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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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의미 있었다’라 말하게 하는 최소한의 것은 무엇일까? 책이 보여주는 색깔이 평소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단 한 줄의 문장이나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이라도 마음에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 책이었다.

깔끔한 표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소 답답하게 흐르는 이야기, 독립 영화나 프랑스 영화를 생각할 때 연상되는 무채색의 배경, 그 안에서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섞여 있는 여러 이야기들, 주인공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의 상처받은 삶이 느리고도 습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강렬했던 탓일까? 참 묘한 것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심코 넘어갔던,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갔던, 때로는 의도적으로 생각하기를 거부했던 관계들까지도……. ‘관계를 정의하는 최소한의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머물렀다.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지. 자기의 사랑을 지키는 사람과 자신의 미움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사람.(p78~79)'

아무것도 지키지 않는 사람…….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도 있지만, 어쩌면 세 단계를 거치면서 변해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 사랑을 지키고자 한 사람, 그러다 미움을 품게 된 사람,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지킬 수 없게 된 사람으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만큼 스스로 아픔을 품게 된다고는 하지만 아무 것도 지킬 수 없는 무감각함이 오히려 더 큰 아픔이라는 생각이 든다. 2도 화상의 아픔보다 감각조차 느낄 수 없는 3도 화상이 더욱 큰 상처인 것처럼.

한 사람에게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들도 세 가지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사랑으로 지키고 싶은 사람, 미움으로 머무는 사람, 아무 것도 지키지 않게 되는 사람.

 

내 핸드폰의 ‘친구’폴더에는 2명의 전화번호가 들어있다. 그 중 한 명은 내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 친구이다.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묻지 않기에 어쩌면 그저 그런 관계의 사람들보다 나에 대해 모를 수 있지만, 그 점이 오히려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오묘한 관계이다.

직장에서 만났기에 처음부터 그 친구가 ‘친구’폴더에 들어왔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기타’에서, 다음에는‘직장’으로, ‘동호회’로 가더니 ‘친구’폴더까지 와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인간관계는 아날로그적이므로 분명 전환되는 시점이 있었을 텐데 서서히 색깔이 변하는 노을처럼 마음이 점점 물들어가게 된 걸까?

드러내는 만큼의 아픔만을 바라보고, 드러내고 싶지 않는 아픔의 시간은 웃음으로 같이 위로해주는, 같이 있으면 편안함을 주고, 떨어져있어도 애절하게 그립지는 않은 친구. 학창시절에 들었던 말이 정말로 맞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정은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처럼 투명한 ‘무색’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알게 된 지 7년 쯤 되었을까? 며칠 전, 그 친구가 내게 처음으로 질문을 하면서 대화가 길게 이어졌다. 나는 그 질문에 덤덤하게 답을 했고, 우리는 좀 더 많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과 평소 좋아하는 책의 장르, 작가, 그 작가의 작품들, 음악, 가수, 스타일, 굳이 감추려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지키지 않게 되는 사람들, 이제는 무덤덤하게 답할 수 있는 관계들에 대하여. 말을 하다 보니 그날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이상한 날이었다. 지난 7년 간 나누었던 대화보다 더 많은 말들이 오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친구의 마음 가까이에 한 발짝 다가선 듯했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저마다 깊은 우물에 종이배 하나가 까닥까닥 떠 있는 게 아닐까.(p16)' 일부러 외면하고 내팽개쳤던 마음이 조금씩 떠올라 종이배처럼 까닥거렸다.

근처 악세서리 가게에 가서 내 머리띠도 사고, 생일 선물로 미리 머리띠도 사주었다. “내 생일 선물은 알아서 구체적으로 정해서 알려줄게~! 아예 내가 사서 비용 청구할 수도 있어~.”“오우~! 그런 거 완전 좋아~!”낄낄대면서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이런 말을 맘 편히 할 수 있는 사이인 것이 너무 좋았다. 어떤 것이 이쁜가 이것저것 해보고, 이리저리 거울도 쳐다보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행동들이 어색하고도 즐거웠다. 악세서리 가게 앞집에서 파는 순대도 같이 먹고, 생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도 마셨다. 어렸을 때는 물건을 사러갈 정도로 가정이 넉넉지 못했고, 그런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직장을 잡아 돈을 벌게 되었을 때는 일상을 공유할 만큼 가까운 친구가 없었더랬다. 그 친구는 알까? 내게는 여자 친구와 이런 물건을 같이 사본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다음 날,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요즘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네. 지금 가도 돼?”“그럼! 맛있는 거 사 줄께!”사실 야간 운전을 할 때에는 눈이 다소 침침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 운전이 늘 긴장되기는 하지만, 그 친구는 종종 그런 걱정을 넘어서게 한다. 보고 싶다는 쑥스러운 마음을 스트레스로 포장해가서 만족스러운 양과 질을 지닌 쟁반짜장도 먹고, 복잡하게 얽힌 직장 일도 풀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었다. “커피 마실래?”“음~ 뭐 마실까?”“뭘 생각해? 또 캬라멜 마끼아또에 생크림 듬뿍 얹은 거 먹을 거면서…….”그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헉! 어떻게 알았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내게 있어 이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책에서 읽었던 또 다른 문장이 생각났다. ‘꿰매야 할 것……. 그것은 내 마음이 아닐까.(p81)' 이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을 조금씩 꿰매어주고 있었다.

언제든 전화하면 그 자리에 있는 친구가 많이 고맙다.

‘나는 모든 문제를 최소한의 것들을 되찾게 해서 풀지요. 난마처럼 얽히는 이 많은 고통과 상처가 실은, 가장 최소한의 것을 지키지 못해 생기거든요.(p342)'

나와 그 친구를 ‘친구’이게 하는 최소한의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든‘친구’폴더에 담겨있는 그 친구의 전화번호처럼 내 마음의 폴더에 담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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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2012-09-2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소한의 사랑'은 '최소한 나와 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예의'라!
 
별이 뜨는 꽃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2
유타루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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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느낌이 들만큼 이상한 것은 무엇이든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계속 눈에 띤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보는 그것이 갑자기 확 늘어났을 리는 없는데 이렇게나 많았나싶을 정도로 시선만 돌리면 눈에 들어온다.

녹슨 자전거에 묵직하게 매달려 위태롭게만 보이는 리어카. 거리를 지나다보면 간간히 눈에 띠는 모습. 구부러진 허리 높이 이상으로 종이박스가 가득하면 박스의 무게만큼이나 삶의 무거움이 느껴지고, 리어카가 비어있으면 가벼운 대로 안타깝다.

그랬다. 폐지로 삶을 이어가시는 분들의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조심스럽게 들어와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한 5년 전쯤이었을까? 실험기구와 모형들을 꽤나 대량으로 구입한 적이 있다. 과학실에서 정리하고 나니 버려야 할 종이 박스가 만만치 않다. 학생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놓는 학교 쓰레기장으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날라야 했다.‘왜 이렇게 많은 거야.’라며 속으로 투덜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며칠 쯤 지나서였을 것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신호 대기 중에 우연히 거리를 쳐다보게 되었는데, 신호가 끊길 즈음 종이 박스가 실린 허름한 리어카를 끌고 건널목을 서둘러 건너시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출발선에 서서 신호의 색만 바뀌기를 기다리는 차들을 피해 주춤주춤 건너시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다음부터였을 것이다. 거리를 지나가다 시선만 돌리면 쪼그려 앉아 리어카에, 끌차에 박스를 얹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 박스를 모아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랐고, 더욱 놀랐던 것은 하루 종일 모으는 폐지의 가치가 불과 몇 천원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가치가 상대적이라는 것은 가끔 미안할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오는 진실이다. 내게 있어 버려야 할 물건이 어떤 이에게는 살아가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이렇게도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해도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를 충분히 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되었던 지렁이처럼 작가는 손수레를 끌고 골목골목을 돌며 고물을 주우러 다니시는 할아버지를 특별히 웃게 해 주었다.

 

녹슬고 칠이 벗겨진 고물장수 할아버지의 대문. 늘 자물쇠로 겹겹이 채워져 있다. 닫힌 대문이 곱사등이인 몸을 비관하면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사는 할아버지와 어딘가 닮아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어느 날 노오란 봄빛을 닮은 여자 아이 산들이 별처럼 날아든다.

산들에게는 꿈이 있다. 엄청난 부자가 되어 우주여행을 하는 꿈.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면서 죽은 별들에게 꽃씨를 뿌려주어 별들을 살리는 꿈이다. 소녀는 용감하다. 그래서 무서움을 무릎 쓰고 할아버지 등속에 산다는 똥 도깨비에게 이제는 다른 데로 가달라고 부탁하며 가장 아끼는 머리핀을 준다.

공상적인 꿈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의 바람이 이루어졌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죽은 별처럼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 삭막하게 하루를 살아가던 할아버지에게는 소녀가 주었던 순수한 마음이 꽃씨와 같은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소녀는 떠났지만 이미 할아버지의 집은 소녀가 붙여놓은 야광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꽃담으로 둘러싸인 듯 환하게 밝아졌다. 할아버지의 마음속에는 꽃향기가 가득하여 마지막에 열어젖힌 대문 밖으로 펴져나가는 듯하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서이기는 하지만 동심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해진 어른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뭉클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따끈하게 데운 생 두부를 먹는 느낌이다. 더불어 크레용으로 그린 듯 투박한 그림이 봄볕에 흐드러진 개나리 길을 천천히 걷는 것처럼 마음속에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작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읽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넌 꿈이 뭐니?”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가까이 마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 꿈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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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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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이야기, 연못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지는 괴상한 연못.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여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아이가 떠올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욱 마음이 안 좋았던 건 떠나기 하루 전에도 그 아이가 속해있던 반에서 아이들을 웃겨가면서 수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이름을 들었어도 언뜻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삶과 죽음을 갈등했던 영혼 앞에서 나는 무엇을 가르쳤던 것일까……?

 

마음의 색맹

 

 

수업을 한다

 

색맹을 얘기하고

유전자를 말하고

가계도를 칠판에 그려낸다

 

아이들은 듣는다

푸른빛 마음으로

분홍빛 마음으로

회색빛 마음으로

 

나는 바라본다

각기 다른 빛깔의 마음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바라보고

누구를 바라보고 수업한 것일까?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무엇을 듣고

어떤 것을 느끼며 앉아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마주 서 있다고

서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색을 보지 못하는 나는

마음에 대한 색맹일지도 모른다

 

*...견디기 힘든 것은...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그 앞에 서 있었는데도 이미 그 존재 앞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조차 되어주지 못했었다는 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면...따스한 말 한 마디 안겨주었더라면...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때늦은 후회를 해 본다는 거지...

인생이라는 것이...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갈 만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말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이 순간에...인생 참 허망하다..라는 느낌을 안고 있다는 거지...

이제는 어깨를 눌렀던 그 짐을 툭툭 털어내고 날아가기를...하늘로 올라 별이 되기를...』

 

독백처럼 말줄임표가 적힌 글을 정신없이 적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부를 꽤 잘하는 아이였다는 소문을 포함해서 여러 짐작들이 조심스레 나돌았더랬다.

 

사진 찍힌 아이가 사라진다는, 어찌 보면 약간은 비현실적인 환타지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서만 존재해야 할 이야기가 현실과 겹쳐지는 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평범한 아이 서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써 특별해졌다. 죽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아이들 속에 소리 소문 없이 묻혀있었을 것이다.

사실, 학교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위험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가 위험인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터지기 전에는.

그러고 보면 평범이란 단어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누구라도 평범이라는 말 속에 들어올 수 있고, 그 말 속에서 내쳐질 수 있다.(p96)'

 

'괴담이란 그 괴담을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찾아와, 마치 귀신처럼, 살아 움직이는 거야.(p179)'

‘정말 주인공이었던 걸까? 그저 남겨진 건 아니었을까? 무대 위에 버려진 것처럼.(p233)'

소설 속에서 첫 번째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 두 번째 아이일 수밖에 없다. 드러내어지는 두 번째 아이는 분명히 있지만, 첫 번째 아이 역시 언제 두 번째가 될지 몰라 불안해하니 그 마음은 이미 두 번째 아이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공지영 외, 한겨레 출판)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1등을 향한 괴담 속에 던져져 괴담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일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유일한 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

청소년의 자살 원인으로 ‘성적, 진학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만 하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괴담’이라는 숨겨진 이야기로 표현되어지는 나라...

 

‘사라진 쪽, 남는 쪽, 어느 쪽이 더 불행한 걸까?(p233)'

답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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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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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의 오랜 기간, 내 삶은 무채색이었다. 지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해도 아무 아쉬울 것이 없었던 시절. 하루하루 지나는 시간들이 무의미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갈 때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하지만 잘못되면 살 수도 있을 것 같고, 아플 것 같기도 해서 포기했다.^^;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늦게까지 직장 일을 하며 몸 안에 피곤을 잔뜩 담아오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은 텅 비어버리는 듯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바라보면 공허한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채워질 것 같지 않은 외로움이 스멀스멀 찾아와 나를 집어삼켰다. ‘젊음은 한순간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시간이 꽤 오래 계속되지 않는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긴 세월동안.(힐러리 맨틀, <사랑의 실험>중에서, p9)’그렇게 끝나지 않아 죽을 것만 같은 현재를 담고 있는 내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 보았을 때에는 그저 독특한 책이었다. 예술적인 무채색의 그림과 함께 몬스터가 등장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한 아이의 치열한 성장 과정이 담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왜 다시 읽어볼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뒤의 나는 편안히 누워서 책장을 가볍게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접한 책은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오랜 기억들이 생각나 가슴이 한동안 먹먹해졌다. 지금에 와서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부터 지금까지도 나를 무겁게 하는 이야기까지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자세를 고쳐 잡고 문장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짚어갔다.‘이야기가 작가에게서 끝날 수는 없다.(p6)’며 몬스터가 세 편의 이야기와 주인공 코너의 네 번째 이야기를 넘어 다섯 번째 이야기를 자꾸 요구하는 것만 같았다.

 

과거의 기억은 디지털적이다. 모든 과정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특히 인상 깊었던 몇몇 장면들이 한 장 한 장 떠오른다. 직접 했던 행동들뿐 아니라 생각만 했을 뿐인 기억들도 선명해질 때가 있다.

어리석게도 나를 이렇게 무채색으로 만든 것이 다 주변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원망의 말을 뱉어냈다. 마음속에 폭풍이 지나가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 내 앞에 펼쳐지는 상황으로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나이므로,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라는 자각을 한 후에도 상황은 썩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게 내 탓이라 생각하니 나를 더욱 무겁게 누르는 짐들이 다가왔다.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모습과 스스로 느끼는 모습과의 괴리감에서 허무가 몰려왔다. 표면적으로 나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착한 사람으로 비춰졌다. 누군가 내게‘착한 아이야. 네가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구나.(p31)’라며 위로를 해주었으면 덜 힘겨웠을까?‘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p91)’‘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p255)’라는 말을 해주었으면 좀 나아졌을까?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p253)’몬스터가 코너에게 하는 말은 어느 덧 내게 들려주는 말이 되어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사람은 이중적이다. 진실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맞닥뜨리면 어느 정도의 사실을 얘기한 후에는 방어막이 작동한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먼저 속여야 할 때가 있지.(p88)’ 진실이기도 하고, 진실이 아니기도 한 말로 스스로를 에워싼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기도 했지.(p253)’그래서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p91)’모순된 말이지만 두 말이 다 진실이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그 시기에 나는 그만큼이나 절실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도 마음 한 구석이 외롭고 허무해질 때가 있어요..”슬쩍 울적해진 마음을 선생님께 비춰보았다.

“사람에게는 늘 그런 면이 있는 것 아닌가? 꽉 채워져 있는 것보다 한 구석 비어있어야 새로워질 수 있는 거지.”

이 말을 들으면서 예전에 즐겨 맞추던 아기공룡이 그려진 9칸짜리 플라스틱 퍼즐이 생각났다. 하나의 빈 칸이 있어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출 수 있는 퍼즐. 꽉 차 있는 마음속은 다 맞추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 놓은 퍼즐처럼 삶을 굳어지게 할 수도 있겠다. 죽고 싶어질 때에도 느껴졌던 허전함이 살고 싶은 지금도 느껴지는 걸 보면 어쩌면 인간은 늘 마음 한 구석에 퍼즐의 빈 칸을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리 저리 빈 칸을 채우려고 움직여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란 것일까?

 

글을 쓰면 행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면 아프기도 하다. 진심이 아니면 써지지 않기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를 드러내게 된다. 내게 있어 글은 즐거움이면서 괴로움이다.

‘그냥 진실이 아니라, 너의 진실...(중략)...너는 네 진실이, 네가 감추는 것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p55)’새빨간 주목의 열매처럼 몬스터의 말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진정한 진실은 ‘용기’일까? 그것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용기와 함께 드러내어진 진실은 두려움을 녹여내고 그 사람을 치유해준다.

‘모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p180)’지만, 나는 이제 서서히 불완전한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어볼 수 있을 것만 같다.‘이야기는 중요하(p189)’고,‘진실을 담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일 수 있(p189)’으므로.

이제 나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미래를 향해 펼쳐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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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ungho 2012-08-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용기와 함께 드러내어진 진실은 두려움을 녹여내고 그 사람을 치유해준다.'는 나비종님의 말씀이 가슴을 울리네요. 이제 두려움을 이겨낸, 나비종님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천수진 2012-08-1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공지영씨의 글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어.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럽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오늘따라 왠지 그 말이 와닿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heliosinn 2012-09-1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다크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책이지요.

나비종 2012-09-17 20:30   좋아요 0 | URL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내용이라 스스로를 냉철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듯 하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울림이 더욱 클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 창비청소년문고 6
이운진 지음 / 창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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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이었단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초등학교 운동장 옆에서 몇 명의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더구나. 순간 네 어릴 적 생각이 났어. 그 때만해도 엄마는 아직 젊은 30대였고, 바쁜 직장일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융화시키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자못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면서 네 생각이 많이 나더구나.

 

『 내 아이의 시간

 

 

학교 철봉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온다

 

흩날리는 운동장

먼지 사이로

겹쳐지며 거슬러가는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일터에서 치열했던

엄마의 시간에

삐질삐질 땀과 함께

흔들리는 손바닥

저런 모습으로

자신 앞에 놓인 시간을

놀이터에 대롱대롱

내맡겼을까?

 

결코

되돌리고 싶지 않은

다시는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바늘 같이 날카로운

순간들이지만

 

이제는 훌쩍 커버린

어른스런 미소를 보면

어슴푸레 고여 있던

내 아이의 시간들이

바람에 흩뿌려지는

모래알이 되어

순식간에 마음속으로

쏟아져버린다

 

피곤에 흠뻑 젖어

고단함이 떨어져도

좀 더 같이 보낼 걸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좀 더 깊이

좀 더 많이

아이 향한 내 마음을

표현해줄 걸

 

엄마 마음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 아이는

여전히 깔깔 대며

뛰어 다니고

엄마 마음 이해하듯

커다란 아이는

묵묵히 곁에 서서

미소 짓는다

 

함께 못한 시간들이

바늘이 되어

엄마 맘을

콕콕

찌르는 것도 모른 채

함께 못한 시간들이

서글픔 담고

엄마 안을

깊숙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눈부시게 내려앉는

태양 부스러기처럼

그렇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

 

그렇게 너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시가 되었단다. 한 사람만을 위한 시. 그래서 쑥스럽고 부족한 글이지만, 네가 볼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 이 시를 올린 거란다. 누구든 자신이 시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들지. 우리 딸은 시를 읽고 좋았을까?

‘옛날에는 엄마가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다는 철없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회상하면 그래도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나는 행복한 아이이구나 싶어.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고, 또 엄마가 나의 엄마라는 것에 참 많이 감사해. 엄마가 ‘내 엄마’라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 일 년에 붙어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어쩌면 떨어져 있어서 느끼는 것도 많은 것 같아.^^ 그래도 붙어 있는 게 더 좋긴 하지만ㅋㅋ 나를 엄마 딸로 낳아줘서 감사해. 우리 한국가면 또 같이 데이트하자! 사랑해 엄마 보고 싶다...^^’

그날 달렸던 너의 댓글을 보고, 엄마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와 동네 슈퍼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괜히 히죽히죽 웃으면서……^^; 엄마 생각보다 너는 훨씬 많이 자라있고 열려있더구나. 그게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이런 시기에 독서모임의 선정도서로 이 책을 만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구나. 네가 댓글을 단 날,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바로 주문했다.

이 책의 엄마는 딸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더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떠올라 엄마의 엄마나, 아빠에(아직도 ‘어머니’나 ‘아버지’라는 호칭이 부자연스러운 사십 대 중반의 딸이란다^^;) 대한 기억도 떠올려보고, 네 어릴 적 생각도 많이 했단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엄마의 입장에서 적절한 시와 함께 엄마로써, 딸로써,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경험한 많은 일들을 전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에 『몬스터 콜스』(패트릭 네스, 웅진주니어)라는 책을 읽었거든. 거기에서 외할머니가 당신을 어려워하는 손자에게 말해. 우리에게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금의 엄마의 위치는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아이’사이에 있다는 거지. 그래서 책에서도 두 입장을 다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오더구나.

아직 네 엄마는 내공이 없어서 오늘은 책에 나온 말들 중 엄마의 마음을 울렸던 말들을 소개하겠지만, 이다음에는 꼭 엄마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약속할게.

 

‘엄마 팔아 친구 살 나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엄마는 ‘푸하하~!’하고 공감했단다. 중1때의 너는 한참 친구가 좋아서 친구 집에서 자고 오고 싶어 했지. 그것 때문에 아빠와도 충돌이 간혹 있었잖아. 지금에서 생각하면 정말 좋은 친구를 찾으려는 네 나름의 과정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쓰다듬어 주렴. 좋은 친구는 아주 부드러워.(「소녀들」,김행숙, p17~18)’

친구 뿐 아니라 좋은 존재는 어느 것이나 다 부드러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 젖을 물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의 품이 부드러운 천국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

‘울어야 할 때는 놓치고 슬픔을 가슴속에서 키우면 나중에는 큰 파도가 되어 몰아치기도 해. 그러니 자주자주 마음의 방을 비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p22)’

엄마는 어릴 적에 울고 싶을 때는 주로 식구들이 잠든 후 몰래 이불 속에서 울곤 했는데, 울고 나면 정말 마음이 후련해졌거든. 자주 마음의 방을 비워주는 게 좋다는 말에 공감한단다.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거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중략)…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우화(寓話)의 강1」, 마종기, p60~61)’

관계라는 것은 맺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지. 주변 사람이 좋을 때도 있지만, 싫어지는 순간도 있는데 그때마다 관계를 끊어버리면 남아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단 물길이 트이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물길을 유지시켜가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나의 성취와 꿈을 마음껏 축하해 주는 사람이 정말 좋은 친구가 아닐까.(p64)’

주변을 한 번 돌아보렴. 고2가 된 네 곁에 그런 친구가 있는지?

 

지난봄에 남친 생겼다고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잖아.

‘누군가가 특별해지는 순간이 오면 생은 눈부시게 환해진단다.(p26)’‘사랑이 너를 상처 입히진 않는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사랑이 아픈 건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는 것도.(p26~27)’‘나 아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더 오래 간직해서 그가 살던 마음속의 집으로 끝없이 편지를 보내는 일. 이것이 정말 사랑이구나 하고.(p31)’

누군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하더구나. 그래서 네가 방학 때 집에 오면 사랑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참! 그 때 생겼다던 그 남친 어떻게 됐어?”

“벌써 끝났는데?”

^^;

 

‘이 세상이 하나의 학교라면, 상실과 이별은 그 학교의 주요 과목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p32)’‘상실과 이별은 우리의 가슴에 난 구멍이면서 또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둘 수 있는 구멍이 되기도 하는가 봐.(p33)’‘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선운사에서」,최영미, p35)’‘무엇도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해. 흘러가는 것이, 흐르도록 해주는 것이 삶을 자유롭게 해 준다는 것도 말이야.(p37)’‘아주 깊은 것들은 더 고요한 법이거든.(p39)’

가볍게 얘기했어도 어떤 이별이든 아픔을 동반하기 마련이지. 그 아픔이 너를 또 한 번 성장시켰으리라 믿어. 그렇게 성숙한 아픔을 안고 네 앞에 놓여있는 삶의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갔으면 한다.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정호승, p77)’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인간은 사소한 일에 분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지.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체육대회가 있던 날 아침, 기억나니? 너는 반티 대신에 엄마의 검정 티를 입고 나가려고 했잖아. 엄마는 왜 엄마 것을 입느냐고 소리 지르고. 끝내 너는 그 옷을 입고 나갔지.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조금 지나고 나니 네가 절실하게 그 검정티를 입으려고 했던 다른 이유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예를 들어, 반티를 산다고 돈은 가져갔는데, 그 반티가 무엇이었나 아직도 모른다는. 나중에 진실을 반드시 얘기해주렴^^. 딸과 티셔츠 하나로 실갱이를 벌이는 교사라니……. 학생들 앞에서 세상의 이치를 얘기한다는 것이 많이 쑥스러웠다.

작은 일에 분개하지 말고,‘스스로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p80)’

‘진정한 자존심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이기적이지 않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건전한 이해 말이야.(p81)’

자존심과 자만심은 분명 다른 것이니까.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매미 소리가 유난히 더운 날이구나. 우리 다음 데이트에는 산길로 가보자.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p110)’는 자연의 느낌도 느껴보고, ‘몸이 쉬면 마음이 바쁘고 몸이 힘을 쓰고 움직이면 마음이 쉰다잖아. 걷는 일이야말로 머리와 가슴을 쉬게 해 주는 좋은 시간.(p123~124)’임을 공감도 해보고,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길」, 신경림, p125)’말한 시인의 길을 같이 걸어도 보자. ‘사진은 구도와 색감을 멋지게 잘 잡는 것보다 어떤 그리움을 담아 두는지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어.(p164)’훗날 그리움으로 다가올 아름다운 사진도 찍어보자. 시내에서 처음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었던 그날처럼.

 

살아가다보면 수없이 많은 어려움들이 벽처럼 네 앞에 다가올 거야. 그럴 때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담쟁이」, 도종환, p234)’는 시 한 편을 떠올려보렴.‘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음을 비빈다면 그땐 물길의 소리가 더 깊고 더 다양한 소리들이 생겨나겠지. 아, 그래, 말과 말, 마음과 마음, 너와 내가 부딪히고 섞이는 일이 삶이었어. 삶은 물소리처럼 여러 겹을 가지고 있었어.(p133)’서로 의지하면서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한 잎처럼 네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많은 힘이 될 거야.

 

꿈은 어느 정도 정해졌니? 전에 물어봤을 때는 약간은 막연했잖아. 물론 성급하게 쫓기듯이 정할 필요는 없다.

‘네가 가장 원하는 모습이 무엇이며 너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으면 해.(p84)’‘내가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되면 다른 이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것.(p87)’‘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그럼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또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삶은 부분이 아니고 전체니까.(p88)’

어떤 꿈이든 엄마는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지지한단다.

‘네 삶에서 꿈이 자라야 해.(p88)’

꿈이라는 것은 일생을 통해 계속적으로 꿈꾸어져야 한다. 엄마도 꿈이 있거든. 내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주는 거. 꿈과는 동떨어진 과학교사를 하고 있지만, 뒤늦게 갖게 된 이 꿈은 엄마의 마음을 지금도 설레게 한단다.

‘좋은 시, 좋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은 내게 이야기를 해. 직접 그곳에 있지 않아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지금, 여기, 그에게서 듣는 것처럼 실감이 나.(p45)’‘짧은 시 한 편이 얼마나 긴 시간을 너와 함께하며 가슴을 데워 줄지 지금은 알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영혼의 두근거림은 그렇게 쉽게 멈추지 않거든.(p46)’‘시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쉬는 날이 많아지지.(p6)’‘시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기도 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안의 미미한 슬픔까지도 환하게 다시 비춰 주거든.(p166)’‘사회의 가장 아프고 어두운 곳을 끌어안는 게 문학의 큰 역할이야.(p246)’‘읽는다는 행위는 생각과 마음에 보이든 안 보이든 밑줄을 긋게 되거든.(p158)’‘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따뜻한 책」,이기철, p159)’

금방 한 밥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주는 글을 쓴다는 것.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이구나.

 

작가는 첫 머리에서 그녀의 딸에게 말하지.

‘난 나의 진짜 모습을 보아 주고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p5)’‘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나에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네가 가진 잠재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면, 난 더 많은 것을 꿈꾸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 스스로를 믿으며 덜 흔들렸을 것 같아. 내가 가진 능력이 비록 성적과는 무관해도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그런 강하고 힘센 영혼이 되어야 삶을 훨씬 더 자유롭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그때 벌써 알았더라면…….(p5~6)’

작가처럼 이 엄마도 네 삶을 언제나 지켜보는 관람자로서 너를 지지하는 팬이란다.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엄마를 부탁해』,신경숙, p182)’라는데, 서로 아주 잘 아는 모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엄마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아름다운 기도’(시인 김종철, p186)‘라는 시인의 말처럼 지치고 힘든 삶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기도처럼 불릴 수 있는 엄마의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너는 외롭지 말라고, 너이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답다고.(p6)’‘그냥 네가 가진 모습 그대로 꽃 피지 않는다면 나뭇잎만 무성하게 키워도 좋아.(p7)’

지난 5월 말, 한밤중에 너에게서 문자가 왔었지.

‘엄마는 내가 어떤 딸이었음 좋겠어?’

엄마가 바로 보낸 답문 기억나니?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

진심이란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너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엄마의 딸이란다.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눠볼 시간은 없었지만, 엄마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

‘딱 맞는 주파수가 있을 것만 같거든. 그걸 알면 너와 내가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로 서로의 마음을 들을 텐데.(p15)’

우리의 주파수는 이제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의 마음속으로 엄마가 보내는 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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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ungho 2012-08-0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시를 읽고, 아이는 엄마의 깊은 사랑을 온몸으로 느꼈겠지요.

'엄마는 내가 어떤 딸이었음 좋겠어?’
엄마가 바로 보낸 답문 기억나니?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

우리 모두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천수진 2012-08-0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적을 믿어요?" "그럼요"
"정말? 그럼 기적을 본적도 있어요?"

"울엄마만난거, 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딸이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데
하필이면 울엄마랑 내가 모녀로 만난거"

"맞다, 둘이 만난건 기적이겠다.
착한사람둘이 엄마랑딸로.. 정말 기적이네"

- 드라마 빠담빠담 중에서 -

^^ 항상 사랑합니다..더 많은 표현은 한국에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늦은 저녁,필리핀에서,딸이