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태어났다.

  해마다 그랬듯 좋아하지도 않는 케이크를 앞에두고 축하를 받았다.

  한 품에 다 안을 수 없을만큼의 책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선물은 고맙지만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에 더 기쁘다.

 

 

 

 

 

 

 

  *

 

 

  나는 겨울에 취약하다.

  뭐든지 정도껏이라는게 없을 정도로 흐트러지고 경직된다. 

  해서 ,나는 겨울이 끔찍하다. 

  모든 슬픔들이 겨울을 통과해 여과되지 않은채로 내게로 스며들어

  절망적일만큼 봄에 매달리고 기분이 나쁠만큼 녹음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더불어 같은 시기에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불쾌한 병.

  속이 텅텅 비어버린 듯 쓰리고 역해, 밥이니 빵이니 가릴것없이 불규칙적으로 먹어댄다.

  그런 나를 짐짓 경멸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듯한 그이의 시선을 무시한채,

  꼬박 일년이 지났을 위장약을 찾아내 기어코 입 속으로 털어넣는다.

  

 

 

 

 

 

 

 

 

 

 

 

 

 

 

 

  속도감있게 읽고 있는 책은, 「사라의 열쇠」의 속편이라고

  해도 좋을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벽은 속삭인다」다.

  채, 이백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고 작은책이다.

  연쇄살인사건첫 번째 살인이 일어났던 집으로 이사를 오

  게 된 파스칼린이라는 여자와 `죽음을 기억하는 벽`과의

  단말마의 비명과도 같은 슬픔들과의 소통.

  후에 파스칼린은 연쇄살인으로 죽은 소녀들을 찾아다니며

  추모를 하고 유대인의 아픔도 어루만진다고 한다.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어떠한 형체가 아닌 ,  공간 자체에 스며들어 바랜 슬픔의 소리가

    다분하게 울리는 듯 하다. 지금은 비록 파스칼린의 공포와 혼란스러움이 그득한 페이지

    를 넘기고 있지만, 조금은 각별하게 모든 감각을 예민한 상태로 두어본다. 

    모든 사물과 공간은 분명,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내가 스치운 전부를 기 

    기억하고 아니- 해 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딱딱한 눈을 가진 곰돌이 인

    형이 언젠가는 내게 말을 걸어오리라 믿었던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여전히.

 

 

 

샤르므는 벽이 고통을 느낀다고 믿었다. 그녀는 돌이 인간의

불행을 빨아들이고 그 속에 빠져든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감수성 예민한 사람이 이사를 오면 돌은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벗어서 되돌려주는 것이다. - 자크 란츠만, <로지에 거리>

  

 

 

 

 

 

 

 

 

 

 

    서재를 돌보지 않으면서 책 또한 읽지 않았는데, 생일선물로 들어 온 김별아의 신간은 감

    칠맛나게 읽어냈다. 파격적인 소재라고 하기엔 광고가 너무 과했다.  (사실 `동성애`라

    는 코드가 파격적인게 아니라 김별아가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것이 이목을 끌었다는게 맞

    을 거다.) 공교롭게도 선물로 같은 책이 2권이다. 읽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덧글 주세요. 

 

 

 

 

  사랑으로 죽어가는 순빈 봉씨의 지리멸렬했던 삶을

  그려내고 있다. 한 나라의 국모가 될 어린 여인은,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알았지만 그것이 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할 대상의 마음을 얻지 못해 스스로 자멸

  하 듯 살다, 여나인과의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뿐이라는 순빈의 말을

  몇 번을 곱씹어도 아프다. 순빈 봉씨만이 아닌, 궁에 사는

  모든 여나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져왔다는

  사랑 아닌 .. . 아픈 사랑이야기.

 

 

 

 

 

 

 그 아이의 체취는 독특했어요.

문틈으로 스며드는 꽃향기 같기도 하고 빗기운이 서린 바람 같기도 했죠.

땀으로 미끈거리는 살갗을 비비며 우리는 서로의 비밀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더 깊이 더 뜨겁게 .. .

그래요. 결국 우리는 서로를 배반했죠. 믿음을 저버리고 사랑을 부정했죠.

하지만 그 모든 환멸 속에서도 우리의 젊은 생을 뜨겁게

관통한 사랑만은 고스란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순간이기 때문이죠, 사랑의 순간만이 영원이기 때문이죠.

 

 

 

 

 

 

 

 

 

 

 

 

 

  -

  겨울만큼, 겨울답게, 추워요.

  그리고 난 그렇게 나약하지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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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2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님,, 쪼옥~, 나랑 똑같이 겨울에 태어났네요.
지났지만, 우리 둘의 생일을 축하해요. 나두 겨울이 싫어여, 추위에 약해서. ^^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 이라는 문구 좋군요.
애닮고 사랑스럽고 서글프고, 하지만 아름답네요. 사내가 아니어서 사랑이 식었어 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내 사랑이야 라고 느껴져서요. 그런 사랑이 있다는 자체가 좋네요. 부러워요.

해피 뉴이어~

이진 2011-12-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준님 오랜만이셔요 ㅠㅠ

저도 채홍이라는 책 너무 좋아요.
그런 코드 딱 제가 좋아하는 아이템이라니깐요!
사랑의 순간만이 영원하다...

HAppy NEw YEar~

stella.K 2011-12-2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었군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저도 겨울은 좀...
어제는 모처럼 춥지 않길래 이대로 봄이 왔으면 했는데
봄 기운을 느끼려면 못해도 한 달반은 더 있어야겠죠?
아무튼 남은 겨울도 씩씩하게 견뎌내자구요.
저도 해피 뉴 이어~^^

2011-12-28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인사. 준님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아프지 마시길요.
채홍이란 책, 나인들의 사랑이 일반적이었다는 이야기. 새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