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가 심훈의 육필 원고가 국내로 귀환한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기에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살펴보았더니, 뭔가 약간의 과장인지 호들갑인지가 섞인 보도가 아닌가 싶었다. 뉴스 제목만 놓고 보면 마치 부당하게 국외 반출이라도 된 문화재가 환수되기라도 한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해외 교포인 유족이 오랫동안 잘 보관하다가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심훈의 육필 원고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셋째 아들이 잘 간수해 왔다는데, 수년 전에 그도 사망하자 유족의 결정에 따라 국내 기관에 기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기관은 2027년 개관 예정이라는 국립한국문학관으로, 무려 7년에 걸쳐 유족을 설득한 끝에 <상록수> 육필 원고와 초판 단행본을 비롯해서 50여 종의 관련 자료를 기증받게 되었다고 전한다.


자기네가 직접 발굴한 것도 아니고, 단지 해외에 거주하는 적법한 상속자로부터 기증받은 물건을 가져오며 굳이 요란을 떤 것은 한국문학관 측의 과도한 언론플레이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심훈의 자료는 유족 덕분에 비교적 쉽게 확보했지만, 다른 작가의 자료는 어떻게 확보할지도 궁금하다. 가치 높은 자료는 이미 누가 가져갔을 테고, 초판본도 가격이 비싸니까.


결국 현대 문학의 중요한 초판본을 대부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윤길수 장서' 같은 수준 높은 개인 컬렉션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결국 가격일 것이다. 유명한 <진달내꼿> 초판본을 비롯해 최소 수억 원에서 최대 십수억 원대로 추정되는 그 책들을 인수할 만한 예산을 국가 기관인 한국문학관 측에서 선뜻 내놓을지는 의문이니.


그렇잖아도 그간 각지의 유사 문학관이며 기념관의 행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소문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 쉽게 말해 지자체에서 '건물 지어줄 테니 물건 내놓으라'는 식으로 해당 인물의 유품이나 자료를 반강제로 기증받는 방식이 성행한 것인데, 막상 옆구리 찔러 절 받듯 기증받고 나서는 제대로 관리도 안 해서 뒤늦게 유족과 갈등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한다.


심지어 심훈의 경우에도 충남 당진에 '심훈기념관'이 이미 있는데, 정작 이번의 육필 원고 반환에서는 배제된 듯한 모양이니 의아한 일이다. 당진은 <상록수>의 집필 장소이자 심훈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자격이 충분하기에, 2014년 당진시가 유족과 협의하고 장서와 유품 414점을 기증받아 개관했으며, 현재도 '심훈상록문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육필 원고 기증에서도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한국문학관보다는 심훈기념관이 더 우선이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거꾸로가 되었으니 그 와중에 또 어떤 우여곡절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진시의 입장에서는 심훈의 유품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만한 것을 놓친 셈이니 두고두고 원망스럽지 않겠나. 물론 정확한 이유는 유족 측의 설명도 들어보아야 하겠지만.


고서업자 릭 게코스키의 에세이에 서술된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유명 작가의 육필 원고나 소장 도서를 대학이나 도서관에서 매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듯하다. 국내에서도 주요 관련 기관이 이런 자료를 '기증 압박'하는 대신에 제값을 주고 매입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할 텐데, <진달내꼿> 초판 선정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아직까지는 영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현실은 오히려 반대라서, 심훈의 작품을 이용해 부당한 수익을 챙긴 국가 기관도 있다고 한다. 올 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에서 심훈과 김영랑 등 저작권 보호 기간 만료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판권료를 받아냈다가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문저협은 한강의 판권료도 미지급한 전과가 있었으니 이쯤 되면 상습적이다.


시 "그날이 오면"와 소설 <상록수>에 드러난 것처럼 심훈은 민족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였으며, 3.1.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그의 두 형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친일파라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심지어 친일파로 평가된 큰형의 아들(즉 심훈의 조카)가 <상록수>의 모델로 간주되고 있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결국 심훈도 친일파 집안 출신이고 <상록수>도 친일파 아들이 모델이니 양쪽 모두 배척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진 않으려나. 마침 어느 신인 여배우가 집안 자랑을 하다 친일파 내력이 파묘되어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친일파 재산 환수 주장까지 나온다지만, 글쎄, 그게 과연 말처럼 간단한 문제일지...



[*] 비교적 일찍 타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훈의 저술은 개인 전집으로 여러 번 간행되었다고 알고 있다. 알라딘 중고샵에만 해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간행된 두 가지 전집이 등록되어 있고, 2000년에도 새로운 "심훈문학전집" 간행이 시도되었지만 1권만 간행되고 말았다.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2016-2019년에 "심훈 전집"이 전9권으로 간행되어 여전히 판매 중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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