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일본에서 야생 곰 때문에 발생한 인명 피해가 어마어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살짝 의아했었다. 그곳에는 예전부터 곰이 많았던 만큼 곰을 잡는 전문 사냥꾼도 많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바로 그런 곰 사냥꾼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야말로 지금처럼 관련 사망 및 부상 피해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라는 모양이다.


단적으로 작년 한 해에만 해도 일본에서 곰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자가 238명이고 그중 사망자가 13명이었으며, 올해 7월 말까지의 통계만 해도 피해자가 53명이고 그중 사망자가 6명이라 한다. 이쯤 되자 일본 정부에서도 곰 포획 예산을 260억 엔쯤 투입했다고 전하는데, 엉뚱하게도 일본을 찾은 외국인에게 걷은 출국세로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 해서 논란이다.


그나저나 일본의 전문적 곰 사냥꾼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생각난 책이 하나 있었으니, 무려 20세기 후반에 그 나라를 주름잡았던 한국계 곰 사냥꾼의 자서전이다. 일본에서는 출판사에서 정식 간행된 책인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곰사냥 일대기>(후지와라 쵸타로 지음, 김영련 옮김, 1996)라는 300부 한정 비매품 책자로서 간행되었다.


저자 후지와라 쵸타로(藤原長太郎)는 본명이 나성현(羅成賢)으로 1926년에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940년에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와카야마현에서 살다가, 해방 이후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혼자 일본에 남았다. 이후 한국의 가족과는 소식이 끊겼다가, 조카인 대안건설 대표 나무(羅武)가 삼촌을 수소문해 자서전을 번역 간행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평소에도 사냥을 취미로 삼았었는데, 1957년에 거주지 인근에 곰이 출몰해 농민의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토벌에 나서게 되었으며, 이후 1980년까지 총214마리의 곰을 잡았다고 한다. 특히 1964년에 NHK의 TV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급기야 시청자 중 한 명의 적극적인 구애로 늦게나마 결혼까지 했다.


문득 저자의 근황이 궁금해 구글링해 보았는데, 일본 쪽에서도 저 책과 관련된 게시물은 일부 남아 있지만, 이후의 자세한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 생존해 있어도 이미 100세이니 아마 지금쯤은 이미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조카가 운영했다는 대안건설이란 업체도 30년 뒤인 지금에 와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드니 이래저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곰사냥 일대기>에서 저자는 사냥에 뛰어든 계기, 사냥에 쓰는 총기와 장비, 곰 사냥에서의 주의점, 각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 관련 정책의 문제점 등을 서술한다. 기존에 발표한 짧은 글을 엮기라도 했는지, 기대에 비해 체계적이거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니어서 아쉬운 면도 있지만, 곰 사냥이라는 보기 드문 주제에 관한 자료라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겠다.


일본의 전통적인 사냥꾼을 '마타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심마니처럼 독특한 풍습을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곰사냥 일대기>의 저자가 받드는 철칙 중에도 '좋은 꿈을 꾼 날에는 사냥에 나가지 않는다'와 '여자가 앞에 지나가면 사냥에 나가지 않는다'는 미신적인 내용이 있는데,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까닭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려다 보니 나온 습관이 아닐까.


마타기를 다룬 소설로는 2004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어느 포수 이야기>가 있다. 일본 도호쿠 지방의 청년이 사냥꾼으로 입문해서 파란만장한 경험을 거친 끝에, 오랜 숙적인 거대한 곰에 맞서 일대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를 적어놓고 보니 마치 <모비 딕>과도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의 나약함을 더 부각시킨 느낌이다.


일본에서는 제법 인기를 끌었는지 훗날 만화로도 각색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원제 그대로인 <해후의 숲(邂逅の森)>으로 번역되었는데, 다소 거칠고 잔인한 내용이 포함된 소설에 비해서는 상당히 순화된 편이라고 해야 맞겠다. 만화책 각 권 말미에 원작자의 첨언이 한 페이지씩 붙어 있으니 소설을 읽고 마음에 들어 했던 독자라면 만화로도 한 번 읽어볼 만하겠다.


마타기 관련 소설과 논픽션이 일본의 곰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서양사 분야에도 관련서가 몇 가지 있다. <곰과 인간의 역사>는 부제인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애증관계"처럼 저 맹수와 인류의 복잡다단한 인연을 개괄하는 내용이다. <곰, 몰락한 왕의 역사>는 프랑스 역사가인 저자가 서양 중세사를 중심으로 저 맹수와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용이다. 


곰 사냥 관련 국내 기록으로는 독립군 출신으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범석 장군의 회고록 <우둥불>에도 몇 가지 일화가 언급되었다고 기억한다. 한 번은 곰과 마주친 상황에서 갑작스레 총이 고장나서,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곰과 사람이 커다란 나무 둘레를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면서 쫓고 쫓기다가 간신히 총을 고쳐서 사살했다는 일화도 있었던가 그랬다.


곰이라고 하면 지금은 푸우부터 벨리곰까지 친근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실제로는 호랑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숲속 최강의 맹수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맞닥트렸을 때에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당장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체험기인 <나를 부르는 숲>에도 곰의 위험성에 대해서 아예 한 장(章)을 할애하여 자세하게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는 야생 반달곰이 포획되다가 이후 멸종되었다고 기억하는데, 2000년대부터는 생태계 복원이라는 미명으로 반달곰 복원 사업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수십 년이 지나고 보니 그 성과가 미미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판과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연 보호도 좋지만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좀 더 주의가 필요하겠다.


어쩌면 이런 생태계 복원 시도는 과거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역에서 일어난 늑대 개체수 감소의 영향에서 착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장주가 가축 보호를 위해 늑대를 제거하자, 천적이 없어진 사슴 등 초식동물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렸다. 결국 균형 유지를 위해서는 상위 포식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외지에서 늑대를 데려왔다던가.


하지만 이건 미국처럼 땅 넓은 나라 이야기이고,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서 늑대나 곰 같은 맹수를 복원한다면 부작용도 적지 않을 법하다. 지난번 '늑구' 한 마리 탈출한 사건에도 열흘이나 난리법석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슬기 같은 곰 처녀를 조상으로 여기는 민족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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