다는 뜻이려나.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쩐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및 독자 선정단 112명 중 각각 22명, 20명, 19명의 추천으로 찬호께이의 <13.67>,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새로운 '3대 미스터리'로 선정했다는데, 이쯤 되면 애초의 거창한 의도와 달리 단순 인기 투표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은 알라딘이 공개한 선정단 112명 추천 도서 451종 목록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10명 이상 추천 작품은 10종인데 그중 7종이 일본 소설이고, 크리스티의 고전 2종을 제외한 8종 모두 21세기 작품이다. 5명 이상 추천 작품 34종으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60퍼센트인 21종이 일본 소설이고, 그중 1990년 이후 작품은 19종이며, 21세기 작품은 12종이다.


이쯤 되면 '알라딘 선정 3대 미스터리'는 2026년 현재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책들에 대한 인기투표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만 같다. 차라리 '21세기 3대 미스터리'로 범위를 줄였다면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포와 도일의 시대까지 망라하는 미스터리 역사 전체에 대한 평가라면서도 최근작에 과도히 편중된 결과가 나왔으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작품과 선집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아서, 이 장르의 비조 E. A. 포는 "모르그 가의 살인"과 <포 단편선>으로 표가 갈렸고, 코넌 도일도 시리즈의 통칭인 "셜록 홈즈 시리즈"와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으로 표가 갈렸다. G. K. 체스터튼이 '추천 이유'에만 거론되고 선정되지 않은 것, 미스터리 장르의 패러디인 <장미의 이름>이 고평가된 것도 기묘하다.


알라딘의 애초 의도는 "베스트셀러나 최근 화제작 중심의 소개를 넘어, 지금의 미스터리 장르 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작품, 더 많은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작품, 그리고 오래도록 회자될 만한 작품들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는데 결국 인기 투표에 불과했으니, 이쯤 되면 알라딘 측의 설문 조사 설계에 근본적이고 만성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은 지난번 '21세기 최고의 책' 선정 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선정된 책이 대부분 신간이다 보니, 그냥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우수작을 고른 수준이었다. 자격 자체가 의문인 책도 적지 않았으니, 선정단 중 일부가 자신의 저서와 역서를 선뜻 추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천작 10권 중에 추천인의 저서와 역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경우까지 있었다. 


제대로 된 설문 조사라면 이런 편향이나 장난질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갖추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했듯 연도 범위를 줄여 시대별 최고작을 선정해 경합시키든가, 아니면 전체 이용자나 구매자의 설문을 전문가가 검토해서 편향과 오류를 줄이는 과정을 거치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전문가에게만 의뢰해 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려 고민했어야 한다.


지난번 영화배우 김지미와 안성기가 타계했을 때에 부고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데뷔작과 최근작 몇 가지를 거론하는 데에서 그쳤는데, 각각 1960년대와 1980년대였던 두 사람의 전성기를 직접 목격한 사람 중에 현재 언론계에 남아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들 자기가 아는 내용만 가지고 쓰려다 보니, 그들의 활약상을 제대로 전달 못한 셈이다.


지금이야 일본 추리소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정작 10년 뒤나 20년 뒤까지 그 인기와 호평이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해방 이전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김내성의 <마인>도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고,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딱 한 명만 추천하고 말았으니까. 그렇게 보자면 포, 도일, 크리스티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여하간 단순 인기 투표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다면, 알라딘의 설문 조사는 향후로도 공신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강의 소설이 '한국 3대 소설'과 '세계 3대 소설'을 싹쓸이하고, '한국 3대 SF 소설'과 '한국 3대 호러 소설'에서도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었다'나 '한국의 무시무시한 현실을 보여주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한 권쯤 선정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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