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북펀드 광고에서 <정치의 서>라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서양의 마키아벨리, 중국의 한비자와 비견되는 니잠 알 물크에 의해 11세기에 집필된 이슬람 정치철학의 고전적 명저"라는데, 어째서 마키아벨리는 '서양'을 대표하는데 한비자는 '중국'만 대표하는지 살짝 의문이기도 하지만, 여하간 대단한 책이라는 의미는 분명해 보인다.
그나저나 옛날 페르시아 정치가라니, 혹시 중동 민담에 나오는 "세 친구"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진짜 바로 그 사람이었다! 민담의 내용에 따르면, 동문수학한 친구 세 명이 누구든 먼저 출세하는 쪽이 나머지도 출세하게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훗날 그중 한 명이 자국 총리대신이 되어 다른 두 친구를 수소문해 보았더니 양쪽 모두 도움을 거절했다.
한 친구는 학자이자 시인이 되어 출세를 멀리한 까닭이었고, 또 한 친구는 테러리스트로 전향하여 암약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학자 겸 시인인 친구가 <루바이야트>의 저자 오마르 하이얌이고, 테러리스트인 친구가 악명 높은 암살단 아사신의 창설자 하산 에 사바흐이며, 먼저 출세해 총리대신이 된 친구가 이번에 나올 <정치의 서>의 저자 니잠 알 물크다.
구글링해 보면 "세 친구" 이야기의 원형은 라시드 앗 딘의 "집사"에 처음 언급되었다고 하는데, 시기나 경력을 따져 보면 셋이 실제로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십중팔구 동시대의 유명인사 셋의 행적이 대조적이었음에 착안해 창작된 민담이 아닐까. 아민 말루프의 소설 <사마르칸트> 역시 이 민담의 내용을 소설화한 것이었다고 기억한다.
나귀님의 기억으로는 중국인지의 민담에도 이와 유사한 "세 친구" 이야기가 있었던 듯하다. 역시나 동문수학한 세 친구가 재회했더니 하나는 관리, 하나는 도적, 하나는 신선이 되어 있었다던가.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자 인생의 묘미인 듯하니, 중동의 민담이건 중국의 민담이건 삶의 덧없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이 목적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외대 이란어과 교수였던 김정위가 편역한 <페르시아어 시집>에 따르면, 과거 이란에서는 뉴스 시작 전에 아나운서가 코란이나 <샤나메>를 한 구절 낭송하곤 했다는데, 생각해 보면 페르시아/이란은 시문학 분야에서도 빛나는 전통을 지닌 나라이다. 여하간 여러 면에서 대단한 역사와 문화와 자원을 보유한 대국인데 어째서 지금은 동네북으로 전락했는지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도 페르시아 작품인데, 김정위의 지적에 따르면 오히려 해외의 인기 때문에 자국에서도 재평가되었다 한다. 우리나라에도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영역본을 옮긴 것이 여럿 나와 있고, 페르시아어 원문 번역본도 하나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 상태이다. 나귀님 기억에 가장 특이했던 것은 지질학자(!) 장기홍의 번역본이고.
이번 주엔가 서울국제도서전을 한다던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란 부스에서 <루바이야트> 다국어판(페르시아어 원문부터 번역본 20여 종을 하나로 엮었다)을 구입한 기억이 난다. 원래 전시용이라 판매불가라더니, 혹시 또 모르니까(?) 마지막 날 다시 와 보라고 해서 가 보니 슬그머니 내주더라. 나귀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란과의 불법(?) 거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